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의 평범한 유부남-56화 (56/77)

〈 56화 〉 폭발

* * *

창문 밖으로 빛나는 날카로운 맹수의 눈빛. 상대방을 진심으로 찢어 죽여버리겠다는 포식자의 눈빛은 그 어떤 강심장이라도 모두가 몸을 움찔거리면서 저절로 겁을 집어먹을 정도로 살벌했지만 의외로 그는 겁을 집어먹는 대신 미소를 짓고 입꼬리를 늘어뜨리면서 오히려 마음의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소를 짓고 입꼬리를 늘어뜨리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는커녕, 오히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식은땀과 함께 머리가 새하얗게 백지가 되는 느낌을 감추지 못하고선 이빨을 갈아대고 있는 그녀.

이상하면서도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처럼 위태롭게 흘러가는 상황에 태연하고 뻔뻔하게 행동하는 것으로서는 남들 부럽지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는 그녀로서도 이번만큼은 도저히 떨리는 감정을 감춰내지 못하며 주먹을 말아쥔 채 깊은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 이런 씨발, 저 썅년. 분명히 들었을 거야. '

아까 전, 자신의 밑에 깔린 채로 필사의 저항을 한 오유진의 외침을 들은 게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자신의 차로 다가와서 창문을 내리라는 당돌한 소리를 지껄이는 것일 터.

애초에, 합의까지 전부 좋게 보고 차 안에서 기다리겠다며 말까지 한 사람이 갑자기 몸을 돌려 자신의 차로 다가올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분명, 어렴풋이나마 그의 외침을 들은 게 분명했다.

' 젠장. '

실책이다.

차라리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겨우 숨만 붙어 있을 정도로 구타를 하던가, 혹은 허튼짓을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관리를 했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이 사태가 발생해버린 것 아니겠는가.

그녀는 조금 더 강압적이고 위협적으로 행동하지 않은 자신의 언행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전부 다시 담을 수는 없는 법.

이미, 상황 자체는 악화되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더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막아내는 것뿐이기 때문에 그녀는 차 내부를 맴도는 여성의 말과 함께 작게 열린 틈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빛을 느끼면서 하늘 위로 치켜세운 손바닥을 천천히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현장 검거를 당한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든 뻔뻔하고 태연하게 밀고 나가면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거지. '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상대가 현장 자체를 목격한 것이 아니므로 충분히 조심만 한다면 유야무야 구렁이 담 넘듯이 부드럽게 넘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솔직하게 상대가 경찰도 아니고, 일반 시민에 불과한데 아니라고 우겨대고 요구를 거절한다 해도 상대방이 취할 수 있는 방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심증과 의심만 가지고 물증도 없는 채로 본인이 뭐 어쩔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 실수하면 안 된다. 이번에 잘못해서 삐끗하기라도 한다면 전부 끝인 거야. '

이곳에서 실수를 하게 된다면 여태까지 해온 것들이 전부 물거품이 될 터. 그러므로 그녀는 아까 전 해피 타임에 도달하게 되면서 조금 느슨해진 마음을 다시 조여댔고 또한, 더 이상 그가 허튼짓을 하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지 못하도록 한 손으로 그를 완전히 제압시켜버렸다.

또한, 혹여나 작게 열려 있는 창문 틈 사이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 가면서 차량의 내부를 파악할 수도 있음으로 그러한 일들을 막기 위해 그녀는 고개를 돌려 얼굴을 창문 가까이 대 버려서 상대방의 시야를 완전히 차단 시켜버렸다.

그리고선 창밖으로 빛나고 있는 눈빛을 마주 보면서 천천히 거절의 말을 꺼내는 그녀.

" 내가 왜? "

사실, 그녀에게 할 수 있는 선택은 거절밖에 없었다. 첫 번째로 애초에 자신이 창문을 순순히 열어줄 이유가 없을뿐더러, 둘째로는 인생 실패자 삼류 양아치 따위가 자신에게 강요를 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고, 셋째로는 창문을 열어줬다가 바깥에 있는 여성이 차 안에 있는 오유진을 보게 된다면 모든 것이 위험해지고 물거품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녀는 무조건적으로 창문을 내리라는 여성의 강요를 완곡하게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 조금의 틈도 허용해주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쏟아지는 그녀의 냉랭한 말들.

