〈 23화 〉 22. 바, 바람이 아니야!
* * *
“피곤해....”
왕페이가 들어오고 난 뒤 저녁을 먹은 후 나는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우며 중얼거렸다.
하아... 안 그래도 스즈가 같이 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이제는 스즈와 비슷한 왕 페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날 괴롭힌다.
아니, 스즈보다 더하다.
사랑의 힘인지 뭔지 스즈가 만들어낸 이상한 논리 때문에 계속해서 왕페이에게 쫓기고 있었다.
설마 목욕탕까지 쫓아와서 사랑의 힘을 내놓으라고 할 줄은...
다행히도 내 알몸은 본 순간 그렇게 강한 남성은 아니라는 듯이 조금 실망한 모습으로 떠나갔지만 말이야..
아니, 이건 이것대로 뭔가 자존심이 상하는데...
그래도 차라리 그렇게 오해를 받고 아무것도 나한테 하지 않는게 나았다.
그래.. 차라리 잘 된거야.
뭔가 조슴 슬프지만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씁쓸한 마음을 감춘 채 잠자리에 들려 하였다.
오늘은 왕페이도 같이 있으니 마리도 잠자리에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간만에 편안한 잠자리를...
“주무실겁니까.”
“으와아아앗!!”
잠자리에 들기 전 불을 끄기 위해 스위치 쪽으로 이동하자 어느새 내 침대에서 나타난 왕페이가 나에게 물었다.
“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겁니까!”
“아니, 역시 사랑의 힘은 침실에서 나오는 것인가 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어디에서 나왔냐고 물었지 목적을 물은 적 없어요!”
그리고 목적이나 발상이 너무 노골적이다.
물론 따지고 들자면 틀린 말도 아니긴 하지만..
“천장에 공간이 있길래 몰래 숨어들어왔습니다!”
“그걸 그리 당당하게?!”
“이 왕페이! 세상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존재가 되기 위해 항상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당당한 태도가 역으로 어딜 내놓아도 부끄러운 점인데요!”
“착각입니다!”
“이런 것 까지도 당당하지 말라고!!”
후우... 정말이지.. 조금이라도 말을 섞으면 정신이 어디 하나 제정신일 때가 없다.
“뭐, 사부에게는 이 미천한 제자가 기술을 훔치러 온 것이 부끄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요...”
계속해서 말하지만 핀트는 그쪽이 아니다.
애초에 계속 사부라고 하지 말라고..
내가 왕페이에게 가르쳐 줄 것은 진짜 요만큼도 없다.
있다고 한다면... 상식정도?
이 사람은 상식이 없어도 너무 없는 수준이다.
“그렇게 되었으니. 사부. 부디 부족한 몸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뭐를?!”
“사랑의 힘을 얻기 위해 이 한 몸 다 바치기로 맹세했습니다. 이건 선불이라 생각하시고 제 몸을 받아주십쇼!”
“그러니까 사랑의 힘따위 없다고! 가르쳐 줄 것도 없고!!”
자신의 커다란 가슴을 당당히 내밀며 말하는 왕페이에게 나는 그렇게 태클을 걸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러니까 애초에 가르쳐줄 사랑의 힘따위 있지도 않는데..
거기에 갑자기 왕페이 당신이랑 몸을 섞으라니 이건 아무래도 이상하잖아.
그리고 스즈가 말하는 사랑의 힘이 분명, 그래. 몸을 섞는게 맞긴 해.
하지만 그런건 이상하다고!
몸을 섞는것부터 시작하는 사랑의 힘이 도대체 이 세상 어디에 존재....
속으로 태클을 걸던 와중 순간적으로 마리와 스즈가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아니, 스즈는 조금 애매할 수도 있었지만 마리는...
태클을 걸던 와중 갑작스럽게 내 머리를 스치는 마리 생각에 잠시 주춤하자 왕페이가 이런 내 반응에 번뜩였다.
“뭔가 생각나신게 있는거 아닙니까?”
