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6. 무녀(2)
* * *
“으우....!!”
결과는 이미 정해졌다.
5판 3선승제 중 이미 마리가 2승을 챙겨놓은 상태.
거기에 마리에게 남은 카드 1장, 무녀에게 남은 카드 2장이었다.
아니, 무녀 너무 약하잖아….
마리가 손을 오른쪽으로 움직이자 작은 신음을 내며 표정이 일그러진다.
마리가 다시 손을 왼쪽으로 움직이니 다시 표정이 밝아지며 간식을 눈앞에 둔 강아지 같은 반응을 보인다.
이건... 누가 봐도 알겠지.
어떻게 봐도 왼쪽이 조커다.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도둑 잡기에 강하다는 건지….
마리가 말했던 신관들이 무녀에게 약해서 그냥 뽑아줬다는 이야기가 맞는 듯했다.
“으음... 어딘지 도무지 모르겠군요~”
“흐흥. 일부러 그런 식으로 내 반응을 끌어내려고 신경전을 해도 소용없거든!”
그렇겠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미 표정에서 다 티가 나니까!!
그리고 마리?! 그런 식으로 너무 가지고 노는 거, 무녀한테 조금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역시 오른쪽이려나?”
“으윽.....”
“아니, 역시 왼쪽.”
“마, 맞아! 왼쪽이야!”
아니, 그렇게 말하면 속겠냐고...
혹시 엄청난 심리전의 대가라서 이런 식으로 밑밥을 깐다면 정말 대단한 것이겠지만….
아까 전 2판을 했을 때 이미 판명 났다.
이 무녀.. 심리전 진짜 못한다.
너무 얼굴에 티가 나는 것에도 모자라, 거짓말은 더욱 못한다.
게다가 어떻게든 그런 식으로 심리전을 하려고 해봤자, 심리를 읽을 수 있는 마리에게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렇군요.”
무녀의 말을 들은 마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확히 오른쪽의 카드를 뽑았다.
“게임 끝.”
“으우...!! 분해! 한끝차이였는데~!!”
누가 봐도 압도적 패배다.
오히려 저 정도 카드 패까지 간 것이 마리가 더 농락하려고 그런 것으로 생각할 정도다.
아니, 마지막에 농락하는 걸 보니 무조건 그랬을 것이다.
마리는 아무래도, 안 그런 척하지만 심술궂은 면이 있으니까.
“하, 한 판만 더….”
“어라? 5판 중 3판만 먼저 이기면 되는 것 아니었던가요?”
“이, 이제는 이길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야.~”
“흐응... 그래서 전적이 51전 몇 승이었죠?”
“으긋...”
“아~ 제가 전부 이겨서 승리가 없었군요.”
“아니야아~!! 이제 이길 거라구!!”
저거 봐...
패자에 대한 예우는 농락뿐이라는 규칙이라도 있는 듯 놀리는 저 모습.
지금은 내 마누라라지만 언젠가 저렇게 농락당해버리면 제정신을 가질 자신이 없다.
“음... 글쎄요~ 어떻게 해야 하려나.”
“이렇게 부탁드릴게요오!! 어떻게 무릎이라도 꿇으면 될까요? 아니면 발이라도 핥을까요?”
아니. 아무리 이기고 싶다지만 거기까진 아니잖아...
패자를 놀리며 즐기는 마리에게 필사적인 태도로 고개를 숙이며 한 판 더 부탁하는 무녀.
이제 옆에서 보기 너무 안쓰러울 지경까지 와버렸다.
“자자.. 너무 그러지 마시고, 저렇게 한 판만 더 해달라는데 한번 해주자.”
그런 무녀의 안쓰러운 모습을 더는 보기 힘들었던 나는 둘 사이에 들어가 중재를 하기로 하였다.
“여기서 무녀 편을 들어버리기인가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너무 안쓰럽잖아! 저거 봐! 지금 무릎 꿇고 마리 네 신발 핥으려고 하잖아!”
“핥으면 되잖아요!”
“멍멍!”
“당신은 무녀의 자존심이라는 것도 없습니까!”
얼른 모습이 더 추해지기 전에 나는 당장 무녀를 일으켜 자리에 앉혔다.
하아... 진짜 이상한 녀석들이다.
“으으.. 조금만 더 하면 핥을 수 있었는데….”
“핥으면 안 되거든요! 그리고 핥는다고 마리가 한 번 더 해준다고 안 했다고요!”
“아...!!”
그걸 이제 눈치채냐!!
순진하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 정도면 그냥 머리가 나쁘다 못해 박살 났다.
하아... 몸은 저렇게 어른이면서, 머리는 무슨 유치원, 초등학생 수준이니..
