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 21. 왕페이
* * *
“하아.... 뭐 이렇게 피곤하냐..”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한 뒤. 나는 교회의 마당을 쓸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어떻게든 진정시키며 싸움을 말렸으나 또 자기네들끼리 무언가 경쟁하려 하기에 그냥 청소하러 간다고 나왔다.
뭐 저렇게 경쟁하는걸 좋아한단 말인가...
뭔가, 처음 마리와 만났을때는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를 보내는건가 생각했는데..
어느새 뭔가 다른 의미의 무한 경쟁사회를 보고 있는 기분이다.
아니, 그만 좀 싸우라고요..
심지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항상 무언가 곤란해지는건 나인 듯 했다.
불쌍한 새우.. 왜 하필 고래들 틈에 끼여버려서..
“청소하고 계시군요.”
“히잇!!”
마당을 쓸고 있자 갑자기 내 뒤에서 왕 페이가 나타나 말을 걸었다.
“와, 왕페이... 당신이 여기 있다는건..!”
갑작스러운 왕 페이의 등장에 나는 뒤따라 마리와 스즈가 오지 않았는지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걱정하는 마리와 스즈는 보이지 않고 그저 왕페이만이 멀뚱멀뚱 자리에 서 있었다.
“관장님과 사부는 또 한번 승부한다고 자리를 비웠습니다.”
“아니, 또 무슨 승부를....”
“룰렛 돌리기였나? 뭐, 그런 게임을 한다고 했습니다.”
“아....”
마리가 생각을 읽는다는걸 아니까 이젠 그냥 운빨 게임으로 노선을 변경한건가..
“그런데 왕페이씨는 왜 참가 안 했습니까..”
“그런 운에 모든 걸 맡기는 게임은 하지 않습니다! 승부라는 건 자고로 본인의 실력으로 승부를 겨뤄야 하는법.”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
실력지상주의의 왕페이에게 반박하자 왕페이가 화들짝 놀라며 이쪽을 바라본다.
아니,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인데 그게 그렇게 놀랄 말이었습니까..
“운도 실력이라... 확실히 맞는 말입니다! 게임이나 사람의 능력치에는 운도 포함되어 종합 능력치가 있으니까요!”
“아... 그렇습니까.”
그저 가볍게 던져본 농담에 그런 식으로 반응하면 내가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렇게까지 놀랄 정도였나...?
내가 보기엔 그냥 적당히 웃으면서 넘어갈 정도의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역시 사부2이군요! 사부들은 그런걸 알기에 관장과 운으로 겨루는 승부를 내려고 했던거에요!”
“아... 그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 있습니다.
그저 스즈가 승부에 약하고 마리는 생각까지 읽을 수 있는 치트능력이기에 운으로 승부하는걸 고른 것일 뿐인데요..
“역시 사부들의 가르침에는 한계가 없군요.”
“없는거냐고요..”
“도대체 이렇게까지 수준높은 사람들임에도 사랑의 힘이라는걸 넘겨줄 수 있는 사부2는 도대체 얼마나 수준이 높은 겁니까.”
“그게....”
무능력자입니다! 데헷...?
물론 다른 먼치킨 소설같이 무능력자이지만 신체능력이 높다거나 뭔가 특출한 장점이 있다거나 하지 않는 완전 무능력자.
아니, 특출난 능력이 있기는 있나..?
그... 아이를 낳으면 무조건 무능력자를 낳는 ‘능력’ 이랬던가 뭐랬던가..
아무튼 그런거밖에 없습니다.
“사부2..! 부디 저에게도 그 사랑의 힘인지 뭔지를 전수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아니, 그러니까 그런거 전수한 적 없다니까요! 스즈가 그냥 말하는거지 전 그런 힘이라던가 전수해준 적 없어요!”
“그렇다고 하기엔 둘 사이 무언가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 그건....”
뭔가 있기는 했었지..
이성이 날아가서 내가 스즈를 덮쳐버린다던가 하는 아주 중대한 문제가...
물론 그렇다고 한들 그건 사랑의 힘이 아니라는게 문제지만.
사랑의 힘이 아니라 그저 단백질 덩어리였을 뿐이다.
“사부2는 생각하지 못하지만 사부는 사부2에게 사랑의 힘이라는 걸 받은 게 아닐까요?”
“아.닙.니.다.”
여전히 사랑의 힘에 흥미를 보이는 왕페이에게 나는 단호히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니까 사랑의 힘이 아니라 단백질 덩어리라니까 그러네.
게다가 거기에 사랑따윈 없었다.
사랑은 없이 그저 이성이 날아간 본능만이 남아있었을 뿐.
“어째서 그렇게까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겁니까!”
“실제로 아니니까요!”
“사부2가 뭘 알아!!”
“그럼 넌 뭘 아는데?!”
뜬금없는 왕페이의 고함에 나 역시 태클을 걸며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네놈은 사랑의 힘이 뭔지 그렇게도 잘 알아서 나한테 지금 그리 내놓으라고 박박 우기는거냐?!
“정말이지... 여기 도장의 기업 비밀은 철저한 편이로군요.”
“아니... 하아....”
이야기를 하지 말자.
그런 기업비밀따위 기른 적 없다.
게다가 그런 사랑의 힘이 기업 비밀이면 관장인 마리부터 시작해서 사랑의 힘을 쭉 전수하고 있다는건데..
음... 마, 마리는 사랑... 이지?
일단 그럴 것이다.
처음에는 조금 이상하게 시작하긴 했지만 그래도 마리는 스즈와는 조금.. 다르게 아무튼 사랑이긴 할 것이다.
뭐, 그렇다고 해도 마리에게 사랑의 힘을 전수받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대답할 거지만..
애초에 여기는 도장도 아니고.