" 내가 왜 열어줘야 하냐고. "

" 아니, 아줌마. 그냥 열어달라니까. 뭐, 딱히 어려운 거 아니잖아? 잠깐만 창문 좀 내렸다가 다시 올리면 되는데 기껏 오래 걸린다고 해봐야 10초 정도밖에 안 걸리는데 좀 내려줘라. 응? "

" 그러니까, 내가 왜 내려줘야 하냐고. 이미 좋게 합의 볼 거 다 봤고, 딱히 소지품을 내 차 안에 놔두고 간 것도 아니고, 애초에 내가 잘못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네 말을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할 이유도 없고, 또한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게 있는 법인데 내가 도대체 네 말을 따라서 순순히 창문을 내려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

" 아이 거참, 쪼잔하게 왜 그래? 다 이유가 있으니까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건데. 그러니까, 잔말 말고 얼른 내려봐. 조금이면 돼! 응? 조금이면 된다니까? "

" 전부 이유가 있으니까 그딴 식으로 행동하는 거라고? 지랄하고 있네. 네가 나랑 아는 사이도 아니면서 도대체 무슨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거야? 한 번 지껄여나 봐. 정당한 이유라면 내가 고려는 해볼게. "

그러자, 여성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머리를 긁어내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자신이 그러한 강요를 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 아니, 다름이 아니라 내가 아까 이상한 소리를 들었거든. 그, 뭐라고 해야 하지? 영화에서 보면 남자가 납치범한테 잡힐 때 내는 소리 있잖아? 그런 거 말이야. "

역시 예상한 대로 다른 이유가 있던 게 아니라 오유진이 마지막에 외쳤던 그 소리를 들은 게 맞았다. 심장이 철렁거리고 동시에 그를 향한 분노가 샘솟아 올랐지만, 나중을 기약하면서 겨우 그 욕망을 참아낸 그녀는 아주 태연하고도 뻔뻔하게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서 아무런 흥미가 없는 사람처럼 퉁명스럽게 대답을 건넸다.

" 아주 지랄을 해라. 지랄을 해. 너 혹시 약쟁이 새끼냐? "

" 아닌데. 나 진짜 똑똑히 들었는데. "

예리한 년. 쓸데없이 귀는 밝은 것 같네.

" 미안한데 난 아무것도 못 들었거든. "

" 나는 들었거든. "

" 하.... "

마치 벽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다.

무언가를 확신하는 듯한 여성의 태도와 눈빛.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본인이 잘못 들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한 번쯤 고민해보는 기색이라도 보일 텐데 신기하게도 상대방은 그런 고민의 기색도 없이 본인의 생각이 맞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 그래. 뭐, 백번 양보해서 내가 못 들은 거고 네가 확실하게 들었다고 치자. 그래서 네가 들었다던 그 소리랑 내가 창문을 열어줘야 하는 거랑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건데? "

" 대가리를 좀 굴려봐! 당연히 상관이 있지 이 사람아! 생각해 봐. 남자 비명이라니까? 그것도 일반적인 소리가 아니라 막 울부짖는 소리라고. "

" 그래서. "

" 위험에 처해 있을 수도 있잖아. 그러면 여자로서 남자를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므로 도움의 손길을 뻗어야 하는 것 아니겠어? "

" 그러니까 네 그 알량한 정의심이랑 내가 창문을 열어줘야 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냐고. "

" 그야, 아줌마가 의심스러워서 그런 거지. "

눈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가는 여성.

" 아무리 조건을 따져봐도 그런 소리가 들릴 만한 장소가 아줌마 차밖에 없어. 주위를 둘러봐봐. 사람이 있을 법한 집들의 불은 전부 꺼져있고,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도 없어. 즉, 이 길에 있는 사람은 나랑 아줌마 뿐 이라고. "

" ... "

" 그리고 무엇보다 이 행동. 나는 아줌마의 행동이 존나게 의심스럽다니까? 아니, 생각을 해봐. 본인이 떳떳하고 아니라면 그냥 창문 한 번 내려주고 끝내면 되는 노릇이거든. 그런데 아줌마는 아까부터 말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뭔가 회피하려는 기색이 있단 말이지. 뭔가 이야기 자체를 빨리 끝내려고 하고 있어.

" .... "

" 더군다나 창문의 선팅도 너무 짙고 또, 창문 가까이 얼굴이 붙여서 틈 사이로 내가 차 내부를 못 보게 하려고 필사적으로 막는 것도 이상하고 말이야. 솔직히 이 정도면 합리적인 의심 아니야? "

미친년.