“남편?”
“네...?”
무녀의 멍청한 모습에 한탄하며 잠시 멍하니 무녀를 바라보자 왠지 옆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지금 마누라 앞에서 한눈팔고 있는 건가요..?”
“아, 아뇨..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런가요...? 제가 봤을 땐 무녀의 가슴을 보고 있던 것 같던데?”
“아니라니까요..”
마리의 분노에 최대한 아니라고 부정했다. 아니, 마리씨...? 뭘 그렇게 질투를 하는 겁니까.
아무리 무녀의 가슴이 크다고 한들 마리 너도 엄청 뒤처진 가슴은 아니라고….
“지금 제 가슴이랑 무녀 가슴 비교하셨죠?”
“아니라니깐?! 그렇게 의심되면 마리 네 능력으로 내 생각이라도 읽어보면 되잖아!”
“....생각을 읽는다고?”
“아...”
마리에게 변명하는 중 우리의 이야기를 듣던 무녀가 놀라 소리쳤다.
“마리안느... 너 이 녀석! 부정을 저질렀구나!”
“아닌데요.”
“거짓말 하지 마! 어쩐지 너무 잘 이긴다 했더니 네가 다 생각을 읽는 능력을 가진 반칙 때문이었어!”
그건 아니라고 본다..
애초에 생각을 굳이 읽지 않아도 무녀님 생각은 나도 읽을 정도고..
“무효야! 무효! 앞에 있던 승부는 전부 무효라고!”
“하아... 꼬리를 만 개가 짖는다는 게 이런 걸까요.”
“뭐..? 아니거든! 부정을 저질러놓고 말이 많은 건 그쪽이잖아!”
“애초에 제 이능력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승부를 걸어온 건 그쪽이었잖아요?”
“그읏.. 그, 그건.. 네가 그런 능력인 줄은 몰랐으니까.”
“그런 능력인 줄 몰랐다. 그런 건 변명이 되지 않아요.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죠. 그럼 제가 생각을 읽는 능력이 아니라 텔레포트 능력으로 카드를 이동시켰다면?”
“그..”
“아니면, 신속의 능력으로 재빠르게 카드를 밑장빼기를 한다면? 시간 정지 능력이라면? 제대로 능력을 알지 못해놓고 무작정 승부를 건 그쪽의 잘못인데요?”
“그, 그으……. 후에에엥!!”
아.... 울렸다.
반칙이라며 떼를 쓰던 무녀를 그대로 할 말이 없게 몰아붙이더니 그대로 울려버렸다.
마리의 말에 차마 반박할 말이 없던 무녀는 제 분을 못 이겼는지 아무런 반격도 못 한 채 그 자리에 목놓아 울었다.
아니, 그러니까 어린애냐고..?!
“흥.”
무녀가 울기 시작하자 마리 역시 고개를 돌리며 모르겠다는 듯 무녀를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너무 매정한 거 아닙니까.
“저, 저기 무녀님..? 일단 진정하시고….”
“지금 무녀 편을 드는 거군요?”
“아니야! 그냥 달래주려는 거라고!”
“그런 식으로 접근해서 무녀를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그러니까 아니라니깐?! 마리 너 왜 그래?! 뭘 그렇게까지 무녀님한테 질투를 느끼는 건데?!”
“지, 질투?! 아니거든요! 저, 저는 그냥.. 동네 아주머니들이 남편이 한눈파는 걸 조심하라고 당부하니까...”
동네 아주머니들…! 무슨 그런 이상한 당부를 해서 마리가 저렇게 되게...
애초에 우리 따지자면 신혼.. 이라고?
아무리 바람을 피운다고 해도 신혼 때는 웬만해선 안 피지.
그건 그렇고 이미 동네 아주머니들한테는 우리가 결혼한 거 다 까발려졌어?!
“신혼인데 바람 필 리가 없잖아.”
“그건 신혼이 끝나면 피우겠단 말인가요.”
“아,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왜 그렇게까지 불안해하는 건데?”
“그... 겨, 결혼했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제가 좀 강압적으로 밀어붙인 면도 있고….”
나의 질문에 마리가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아, 그거 꽤 불안했구나. 하긴 솔직히 완전 강압적으로 결혼하게 된 게 있긴 하지.
거기에 아까 무녀님 지적처럼 결혼했지만, 결혼식을 올린 게 아니기도 하고.
“마리..”
조금 자신이 없어진 모습의 마리의 모습에 나는 안심하라는 의미로 마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남편..”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말라고.. 마리도 알겠지만 나는 이제까지 모쏠아다라 마리가 첫사랑이라고, 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는 말 못 들어봤어?”
“그런가요?”
