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 폭발
* * *
불길한 기운만을 뿜어대는 빨간색 하늘, 끊임없이 펼쳐져 있는 검은색 강, 그리고 그 위를 천천히 헤쳐나가는 작은 나룻배.
성인 여성 두 명 정도가 타면 만석이 될 정도로 작고 조악한 나룻배 위에는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탑승하고 있었다.
" 후우우. "
나룻배 앞부분에 고고하게 선 채로 천천히 노를 저으며 검은색 강을 헤쳐나가는 여성.
날씨가 많이 추운 것일까? 그녀가 입을 열 때마다 나오는 입김은 너무나도 선명하고 진해, 마치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산악가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노를 젓고 있는 여성의 옷차림은 입 밖으로 나오는 입김으로 파악할 수 있는 날씨에 비해 매우 가벼운 차림을 띄고 있었는데. 아니, 애초에 가벼운 차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사극이나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품이 넓은 비단옷과 갓을 쓴 채로 노를 젓고 있는 여성은 가벼운 현대식 옷차림을 입고선 나룻배 뒷자리에 앉아서 공허한 눈을 띄고 있는 남성과는 큰 괴리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 끌끌. "
그 순간, 노를 천천히 젓다 말고선 이내 그 행동을 멈추는 여성.
곧이어 고개를 돌린 여성의 시선은 나룻배 뒤에 앉은 채로 공허한 눈을 띄고선 멍하니 검은색 강을 바라보고 있는 남성에게로 향했다.
" 불쌍하구나. "
한 시대를 풍미한 거인처럼 저절로 사람을 무릎 꿇게 만드는 권위 있는 목소리로 혀를 두 세 번 찬 그녀는 가감 없이 공허한 눈빛을 띤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그를 향해 드러내는 안타까운 감정.
" 어찌하여 이곳까지 흘러들게 된 것이냐. "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 본래대로의 운명에 따르면 아직은 여기에 올 때가 아니고, 지금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 네가 찾는 진정한 행복에 다다랐어야 할 운명일 텐데. 그러나, 결국 열려 버린 세상의 틈으로 흘러 들어가 비틀려버린 운명이 결국에는 너를 이곳까지 안내했구나. "
손에 들고 있던 노를 나룻배 위에 살포시 얹은 그녀.
곧이어 나풀거리는 비단옷을 뽐내며 그녀가 출렁거리는 나룻배 위에서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그를 향해 걸어가자 동시에 발밑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체 모를 검은색의 기운들이 서서히 조악한 나룻배와 공허한 눈빛을 띠고 있는 그를 잠식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서히 변해가는 그의 모습.
평범하던 얼굴은 서서히 한쪽이 뭉개지기 시작했고, 깔끔한 현대식 복장은 점점 헤지고 찢어지며 더러워져 갔으며, 멀쩡하던 팔과 다리는 찢어지고 상처가 생기며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고 꺾이고 이상한 방향으로 큰 소리와 함께 꺾여나갔다.
또한, 점점 바닥으로 떨어지는 이빨들과 눈과 귀 그리고 코와 입 등 존재하는 구멍이란 구멍에서 쏟아져 나오는 피. 마지막으로 창백해져 가는 피부까지.
한눈에 보아도 절대 정상이 아닌, 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남성. 그러나, 나룻배 위에 존재하는 두 사람은 놀라거나 당황하는 기색 따윈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무덤덤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 본디 자신이 누려야 할 것들을 모조리 빼앗겨 버렸지만 아무런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삶이라니. 안타깝고도 기구하구나. 인간의 삶을 동정해보긴 정말로 오랜만이야. "
" ... "
" 억울하지는 않느냐? "
모든 것을 궤뚫어 본다는 듯 깊은 늪처럼 번뜩이는 그녀의 눈동자. 그러나, 여전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 ... "
" 말도 못 할 정도로 망가진 건가. 쯧쯧. 하긴, 이미 몸도 마음도 망가져 있는 상태에서 기둥 하나로 여태까지 버틴 것이 늘. 그 기둥 하나마저 산산이 부서졌는데 버틸 수 있을 리 없지. 그리고 애초에 망가지지도 않았으면 이 배를 탔을 리도 없을 터. "
" ... "
" 알다시피 하늘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억울하던, 화가 나던, 슬픔을 느끼던, 부당하다고 느끼던, 비틀려버린 운명을 부여시킨 하늘의 뜻을 어찌 거스를 수 있겠느냐. 어떻게 됐던 간에 네가 나와 함께 있는 것도, 이 나룻배 위에 앉아 있는 것도 전부 하늘의 뜻이지. "
어느샌가 서로 입맞춤을 할 듯 가까워진 둘의 거리. 그러나, 여태까지 결과가 정해져 있는 것처럼 말을 한 것과는 다르게 곧이어 그녀의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이전까지와는 다른 말이었다.