상황을 완전히 꿰뚫어 보는 여성의 날카로운 시각에 그녀는 머리가 깨져나갈 듯한 두통을 느끼면서 인상을 잔뜩 찌푸려냈다. 이 년. 상태를 보아하니 아무리 봐도 포기할 생각 따위는 없어 보인다.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고야 하는 의지가 다분하게 느껴졌다. 낭패다. 너무 낭패야.

침묵이 이어지는 상황. 그 속에서 잠시 눈을 감은 채로 생각에 잠긴 그녀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 가며 이후의 대처를 생각해나갔다. 하지만, 아무리 머릿속을 쥐어 짜내고 또 쥐어 짜내도 이 상황을 확실하게 타파할만한 획기적인 방법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고 그녀는 입술을 이빨로 짓이기면서 분함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 그럼 어쩔 수 없지. "

" 어쩔 수 없다고? 왜, 이제 문 열어줄 마음이 생겼어? "

" 아니. "

고민을 거듭하고 나온 그녀의 대답은 분노도, 짜증도, 시비도, 설득도 아닌 포기였다. 곧바로 중립으로 넣어두었던 기어를 드라이브로 넣은 그녀가 무표정으로 핸들에 손을 얹고서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자 여성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말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 어, 아줌마. 뭐해? 문 열라니까? "

" 내가 왜? 야, 내가 하나하나 친절하게 다 받아주니까 개 병신 호구 새끼로 보이나 본데 나한테는 네 그 봊같은 추리에 어울려줘야 할 의무 따위는 없어. 사람을 놀리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젠 하다 하다 선량한 시민을 파렴치한 범죄자로 몰아가려고 해? "

" 아줌마. 지금 혼자서 되게 보지 떨고 있는 거 알아?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처럼 아줌마가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을 하면 오히려 더 의심이 간다니까? "

" 마음껏 의심 쳐해. 봊같은 년아. "

애초에 말 자체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서 원활한 대화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설득을 하고 논리를 끌고 와서 반박해보아도 상대는 불도저처럼 모든 걸 무시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루려고 밀고 들어오는데 무얼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대화를 하며 상대를 설득시킬 이유 따위는 없지 않은가? 어차피 대화를 나누어봤자 진전은커녕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나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게 뻔했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하면서 상황을 풀어나간다는 전략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버려야 하는 법.

" 네가 무슨 경찰도 아니고 씨발, 의심하면 어쩔 건데? 나는 그냥 합의한 대로 차만 빼주고 다른 곳으로 사라져버릴 테니 마음껏 의심하고 셜록 홈스처럼 열심히 추리해나가. 머저리 같은 년. "

애초에 상대방은 심증만 가지고 추리를 하고 있었다. 물론 그 추리가 모두 맞기는 하지만, 아무튼 정확한 물증은 존재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상대방은 영장을 가지고 있는 경찰이 아닌 단순한 시민일 뿐. 여기서 나를 옭아맬 수 있는 권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 차라리 처음부터 이렇게 해야 했다. 괜히 대화로 상황을 풀어나간다고 지랄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개무시하고선 창문을 닫고 장소를 이동했어야 했다. 머저리 같은 년. 조금만 머리를 굴릴 것이지. 쯧.

" 창문 닫을테니까 계속 넣고 있다가 손 다쳐도 난 모른다? 아무튼, 난 합의한대로 차빼줄테니까 알아서 방구석에 박혀서 추리를 하던 차 안에서 보지잡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마음대로 해. "

" 야! 아줌마! 열라니까! 이거 미친년 아니야!? 열라고! 어, 씨발 진짜로 닫네!? 야! ㅇ.....! "

운전석의 버튼을 조작해 창문을 완전히 닫아버린 그녀는 창문을 두드리면서 무어라 지껄이는 여성을 보면서 비웃음을 내뱉었다.

백날 두들겨 봐라. 어차피 열리지도 않을 테니.

" 자, 그러면 유진 씨. 마지막 희망의 불꽃도 전부 사그라들었는데 이거 불쌍해서 어떡하나? "

밖에서 열심히 떠들어대고 있는 여성을 뒤로하고 옆으로 고개를 돌린 그녀는 여전히 핏물을 쏟아내면서 숨을 헐떡이는 그를 보면서 비릿한 웃음을 뱉어냈다.

