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7. 무녀(3)
* * *
“그래서, 그 색기 대결은 뭘 어떻게 하려고....”
갑자기 색기 대결이라고 한들 무엇을 기준으로 뭘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애초에 색기 대결이란 뭘 하는 건데?
“음.... 이런 건 역시 수영복 대결?”
“어떻게든 이기고 싶어서 자신의 가슴을 노출하려는 모습이 안쓰럽군요.”
“흥! 마리안느야말로 본인의 가슴이 작아서 필사적으로 피하려는 모습이 안쓰럽네요~!”
베에~
마리의 지적에 무녀가 혀를 내밀며 한껏 도발한다.
뭐, 그런 어린애 같은 도발에 마리가 쉽게 넘어갈 리가….
“그런 거 아니거든요! 수영복 따위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있어?!
제대로 무녀의 도발에 넘어간 마리였다.
아니, 아까 그렇게 무녀를 농락하던 마리의 모습은 어디 가고, 이렇게까지 무녀에게 휘둘리는 거지?
역시 가슴인가?! 가슴이 무녀보다 작은 게 콤플렉스인가?!
“제 말은 고작 수영복만 입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수영복을 입기만 해선 색기 대결이라 할 수 없어요.”
“으흥~ 글쎄에. 원래 색기란 건 그저 수영복을 입고 있기만 해도 나오는 거잖아?”
“이래서 뭘 모르는 처녀란.. 물론, 야한 모습으로 있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어떤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을 유혹할 수 있냐가 중요한 법입니다.”
....라고 또 동네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까?
내가 봤을 땐 처녀였던 마리가 그런 디테일적인 생각을 했을 리 없었다.
슬슬 이제 마리가 동네 아주머니들과 어울리지 않게 하는걸 고려해야 되지 않을까 싶네.
동네 아주머니들이 순진한 시스터를 타락시켜버리고 있어.
“그 말인즉슨 누가 수영복 차림으로 마리안느의 남편을 유혹하느냐 싸움을 하자는 거지?”
“....에?”
마리의 말을 정리한 무녀가 대결의 내용을 말하자 마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확실히 마리의 말을 정리하자면 그런 내용이 되는 거 맞다.
그런데 그렇다는 건 오늘 처음 만나는 무녀에게 수영복 차림으로 유혹당해야 한다는 이야기?
아니, 확실히 남자로서는 꽤나 거절할 이유가 없는 내용이긴 하지만...
“......”
그게 마누라 앞에서 노려봐지면서 한 다는 건 결코 좋지 못한 일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이게 그 노출 플레이인가 뭔가 하는 그런 거냐?
마누라에게 보여지면서 흥분해버려! 이런 거냐고..
아니, 절대 흥분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저렇게 무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데, 흥분할 수 있겠냐고..!
“어때? 마리안느가 말한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런 대결 내용인데! 그러면 되는 거지?”
“...........”
자신이 말한 말을 정확히 정리해서 대결 내용을 정했기에 마리는 할 말이 없었다.
결국, 수영복차림의 유혹이라는 내용으로 결정되어버리는 겁니까.
그거, 결국 내 입장에서 보자면...
마누라 앞에서 젊고 가슴 큰 스타일 좋은 수영복 차림 여자의 유혹을 이겨내라.
이런 미션을 수행하란 소리잖아...!
아니, 이게 무슨 끔찍한 미션이냐고!!
솔직히 유혹을 이겨낼지 못 이겨낼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그러나 이것에 대한 확신은 있었다.
저 무녀가 수영복 차림을 보는 순간, 내 눈길이 그쪽으로 가게 되어버릴 거라는 확신.
아니, 남자라면 그럴 수밖에 없는 거잖아?
얼굴이 그렇지 예쁘지 않은 여자의 수영복 차림이라고 해도 눈길이 가는데..
저런 미인에 스타일 좋은 여자의 수영복 차림이라면 눈길이 안 갈 수가 없잖아.