"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
" ... "
" 아무리 하늘의 뜻이라고는 하지만 너에게 주어진 비틀린 운명은 견디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해. 어린아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어떻게 어른을 이길 수 있겠느냐. 고사리같이 작은 손을 있는 힘껏 휘둘러봤자 생채기도 내지 못할 테지. "
" ... "
" 그러나, 내가 아무리 너를 동정한다고 해도 결국 하늘의 뜻을 거역할 수는 없는 법. 하지만, 반대로 생각한다면 하늘이 내린 뜻을 거역하지 않는 선에서는 내가 무엇을 하던 전부 용인이 된다는 소리가 아니겠느냐. "
그 후, 검지 손가락을 들어 그의 이마에 가져다 댄 뒤 따뜻하며 자애로운 미소를 얼굴에 그려낸 그녀는 천천히 그를 나룻배 밖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아무런 저항도, 반항도 하고 있지 않았기에 그는 자연스레 나룻배 뒤로 밀려났고 어느샌가 끝부분에 다다라 불길한 기운만을 내뿜고 있는 강을 향해 서서히 몸이 기울어지던 그 순간, 이미 반쯤 나룻배 바깥으로 밀려나 곧 있으면 머리부터 강을 향해 빠지게 될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녀는 고고한 표정과 함께 권위 있는 목소리로 조용히 읊조렸다.
" 이건 내가 너에게 주는 위로이자, 선물이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는 기회이노라. 비록 하늘이 정해준 뜻인 비틀린 운명을 내가 바꾸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용인된 선에서 내가 준 이 마지막 기회를 부디 헛되이 쓰지는 않았으면 좋겠구나. "
" ... "
" 가거라. "
그녀의 마지막 말과 함께 강물에 빠진 후 천천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하는 그의 몸. 그렇게 마치, 자신이 다이버라도 된 것처럼 두 팔을 양옆으로 편 채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던 그의 몸과 눈은 서서히 감기게 되었으며 그대로 끝을 알 수 없는, 오직 어둠만이 가득한 아래로 깊게 내려갔다.
그 후, 동시에 점화되는 눈동자의 생기와 함께 기억은 소멸하였고,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린 그가 제일 먼저 맞이한 세상은 자신을 둘러싼 채 기분 나쁜 웃음을 보이면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이었다.
" 야, 근데 진짜로 하려고? "
" 아, 그럼 당연히 진짜로 하지. 가짜로 하겠냐? 우리가 언제 아가리만 털고 실행에 안 옮긴 적 있어? "
" 무, 물론 그렇긴 한데.... "
" 그럼 갑자기 왜 지랄이야. 야, 너 설마 쫄은 거 아니지? "
" 쪼, 쫄긴 누가 쫄았다고 그래!? "
" 염병을 떨어라. 얼굴색만 봐도 바짝 긴장한 게 티 나는데 어디서 이빨 털고 있어. 걱정하지 마! 여기 인근에 CCTV도 별로 없고 애초에 깊은 새벽 시간이라서 경찰들도 순찰 잘 안 돌아. 절대 걸릴 일 없으니까 괜히 가슴 졸이지 말라 이 말이야. "
자신을 에워싼 채 뭐가 그렇게 재밌는 것인지 자기들끼리 웃음꽃을 피우는 여성들의 모습. 아득한 심연 속에 깊이 발을 담갔다가 이제야 정신을 차린 그가 지금 자신의 앞에 펼쳐진 상황을 목격한 순간 느낀 감정은 불쾌감도, 좌절도, 분노도 아닌 의문이었다.
' 나 왜 여기 있는 거지...? '
기억이 희미하다. 아내에게 구타당한 뒤 우스꽝스럽게 집 밖으로 쫓겨나 집 앞 계단 진흙 바닥에 박힌 내 몸을 힘겹게 일으킨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아무리 떠올리려 애를 써봐도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도저히 생각나지를 않는다.
도대체 지금 나는 집 앞 계단에서 몸을 일으킨 뒤 어째서, 무슨 이유로 젊은이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번화가 골목길 쓰레기 더미 위에 주저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이 여성분들은 왜 나를 에워싼 채 자기들끼리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거지?
