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 16. 전투
* * *
“자! 진정하시고.. 무슨 일이에요?”
“그게 말이지...”
두 녀석들의 이상한 반응에 지친 내가 마리를 껴안자 마리는 나 역시 진정시키며 상황을 정리한다.
나는 그런 마리의 태도에 조금 진정하며 지금까지 있던 상황을 정리해 말하였다.
“도장...깨기....?”
“그렇지! 역시 마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나의 설명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마리에게 나는 동의를 구하였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교회에 도장깨기를 하러 온다는건 이상하잖아!
역시 내 아내! 우리 마누라가 짱이다!
“대체 뭘 어떻게 하면 교회랑 도장을 착각할 수 있는건가요?”
“그래! 잘한다! 계속 말해라!”
“교회면 도장이랑 헷갈릴 수 있지!”
“스즈! 이상한 소리 그만해!”
“도장이 맞으면서 왜 아닌척 하는거지?”
“당신은 이제 이 정도 했으면 도장이 아닌걸 눈치 좀 채라고요!!”
마리의 질문에 태클을 거는 둘에게 나는 재빨리 태클을 건다.
얼른 마리.. 이 이상한 녀석들을 처리해줘!
“어떻게 하면 도장이랑 착각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미스즈.”
“음.. 신에 대한 도전?”
“아니! 전혀 상관없잖아!!”
“그리고 확실히 말씀드리지만 여긴 도장이 아닙니다.”
“그럴 리 없다!”
“그렇다고 아까부터 몇 번을 말해요!!”
틀렸다.
마리가 참전해서 둘에게 태클을 거는걸 아무리 해봐야 먹힐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아!
둘의 반응에 어이없어 하는 마리의 얼굴에 나 역시 황당한 표정을 취하며 마리를 바라보았다.
“하아... 뭔가 이상한 녀석이 또 온 것 같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 일은 어쩌면 좋다냐..
머리를 쥐어싸메며 한숨을 쉬는 마리에게 나 역시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어쨌거나 네가 여기 관장이라는 것이군!”
“......그런 걸로 해두죠.”
“포기했어?!”
포기하지마! 포기하는순간 거기서 끝나버린다고 마리!
“마리안느가 최종 보스라는게 마음에 안들긴 하지만 마리안느의 교회니 봐주도록 하겠어.”
“왜 스즈 네가 거들먹거리는건데?!”
아까 전부터 태클 거는 것을 끊을 수가 없었다.
“자! 그러면 저기 관장님도 나타나셨겠다. 저와 한판 해보도록 할까요?”
“한판 해보긴 뭘 해! 왜 자꾸 그렇게 한판 해보려고 하는거야?!”
“그런 흐름이잖아요!”
“아니거든!!”
“확실히 나도 제대로 해보고 싶군. 아까전 관장은 없다고 날 속이더니 결국엔 관장이 나타나는 이 상황에 조금 화가 나서 말이야.”
“당신이 아까 마리의 반응을 봤으면 알 거 아니야!! 이제 관장이 나타난게 아니라 그냥 포기하고 관장이라고 납득한거라고!!”
스즈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노려보는 손님에게 나는 이제 존대도 잊은 채 그렇게 태클을 걸었다.
하아... 진짜 안 그래도 하나만 있어도 골치아픈 사람들이 둘씩이나 되어버리니 이젠 나도 모르겠다.
“그럼 어디 사부의 실력을 보도록 할까?”
“바라던 바입니다.”
“.........”
“.........”
마리와 나의 의견은 무시한 채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손님과 스즈였다.
이젠 더 이상 지쳐서 태클을 걸 힘도 없었다.
마음대로 하십쇼...
저는 말리지도 않겠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둘의 모습을 지켜보자 마리는 나에게 어떻게든 해보라는 표정을 보내었다.
아니,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었으면 마리 네가 오기전에 상황이 어떻게든 정리가 되어있지 않았을까..
그러니, 그냥 난 이제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게 없다.
내 태클을 먹히는 것도 아니고...