“그럼 오늘 어떻게든 사부2의 사랑의 힘을 전수받고야 말겠습니다.”
“아니, 그런게 없다고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겠냐고요..”
“걱정하지 마십쇼. 눈은 손보다 빠릅니다.”
“반대... 반대....”
원래는 손이 눈보다 빠른 거겠지.
애초에 육체파인 당신이 눈이 손보다 빠르다고 말해도 괜찮은거냐고.
도대체가 이 사람들이랑 같이 있으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럼 어떻게든 관장에게 여기에서 사는 것을 허락받고 오겠습니다.”
“갑자기?!”
“일단 도장의 기술을 훔치려면 그곳에서 사는 것부터 시작이니까요.”
“그러니까 그런걸 말하면서 갑자기?!”
애초에 마리가 그런걸 허락할 리가 없잖아...
뜬금없는 왕페이의 발언에 나는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으며 왕페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왕페이는 이런 내 반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표정하게 진지한 모습으로 말하고는 마리와 스즈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하아.... 뭐, 마음대로 하라 그래..
어차피 마리가 왕페이가 여기서 사는 것을 마리가 허락해 줄 리가 없다.
여기는 도장도 아니고..
마리가 비상식인도 아니.....고?
음, 일단 스즈나 왕페이보다는 상식인의 범주에 속하니까.
거기에 왕페이를 여기에 살게 해주면 나랑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뻔한데 그래도 나에게 애정이 많은 마리가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잘 부탁드립니다.”
“..........”
“..........”
그럴 리가 있었다.
마당 청소를 끝낸 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 마리에게 식사를 부탁하러 돌아오니..
룰렛게임에서 이긴 왕페이가 승리포즈를 취하며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내게 말하였다.
“저기 마리...?”
“.......”
마리를 부르자 식은 땀을 흘리며 아무런 말 없이 그저 내 시선을 피한다.
어이.. 시선 피하지 말라고.
“치사해~!! 나도! 나도 그러면 여기서 살게 해달라구~!!”
“스즈 너는 신사에나 다시 돌아가!”
“그래요! 무녀는 얼른 신사에나 돌아가라구요!”
“마리 너는 나한테 지금 할 말이 있지 않을까?”
“.........”
스즈의 뗑깡에 내가 태클을 걸자 이때다 싶어 마리가 스즈에게 표적을 돌린다.
그러나 그리 단순히 넘어가지 않는다.
나 지금 굉장히 화났다고 마리...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설명해보도록 하실까?
“흐에엥~ 사부랑 관장이 나만 왕따시켜~! 나도 사부인데~!”
“스즈 너 그 설정 아직까지도 가져가고 있냐?!”
물론 왕페이가 나를 사부라고 부르는 것을 나도 굳이 정정하고 있지는 않다만..
스즈 본인이 지금 마리와 나를, 그리고 자신을 관장과 사부1, 2로 사용하고 있다는건 조금...
이 녀석.. 언제쯤 그 설정에서 벗어날거냐고!
“괜찮습니다. 사부.”
“왕페이...”
울먹이는 스즈가 왕페이에게 안기자 왕페이는 품에 안긴 스즈를 쓰다듬어주며 상냥하게 말했다.
“원래 최약체란 그런 법이잖아요?”
“흐에엥!! 왕페이 너도 싫어!!”
상냥한 얼굴로 스즈에게 아직도 없어지지 않은 그 최약체 발언을 하며 다시 한번 스즈를 울렸다.
아니, 그러니까 아직도 그 설정 안 끝난거냐고요...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뒤에 있던 룰렛게임의 점수판을 보니,
룰렛게임에서도 스즈는 최약체인 것이 증명된 것 같았다.
그래... 룰렛게임에서 진 거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다행인 것은 왕페이에게 육탄전으로는 진 것이 아닌 점이랄까...?
물론 그것도 스즈의 힘으로 이긴게 아니라 청룡의 힘으로 이긴거라 뭐라 말하기 어렵다만..
아무튼! 그 결과 드디어 왕페이를 쫓아낼 수 있었나 했는데 마리 이 사람이...
룰렛게임의 결과를 보며 생각하던 나는 갑자기 또 한번 마리가 원망스러워져 마리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마리는 이런 내 눈빛에 다시금 내 시선을 피하며 웅얼웅얼 말한다.
“그... 그치만.. 이 승부에서 이기면... 제, 제가 색기왕이라고 인정한다 그랬단.. 말이에요...”
그렇게까지 색기왕 타이틀이 달고 싶었던 겁니까..
이래저래 몸집이 작다고 치이는 마리가 은근히 불쌍해지는 모습이었다.
그건 그렇고 마리 너는 전부터 느끼는거지만 의외로 도발에 너무 약하다고..
그것 때문에 지금 왕페이가 나한테 사랑의 힘인지 뭔지 훔치러 온다고...
“그럼 사부2! 저에게 사랑의 힘을 가르쳐주시렵니까?”
“그런거 없다고 몇 번을 말해요!!”
“뭐, 가르쳐주시지 않는다면 훔칠 뿐입니다.”
“대체 어떻게 하면 믿어주려나....”
그냥 왕페이에게 공격을 한 번 해서 바로 져버리고 말까?
왕페이에게 내가 처참하게 당하면 내가 약하다는 걸 알고 그냥 넘어갈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나는 아까 전 교회의 문을 박살내는 왕페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니, 이건 승부에서 지는게 문제가 아니라 한방 잘못 맞으면 골로 가버리겠는데...
이건 패스하기로 하자..
그건 그렇고 스즈..
너 임마, 너 때문에 지금 이상한 사랑의 힘인지 뭔지 오해가 생겼는데 그만 울고 얼른 이 오해나 해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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