사실, 조금의 이성이라도 남아있다면 지금 그들이 무슨 이유에서 웃음꽃을 피우는지 그들의 대화를 통해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그의 상태로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정신도, 설령 들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인지할 이성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는 그저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린 채 입에 고여있던 핏물을 뱉어낼 뿐이었다.
" 쿨럭! "
빨간색을 넘어선, 검은 색깔의 핏물이 턱을 타고 쏟아 내리자 화들짝 놀라 경련을 일으키는 그들.
" 씨발! 놀라라!? 뭐야, 깬 거 아니야? "
" 아니야. 깨긴 뭘 깨. 딱 봐도 깬 거 아니고 입안에 피 고여서 그냥 뱉어낸 건데 뭘 또 쫄고 그래. 애초에 이런 상태로서는 정신을 차려도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걱정 놔. 병신들아. "
피를 토해낸 그를 보면서 다시금 호들갑을 떠는 인원들을 보면서 걱정하지 말라며 중재시키는 한 여성. 그들의 리더격이라도 되는 것일까? 날카로운 인상과 양팔을 뒤덮은 문신 그리고 갈색 머리카락의 긴 생머리는 보는 사람으로 긴장감을 형성시켰다.
" 아이씨, 뭔가 찝찝한데. 야, 이거 진짜로 굳이 해야 해? 그냥 다른 사람 찾으면 안 돼? "
" 씨발, 몇 번을 말해야 하는 거야? 전혀 문제 될 것 없으니까 그냥 걱정 놓아도 된다고! "
하지만, 그녀의 진정에도 여전히 불쾌감과 유감스러움을 드러내는 인원들의 행동에 이내 짜증이 솟구친 것인지 동시에 리더격으로 보이는 그녀의 언성 또한 높아졌다.
"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이건 뭔가 좀 거부감이 든다고 해야 할까? 몸 상태도 그렇고, 얼굴 뭉개진 것도 그렇고, 이 사람 상대로는 뭔가 좀 꺼림칙한 느낌이 들어서.... "
" 맞아. 이건 좀 양심에 찔린다고 해야 하나..... "
그러나, 그들이 주저와 우려감을 표현하는 이유는 검거에 대한 불안함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중환자실에 실려 가야 할 환자를 상대로 윤간을 시행할 것이라는 사실에 이런 망설임을 보이는 것이었다.
아무리 질이 나쁜 범죄자라도 같잖은 도덕적 양심이 남아 있는 것인지 동조를 보이는 인원들. 하지만, 그들의 리더격으로 보이는 여성은 그러한 동조에 동의하기는 커녕 오히려 콧방귀를 내뿜으면서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 지랄을 해라. 병신들아. 나랑 똑같이 여태까지 술에 취한 골뱅이 새끼들만 보면 닥치는 대로 끌고 가서 따먹고 사진찍고 버려버리는 쓰레기면서 갑자기 왜 이렇게 깨끗하고 고상한척들을 하는 거야? 진짜 뒤질래? "
" 아니! 그거랑 이거랑은 완전히 다르지! 이 사람은 술에 취한 게 아니라 그, 좀, 많이 아픈사람이잖아! "
" 그게 왜? 아픈 사람이면 씨발, 이 새끼가 남자인 사실이 변해? 이 새끼가 자지 달린 게 사라져? 아니잖아? 난 도대체 너희가 무슨 이유로 그렇게 망설이는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어. 씨발, 몸을 다친 새끼보다 술에 꼴은 새끼를 따먹는 게 더 정의로운 일인가 봐? "
" 그건 아닌데.... "
" 그럼 문제 될 거 없잖아. 어차피 씨발 따먹는 거 이것저것 가릴 필요가 뭐가 있어? 조건만 맞으면 그냥 데리고 가서 후딱 해치워버리면 끝이지. 왜? 얼굴이 약간 박살 난 게 문제인 거야? 그럼 길에서 주운 검은색 비닐봉지 얼굴에 씌워놓고 하면 되지! 솔직히 너희도 이 새끼 몸뚱아리는 진짜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
갑자기 손을 뻗어 그의 상의를 거침없이 찢어버리는 그녀의 행동에 피에 잔뜩 젖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뽀얗고 부드러운 속살을 뿜어내는 그의 상체가 가감 없이 바깥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작은 천 하나도 걸치고 있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 그들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당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눈 앞에 펼쳐지는 먹음직스럽고 색스러운 남성의 하얀 속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목 뒤로 침을 꿀꺽 삼켜냈다.