나를 바라보는 마리에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로 고개를 절레절레 돌리자 마리 역시 한숨을 쉬며 둘을 바라본다.
도대체 뭘 하려고 저러는걸까...
보통 도장깨기라고 한다면 육탄전.
육탄전이라면 둘이 싸운다는 이야기..
당장 교회에서 뭘 하는 짓이냐고 말리고 싶지만 무능력자인 나였으며, 생각을 읽는 이능력의 마리였다.
다시말해 마리와 나는 둘 다 비전투원.
녀석들이 진심으로 전투를 시작한다고 한다면 말릴 수 있을리 없었다.
하아... 나중에 비품들이나 고쳐놓으라고 해야지.
박살난 문을 바라보며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한숨을 쉬었다.
“그럼.. 나와라! 청룡!!”
스즈는 그런 외침과 함께 자신의 부적을 날려 항상 우리 교회앞에 타고 오는 동양식 용을 소환하였다.
아니, 청룡이었냐고!!
뭔가 청룡을 그냥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거 이상하지 않아?!
이름값에 비해 사용하는 가치가 너무 아까운 수준이다.
청룡은 그런 취급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걸까...
스즈의 전투 준비에 손님(?)역시 자세를 잡으며 전투 준비를 한다.
이쪽은 식신에 이쪽은 육탄전인가.
보통 생각해보면 스즈쪽이 유리할 것이다.
아무래도 식신은 여러마리를 소환할 수도 있을뿐더러 본인이 싸우는게 아니니까.
하지만 저렇게 도장깨기를 하고 다닌 이력과 청룡의 등장에도 겁먹지 않는 손님의 모습을 보면 저쪽도 만만치 않겠지.
이능력 배틀을 이렇게 실제로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먼저 들어와보시지.”
“그럴까요?”
손님의 제안을 받아들인 스즈가 청룡에게 공격명령을 내린다.
스즈의 공격명령을 받아들인 청룡은 곧장 손님에게 돌진하였고 손님은 그런 청룡의 돌격을 가볍게 옆으로 뛰며 회피하였다.
“단순 돌진은 먹히지 않아.”
“그렇겠죠.”
그렇게 말한 스즈의 청룡은 회피한 손님의 공간에 곧장 꼬리를 휘둘렀다.
이 동작의 연결은 생각하지 못한 것인지 손님은 곧장 팔을 x자로 만들며 청룡의 공격을 자신의 몸으로 막아내었다.
“돌격이 통하는 상대는 어지간해서 존재하지 않죠. 그런 단순한 걸 누가 당해요.”
손님이 청룡의 공격을 받아 벽으로 튕겨나가자 위풍당당한 태도로 대답하는 스즈.
아니, 너는 이 중에 최약체라서 그냥 대충 져준다고 하지 않았었냐...
어째 시작하자마자 곧장 전력을 다해 싸우는 기분이 들었다.
“오호호호! 어떤가요! 저의 실력이?”
공격이 들어가자 스즈가 귀족아가씨같은 포즈와 말투를 취하며 우쭐거린다.
아니, 그렇게까지 말하기엔 그저 공격이 한 번 들어갔을 뿐이고...
거기에 스즈가 공격한게 아니라 청룡이 싸운 것이다.
다시 말해 스즈가 우쭐거릴 이유는 없다.
“아프잖아.”
벽으로 튕겨나간 손님은 온 몸에 생채기 하나 없는 채 그리 말하며 평온한 태도로 말하였다.
아니, 말과 행동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데?!
“그럼 이번에는 이쪽에서 간다!”
그렇게 외치며 손님은 당장 눈앞의 청룡에게 달려나갔다.
자신에게 돌진하는 손님의 행동에 청룡은 곧장 하늘을 날아 거리를 벌렸다.
손님 역시 그런 청룡을 잡기 위해 그대로 바닥에서 점프.
공중에 날고 있는 청룡에게까지 도약하였다.
“하늘도 날지 못하는 인간이 공중전을 하면 취약할텐데요.”