“그런 거야.”
뭐, 첫사랑이라기보단 첫 경험 상대지만, 거기에서 피어나는 사랑이라는 것도 있는 거지.
애초에 아무것도 모르는 이세계에서 나를 거둬준 것만으로 나는 마리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제가 너무 불안해 한 건가요?”
“그런 거라고 볼 수 있지.”
“그럼 저 무녀가 가슴으로 유혹해 온다고 하면 저를 생각하며 꾹 참을 수 있나요?”
“.........”
“왜 저를 쳐다보지 않으시죠?”
“그, 그건….”
“저 생각 읽을 수 있는 거 아시죠? 거짓말로 대답한다 해도 다 읽어낼 수 있어요.”
“.........”
좋은 분위기였는데...!
뭔가 좋게좋게 넘어갈 분위기였었는데!!
이건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면서 나를 난처하게 만든 마리의 탓이다!
그냥 분위기 좋을 때 좋게 넘어가 주면 되잖아!!
“훌쩍.... 방금 무슨 대화야?”
“에...?”
마리와의 이야기 중 훌쩍이던 무녀가 갑자기 우리의 대화를 들었는지 우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훌쩍... 그 말인즉슨, 색기 대결이면 내가 이긴다는 의미지?”
“에...?”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요. 울다가 결국 머리가 어떻게 돼버린 건가요?”
“아니, 그렇지만 나 마리안느보다 확실히 가슴도 크고, 스타일에서라면 마리보다 내가 좋긴 하잖아.”
“....단순히 가슴 크기만으로 색기의 모든 게 결정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스타일 자체가 내가 마리안느보다 좋잖아. 가슴도 크지, 팔다리도 길지. 전체적인 종합면으로 압승이니까 색기도 훨씬 뛰어나지 않을까.”
“아직 경험한 번 해보지 못한 처녀가 어디서 색기를 논하는 거죠.”
“무, 무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렇게 거들먹거리기엔 마리 너도 고작 3일 전에 처녀를 뗐....
찌릿.
마리가 내 생각을 읽었는지 날카롭게 노려보기에 생각을 멈추며 고개를 돌렸다.
정말이지... 무진장 피곤한 능력이다.
무슨 생각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
“새새, 색기라는 건 단순히 야한 것만 말하는 게 아니거든.”
“흥. 방금 가슴 크기랑 스타일로 어필하던 처.녀. 가 바로 그런 말을 하는 건가요. 역시 이래서 처녀란.”
그러니까 마리 너도 그렇게 거들먹거릴 것까지는….
찌릿.
그냥 아무 생각도 안 하겠습니다.
“조, 좋아! 그러면 남편한테 물어보면 빠르게 답이 나올 거 아니야!”
“왜 거기서 나를.?!?”
갑자기 불똥이 나한테 튀어버린다고?
“물어볼 필요도 없죠. 남편은 나한테 반해서 결혼한 거니까.”
그래. 그런 거로 넘어가자고요.
“방금 마리안느가 강압적으로 밀어붙여서 결혼했다고 하지 않았어?”
“큿....”
아니, 방금 그렇게 목놓아 울면서 우리가 하는 말을 귀담아듣고 있었습니까?!
“단순히 색기만으로 유혹해서 결혼한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갑자기 그렇게 도발을 걸어온다 이거죠. 좋아요. 어디 그 도전 받아주도록 할까요.”
“아니, 그런 도발을 왜 받아들여…?!”
“남편이 방금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고 불안해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걸 지금 증명할 수 있는 찬스에요.”
“...........”
방긋 미소를 지으며 나를 압박하듯 말하는 마리.
저런 미소에서 이런 위압감이 느껴질 수 있는 거구나….
“그리고 내가 가슴으로 유혹하면 참을 수 있냐는 질문에 대답을 회피했지.”
그러니까 당신은 왜 울면서 우리 대화를 그렇게 귀담아들은 거냐고!!
우는 척이었어?! 우는 척하면서 우리의 방심을 유도한 거였냐고!!
“흥. 고작 몸으로 유혹하려는 처녀의 색기 따위 전혀 무섭지 않거든요.”
“나보다 스타일도 딸리는 반칙쟁이한테 지지 않아! 이건 생각을 읽어도 어떻게 못 하는 공정한 승부니까 말이야.”
찌지지지직
마리와 무녀가 서로를 노려보며 엄청난 신경전이 이어졌다.
”남편. 이따위 처녀 무녀에게 넘어가지 않겠죠?“
”솔직히 제가 마리안느보다는 색기 있죠?“
그리고 그 신경전은 곧 나에게 불똥이 튀는 것으로 연결되었다.
갑자기 이게 뭐냐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