“아니... 그, 그런건 없어.”
“제 몸은 나름대로 특등품이라 자부하는데 사부는 그렇지 않습니까? 확실히 관장에 비해 너무 커다란 지방덩어리이기도 하지만 그때도 말했듯 이 튼실한 허벅지와 나름대로 수련을 하며 단련한 몸매는 어디에도 꿇리지 않는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건 그러니까...”
아니, 뭔가 아침에 내가 마리가 제일 좋다고 말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 역시 거유가 싫은건 아니다.
그냥 그 중에 고르라 한다면 이것저것 다 따져서 마리가 좋다고 말한거지.
굳이 마리의 가슴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가...
으음..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마리가 나를 노려보는 듯한 한기가 느껴진다.
아무튼 그런 것도 아니거니와 왕페이의 몸매가 엄청 나다는 것도 아주 잘 알겠다.
몸에 딱 달라붙는 차이나 드레스 위로 올라오는 커다란 가슴.
옆으로 파인 드레스 틈으로 보이는 그녀의 육덕진 허벅지와 튼실한 종아리.
그러면서도 수련으로 다져진 잘록한 허리와 라인들은 충분히 사람을 매혹시키기 충분하였다.
물론, 성격이 저러지만 않았다면 말이지..
“자. 그러니 어서 그 남성의 욕망을 저에게 마구 부딪혀주십쇼!”
“하겠냐!! 애초에 나는 임자가 있는 몸이라고!”
양팔을 벌리며 자신을 덮치라 말하는 왕페이의 말에 나는 유부남인 것을 강조하며 왕페이에게 소리쳤다.
“임자가 있으면 어떠합니까! 원래 영웅호색! 양육강식! 강한 남자가 아내를 많이 거느리는 것은 무술계의 상식입니다!”
“대체 어디 무술계의?!”
지금 당장 순정 무술가들에게 사과해라!
“그리고 애초에 강한자가 여러명을 거느린다고 하면 내가 아니라 관장인 마리에게 그런 말을 해야하는거 아니야?! 아무튼 마리가 지금 관장이라는 설정이니까 마리가 나보다 강한거잖아!”
대놓고 설정이라고 말하며 왕페이의 논리에 반격을 펼치자 왕페이가 이런 내 반격에 흥미롭다는 듯 손뼉을 친다.
이게 흥미로운 거냐고?!
“일리 있는 말이군요...”
“일리 있다고?!”
대놓고 설정이라고 말하고 같은 여자에게 몸을 바치라고 하고 있는데?!
난 그저 왕페이의 논리를 반박하고 싶었을 뿐인데 왕페이는 이런 내 반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아니, 그래도 괜찮은 거냐고!!
“그렇다는건 역시.. 사랑의 힘은 사부에게 보단 광장님에게 훔치거나 받는 것이 좋은거란 말이로군요.. 지금 당장 관장님께 몸을 바치러...!”
“잠깐 멈춰어!!”
진지한 표정의 왕페이가 당장이라도 마리를 덮치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런 왕페이의 모습에 불길한 낌새를 느낀 나는 당장 왕페이를 저지하였다.
아니, 이런 이상한 논리를 납득하고 바로 마리를 덮치려 하지 말란 말이야!
“왜 그러시는거죠? 전 지금 당장 관장님게 몸을 바치러 가야 하기에 바쁩니다.”
“아니, 몸을 바치러 간다는게 무슨 뜻인데?!”
“그거야 관장님께 보관해놓았던 제 처녀를 바치러...”
“아니! 이상하잖아!!”
“뭐가 이상하다는 것이죠? 관장님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수행원이 몸을 바치는 것은 당연한 도리. 저는 그에 맞춰 관장님께 몸을 바치려는 것 뿐입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요! 몸을 바치라는게 그런 뜻이 아닐텐데?!”
“이러나저러나 의미는 같습니다! 원래 수행을 위해 이 한 몸 불사지르는 것은 당연! 그러나 사랑의 힘이라면 불사지르는 것이 아니라 바쳐야 하는 것이 마땅하겠지요.”
