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어둠속의 빛
* * *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 그리고, 귓가를 때리는 카랑카랑한 목소리까지.
틀림없다. 지금 나를 향해 헐레벌떡 달려오면서 무어라 소리를 치는 저 두 남자는 윤경섭과 박창우가 틀림없었다.
뭐, 초점도 제대로 잡히지 않아 희미한 눈동자를 띄고 있는 주제에 그걸 어떻게 알아볼 수 있나? 라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내가 그들을 알아보지 못한다는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동성, 이성 친구는커녕 아는 사람도 한 명 없는 외톨이와 다를 바 없는 대학교 삶이 예약되어있던 나에게 웃으면서 다가와 유일하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 그들.
항상 옆에서 쉴 새 없이 떠들어대면서 우울하고, 소심하고, 기죽어있던 나의 기운을 북돋아 주고 웃어주면서 1학기 동안 나와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해준 그들.
무슨 일이 있든지 간에 항상 내 편이 되어주고, 믿어주고, 무언가를 챙겨주려 하고 나를 치켜세워주던 그들.
그들은 짧다면 짧다고 말할 수 있는 1학기 동안 빈 그릇에 불과한 내 마음속을 깨끗한 물로 가득 채워주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들이었다.
물론, 얼마 못 가 잘못된 나의 선택으로 인해 멀어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든든한 나의 기둥이 되어주던 사람들이었고, 나쁜 기억은커녕 좋은 추억만이 남아있을 뿐인데 내가 어찌 그들을 잊을 수 있겠는가.
정말, 이게 얼마 만에 보는 얼굴들인가. 물론 시간표가 겹치는 게 많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아예 마주치지 못하면서 지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똑바로 얼굴을 마주 보는 것은 너무나도 오랜만이었다.
왜냐고? 그때 있었던 일 이후로, 우리들은 항상 서로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서로를 피하기만 했었으니까.
" 아..... "
저절로 얼굴에 그려지는 옅은 미소.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내 마음속을 어지럽히는 감정은 반가움이 아닌 부러움이란 감정이었다.
어째서일까? 어째서,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감정이 반가움이 아닌 부러움이란 감정일까? 답을 찾으려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던 예상과는 다르게 의외로 꽤 쉽게 정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감정이 반가움이 아닌 부러움인 이유? 간단했다.
그들은 너무 빛나고 있었다.
깔끔하게 빼입은 화려하고, 개성 넘치는 옷과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구두. 과연 평생을 일해도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화려한 액세서리와 명품들까지.
그들은 정말 너무나도 빛이 나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남이 있다면 바로 저들을 두고 말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빛이 나고 있는 그들에 비해 나라는 사람은 너무 보잘것없지 않은가.
화려하고 개성 넘치는 옷을 입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구두를 신고, 화려한 액세서리와 명품들을 두르기는커녕, 땅바닥에 쓰러진 채 입에 들어간 진흙과 함께 피를 토해내는 것이 나라는 사람의 현실이지 않은가.
서로 갈라지게 된 이후 나와는 다르게 별반 다를 거 없는, 늘 그랬던 것처럼 화려하고 멋진 삶을 살아갔을 그들.
땅바닥에 쓰러진 채 입에 들어간 진흙과 함께 피를 토해내는 지금의 나와는 다르게 화려하게 꾸민 채 늦은 새벽녘까지 자기들끼리 젊음을 마음껏 즐겼을 그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것처럼 나와는 다른 행복하고, 즐겁고, 희망이 넘치며, 창창한 미래만이 펼쳐져 있을 그들.
나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그들. 그렇기에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들이 미치도록 부러웠다.
그래서,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 헤헤.... "
반가움의 미소가 아닌, 부러움이 가득 담겨있는 동경과 시기, 그리고 질투라는 감정이 담겨있는 미소가 말이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의 얼굴에 그려진 미소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턱이 없는 경섭과 창우로서는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얼굴에 미소를 그려내는 그의 모습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이런 썅! 저 형은 이런 상황에 왜 웃고 지랄인 거야! "
" 혀, 형! "
신발이 벗겨진 지도 모른 채 헐레벌떡 달려와 만신창이 상태로 길가에 쓰러져 피를 토하는 와중에 얼굴에는 옅은 미소를 그려내고 있는 그의 옆에 털썩 주저앉는 경섭과 창우.