손님이 도약하자 가소롭다는 듯 스즈가 말하며 청룡에게 손짓한다.
청룡은 그런 스즈의 명령에 바로 돌진하는 손님에게 꼬리를 휘둘렀다.
터억.
청룡이 꼬리를 휘두르자 그 꼬리를 바로 붙잡은 손님은 바로 청룡을 한바퀴 돌리고는 그대로 바닥에 집어던졌다.
“청룡!!”
손님이 집어 던지자 청룡은 날아가는 와중 다시 꼬리를 휘둘러 손님을 붙잡았다.
저러면 같이 바닥에 나자빠질텐데..
그런 생각을 잠시 하다 청룡이 떨어지는 방향을 본 나는 당장 마리의 손을 붙잡았다.
“남편?!”
“얼른 튀자!!”
청룡이 떨어지는 장소를 보니 우리 근처로 떨어지고 있었다.
내가 갑자기 손을 잡자 놀라는 마리를 뒤로한 채 나는 얼른 청룡이 떨어지는 곳과 먼 장소로 마리를 끌어 이동하였고.
콰앙!
다행히 우리가 멀리 도망간 이후 청룡은 아까 전 우리가 있는 근처 바닥에 손님과 함께 내다꽃혔다.
“와우. 청룡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대단한데요!”
청룡이 바닥에 꽂히자 순수하게 상대방에게 감탄하는 스즈.
지금 감탄하는 타이밍이었던가..
감탄이 아니라 놀라야하는 타이밍이지 않을까 생각해 스즈..
그리고 단순히 막아낸게 아니라 네 청룡이 반격했잖아.
그러면 그냥 당한거라서 굳이 놀라지 않아도 되는거 아냐?
이래저래 태클 걸 곳이 너무나도 많은 스즈였다.
“훗.. 내가 좀.”
그쪽은 또 뭘 거들먹거리고 앉았어!!
청룡과 함께 바닥에 꽂힌 손님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스즈에게 말하였다.
거들먹.... 거릴 만.. 한가?
아무렇지도 않게 청룡의 공격을 받고도 일어나는 손님의 모습에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확실히 거들먹거려도 괜찮은거 아닐까?
정말이지 상상을 깨는 두 사람의 모습에 나는 어질어질한 기분은 느끼며 둘을바라보았다.
“....둘 다 육체파 이능력이라 그런지 머리가 이상하네요.”
“그렇지?! 방금 그 발언! 뭔가 속이 뻥뚫리는 감상이었어!”
정확히 따지자면 마리의 이능력은 식신소환이었기에 육체파는 아니지만,
활용하는 쪽으로만 보자면 일단 두뇌파는 아니니까 육체파로 보는게 옳았다.
그건 그렇고 저 손님(?)의 이능력도 알아낸건가?
“제 이능력이 생각을 읽는거라고 요즘 착각하고 계신 것 같은데, 원래 제 능력은 간파 능력이라구요. 능력치나 이능력 같은거. 생각을 읽는건 부수적인 능력이에요.”
“아... 그, 그래?”
확실히 저번에 말할 때 그렇게 언뜻 설명해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능력을 파악하는 이능력을 쓰는 것보다 뭔가 부수적인 생각을 읽는 능력을 더 많이 써서 그런지 이능력이 생각을 읽는 것으로 생각되긴 했다만.
게다가 지금도 내 생각을 읽었잖아. 마리...
“뭐, 그런 김에 간만에 제 이능력으로 간파한 저 사람의 능력을 말하자면...”
“어떤거야? 역시 저 말도 안되는 신체능력을 보자면 신체강화계인건가?.”
뭔가 진짜로 이능력 배틀에서 우리가 설명하는 입장이 된 느낌이라 두근두근거린다.
역시 나도 남자라 그런가..
이런 소년만화 같은 전개에 살짝 불타오르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뭐, 그래도 지금 당장 눈앞의 이 싸움은 그만두어줬으면 좋겠지만.
“주변에 보호막을 만드는 능력이네요.”
“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