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5. 무녀(1)
* * *
“남편~”
“응...”
“아침 다 됐으니 일어나세요.”
“네에...”
마리와 살게 된 지 3일째.
나는 의외로 쾌적한 생활을 만끽하며 살고 있었다.
아침이 되면 밥을 차린 마리가 나를 깨워준다.
둘이서 가볍게 밥을 먹고 오후가 되면 성당 활동.
뭐 성당의 활동이라고 해봐야 여긴 사람이 잘 오는 곳도 아니라 보통은 청소 정도만 간단히 하는 정도.
그렇게 청소를 하고 난 뒤 점심을 먹고 남는 시간엔 멍하니 있는다.
적당히 시간을 때우며 보내고 있자면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어 마리가 차려주는 저녁을 먹는다.
이후, 마리가 원하면 침실로 가서 아이를 만드는 일을 한다.
지금까지 마리가 원하지 않은 날이 없어서 보통은 이게 평상시의 일과.
음…. 뭔가 그래도 이세계에 와서 이런 미인 아내를 얻어 느긋하게 즐기는 생활이라.
처음에 역강간 당할 때는 뭔가 위험한 것인 줄 알았는데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그냥 이세계에서 슬로우라이프를 즐길 뿐이다.
좋네. 이런 것도.
“오늘은 손님이 오기로 했어요.”
“손님?”
아침을 먹는 중 마리가 돌연 나에게 말했다.
“뭐, 손님이라기보단 항상 오는 침입자 같은 거지만...”
“침입자라니...”
“그런 게 있어요. 거의 매일 정기적으로 찾아오거든요. 오늘 올 때가 됐네요.”
“정기적으로 침입이라니.. 그거 괜찮은 거야?”
“기본적으로 무해하거든요. 그리고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승부를 걸어오는 거라. 거기에 약하고.”
“약한데 승부를 걸어와?!”
“걸어오는 종목 자체가 저한테 유리한 종목들이거든요. 본인은 모르고 있겠지만.”
그렇다는 건 기본적으로 심리전이 깔린 종목으로 결투를 신청한다는 이야기인데….
뭐, 어때. 그런 건 본인이 알아차릴 때까지 내버려 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거기에 마리 본인이 무해하다고 생각하니, 굳이 위험한 침입자는 아니겠지.
“아참... 그런데, 남편.”
“응?”
“바람피우면 안 돼요.”
“응?”
갑자기 바람 이이기가 왜 나와?
“일단 오는 건 여자애거든요. 서방님 성격으로 봐선 잘못해서 분위기에 휩쓸리면 바로 바람 확정이니까.”
“아니, 분위기에 휩쓸린다고 갑자기 왜 바람을 피운다는 건데....”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하는구만….
갑작스러운 바람 이야기를 하는 마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나는 일단 마리가 차려준 따뜻한 아침을 먹었다.
내가 무슨 제비족인 줄 아나. 애초에 나는 마리랑 하기 전까지 동정이었던 모쏠아다였다.
음... 스스로 말하고도 뭔가 슬퍼지는군.
“그래서 더 걱정이라는 건데.”
“응..?”
콰앙!!
“이리오너라~!!”
“왔나보네요.”
마리의 중얼거림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멍하니 식사를 마치자 갑자기 성당으로 울려퍼지는 광음.
그 커다란 소리에 마리는 익숙하다는 듯 성당의 문을 열어 그 소리가 들린 곳으로 갔다.
“이건.....”
성당의 문을 열고 나가자 보이는 것은 거대한 푸른색 동양의 용을 타고 있는 한 무녀의 모습이었다.
뭐야, 이 거대한 용은?!
“오늘도 오셨네요.”
그러나 그 커다란 용의 위상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마리는 익숙하다는 듯 무녀에게 말을 건넸다.
“당연하지! 저번에도 졌는걸~!”
졌다는데 그렇게 해맑게 이야기하는 겁니까…?
마리의 말에 무녀 역시 익숙한 듯 해맑은 표정으로 말하며 용의 머리에서 뛰어내렸다.
“오늘도 승부를 하러 왔다!”
용에게서 뛰어내린 무녀는 부적의 안으로 용을 집어넣으며 마리에게 말하였다.
호오... 저 용, 부적에서 마음대로 꺼내고 넣고 할 수 있는 거야?
그, 게임에서만 보던 식신인가 뭔가 하는 그런 건가...?
그렇다는 건 이 녀석의 이능력은 식신소환?
“못 이길 텐데요.”
“승부의 세계는 까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야!”
호탕하게 마리에게 승부를 요구하는 무녀에게 마리가 느긋하게 말하자 역시 호탕하게 받아치는 무녀.
대체 서로 무슨 승부를 하길래...
이쯤 되면 대체 무슨 승부를 하는지 궁금해졌다.
갑자기 성당에, 그것도 무녀가 나타나서 시스터에게 승부를 건다?
그 장면도 조금 희한하게 느껴지는데 거기에 그렇게 약하면서 저리 자신만만한 태도는 대체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마리와 무녀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건 그렇고 마리가 왜 갑자기 바람을 피우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도 드는걸.
남자들이 환장한다는 검은색 긴 생머리.
옷이 조금 작은 것인지 무녀복 사이로 슬쩍 튀어나온 가슴.
일반 전통 무녀복이 아닌 개조된 미니스커트 무녀복이라 나오는 매끈하면서도 튼실한 다리.