그리고 그렇게 눈길이 간 나는 마리의 불타는 시선을 한몸에 받겠지.
이건 버티건, 못 버티건 결국 나에겐 손해밖에 없는 싸움이라고 생각되는데….
버티면 결국 저런 미인의 수영복 차림이 눈앞에 있는데도 제대로 눈길도 안 주게 되는 거고..
못 버티면 마누라의 바가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누가 살려줘….
어디 인터넷..! 인터넷 같은 건 없는 거냐?!
이런 상황에 남자는 도대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지식인 형님들께 물어볼 수 없는 거냐고!
“그렇게.... 하도록 하죠..”
자신의 말이라 차마 반박할 수 없었던 마리는 결국 무녀의 대결 내용에 동의하고 말았다.
나를 무진장 뜨거운 눈으로 노려보면서 말이지..?!
왜 그렇게 나를 못 믿는 표정으로 보는 건데?!
물론 스스로도 자신감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마누라라면 좀 믿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좋아! 그러면 지금 바로...!”
“엣?!”
“응?”
마리가 동의하자 잔뜩 의욕이 생긴 무녀가 주머니에서 부적을 꺼냈다.
지금 바로라는 무녀의 발언에 놀라는 마리와 어리둥절한 나.
갑자기 부적을 꺼내서 무슨 짓을...
그런 내 의문이 끝나기도 전 무녀는 자신과 마리에게 부적을 날렸다.
퍼엉!
하는 폭발음과 함께 주위에 갑작스럽게 연기가 터졌다.
“쿨럭... 갑자기 이게 무슨...”
주변에 쌓인 연기에 기침하며 그런 말을 하자 서서히 연기가 걷히며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가요?”
“으우....”
연기가 완전히 걷히자 당당한 태도의 무녀와 쑥스러워하는 마리의 수영복 모습이 보였다.
“이건....”
당당한 태도의 무녀는 자신의 흑발에 걸맞은 검은색 비키니 수영복.
그 커다란 가슴을 완전히 감싸지 못해 살짝 삐져나오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옆에 있는 쑥스러워하는 마리는 하얀색의 비키니 수영복.
비키니 수영복인 것은 통일했나 보다.
어쨌든, 확실히 무녀보다 조금 작긴 했지만, 예쁜 모양의 가슴을 감싸는 수영복.
이쪽은 오히려 수영복 하의의 옆에 달린 끈이 포인트였다.
“제가 이겼죠?”
“아직 승부는 시작하지 않았거든요.”
당당한 태도의 무녀는 마리의 수영복 모습을 보자마자 그런 말을 하였다.
마리는 그런 무녀에게 태클을 걸었다.
“음... 어떻게 봐도 제가 색기에서 이겼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니까 아직이라고 말했잖아요. 애초에 승부의 조건을 남편을 유혹하는 것이었을 텐데요.”
“그 남편의 시선이 제 가슴에서 떨어지고 있지 않은걸요~?”
“남편.......?”
“히익..! 거, 거짓말이야! 지금 무녀는 이기고 싶어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
솔직히 순간적으로 나타나자마자 시선이 딱 꽂힌 곳은 무녀의 가슴이 맞았다.
하지만, 그렇게 무녀의 가슴을 보다가도 마리의 그 새하얀 다리 라인과 그 옆에 있는 끈이 신경 쓰여서...
아무튼, 둘다 번갈아 가며 봤다는 이야기다.
“너무 남편을 휘어잡으려다 간 오히려 반작용 일어날지도?”
“그런 거 아니거든요.”
마, 맞을지도…?
애초에 이런 승부를 시작해놓고 저 무녀에게 시선을 한순간도 가지 못하게 막으면 그건 고문의 영역이다.
무, 물론 너무 노골적으로 본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말이지..
차라리 선글라스를 나에게 달라고요!
“그럼 뭐, 승부를 하도록 할까요.”
“결과는 어떤 식으로 볼건데요.”
“음.... 색기 승부니까, 남편씨가 유혹에 이기지 못하고 먼저 덮친 쪽으로 하도록 하죠!”