" 어, 어떻게 해. 이거 어떻게 해!? "
" 형 괜찮아요!? 이런 씨발. 이게 지금 무슨 거지 같은.... "
어찌할 줄을 몰라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경섭과, 욕설을 뱉어내면서 머리를 쥐어뜯는 창우.
둘 다 갑작스럽게 목격한 어이없고도 충격적인 상황에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변해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던 찰나, 이내 무언가 깨달은 것인지 경섭이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외쳤다.
" 이, 일단 구급차! 구급차에 신고! 신고부터 해야 해! 신고를 해야... "
사시나무 떨리는 손으로는 핸드폰의 잠금화면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었고, 눈앞은 새하얘져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상식만큼은 남아있었기에 경섭은 한시라도 빨리 구급차를 부르려 거듭 핸드폰의 잠금화면을 풀려고 노력했지만 곧이어 옆에서 들려오는 짜증이 가득 섞여 있는 목소리에 이내 그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 119에 전화 하지 마! "
" 어? 그, 그게 무슨 소리야? "
" 여기 도로가 협소하고 가게마다 바깥으로 나와 있는 게 많아서 경차도 제대로 못 다니는 곳인데 구급차가 안까지 어떻게 들어오겠어!? 여기 안까지 오려면 저기 번화가 끝에 차를 세워두고 구급대원들이 도보로 와야 해! 우리가 여기 안까지 차 타고 온 게 아니라 걸어서 온 거 기억 안 나!? "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경섭과 마찬가지로 식은땀으로 점철되어 잔뜩 빛나고 있는 창우의 얼굴.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눈빛만큼은 마치 강철이라도 자를 것처럼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 애초에 여기 안까지 오려면 번화가 끝에 차를 세워두고 구급대원들이 도보로 와야 하는데 거기서부터 여기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 설령 일찍 도착한다고 해도 다시 구급차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절대 안 돼. 그때라면 이미 너무 늦을 거야. "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경섭과는 다르게 혼란스럽지만 마음을 다잡고선 꽤 냉철한 분위기로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창우는 이곳의 길 사정이 거대한 구급차가 들어오기에는 무리고, 설령 오더라도 도보로 걸어와야 하므로 무엇을 하든지 간에 골든 타임을 놓쳐버릴 것이라는 걸 인지하였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구급차를 부르려는 경섭의 행동을 다급하게 제지해버렸다.
하지만, 창우와는 다르게 눈앞에 놓인 위급상황에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섭은 구급차를 부르려는 자신의 행동을 제지하는 창우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저절로 언성을 높여 대책을 갈구하기 시작했다.
" 그,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야! 신고를 안 하면 어떻게 해! "
"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당장 네 누나한테 전화해서 여기로 뛰어오시라고 해! "
" 누, 누나? 우리 누나는 갑자기 왜? "
" 내가 아까 말했잖아! 구급차로서는 골든 타임을 놓쳐! 그럼, 여기서 가장 빠르게 올 수 있고, 가장 신속하게 형을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누구겠어! 네 누나를 불러서 형 데리고 병원이던 어디든 가야 할 거 아니야! "
" 우리 누, 누나.... "
" 너랑 나랑 방금까지 지연이 누나랑 누나 길드 사람이랑 같이 술 먹고 있었잖아! 정신 차려! 이 새끼야! 네가 정신을 못 차리면 형이 위험해 진단 말이야! 당장 지연이 누나한테 전화부터 때려! "
" 그, 그래! 전화할게! 누나! 저,전화 받아. 제발 전화 받아! "
그러나,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처럼 평소와는 다르게 전화음만이 고요하게 울려 퍼지자 경섭의 얼굴이 울상으로 물들어갔는데, 그걸 본 창우는 눈앞에 놓인 위급상황에 계속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그의 추태에 결국 참아왔던 분노가 터져버린 것인지 목에 핏대가 올라올 정도로 격양된 감정을 보이면서 그를 향해 상스러운 욕설들을 뱉어냈다.