" 괜히 고상하고 정의로운 척하지 마. 너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어쭙잖은 양심 들이밀어봤자 쓰레기인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
적의 숨통을 끊는 것처럼 뼈를 때리는 그녀의 결정타가 들어온 뒤 잠시 이어지는 침묵.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아까까지만 해도 그를 윤간한다는 것에 망설임과 우려를 표현했던 것들이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그들의 눈빛에는 하나둘씩 탐욕과 색욕이 넘실넘실 흘러넘쳐 밖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본인이 의도한 대로, 계획한 대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도출되자 입가에 미소를 지어낸 그녀는 속된 말로 한따까리 하는 여성들을 휘어잡고 이끄는 리더답게 손을 까딱까딱 움직이면서 탐욕과 색욕을 가감 없이 표출하는 그들을 향해 읊조렸다.
"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바로 하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지. 안 옮기고 다들 뭐해? 일단 얼른 차로 옮기고 아지트로 바로 출발하자. 이미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됐어. 여기서 더 우물쭈물했다가는 경찰 순찰에 꼼짝없이 걸릴 거야. "
" 그, 그래. "
" 아! 맞다. 차 태우고 아지트로 전화해서 카메라 미리 세팅해놓으라고 전해. 혹시 모르니까 비닐봉지랑 매트리스도 준비해놓고 장난감들도 다 세팅해놓으라고. 자, 그러면 옮기자!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새끼들아! "
그렇게 수많은 여성의 손에 이끌려 공중으로 들어 올려진 그.
하지만, 자신이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반항과 저항은커녕 아까와 마찬가지로 자꾸만 입에 고이는 피를 계속해서 입 밖으로 뱉어내며 고통에 가득 찬 신음을 뱉어낼 뿐이었다.
' 나, 드, 들렸네? '
거칠게 이끌리는 와중에도ㅡ
' 가슴 만져지고 있네.... 이러면 안 되는데.... '
옮기는 와중 음욕을 참지 못한 수많은 여성이 우악스러운 손길로 상처투성이의 가슴을 거칠게 희롱하는 와중에도ㅡ
' 나 어디 가는 거지....? '
승합차의 문을 연 뒤 개조되어 넓은 뒷좌석을 자랑하는 공간에 집어넣어 지려고 하는 와중에도 그는 아무런 저항 따위 하지 않았고 결국 그들의 손길에 이끌려 힘없이 온몸이 차 안으로 들어가 꼼짝없이 잡아먹히려는 그때.
그래, 바로 그때였다.
" 다 죽여버리기 전에 그 손 안 놓아!? "
건물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질 듯이 들리는 카랑카랑한 남성의 목소리와 함께 동시에 근처에서 들리는 경찰 사이렌 소리까지. 너무나도 갑작스레 벌어진 영문 모를 상황에 그들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며 우왕좌왕하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들었다.
" 야 이 개 씨발 새끼들아! 이 파렴치한 변태 새끼들이 감히 누구한테 손을 대고 있는 거야!? 너희들 다 경찰에 신고했어! 사지를 다 찢어버릴 거야! 다 죽여버릴 거라고! "
그러나, 연이어 들리는 카랑카랑한 남성의 목소리와 더욱 가까워지는 경찰 사이렌들. 얼핏 들어도 꽤 많은 들리는 경찰 사이렌 소리에 지금 자신들의 앞에 펼쳐진 상황이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을 파악한 그들은 눈앞에서 먹잇감을 놓쳤다는 사실에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앞에서 걸린 이 순간, 먹잇감을 놓치지 않고 데려간다면 그것이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부를 터.
답이 정해져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눈물을 훔친 그들은 아주 잠깐 아까움에 눈물을 훔쳤고, 그 뒤 빠르게 서로 간에 눈빛을 교환한 후 들고 있던 그를 바닥에 내팽개친 후 황급히 승합차에 탑승해 빠르게 도로를 벗어나 버렸다.
" 하아..... "
저 멀리 사라져가는 승합차의 뒷모습을 보면서 신음을 내뱉는 유진.
아직까지 그는 자신에게 무슨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가쁜 숨만을 몰아 내쉬고 있었는데 그 순간.
귓가를 따갑게 때리는 구둣발 소리와 카랑카랑하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남성의 목소리에 그가 천천히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눈물범벅과 땀범벅을 한 채 어찌나 급했는지 한쪽 구두는 벗겨져 양말 차림으로 달려오고 있는 익숙한 얼굴의 두 명의 남성들이 희미한 초점의 눈동자에 서서히 담기기 시작했다.
" 형! "
" 혀, 형! 괜찮아요!? "
윤경섭과 박창우.
그들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