" ... "

여전히 그녀의 손길에 제압당한 상태이기 때문에 무어라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발버둥 치지도 못했지만, 그 눈동자만큼은 굉장히 심한 흔들림을 보이면서 현재 그의 마음을 확실하게 대변해주고 있었는데 심한 떨림을 보이는 그의 눈동자는 마치 " 안돼. 안돼! " 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 씨발 아까전에 네가 소리쳤을 때 내가 진짜 얼마나 식겁했는지 알아? 와, 오랜만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비 오듯이 흐르더라. 더군다나 저 양아치 같은 년이 귀찮게 굴면서 추리할 때는 몸에 어찌나 소름이 돋는지 원. "

" ... "

" 뭐, 그래봤자 결국에는 이렇게 돼버렸지만 말이야. 왜? 아까 저 양아치 년이 창문 좀 내려보라고 했을 때 아주 희망에 가득 찼었나 봐? 하긴, 아, 이제 내가 구원받을 차례구나! 라고 마음속으로 소리치면서 정말 기뻐했겠지? 지랄 염병 봊이나 까. 너한테 그런 기회 따위는 안 와. 지금 이 순간도, 앞으로도 영원히 말이야. 흠, 마음 같아서는 지금 바로 벌을 주고 싶은데... "

핸들을 손가락으로 두들긴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서 건방진 행동을 한 그에게 벌을 선사하고 싶었지만, 장소도 그렇고 아직까지 옆에서 창문들 열심히 두들기면서 무어라 지껄이고 있는 방해꾼이 옆에 있었기에 그 욕망을 잠시 억누르기로 했다.

" 나중에 줄게. 네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것을 모조리 선사해줄 테니 정말 기대해도 좋아."

그녀의 마지막 통보에 고개를 숙이는 유진. 세상이 무너지고, 마지막 기회를 잃어버린 채 자신에게 남아있는 끔찍한 미래를 상상하며 절망에 빠진 그의 모습을 보고선 마음 안쪽을 자극하는 가학심에 그녀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선 피식피식 웃음을 보였다.

이제 남은 것은 장소를 옮긴 뒤 장단에 맞춰 신명 나게 즐길 해피타임뿐.

정말, 이곳까지 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들인 노력도 많았고 돈도 많았으며 정성도 많았다. 이곳까지 오는데 우여곡절은 셀 수 없이 많았으며 조금 전처럼 삐끗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고난도 있었지만, 결국엔 모두 다 이겨냈다. 즉, 마지막에 웃고 있는 사람은 나라는 것. 그러한 사실에 그녀는 자꾸만 새어 나오는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선 어깨를 들썩거렸다.

실의에 빠진 그를 뒤로하고서 액셀에 발을 올린 뒤 핸들에 손을 올린 그녀는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여전히 창문 밖에서 무어라 떠들어대며 길길이 날뛰고 있는 여성을 향해 중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물론 창문의 짙은 선팅으로 인해 바깥으로 보일 일도 없었기에 그녀는 마음을 놓은 채 입 모양으로는 욕설을 내뱉고 중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자신의 승리를 마음껏 만끽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가 간과하는 것이 있었다.

차량의 선팅이 짙어서 내부가 잘 보이지는 않으나, 그래도 눈을 찌푸린 채 집중을 해서 본다면 어렴풋이 사람의 윤곽이 보인다는 점과 자신이 인생 실패자 삼류 양아치라고 생각했던 여성이 규격을 넘어서는 상상 이상의 미친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콰장창ㅡ

정말 한순간이었다.

반응할 틈도 없이 굉장히 빠른 속도였다.

한순간에 창문을 향해 뻗어진 여성의 주먹질에 산산이 조각나버리는 운전석의 창문.

순식간에 벌어진 영문 모를 일에 화들짝 놀라며 반사적으로 얼굴을 감싸 쥔 그녀는 갑자기 자신에게 벌어진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며 얼빠진 얼굴을 드러냈지만 곧이어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에 그녀는 황당함을 감추지 않을 수 없었다.

" 내 말 맞네. "

" ㅁ, 뭔. "

" 역시 내 청각은 틀리지를 않는다니까. 그러니까, 내가 순순히 열라고 했잖아. 이 십새끼야. "

창문 안으로 얼굴을 들이민 여성은 주먹에 박혀있는 유리 조각들을 대충 털어내면서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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