" 아 씨발! 전화를 안 받으면 당장 가게로 뛰어가! 여기서 그렇게 안 멀잖아! 이 병신같은 새끼야! 자꾸 씨발, 머저리 같은 새끼처럼 행동할래!? "
" 아, 알았어! 갔다 올게! "
아직도 술집에 앉아서 자신의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을 누나를 데리고 오기 위해 점이 되면서 빠르게 사라져가는 경섭. 그런 그를 걱정스럽게 쳐다본 창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곧이어 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해내고 있는 유진의 곁으로 더욱 몸을 밀착시킨 뒤 그의 어깨에 두 손을 올려 그의 눈이 감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몸을 계속해서 흔들어댔다.
" 눈 감지 마요! 정신 차리란 말이에요! 여기서 눈 감으면 형 진짜 뒤진단 말이야! "
" 헤헤.... "
" 아, 씨발! 뭐가 좋다고 웃고 지랄인 건데! 지금 이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요!? 자기가 지금 무슨 상황에 놓여있는지 모르는 거야!? 아 제기랄, 진짜 눈 감지 말라고! "
자꾸만 얼굴에 미소를 그려내면서 눈을 감으려고 하는 유진의 행동에 창우는 걱정과 분노가 섞인 목소리를 외치면서도 붉게 충혈된 눈동자 밑으로 자꾸만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억지로 참아내면서 계속해서 그의 몸을 흔들어댔다.
화려하고, 멋지고, 기품이 넘쳤던 자신의 모습은 어느새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세차게 내리는 비에 젖어 물에 빠진 생쥐 꼴로 형편 없이 변해버렸지만, 그는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겨우 그딴 옷차림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힘에 부치는 것인지 거짓말처럼 서서히 감겨가는 유진의 눈꺼풀. 그러나, 그 순간 바람 앞에 놓인 촛불처럼 위태로운 이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뒤에서 들려온 당황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는 여성의 목소리였다.
" 씨발, 뭔데 이건? "
다들 경섭의 재촉에 급하게 끌려 나온 것일까?
거친 숨을 몰아 내쉬고 있는 경섭의 옆에서 오징어 다리를 손에 든 채 눈동자를 크게 뜨고선 눈앞에 펼쳐져 있는 충격적인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윤지연과 저마다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채 어벙벙한 표정을 얼굴에 그려내고 있는 길드원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게이트 안에서 거대한 괴물들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헌터 중에서도 높은 등급을 가지고 있는 A급 헌터 답게 윤지연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선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 야! 성철이 어디 있어!? 성철이 불러와! 힐러 당장 데리고 와! "
" 성철이 포함해서 힐러들 오늘 회식 참가 안 했어요. 오늘 소규모로 모인 거 알고 계시잖아요! 저희 길드 힐러들 다들 집에서 쉬고 있어요! "
" 씨발, 그러면 포션은!? "
" 작전 상황도 아니고 회식하는 자린데 포션을 누가 들고 다녀요! 그리고 얼마 전에 게이트 진입하느라 포션 다 소지해서 재고 채워야 하는 거 알고 있잖아요! 가지고 있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
" 썅! 존나 이런 씨발. 하, 그러면 그 새끼한테 연락을 해야 하는 거야!? 아 씨발, 이런 제기랄! 야! 일단 여기서 회식은 쫑낸다! 다들 돌아가서 가게 정리하고 계산하고 나와! 내 옷이랑 장비는 너희가 따로 맡아놓고 있으면 내가 나중에 찾아갈 테니까 조심히 맡아두고 있어라! 알았어!? "
예 알겠습니다ㅡ
" 내가 챙길 테니까 창우랑 경섭이! 너희들은 내 차 주차된 곳 알지? 차 키 줄 테니까 거기로 전속력으로 뛰어가서 유진 씨 눕힐 수 있도록 뒷자리 싹 정리해놓은 다음 시동 먼저 걸어놔! 그리고, 트렁크에 보면 내 가방이 있는데 거기 뒤져보면 긴급 급속 안정제 주사기 있거든! 그것도 전부 꺼내놓아야 해. 뭐해 다들 안 달리고!? "
차키를 받아들고선 구두를 고쳐 신은 뒤 차가 주차되어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사라져가는 그들을 뒤로하고선 유진을 조심스레 왕자님 안기로 안아 든 그녀는 세찬 빗줄기에 더이상 그가 젖어 드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외투로 그를 덮어준 뒤 자신의 차가 주차되어있는 곳으로 조심스러우면서도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을 내달렸을까? 어느새 시동이 걸린 채 우렁찬 소리를 내고 있는 자신의 차에 도달한 그녀는 미리 깔끔하게 치워져 있던 뒷자리로 그를 조심히 밀어 넣은 뒤 이미 준비되어있던 긴급 급속 안정제 주사기를 마치 뱀파이어의 가슴에 은제무기를 꽂아 넣는 킬러처럼 그의 심장을 향해 단숨에 박아넣었다.
