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 19. 정신 나갈 것 같애!!
* * *
“역시 사랑 우정 희망의 힘은 이길 수 없는 건가요..!”
스즈의 말에 왕 페이가 좌절하며 바닥을 친다.
아니 어째서 거기서 그런 말이 나오는건데!!
“아니! 사랑의 힘을 이길 수 없어!”
“어이?! 뭔가 질문도 이상하지만 대답 역시 너무 이상한데?!”
왕 페이의 좌절에 스즈 역시 거들먹거리며 대답했다.
아니, 갑자기 거기서 왜 사랑, 우정, 희망이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을뿐더러...
거기에 왜 사랑의 힘이 최강인건데?!
“흐흥~ 너도 사랑을 하게 되면 알게 될거야. 그렇죠? 달링~?”
“아니... 나는 스즈랑 사랑을 한 적은 없는걸로 기억하는데?”
“에?! 무슨 소리에요! 이미 이렇고 저런 짓은 다 해놓고선!”
“그건 그쪽에서 갑자기 마리랑 승부하다가 식신으로 난동부려서 그런거잖아!”
“하지만 제 가슴이 좋으니까 제대로 선택을 못해서 그렇게까지 간거잖아요!”
“........”
“남편?”
스즈의 말에 내가 아무런 반박을 못하자 이번엔 옆에서 나를 껴안고 있던 마리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니... 팩트폭격에는 대항할 방법이 없잖아.
스즈 이 녀석...!
치사하게 팩트로 승부하다니..!
정정당당하게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란 말이야..!!
아니, 그렇게되면 오히려 이쪽이 손해인건가..
사실 어느 쪽의 선택을 하더라도 이쪽이 손해를 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 달링은 절 사랑하는게 맞는거 아닌가요?”
“남편?”
대답 잘 해라..
그렇게 말하는 듯 마리가 스즈의 말에 마리가 이쪽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니... 갑자기 마리까지 껴서 나한테 그런 압박을 넣지 말아줘..
나 정말 이런거 곤란하다고.
“크, 크흠...!!”
두 여자의 압박에 나는 일단 헛기침을 하며 이 대화의 맥을 끊어보려 하였다.
“.....”
“.....”
그러나 두 사람은 여전히 이 상황을 끊을 생각이 없는지 계속해서 내 대답을 기다리는 상황.
아니, 그러니까 저번부터 나한테 자꾸 그런 식으로 압박을 넣지 말란 말이야...
계속 이런 식이면...
나 저번처럼 또 도망가버릴거야.
물론.. 다시 잡히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도망갈 수 있을 때까지 도망가본다.
그것이 남자라는 것이다.
남자라면 삼십육계 줄행랑이지 암..
“가슴이라면 저도 지지 않을 것 같은데..”
“당신이 거기서 왜 튀어나와!!”
스즈와 마리의 압박에 안 그래도 정신나갈 것 같은 이 상황에 갑작스럽게 왕 페이마저 참전하였다.
“그렇지만 그게 사실인걸요!”
“그런걸 말하는게 아니야!!”
자신의 가슴을 강조하며 어째서인지 자랑하듯 말하는 왕 페이의 행동에 태클을 걸 수밖에 없었다.
나한테 가슴 자랑 하지마!
PTSD올 것 같다고!
그 가슴 때문에 내가 무슨 일이 있었는데!
“덧붙여 가슴도 좋긴 하지만, 저의 차밍 포인트는 역시 이 각선미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까 갑자기 무슨 자기어필이냐고!!”
함정인가?! 공명의 함정이 무언가 일으킨거냐?!
“툭까고 말해 사랑의 힘을 얻고 싶습니다!”
“너무 툭까놓고 말하는거 아니냐고!!”
스즈의 쓸데없는 이야기 때문에 왕 페이마저 이상한 어필을 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사랑의 힘따위 없다고!!
나는 스즈를 사랑하지 않고 내 아내인 마리를 사랑한다!!
사랑... 할걸?
으음.. 할거다. 아마도..
“남편... 방금 너무 격한 반응이라 읽고 싶지 않았는데 생각이 읽혀버렸어요.”
“미안해. 내가 잘할테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말아줘...”
강제로 생각을 읽는다거나 읽히는 능력은 정말로 곤란한 것 같다.
“하지만 가슴 좋아하시는거 맞잖아요!”
“가슴도 좋지만 각선미는 어떠십니까! 튼실한 다리는 누구나 눈이 가는 법이니까요!”
“남편!!”
“........”
나한테 왜이러는거야!!
안 그래도 스즈와 마리만 있을 때도 곤란해 미칠 것 같았는데 여기에 왕 페이까지 가세하니 정신 나가버릴 것 같다.
나는 그냥 가슴이고 다리고 예쁜 여자고 착한 여자고 다 좋다고!!
모쏠아다라는건 그런 거잖아!!
아니, 이제는 아니긴 하다만 아무튼 남자라면 여자를 좋아하는게 이상한 게 아니잖아!!
왜 나한테 자꾸 무언가 하나에 집착하라는 듯이 강요하는건데!
나에겐 특출난 페티시 같은건 없다.
따라서 그냥 평범한 남자들이 좋아하는건 나도 그냥 좋아한다.
단지 그럴 뿐이다.
그러니 누군가 하나를 선택하라는 건 어떻게 선택하기 힘들다.
뭐,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한 사람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역시 그나마 이 중에서 정상인인 마리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이쪽을 노려보는 마리를 바라보았다.
“.......”
여, 역시 아닌가...?
아.. 아냐!! 분명 맞을 것이다.
역시 내가 제일 처음 만난 여자이기도 하고 처음 몸을 섞었던..
내 본처는 마리일 수밖에 없다.
아니, 본처라니..!!
