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 20. 수라장
* * *
“어디 가슴 모양으로 한 번 승부해보자고요!!!”
“마리!! 넘어가면 안된다니까?!?!”
이성이 끊어진 마리가 자신의 옷을 훌렁 벗으며 소리치기에 나는 당장 그런 마리의 행동을 저지하려하였다.
안돼..! 이러다가는 또 지난번처럼 이상한 전개로 이어져!!
3P도 힘들었는데 이러면 또 4P로 이어지는 전개가 되어버린다고?!
아, 아니..!! 물론! 3P, 4P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싸움에 쓸데없는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된다는 그런 이야기다!
그리고 그 쓸데없는 희생자는 내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으니까!
“호오~ 제대로 한 번 승부해 보자는 거구나!”
“그 싸움.. 저도 참여해도 괜찮겠습니까.”
“하지마!! 스즈 너는 지금 뭘 도발하면서 승부하려는 거야! 얼른 옷 다시 올려! 그리고 왕 페이 당신도 얼른 둘 중 하나라도 말리라고!!”
“승부에서 도망치는건 겁쟁이나 하는 법이에요!”
“도망치는게 아니라 내가 하지말라고 말하잖아!!”
“이 승부에서 무언가 얻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얻어가는거 없으니까 당장 그만두라고!!!!”
허억... 허억....
하아... 진짜... 이제는 머리가 아픈게 문제가 아니라 너무 태클을 걸어서 그런지 목까지 쉬려고 한다.
제발 부탁이니 그만두라고...
“저, 전... 가슴이 작지 않아요..! 이래봬도 가슴 중에는 꽤 평균 이상에 속하는 가슴이라구요..!”
“마리 부탁이니 너마저 저기에 넘어가지 말아줘..”
진짜로 부탁이다.
나 혼자서는 이제 이 상황을 정리하기 너무 어렵다.
안 그래도 마리가 합동해도 말리기 힘든 판이었는데 마리까지 이러면 나 진짜 답이 없다.
내가 문제인걸까...
여기선 그냥 스즈조차 포기할 정도로 강하게 마리가 좋다는걸 어필하는게 좋은 것일까?
알 길이 없지만 일단 마리를 진정시키려면 마리에게 어필을 하는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 나는 계속해서 옷을 벗으려는 마리를 저지하려 마리를 뒤에서 꽉 껴안았다.
“마리! 나는 충분히 네가 좋으니까 이제 그만해!!!”
뭉클..
어...? 뭔가 뒤에서 꽉 껴안으니까 뭔가 부드러운게 만져지는데..?
분명히 마리가 포동포동한 살결이라 만지면 부드러운게 맞긴 했다.
하지만 이건 뭔가 그런 느낌과는 달리 특별히 좀 더 뭐가 만져지는게...
“남편..?”
“어....”
그런 특이한 느낌에 나는 내가 껴안은 마리의 모습을 바라보자..
뒤에서 마리의 가슴을 꽉 움켜잡은 채 마리를 내 쪽으로 꽉 끌어안고 있었다.
“남편...”
“어... 저기.... 마리.. 이건 그게 말이지...”
“역시 제 가슴이 가장 좋은거군요?”
“어... 어어!! 그래! 맞아!!”
마리의 가슴을 안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내가 당황하고있자 마리가 기쁜 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그래. 그런걸로 하자.
일단 마리의 가슴이 가장 좋다는 말이 마리가 가장 좋다는 말인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그래. 그런 걸로 그렇게 끝내자..
“흐흥...”
“다, 달링... 지, 지난번에는 큰 가슴이 좋다고...”
“남자들은 가슴이 큰 것보단 작은 걸 좋아하는 것인가요. 이건 신기하군요.”
그런거 아니다...
그리고 아까부터 말하지만 마리는 가슴이 작은 편이 아니라고...
평균적인 여성의 가슴으로 따지자면 마리는 엄청은 아니라도 평균은 살짝 이상의 가슴이다.
오히려 그쪽들이 약간 꿈의 형태와 크기를 가지고 있을 뿐인거다.
“어라? 뭔가 지금 달링이 제 가슴을 보는 표정에서 뭔가 있었는데요?”
“그럴 리가....”
“흥. 패배했다고 이상한게 보이는 건가요?”
큰일날뻔 했다...
스즈가 본인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아쉬워 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가버렸는데..
그걸 그 짧은 순간에 캐치해내다니..
스즈 이 무서운 녀석...
평소에 그렇게 생각없고 눈치없어 보이는 녀석이 어째서 이런 내 시선에만..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마리가 자신이 이겼다는 우월감에 스즈의 그런 눈치를 패자의 울부짖음으로 치부했다는 것.
정말로 다행이었다.
“관장은 가슴의 크기를 실력으로 모두 옮겼나보군요. 역시 무도인에겐 이런 지방덩어리는 필요없다는 것인가요?”
“..........”
왕 페이 역시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며 비꼬는 것이 아닌 순수한 의도로 마리에게 물었다.
아니, 그러니까 너희들 왜 갑자기 자기들 가슴을 주무르고 그러냐고!!
이거... 내 행동 잘 먹힌거 맞지?!
지금 내 행동을 보고 실수인걸 눈치채고 그냥 마리를 놀리거나 내 시선을 끌어내려고 그런 식으로 비꼬는게 아닌거 맞지?! 그런거지?!
일단 둘 다 머리가 나빠보이니 그런 심오한 뜻이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순수하게 자신들의 가슴을 주무르며 마리에게 묻는 모습이 참...
뭐랄까.. 이래서 순수악이란게 존재하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정신차리자.
지금 자신들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는 저 모습을 보아선 안된다!