" 헉! "
몸으로 침투하는 약물에 의해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자 심장에 박아넣었던 주사기를 빼낸 그녀는 망설임 없이 주사기를 바닥에 버려버리고서는 어깨 사이에 전화기를 꽂아 넣은 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면서 운전석에 앉은 후 망설임 없이 액셀을 거세게 밟아댔다.
" 누나 술 안 먹었지? "
" 안 먹었으니까 괜찮아! "
새벽 시간이라서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고속도로도 아닌 국도를 어찌나 빠르게 질주하고 있는 것인지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단단히 맨 창우의 머리털이 삐쭉 빼쭉 곤두설 정도였지만 그녀는 속도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높이면서 핸들을 꺾어대며 목적지를 향해 황소처럼 달려갈 뿐이었다.
" 아 이 씨발! 전화는 왜 또 안 받고 지랄인거야! "
전화음이 아닌 "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 라는 말만이 들려오자 어깨 사이에 끼우고 있던 핸드폰을 거칠게 바닥으로 던져버린 그녀는 낭패라는 듯 입술을 물어뜯었다.
" 씨팔. 이러면 그냥 가는 수밖에 없지. 제기랄. 미리 얘기라도 해줘야 조금이나마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텐데. "
" 누, 누나 우리 어디 가는 거야? "
뒷자리에 앉아 손에는 수건을 든 채 유진의 입가 주위에 묻어있는 피를 계속해서 닦아내고 있는 경섭은 본인들이 향하고 있는 목적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 여기서 제일 가까우면서도 내가 제일 잘 아는 병원 있어. 지금 거기로 가는 중이야. 원래라면 미리 전화로 알린 다음에 도착한 뒤 조치를 빠르게 취할 수 있도록 준비 좀 해달라고 얘기하려고 했는데 이 새끼가 전화를 안 받네. 씨발. 그나저나, 유진 씨 상태는 어때? "
" 모, 모르겠어. 계속 피를 토하고 있기는 한데 자, 잘 모르겠단 말이야. 누나! 그냥 조금이라도 빠, 빨리 가주면 안 돼? 우리 유진이 형 이러다가 큰일 날 것 같단 말이야. "
" 아이 씨발! 뒷자리에서 자꾸 쫑알쫑알 대지마! 지금 속도 안 보여? 고속도로도 아니고 국도에서 150 밟으면서 드리프트 하고 있는데 여기서 뭘 더 어떻게 빨리 가란 말이야! "
" 그게 아니라 누, 누나가 형 안고 차라리 달리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자, 자동차로 이동하면 도로를 따라서 이동해야 하는데 누나가 형을 안고 가면 그냥 나, 날아가도 되니까... "
" 그게 씨발 말이야 막걸리야!? 제발 경섭아! 목 위에 대가리를 달고 사는 인간이면 제발 생각 좀 해! 지금 유진 씨가 저 상태인데 내가 유진 씨를 안고 날아가라고? 애초에 일반인의 신체가 헌터가 내는 속도를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것도 환자인 사람이!? "
" 어.... 그, 그치만... "
" 너는 입 다물고 유진 씨 챙기기나 해! "
저 멀리 보이는 웅장한 대형 병원의 모습. 그리고, 거기로 이어지는 도로 위 신호가 바뀌든 말든, 과속 카메라에 찍히든 말든, 정상적으로 운전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일그러지든 말든, 모든 것을 상관 쓰지 않고 그렇게 야생마같이 자동차는 달려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