“아닐껄요!!”
이 이상 마리와 나를 곤란하게 만들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마리 역시 오늘 스즈와 왕페이에게 놀림받느라 지쳤으니 더는 마리를 그만 괴롭혔으면 하는 바람인데요?!
“아니면! 사부께서 관장님 대신 가르쳐주실 거란 말씀입니까?”
“아니, 그러니까....”
“그런게 아니라면 지금 당장 관장에게 몸을 바치러 가겠습니다!”
“잠깐!! 그러면 이거 하나만 확인해보도록 하죠!”
“확인할 것?”
“네.. 그러니까, 만약 마리에게 몸을 바치러 갔는데 마리가 받아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실 속셈입니까.”
“......실력행사로 제 몸을 받게 만들 뿐.”
“.......”
왕페이의 행동에 불안감을 느낀 내가 진지한 태도로 묻자 잠시 고민을 하던 왕페이는 다시말해 마리가 받아주지 않으면 강제로 덮치겠다는 의미의 발언을 하였다.
아니, 덮치지 말라고!!
스즈가 청룡의 힘으로 왕페이를 이긴 것은 불행이었는지 마리를 관장으로 알며 실력행사를 하려는 왕페이의 행동에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아니, 그러면 안 되지!
애초에 스즈의 청룡이 강했던 것이지 우리에게 왕페이를 육탄전으로 이기라고 한다면 절대 이길 수 없다.
마리는 상대의 능력을 읽고 부가적으로 생각정도를 읽을 수 있는 비전투원의 단순 시스터이고.
나는 그냥 아무런 이능력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평범한 성인남성1.
고작 기합과 육체단련만으로 청룡과 싸웠던 왕페이를 생각한다면 우리가 왕페이에게 육체적으로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까.. 이걸 다시 생각해본다면..
지금 왕페이가 몸을 바치러 갔을 때 마리가 거절한다면 마리는 강제로 왕페이에게 덮쳐져 쓰러져버릴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니, 미소녀와 미소녀의 레즈 플레이...
솔직히 남자의 시점에서 생각하자면 솔직히 조금 보고싶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만..
남편된 입장에서 보자면 이거 갑자기 들이닥친 무도인이 마누라를 NTR하겠다는 이야기잖아?!
그것도 여자한테 마누라를 빼앗긴다?!
오 마이 갓!!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냔 말인가..
“훌륭한 계획이라고 자부합니다.”
전혀 훌륭하지 않다.
차라리 이건 내 한 몸 불사질러 마리를 지키는 것이 좋은 것일까...?
하지만 이건 이것대로 마리의 입장에서 보자면 갑자기 들이닥친 여자에게 자신의 남편을 NTR당하는 상황.
어느쪽이 되었든 한쪽은 NTR당하는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러니 이제 가봐도 괜찮을까요?”
“아니, 잠깐만 기다려보라니까.”
내가 고민을 하는 와중 이제 슬슬 다시 마리를 덮치려가려는 왕페이를 막아세웠다.
그래... 겨, 결심했어!
그렇다면, 내가 마리 모르게 이 왕페이가 바치는 몸을 받는다면 그 누구도 NTR 당하는게 아니게 되는거야..!!
바, 바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누구도 알지 못하면 바람이 아니다!
NTR도 아니야!
어떻게든 왕페이와 입을 맞춰 마리가 알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면 되, 되는 거겠지...?
음... 그, 그럴지도?
“전 바쁩니다! 사부!”
“그..... 알려줄게.”
“네?”
“내, 내가 사랑의 힘인지 뭔지 알려줄테니까 마리를 덮치려는건 그만두라고!”
“정말입니까!”
“그, 그래! 대신 이건 왕페이 너랑 나만이 아는 비밀이다!”
“물론입니다. 도장의 비밀의 힘을 알아내는건 비밀스러운 일이니까 말이죠”
마리... 결국 일이 이렇게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내가 너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바람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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