저건 순수한 행동일 수도 있지만 나중에 잘못 걸려서 꼬투리라도 잡히는 순간 바로 수라장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어떻게든 저 둘이 스스로 가슴을 주무르는 장면을 바라보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후훗. 여자의 매력은 단순 가슴의 크기만에서 나오는게 아니죠. 그러니 당신들이 저에게 진 것은 당연한 이치에요!”
이런 내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이 선택된 마리는 스즈와 왕 페이에게 거들먹거렸다.
아니, 그렇게까지 거들먹거릴 이야기는 아닌데 말이지..
내가 그렇게까지 마리에게 신뢰도가 떨어졌던건가..
왠지 모르게 반성을 하게 되고 말았다.
“맞아요. 여성의 매력은 가슴에서만 나오는게 아닙니다. 그러니 사부2! 저의 각선미를 한 번 봐주시죠!”
“여기서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간다고?!”
마리의 거들먹에 왕 페이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차이나 드레스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그 매끈한 다리를 나에게 내밀었다.
저번에는 가슴, 이번에는 각선미란 말인가...
아니, 확실히 싫어하진 않는다.
다리가 예쁜 사람은 좋지.
하지만 여기서 갑자기 그렇게 다리를 보여준다고 해도 그게 과연 좋은 일인지 전혀 모르겠는데..?!
“갑자기 뭐하시는건가요!”
왕 페이의 뜬금없는 매력 어필에 마리 역시 당황하며 왕 페이에게 소리친다.
그러나 왕 페이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소리치는 마리를 보며 말하였다.
“이길 수 없다면 이길 수 있는 부분으로 승부를 한다! 그것이 싸움의 기술이지요.”
“누구랑?! 뭘 위해 싸우는데?!”
“당신의 사랑의 힘을 위해?”
“아무리 봐도 이상하잖아!”
“........”
“스즈 뭘 아무렇지도 않게 다리를 이쪽으로 쭉 뻗으려고 하고 있는거야!!”
“.......”
“마리도 갑자기 치마를 찢으려 들지 마!! 다리에는 흥미 없어!!”
“어, 없나요?”
“정말로?”
“진짜 없어요?”
“..........”
마리에게 소리치자 마리가 살짝 반색하며 묻는다.
왕 페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다.
스즈 역시 여전히 다리를 뺀 상태로 내게 묻는다.
왠지 세 명의 여자가 나를 이렇게 몰어넣고 그렇게 물으니 아니라고 말하기 뭐해진다.
아니, 갑자기 그렇게 물으면 왠지 내가 다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잖아!!
그런 식으로 나를 다리 페티쉬로 몰고 가지 말란 말이야!!
무언가 압박감이 있는 셋의 질문에 내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마리가 다시 치마를 찢으려 한다.
“마리?!”
“역시 관심이 있으시군요.”
“아니라니깐?!?”
“거짓말은 무도인에게 죄악입니다.”
“무도인 아닙니다!!”
“저 다리도 자신있어요! 일단 마리안느보다는 키도 크고 잘 빠졌어요!!”
“그러니까 왜 자꾸 승부하려고 하는거야! 그리고 왜 마리한테만 그런 공격을 넣는건데! 왕 페이보다도 좋다고 말해!”
“.....거짓말은 좋지 않아요.”
“거짓말로라도 말하라고! 너 때문에 지금 마리가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로 치마를 찢어버리려고 하고 있잖아!”
왕 페이의 다리를 슬쩍 바라본 스즈는 나에게 그렇게 말하며 다시 자신이 어필을 하려한다.
아니, 이 녀석... 뭐가 어찌 됐든 꼴지는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인가..?!
아니, 그렇다고 갑자기 마리를 공격하지 말란 말이야!!
애초에 마리도 너희들에 비해 키나 몸집이 작은 것 뿐이지 비율이 나쁜게 아니다.
그러니까 자꾸 마리의 몸집이 작은걸로 마리가 제일 안 좋다는 식으로 말하지 마!!
“마리! 이 녀석들의 말은 걸러들어! 난 그냥 마리면 괜찮아!”
“아내의 눈치를 보느라 고생이 많으시군요~”
“그런 소리 하지 마!!”
“역시 사랑의 힘이 있다면 그런 식으로 뭐든 사랑해주는겁니까.”
“그러니까 아니라고 하잖아!! 난 그저 마리가 좋다고 했을 뿐인데 너희 자꾸 마리가 제일 아래라는 듯이 말하지 마! 자꾸 그러면 진짜로 화낸다!!”
“화는 어떤 식으로 내시나요~? 역시 그 때처럼 이성을 잃고 혼내주시는건가요?”
“사부를 혼낼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부2라니.. 저도 이성을 잃은 그 모습 보고 싶군요.”
“마리!! 치마는 그만 찢고 이정도까지 네가 좋다고 말하는데 좀 도와주면 안될까?!”
“에헤헤....”
“쑥쓰러워 할때가 아니잖아?!!”
분명히 아까 전 가슴을 만질 때 이게 잘 먹힌다 싶어서 그 컨셉을 이어가려 했더니...
마리가 이제 그냥 쑥쓰러워하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스스로의 함정을 파버리고 만 것인가?!
이건... 큰일 났다고 볼 수 있었다.
마리의 도움을 받기 위해 마리를 그렇게 칭찬했는데 마리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건 큰일이야!!
어째선지 내가 이성을 잃는 것에 흥미를 보이는 스즈와 스즈의 반응에 함께 관심을 보이는 왕페이.
그리고 쑥쓰러워하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버린 마리를 보며...
나는 일단 여기서 어떻게 도망칠까 생각하며 최대한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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