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 18. 전투(3)
* * *
스즈의 갑작스런 행동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은 채 태연한 표정으로 손님이 대답했다.
아니, 그러니까 그래도 괜찮은 거냐고.
방금까지 뭔가 훈훈한 분위기로 끝내려고 했었잖아.
물론, 아까 전 마리가 스즈에게 조금 협박식의 전개를 보여주긴 했지만..
손님은 그런 마리의 행동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같아 보였는데.
설마 스즈처럼 아닌척하면서 들을거 다 듣고 저렇게 행동하는건가?
“이런 전개에서 2회전이라니, 뭔가 두근두근 하는군!”
“.......”
그냥 멍청이었어!
왜 2차전을 하는지의 이유따위는 상관없었다.
그저 2차전을 하는 것만으로 저렇게 불타오르는 손님의 행동을 보자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 이 사람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뭔가... 그냥 스즈는 그래도 순수..? 조금, 모자란 녀석이라 가르치거나, 마리처럼 특성을 이용한다고 하지만..
저 사람은 정말 말 그대로 너무 멍청해서 아무런 손을 댈 수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큰일났어...!
결국 이런 이상한 사람이랑 엮여버린 것 같아! 어떻게 좀 해줘!!
“그러면 다시... 청룡!!”
“크오오!!”
“.....”
네가 고생이 참 많아.
스즈의 외침에 다시 울음소리를 내며 전투태세를 취하는 청룡을 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일단 어떻게든 된거겠죠.”
“어... 뭔가 되긴 된 것 같은데..”
이대로 괜찮은걸까?
마리의 질문에 대답하며 나는 조금 곤란한 얼굴로 다시 싸움을 준비하는 둘을 바라보았다.
“그럼 아까는 청룡의 특기를 보여드렸으니 이번엔 청룡의 필살기를 보여드리도록하자.”
“필살기라.... 너 이걸 위해서였구나!”
“........”
아닐거다.
아닌거라 확신한다.
무조건 아니다.
스즈의 발언에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손님의 반응에 나는 속으로 그런 태클을 걸었다.
하아... 그리고 그 필살기라고 하는거 굉장히 불안하다.
이번에도 무언가 문제되는 기술명을 말하지 않을까하는 그런 불안감..
“자, 그럼 청룡..! 하이드로 캐ㄴ..!!”
“와아아아아아아!!!!”
어찌된게 그 불안감을 틀리지 않았다!
역시나 그거였냐고!!
아까 전 청룡의 특기라며 발사한 ‘그’ 기술의 상위호환 기술이 나왔다.
아니, 그러니까 그거 여러 가지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기술이니까 쓰지 말라고!!
이 싸움이 끝난 뒤 나중에 스즈에게 잘 말해 두어야겠다.
기술이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한다만...
일단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명을 좀 바꾸라고 당부할 필요성이 있었다.
“크르르르르...!!”
스즈의 명령에 청룡이 다시 기를 모으기 시작한다.
아까전의 장면과는 별다른 장면이 없었다.
손님 역시 아까 전과 같이 그 기술을 받아내려는 듯 청룡이 기를 모으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2차전이라고 말하며 아까전과 다를 바가 없는 상황.
그러나 내가 알기로 지금 ‘이’ 기술은 아까 전 ‘그’ 기술보다 더욱 강하다.
그러니까 아까 전 기술로 팔을 후들거리던 녀석이 지금 이 기술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생각하기로는 조금 회의감이 드는게 사실이다.
어떡하려고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받아내려고 하는걸까.
분명 아까전 받아냈을 때 이미 엄청 힘들어 보였고 심지어 그 기술을 받아낸다고 체력도 다 썼을 텐데.
뭔가 소년만화처럼 궁지에 몰리면 강해지는 그런 타입인건가?
그런걸 위해 도장깨기를 계속해서 하는...
“꺄아아앗!!”
그런 반전 따위 없었다.
결국, 아까와 같은 전개가 이어지고 그냥 평범하게 손님이 청룡의 기술에 당해버렸다.
그것도 아까와 같이 태연하거나 여유가 있어보이는 것도 아닌 비명을 지르며 철저히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능력적인 면에서는 스즈가 더 강하다는 이야기인가!
뭐, 일단 아무리 식신은 식신이라고 해도 청룡이니까 강할 수밖에 없겠지.
음.. 강하다 청룡!
엄청나다..!
분명히 스즈가 이겼는데 스즈를 칭찬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냥 전부 청룡이 한 느낌이다.
“달링~ 이겼어요!!”
“아... 응.”
손님을 쓰러뜨리자 만세를 외치며 방방 뛰는 모습으로 나에게 말하는 스즈였다.
그런 스즈의 반응에 나는 얼떨떨한 미소를 지으며 그냥 잘헀다고 엄지를 올려주었다.
“헤헤~~!!”
“어딜 오시는건가요.”
나의 엄지를 받은 스즈가 들뜬 상태로 나에게 달려오자 중간에 있던 마리가 스즈를 막아섰다.
“뭐야~! 제대로 이겼잖아. 그러니까 나도 달링에게 제대로 칭찬받을 권리가 있어!”
“패자를 저런 식으로 내버려두고 오다니. 당신은 강호의 도리도 모르는 건가요?”
“아...!”
바닥에 쓰러진 손님을 가리키며 마리가 말하자 스즈는 그제야 눈치챈 듯 손님에게 달려갔다.
아니, 강호의 도리가 뭔데...
뭘 하는건데?
마리의 지적을 이해하지 못한 나는 마리를 바라보았다.
이런 내 생각을 읽은 마리는 나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냥 말해본거랍니다.”
“응?”
