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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의 평범한 유부남-54화 (54/77)

〈 54화 〉 폭발

* * *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고개를 돌리거나 몸을 피할 겨를도 없었고 그 덕분에 내 입술 위로 탐욕과 욕망의 눈빛을 번들거리는 그녀의 입술이 거칠게 포개졌다.

" 읍! "

순식간에 갑자기 벌어진 돌발상황에 동그랗게 커져가는 눈동자와 안으로 파고들어 가는 축축하고 눅진한 그녀의 혀 놀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던 그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없고 오로지 자신의 성욕만을 채우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그녀의 키스에 인상을 찌푸렸다.

만약 이런 키스를 하고 있는 상대가 아내였다면 그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입안을 침투해 거칠게 희롱하는 혀 놀림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살포시 눈을 감았겠지만, 상대는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이었기에 그는 입 밖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포개진 입술을 떨어뜨리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츄릅ㅡ 츄르릅ㅡ

그러나, 그의 움직임을 일찌감치 눈치채고 있었던 그녀가 그의 목 뒤로 팔을 감싸 단단히 고정하자 그의 필사적인 몸부림은 그리 큰 효과를 내지 못했고 또한, 방음이 잘 되는 자동차 내부이기도 하고, 애초에 서로의 입술이 완전히 밀착된 상태였기에 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 또한 바깥으로는 작은 소리로 들리고 있었기에 그리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의미 없이 이어지는 진한 딥키스.

그의 저항을 병풍 삼아 몇 분 동안 이어진 진한 딥키스는 마치 신혼부부의 격렬한 첫날 밤을 연상케 했고 마지막까지 억지로 타액을 교환하며 그의 입안을 잔뜩 희롱한 그녀가 이제서야 만족을 한 것인지 마침내 포개진 입술을 살포시 떼어냈다.

입술을 떼어내자 하얗고 끈적한 서로의 타액이 모차렐라 치즈처럼 쭉 늘어지며 하얀 실선을 그려냈고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닦아낸 그녀가 동시에 비릿한 미소를 얼굴에 그려냈다.

" 아, 존나 맛있네. 확실히 빡촌 새끼들이랑은 입술 맛부터가 격이 다르네. 뭐랄까, 새삥 느낌이 많이 나서 좋은걸? "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낸 미식가처럼 입술에 묻어있는 타액을 혓바닥으로 핥아낸 그녀.

그러나,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만족감을 뿜어내는 그녀와는 달리, 마치 더러운 오물이 묻은 것처럼 손바닥으로 입술에 묻은 타액을 뽀득뽀득 문질러낸 그의 얼굴은 굉장히 어두워져 있었는데 아내를 제외한 그 누구도 허용하지 않았던 자신의 입술을 제일로 혐오하고 싫어하는 상대한테 빼앗겨버렸다는 사실에 충격을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 다, 당신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

흔들리는 눈동자와 온몸의 떨림과 함께 말을 더듬거리는 그는 자신의 두 팔로 몸을 감싼 채 보호자세를 취하며 존댓말이 아닌 반말로 싸늘하게 읊조렸지만, 그녀는 태연한 상태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서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 뭐긴 뭐야. 빚 청산 중이지. 천만 원은 받아내야 할 거 아니야. 안 그래? "

" 빚청산? 이, 이건 강간이야. 이 미친 새끼야. "

" 강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아까도 말했잖아. 나는 지금 강간 같은 걸 하는 게 아니라 빚을 받아내고 있는 중이라니까? "

" 무, 뭐? "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어대면서 줄곧 운전석에 붙이고 있던 엉덩이를 뗀 다음 슬금슬금 그를 향해 다가가는 그녀의 행동은 포식자의 행동에 해당하였고 당연하게도 초식동물에 해당하는 그로서는 저절로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 책임질 수 있다며? 감당할 수 있다며? 적어도 자기가 한 말에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상식 아니야? 아까 네가 뭐라고 말했어? 돈 못 갚는다며? 그럼, 씨발 몸으로라도 때워야지. 내가 땅 파서 장사하는 사람도 아니고! "

" 내가 아, 안갚는다고 그랬어!? 나중에 갚아나간다고 누누이 말했잖아! 아르바이틀 몇십 개를 뛰던 학업을 그만두던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마련해준다고 했잖아! "

