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1. 시스터(1)
* * *
일단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에 보이는 건물들이나 모습으로 봐서는 전혀 우리 쪽 세계랑 다른 게 없는 것 같았다.
게다가 생활은 할 수 있게라도 만들어주는 것인지 의외로 글자나 이런 것들은 우리나라의 것과는 다르지만 읽을 수 있으며 주변사람들의 말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의외로 치트 능력이라면 치트 능력으로 봐야 하는 건가..
하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글과 말을 제대로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과 소통하거나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에 어느 정도의 불편함이 해소되기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된다고 한들 나는 이곳에서 집도 없고 돈도 없고 출신도 민증도 아무것도 없는 말 그대로 이세계에 내다버려진 고아와 다를 게 없었다.
그런 곳에서 나는 이제 어디에서 어떻게 돈을 벌 것이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 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원래 보통 이세계물 같은 곳에서 보면 이런 상황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동료 같은 게 나오면서 무언가 주인공의 생활을 해결해주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주변을 둘러보며 그런 생각을 하다 나는 이내 그런 전개가 일어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어쩔 수 없다.
생각해보아라.
나 이외에 사람들은 전부 이능력을 사용하는 어떻게 실수 한번 잘못하면 금방 목숨이 날아가는 그런 상황이다.
만화처럼 아슬아슬하게 피한다거나 불에 맞아도 죽지 않는 강철 신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 곳에서 오히려 만화에서처럼 누군가와 엮인다고 한다면 나란 녀석은 금방 죽어버리지 않을까?
불안하다.
나는 도대체 이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일까...
치트능력도 생활력도 자신감도 담력도 나는 아무런 것도 가진 게 없다.
“어머.어머.”
그런 미래의 대한 불안감에 멍하니 거리의 한가운데 서서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으니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뭐지? 무언가의 이벤트 발생?
“고민이 있어보이는군요? 길 잃은 어린양씨.”
“네...?”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보이는 것은 웬 금발의 시스터였다.
“무언가 곤란한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온화한 표정을 지은 채 치유되는 듯 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시스터는 나에게 물었다.
“에.... 그게 그러니까 말이죠....”
시스터의 물음에 나는 지금 나에 대한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하려다 잠시 멈칫했다.
이거, 내가 이세계에서 온 환생자라는 사실을 그냥 아무렇게나 말해도 괜찮은 건가?
어떤 세계관에선 크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어떤 세계관에선 환생이라는 이유로 쫓기는 경우도 있다.
아직 이쪽 세계에 관해 제대로 모르는 내가 섣불리 지금 이 눈앞의 정체도 모르는 시스터에게 환생이라는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 걸까?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지금 이 시스터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다시금 눈앞의 시스터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
이런 내 반응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스터.
틀렸어! 외견으로는 완전 순수한 단순 시스터야!
금발에 조금 작은 체형에 그저 단순히 여동생 삼고 싶은 그런 외견을 가진 시스터라고!
사람을 외견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곤 하지만 그래도 지금 외견 이외에는 따로 판단할 거리가 없기에 뭐라도 알아보려 했더니 벌써부터 막혀버리고 말았다.
겉으로 보면 이렇게 순수한 시스터이기에 단순 그런 순진한 속성의 시스터인 것인지, 아니면 알고 봤더니 외견은 순수한 주제에 나중에 뒤에서 성격이 돌변하는 녀석인지 오히려 생각은 복잡해져만갔다.
“무언가 말하기 곤란하신건가요?”
시스터에 말을 걸려다 다시 고민에 빠지자 눈앞의 시스터는 기도를 하는 듯이 양손을 모은 채 나에게 물었고 나는 그런 시스터의 질문에 우선은 내가 환생자인걸 숨긴 채 지금 상황에 대해 대답하기로 했다.
“아... 저, 고아입니다.”
“네?!”
“..........?”
이거 이렇게 대답하는 게 맞는 건가?!
시스터의 질문에 대답을 재촉 받은 듯 다급해진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시스터는 충격을 받은 듯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나 역시 대답해놓고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어쨌거나 약간의 생략과 오해가 있었으나 지금의 상황과는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니 맞는 이야기였...을 거다.
“그럴 수가... 많이 괴로우셨겠네요.”
“에.... 그게....”
시스터에게 대답하자 시스터는 내 양손을 꼬옥 잡아주며 나를 동정하듯 살짝 눈물이 고인 채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뭐... 조금 괴롭다면 괴롭기는 했다만... 그거, 이제 막 1시간쯤? 지난 일이라 그렇게까지 눈물을 보이면서 이야기할만한 것이라고는....
“이렇게 만난 것도 다 주님의 뜻이겠죠. 저에게 이런 불행한 어린양을 만나게 한 것은 당신을 구원하라는 주님의 인도임에 틀림없어요.”
“에.......”
그런 식이면 주님이 사신을 시켜 실수로 날 죽이게 해서 이 세계로 보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말이죠..?!
뭐, 일단 상황을 모르니까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단 저와 함께 가도록 하죠.”
“네?”
그렇게 눈앞의 시스터의 반응을 스스로 납득하며 바라보고 있으니 왜인지 강제로 시스터에게 끌려가게 되었다.
“자. 누추한 곳이지만 일단 얼른 들어오세요.”
“시, 실례합니다...”