“그냥 이런거에 분위기 잘 타는 미스즈니까 이렇게 말하면 알아서 저 사람한테 달려가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해본거에요.”
“그, 그러니까 그냥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네. 그냥 있어보이는 말을 했을 뿐. 남편을 빼앗기는건 싫거든요.”
마리가 내게 팔짱을 껴오며 그렇게 말하였다.
귀엽네 우리 마누라..
팔짱을 낀 마리의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 머리라도 쓰다듬어줄까하는 생각을 하다 정신을 차리고 손님에게 달려간 스즈를 보았다.
스즈를 그냥 가만히 두면 뭔 짓을 할지 모르니까..
하아.. 저 녀석, 날 보고 달링, 달링 거리지만 그냥 손이 많이가는 애를 보는 느낌이다.
“괜찮나요?”
“으윽...”
스즈가 바닥에 쓰러진 손님에게 묻자 신음을 내며 괴로워한다.
“마리안느!! 이거 힐 좀 해줘~!!!”
“제 이능력은 힐이 아닌데요.”
“시스터라면 힐 정도는 기본으로 할 수 있는거 아니야?”
“시스터를 뭐라고 생각하시는 거에요!!”
당연하다는 듯 마리에게 힐을 요구하는 스즈의 발언에 마리가 태클을 걸었다.
아니, 확실히 시스터라면 그런 이미지가 있기는 하지만...
아니, 그런데 그러는 그쪽도 무녀라서 뭔가 힐 정도는 할 수 있을 이미지인데요?!
뭔가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할 수 없지. 그럼 그냥 내가 하는걸로.”
“할 수 있는데 그런거냐고?!”
마리의 태클에 스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부적을 하나 꺼내 초록빛의 나비 식신을 소환하였다.
아니, 본인이 힐을 할 수 있으면서 왜 굳이 마리에게 그런...
그건 그렇고 스즈 의외로 너무 만능이지 않아?
이능력자체가 그저 식신을 소환한다라는 광범위한 능력이라 그런지...
저번 나에게 이성을 잃게 만드는 것도 그렇고 고릴라, 청룡, 힐 나비 등등
여러종류로 여러 곳에 활용할 수 있다는게 완전 만능이다.
......저 약간 모자란 두뇌가 그 만능 활용도를 상쇄시키는 기분이 들지만.
뭐, 어떻게 보자면 세상이 밸런스 패치를 해줬다고 봐야 하겠지.
“음..? 뭔가 지금 달링이 나에게 대한 안좋은 생각을 한 기분이에요!”
“그, 그러지 않았는데?”
“으음... 여자의 감이 지금 그렇다고 말하고 있는데.”
“아니야. 착각이야.”
“정말 그런가요?”
“무, 물론이지. 날 못 믿는거야?”
“아뇨. 믿어요!”
헤헤...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나의 어설픈 거짓말을 믿어주는 스즈였다.
아니, 여자의 감으로 마리처럼 생각을 읽는 능력마저 갖춰버리면 어떡하냐고요.
뭐, 다행히 이런 어설픈 거짓말로도 속아넘어갈 정도라서 완벽한 능력까진 아니었다만..
“하아...”
스즈가 소환한 나비가 손님의 주위를 돌아다니자 녹색의 빛이 손님에게 스며들기 시작한다.
빛이 스며들자 고통에 신음하던 손님 역시 편안한 표정이 되어간다.
제대로 회복시키고 있나보네?
어설퍼보이지만 의외로 식신의 효과들은 확실한 스즈였다.
“지고 말았군.”
“흐흥..! 똑바로 정진하도록 하세요. 저는 이 도장의 최약체니까 말이죠~”
그 설정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던거야?!
분명 마리가 스즈를 도발하는 순간 끝나버린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최약체라는 설정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크윽... 설마 드디어의 100번째 도장이 이런 최강의 도장이었을 줄이야..!!”
“아니, 그러니까 여기는 도장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언제까지고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다.
아니, 그건 그렇고 도장이 아닌데 도장깨기를 하고 다닌 이 사람을 지금 우리 가 쓰러뜨려버린 것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후훗. 어쩔 수 없네요. 제가 조금 연습에 상대해드리도록 할까요?”
“뭐...?”
“약한자의 마음은 약한 사람이 잘 아는 법이니까요.”
“.......”
“어이..?! 뭔가 지금 훈훈한 분위기로 흘러가려는 것 같은데 스즈 너 최약체 설정 그대로 가져가려고 하지 말라고!! 약하지 않잖아!! 그리고 거기 그쪽도 아무런 말 없이 감동먹은 표정 짓지 말라고요!!”
“이런건 분위기가 중요한 법이라구요. 달링~”
“그러니까 그 분위기를 타지 말라고 하잖아!!”
벌써 몇 번이나 이상한 분위기를 타는 이 녀석들의 맥을 끊으려 노력해도 제대로 끊어지지 않는다.
“제 이름은 왕 페이라고 합니다. 잘부탁드립니다 스승님!”
“그러니까 그쪽도 이제 그만 좀 사람 말을 들어!!”
“어떻게하면 스승님처럼 강해질 수 있는걸까요?”
내 말은 끝까지 무시한 채 스즈를 스승으로 섬기기 시작한 왕 페이가 진지한 얼굴로 스즈에게 묻는다.
“글쎄~~ 역시 사랑의 힘이 아닐까?”
“사랑의 힘...!”
스즈는 왕 페이의 질문에 그렇게 말하며 내 쪽을 바라본다.
아니, 그런거 아니잖아! 본인의 힘이잖아! 애초에 사랑따위 없잖아!
스즈의 시선에 왕 페이 역시 나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뭔가 또 이상한 전개가 시작되려는건 아니겠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