“무슨...!”
“에엑?!”
말도 안 되는 결과 확인에 마리와 나 둘 모두가 놀라고 말았다.
그게 무슨 승부 확인법이야!
“저기.. 결혼한 사람들한테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괜찮아요. 받아낼 자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그게 뭔소리냐고요!”
“덮쳐오는 걸 받아내는 건 우리 집 강아지들이랑 많이 했으니까요. 잘 받아낼 수 있어요~ 자자~ 이리 온~”
“...........”
덮친다는 게 강아지가 달려드는 모습 같은걸 말한 겁니까..
아니, 그런 이야기를 뭔가 사람이 오해할만한 단어로 말하지 말라고!!
무녀의 대답에 마리 역시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무녀를 바라보았다.
그렇지? 마리 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무슨 사람을 집에 있는 강아지 취급을 하면서, 유혹하면 달려들 거라 생각….
“매일 밥 주는 사람이 누군지 잊은 건 아니겠죠?”
“너도냐!!”
이놈이고 저놈이고 사람을 무슨 강아지 마냥!!
하아... 이런 게 색기 대결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색기 대결이 아니다.
대체 그 수영복을 입은 이유가 뭐냐고요..
지금 하는 행동이랑 전혀 연관이 없잖아.
그리고 마리.. 너는 갑자기 왜 이런 승부에서 캐릭터가 붕괴되어 버리는데...
뭔가 박수를 짝짝치며 이리 온~ 이라는 대결로 바뀌게 된 나는 한숨을 쉬며 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이건 유혹하는 게 아니야….
수영복을 봤을 때는 뭔가 살짝 흥분되며 내심 기대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런 강아지 취급을 당하며 유혹인 거면 뭐….
솔직히 넘어갈 수 있을 리 없었다.
“으음... 뭔가 잘 넘어오지 않네요.”
“그런 걸로 넘어올 리가 없으니까요.”
무녀에게 태클 거는 그 말..
마리씨에게 바로 그대로 써먹어도 괜찮습니까?
“그럼... 역시 가슴이 좋으신 거죠~? 자. 저에게 달려드시면 이 가슴을 만지게 해드릴게요~”
“뭣....?!”
무녀의 발언에 나는 순간 간식을 눈에 본 강아지마냥 반응해버렸다.
“남편...”
“......”
그러자 이런 내 반응에 마리는 싸늘한 눈초리로 나를 보려 보았다.
마누라의 싸늘한 눈초리에 기가 죽은 나는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 그렇지만 저런 파괴적인 가슴으로 유혹을 하면 안 넘어올 남자가....
“그게 처녀가 아닌 사람의 유혹이야?”
“뭐...?!”
속으로 그런 변명을 하며 기가 죽어있자, 옆에서 마리를 도발하는 무녀.
무녀의 도발에 마리 역시 당황하며 뿌득 이를 갈았다.
“역시~ 뭐가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그냥 내 가슴에 질까봐 변명한거였구나~”
자꾸 그런 식으로 마리를 자극하지 말아줘..!
팩트폭력도 엄연한 범죄에 속....
아니,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무녀의 발언에 순간 생각하다 마리가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게 문득 생각났다.
설마 이 생각을 읽지는 않았겠지?
마리의 눈치를 보자 마리는 무녀의 도발 때문인지 아니면 내 생각 때문인지 이미 짜증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일단 건드리지 말자...
위험해..
“.......남편.”
“어.. 으, 응?”
짜증 가득하던 마리가 나를 부르자 나는 마리의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저, 저기....”
“응?”
마리에게 답하자 조금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내 눈치를 보는 그녀.
어, 어라...? 내 생각 때문에 짜증난게 아니었나?
“나한테 오면... 지금 이거... 풀어버릴 수 있는데….”
자신의 수영복 끈을 잡으며 내게 부끄러워하는 얼굴로 말한다.
“......”
마리의 그 발언을 시작으로 드디어 진정한 유혹 대결이 성사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