애초에 나는 하렘을 차릴 생각이 없었다.
어느새 스즈에게 이상한 사상을 옮아버린건가!
위험하다. 역시 제대로 어울리면 안될 녀석이다.. 스즈..
“계속 마리만 바라보는건 너무한거 아닌가요! 그렇게 눈치만 보실 필요는 없다구요!”
“그렇죠. 원래 힘을 가진 수컷이라면 여러 여자를 거느리는건 당연한 이치. 그러므로 저에게도 그 사랑의 힘을 나눠주시지요.”
“둘 다 시끄러워!! 스즈! 자꾸 그렇게 가슴을 강조하면서 이쪽에 달라붙으려 하지 마! 그리고 왕 페이! 당신도 욕망을 드러내면서 나한테 사랑의 힘인지 뭔지 얻어가려고 하지 말라고!!”
“남자가 쪼잔하시군요.”
“그런 소리 하지마!! 요즘 세대에 그런 말은 성차별적인 발언이라고!”
“제가 가슴으로 유혹하면 싫은건가요! 그 얼굴에 비벼드릴 수도 있는데!”
“.......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하는게 아니야!!”
“남편?”
“마리! 아니야! 이건... 그! 대답하기 곤란한 이유가....! 그런게 아니라..! 아악!! 정신없어!!!”
정신 나갈 것 같애!!!
진짜 차라리 이럴거면 저번에 내 이마에 심어준 거머리라도 다시 심어줬으면 하는 심정이다.
차라리 이성이라도 날아가버린다면 그냥 내 탓이 아니었다고 할 수 있으니까.
하아... 도대체 어쩌다가 갑자기 이런 전개가...
그냥 남들이 보거나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여자들에게 휘둘리는 하렘 주인공의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면 안다.
진짜 정신 나갈 것 같다.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옆에서 마누라는 계속 눈치를 주지, 그와중에 첩 같은 녀석은 계속 매력 어필을 해오지, 그 와중에 갑자기 나타난 다른 여자가 또 들이댄다.
이럴거면 차라리 나를 세계관 최강자로 만든 세계에서 이런 상황을 겪게 해줘!!
왜 하필 나를 무능력자로 보내놓고서는 이런 전개를 겪게 하는건데!
그 때의 사신이.. 이 세상이 원망스러워지는 지금이었다.
“저기, 슬슬 남편이 곤란해하니까 그만 두도록 하죠.”
“마리....”
진짜 도무지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마리가 다행히 이런 내 생각을 읽어주었는지 지난번과 다르게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역시 남편 사랑은 마누라밖에 없어.
마리의 행동에 내가 감동한 표정으로 마리를 바라보자 스즈가 갑자기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마리에게 대답한다.
“그건 마리안느가 어필할 매력이 없으니 그만두자는 거지?”
“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돕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그러니 제게도 그 온정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십쇼!”
“하아...?”
마리의 정리에 스즈의 태클과 왕 페이의 이상한 논리가 날아들어온다.
그런 둘의 반응에 마리 역시 당황하며 이쪽을 바라본다.
아니, 내가 곤란해서 마리 네가 정리해주려고 한건데 갑자기 나한테 도움을 청하는 눈을 보인다 한들...
나 역시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조금 다행인 것은 마리가 지난번과 달리 조금 정상적이라는 점?
오늘 아침에 마리와 꽤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은 다행인 점이었다.
그러지도 않았으면 마리마저 압박해서 어떻게 될 뻔했어.
“자... 일단 뭔가 과열된 것 같으니 조금 진정하고...”
그런 마리의 기특함에 나 역시 어떻게든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말을 이어갔으나 스즈와 왕 페이는 전혀 그만둘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너무 마리한테 휘둘리시는거 아니냐구요! 제 어디가 어때서 그러는 건가요? 설마 달링은 시스터 페티시가 있나요?”
“갑자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시스터복의 각선미가 보고 싶으신 거였나요? 그렇다면.. 관장님! 저에게도그 시스터복을!!”
대체 뭐가 하고 싶은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완전히 정신없는 둘이 반응에 멀뚱멀뚱 서로를 바라보는 마리와 나 였다.
야... 너두? 야.. 나두!
어이가 없어 죽겠다 그냥!!
“하아... 저기 미스즈. 또 지난번처럼 이상한 전개로 넘어가기 싫으니 우선은 우리 조금 진정하고 이야기를 해보자.”
“그럴거면 마리안느 너도 얼른 달링에게서 떨어져! 아니면 나도 제대로 안기게 해서 마리안느의 작은 가슴이랑 비교할 수 있게 해주던가!”
“지금... 뭐라고 했어?”
“아.....”
스즈의 가슴 공격에 마리의 이성의 끈에 금이 가기 시작한 듯 했다.
아. 아냐...! 넘어가지마..! 마리! 그 도발에 넘어가면 적의 뜻대로 되는 것이다!
그런 얕은 도발에 넘어가면 안돼!
“마리안느의 가슴은 절벽이래요!!”
“절벽 아니거든요!! 누가봐도 훌륭하게 남들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달려 있거든요!!”
“어차피 가슴은 상대적인 거거든~!!”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스즈의 도발에 마리가 화를 내며 말하자 이번에도 역시나 도발하며 스즈가 소리친다.
마리.. 우선 진정해! 스즈보다 가슴이 작은건 알겠지만 네가 말한대로 너는 작은 가슴이 아니야!
저런 도발에 넘어가서는 안되는거야!
“확실히 관장이 저희 중 가장 가슴이 작긴 하군요. 가슴이 작아야 강력해지는 것일까요?”
“............”
픽.
어떻게든 스즈의 도발은 참은 마리였으나 뒤에서 순진한 척 자신의 가슴을 만지며 말하는 왕 페이의 말에 마리의 이성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