그렇게 시스터에게 강제로 끌려 찾아가게 된 곳은 언덕 외딴 곳의 한 자그마한 교회였다.
“일단 뭐부터 하는 게 좋을까요? 역시 밥? 배고프시죠? 며칠간 아무것도 못 드신 거죠?”
“아, 아니.....”
교회 안으로 들어오자 눈에 힘을 주며 강한 기세로 묻는 시스터의 질문에 나는 입을 우물거리며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너무 불편하게 굴지 마세요. 어차피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전부 주님의 뜻. 결국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주님의 인도에 이끌려 이곳에 오게 되었을 테니 원래 여기 살던 사람이란 생각으로 편하게있으셔도 괜찮아요.”
시스터의 질문에 우물거리는 내가 불편하게 있는 다고 생각한 것인지 시스터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하였다.
“아.....네.”
그런 시스터의 모습을 보며 내가 답하자 시스터는 해맑은 미소를 짓고는 밥을 준비한다며 주방으로 향했다.
“.......”
이거 뭔가 엄청나게 사기 친 느낌인데?!
아니, 분명 거짓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거짓말은...
그런데 어째서인지 순진한 시스터에게 사기를 쳤다는 묘한 기분이 사라지질 않는다.
아아..... 저 시스터는 겉과 속이 다른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 그저 외모 그대로 순진무구한 그런 시스터였어!
아아... 주님 저는 이제 어떡하면 좋단 말입니까...
분명, 거짓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저런 순진한 시스터에게 대접을 받으면 왠지 모를 마음속 죄악감이 사라지지 않을 듯 한 그런 느낌이 든다구요.
그렇다고 이제 와서 ‘아, 저 실은 고아는 고아인데. 이세계 고아입니다. 실제 고아라기 보단 뭐랄까...’ 이러면서 말이 길어지는 것도 뭔가 이상하다고요.
어쨌거나 집도 없고 지인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내가 저런 순진한 시스터의 도움을 받아 이런 교회라는 집도 생기고 상냥한 시스터가 밥도 해준다.
이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지? 라는 고민이 뭔가 어떻게 순식간에 해결되어버렸다.
.....하지만 내 마음속 죄악감은 사라지지 않겠지.
저런 순진한 시스터와 계속해서 살아가는 한 이 마음속에 심어진 죄악감의 응어리는 절대로 풀리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일단 지금 밥을 만들어주러 갔으니 밥을 먹으면서 사실대로 이야기해 보도록 할까?
그렇게 마음을 먹으며 나는 이따 시스터가 밥을 내올 때 이야기할 것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도록 하였다.
“밥이에요~ 변변찮은 것이지만 갓 만든 스프에 빵이니까 허기진 배를 달래는 데에는 아무 문제 없을 거예요!”
생각을 정리한 뒤 시스터는 식탁에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따뜻한 스프와 방금 먹음직스럽게 겉이 바삭바삭하게 갈색 빛으로 구워진 빵을 내오며 당차게 말하였다.
“자! 식기 전에 얼른 드세요. 식으면 별로 맛없다구요.”
“아뇨. 식어도 맛있을 것 같은데요.”
“칭찬 감사해요.”헤헷.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하는 시스터의 모습에 왠지 스프를 먹기도 전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아참. 시스터님. 드릴 말씀이....”
“일단은 먹고 나서 이야기해요!”
방금 정리했던 생각을 시스터에게 말하려 하자 우선은 식사부터라는 시스터의 말에 나는 일단 숟가락을 들어 스프를 한 모금 떠먹었다.
맛있다.
적절한 농도에 너무 단단하지도 물렁하지도 않은 적당히 익은 야채, 살짝 짭조름한 정도의 간은 아마 눈앞에 있는 빵을 찍어먹기 위해 그렇게 간을 한 것이겠지.
메뉴에 대한 적절한 이해와 조합이다.
“엄청 맛있어요.”
“다행이네요.”
헤헤. 소리를 지으며 대답하는 시스터의 모습에 나는 맛있게 눈앞의 음식을 먹으며 아까 마저 못했던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저, 그런데 시스터님.”
“네?”
“아까 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던 것 있잖아요.”
“네. 당신이 무능력자라는 이야기요? 아니면 이세계에서 왔다는 이야기요?”
“?!”
시스터에게 내 이야기를 하려하자 시스터는 이미 내가 하려던 이야기를 모두 알고 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그런 시스터의 반응에 나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며 눈앞의 시스터를 바라보았고 시스터는 여전히 해맑은 표정을 지은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슬슬 효과가 올라올 시간이 되지 않았나요?”
“네...? 효과라니... 무...!!”
시스터가 말에 의아해하던 나는 순간 저릿한 느낌이 들며 서서히 몸이 굳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 이능력은 말이죠. 상대방의 능력치를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이랍니다. 그리고 약간이지만 상대방의 감정이 커지면 생각도 조금 읽을 수 있게 돼요.”
“그게 무슨....”
“그러니까 말이죠. 당신같이 감정의 변화가 큰 사람들의 생각은 대부분 읽을 수 있는 능력이란 거죠. 물론 당신의 프로필도 모두 알 수 있구요. 다시 말해....”
헤헷.
시스터는 점점 몸이 굳어가는 나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그 해맑은 미소를 보이며 나에게 말하였다.
“처음부터 당신에 대한건 다 알고 접근한 거랍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