겨드랑이가 보이는 패션.
어디 하나 거를 타선이 없는 복장에 미모를 가진 무녀였다.
“남편....”
“읏...!”
눈앞 무녀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자 이런 내 얼굴을 본 것인지 마리가 나를 째려보며 지적하였다.
아니, 그렇지만 저런 미인이 나타나면 저절로 시선이 갈 수밖에 없잖아요….
남자의 숙명 같은 것이다.
“어라? 마리안느가 결혼했던가?”
마리가 나에게 지적하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바라보는 무녀.
“네. 이번에 결혼했습니다.”
그런 무녀의 질문에 마리가 나의 팔에 안겨들며 당당히 무녀에게 말하였다.
어이?! 지금 본인 거라고 과시하는 겁니까?!
“결혼식은 언제 열었대?”
“네....?”
“결혼했으니까 결혼식 정도는 했을 거 아니야?”
“.........”
그, 그런 거 한 적 없어요….
“성당에서 둘이서 조촐하게 했습니다!”
언제?!
“에~ 왜 나는 안 불러 준 건데!!”
“어째서 그쪽을 불러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훌륭한 라이벌 사이잖아~!”
“라이벌이라는 건 동등한 실력을 갖추고 있을 때 쓰는 단어랍니다.”
“동등하잖아~!”
“50전 전패가 누구보고 동등하다고 하는 겁니까.”
“앞으로 50번 이기면 되는 거잖아~!”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합니까...?!
애초에 50전 전패를 하는 것부터가 전력 차이가 심각한 수준인데?!
“말이 안 통하는군요.”
“그렇지 않은걸~? 오늘은 무조건 내가 이길 수 있는걸 가져왔단 말이지!”
자신만만한 태도를 가진 채 무녀는 그리 말하며 자신의 가슴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아니, 무슨 물건을 그런 곳에 보관하는….
“아악!!”
“시선이 불경해요. 신에게 벌 받을 겁니다.”
무녀가 물건을 꺼내는 가슴에 시선을 집중하자 당장 내 얼굴을 한 대 때려버리는 마리.
아니, 무슨 물건을 꺼낼까 집중할 수도 있는 거지 거 참….
그건 그렇고 이렇게 우리의 결혼문제는 그냥 넘어가 버리는 거야?!
저번에도 대결하러 왔다면서 이렇게 갑자기 결혼했다고 하는데 뭐 궁금하지도 않은 거냐고?
“쨔잔~! 오늘은 트럼프 카드를 가져왔지!”
“저번에도 가져와서 졌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흐흥~ 오늘은 그때처럼 어려운 포커 같은 승부는 하지 않아.”
트럼프를 꺼낸 무녀에게 마리가 지적하자 자신만만한 태도로 시스터에게 반박하는 무녀.
아니, 그건 그렇고 승부로 포커를 친 거냐고….
시스터랑 무녀가 포커로 승부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림이 이상한데?!
“그럼 오늘은 뭘 하려고 그러시는 거죠.”
“후훗... 도둑 잡기!”
휘이이잉
무녀의 말에 반응하듯 주변에 바람이 휘잉 하고 살짝 불었다.
아니, 도둑 잡기라니?!
“오늘은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나, 우리 신사에서 도둑 잡기는 한 번도 져본 적 없거든?”
“흥. 그거야 당신 신사네 신관들은 전부 당신에게 약하니까 일부러 져준 거겠죠.”
“뭐어? 확실히 신관들이 약한 건 맞지만 일부러 져준 게 아니라고.”
약하다의 의미가 서로 다르게 해석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게 그 중의적 표현인지 뭔지 그런 거냐?
“뭐, 실제로 강하다고 해도 저한테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확실히 그렇다.
애초에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마리에게 도둑잡기라니.
카드를 들고 아무리 속이려고 해도 이미 마음을 읽은 마리는 어디에 조커가 있는지 눈치챌 것이다.
포커도 그렇고 도둑 잡기도 그렇고...
본인한테 유리한 종목으로 승부를 걸어온다는 건 이런 의미였던 건가?
그건 그렇고 도대체 이 승부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하아... 뭐, 좋아요. 어차피 제가 이길 거 그냥 빨리하고 끝내도록 하죠.”
“아무리 50번 이겼다고 해서 그렇게 건방 떨어도 괜찮을까? 이번 승부 나 정말 엄청나게 잘하거든?”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50전 50패면 이제 마음이 꺾일 때도 되지 않은 것인가?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저렇게 당당하게 나올 수 있는지 나로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럼 일단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시죠.”
“좋았어~! 오늘 제대로 한 번 승부해보자고!”
마리가 성당 안으로 안내하자 자신감이 철철 흘러넘치는 무녀가 기세를 타고 소리 지르며 마리를 따라갔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 저렇게 가득 차 있는 거지 이 무녀..
설마, 마리의 이능력을 눈치채기라도 한 것일까?
마리의 생각을 읽는 이능력의 대처방안이라도 무언가 찾아낸 것인가?
고작 도둑 잡기 승부.
하지만 그런 도둑 잡기 승부에 이능력이 추가된다면 무언가 구경할 때 또 다른 재미가 있겠군.
그런 약간 만화를 보는 느낌으로 나는 도둑 잡기를 위해 안으로 들어가는 마리와 무녀를 따라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