" 나도 누누이 말하는 건데 난 분명 지금 갚으라고 말했잖아? 계좌 이체도 받는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는데 쯧, 난 나중에 받는 건 싫단 말이야. 빌려준 사람이 갑이 돼야지. 빌린 사람이 멋대로 채무변제 날짜를 정하면 어떡해? 싸가지 없게 돈을 빌려 간 새끼가 빌려준 새끼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

" 미, 미친 새끼. "

진심이 담겨있는 그의 욕. 평소라면 그의 욕을 듣고선 기분이 나빠져 인상을 찌푸릴 그녀였지만 지금 이러한 상황에서는 그녀의 욕구와 배덕감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주는 포상에 불과했다.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마치 괴담 속 빨간 마스크처럼 소름이 끼칠 정도의 찢어지는 입꼬리를 선보이며 기쁨을 표현하는 그녀는 아까보다 더, 한 발자국 더, 또 한 발자국 더 그에게 다가갔다.

" 어쨌든지 지금 갚을 능력 안 되는 거잖아? 그럼, 씨발 몸으로라도 갚아야지. 이 창남 새끼야. 지금 너한테서 가장 가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어. 내가 아까 말했지? 너 여기서 돈 다 갚기 전까지는 한 발자국도 못 움직여. "

" ... "

" 에이, 그렇다고 해서 너무 큰 걱정 안 해도 돼. 가격은 비싸게 쳐줄 테니까 천만 원 금방 갚을 수 있을 거야.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테니 마음은 편하게 먹고. 자, 그러면 가슴부터 천천히 시작해볼까? 응? "

통보와도 같은 말과 함께 그를 향해 다이빙 선수처럼 뛰어든 그녀가 조수석의 레버를 잡아당겨 의자를 뒤로 최대한 젖힌 뒤 그를 완전히 깔아뭉개버렸고 다시 한번 그의 입술을 훔치면서 두 손으로는 그의 가슴을 거칠게 부여잡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팔을 이리저리 휘둘러대며 그녀의 마수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힘의 차이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 이거 놔! 놓으라고! 비키란 말이야! 이 개새끼야! "

여성과 남성의 힘차이는 절대적. 더군다나 체급차이가 있을 뿐더러 상대는 일반인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힘을 지니고 있는 헌터다. 아무리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고 몸부림쳐보아도 그가 외치는 소리와 절규는 그녀에게 있어서 성욕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장치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 아따, 허벌나게 꽥꽥대네. 씨발, 누가 보면 동정인 줄 알겠어. 이미 아내랑 갈때까지 다 했으면서 뭘 이렇게 지랄 염병을 떠는지 원. "

결사의 각오와 함께 필사적으로 자신의 가슴을 때리는 그의 주먹질이 간지러운 것인지 키스를 하던 그녀가 입술을 뗀 후 웃음을 보였다.

" 비키란 말이야! 만지지 말라고! 함ㅂ... "

그러더니 다리를 들어 한순간에 양말을 벗어버린 그녀가 그의 입안으로 공처럼 돌돌 말아버린 양말을 집어넣은 후 참으로 아쉽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차기 시작했다.

" 반항해주고 소리쳐주는게 배덕감이 생겨서 개인적으로 더 꼴리긴 하는데 혹시나 차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가면 여러모로 곤란해지니까 막아둘게. 어디 열심히 한 번 떠들어봐. 입을 막은 이상 꽥꽥 소리를 질러봤자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갈 일은 없으니까. "

" 읍! 으읍! "

그의 절규를 뒤로하고선 본격적으로 희롱에 돌입한 그녀는 마치 장난감을 거칠게 다루듯이 옷 위로 그의 탄탄한 가슴을 주물러대고 볼록 튀어나와 있는 오돌톨한 유두를 꼬집어대면서 뱀처럼 혀를 날름거리며 흥분의 콧김을 뿜어댔다.

하지만 옷의 촉감에 가려져서 진정한 살결을 느낄 수 없는 것이 불만이었는지 그녀는 곧바로 윗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따뜻한 그의 살결을 아무런 방해 없이 마음껏 만끽하며 입 밖으로 입에 담을 수 없는 추악한 말들을 내뱉어내기 시작했다.

" 이 씨발 창남 새끼! 가슴 탄력 봐라! 진짜 감탄 밖에 안 나오네! "

" 읍! 으읍! "

" 만져주니까 좋지? 뭐야? 너 유두 섰네? 씨발, 옷 위로 만질 때는 약간 헷갈렸는데 안으로 손 집어넣으니까 바로 느껴져. 씨발, 창남같은 새끼. 하긴, 지조니, 절조니 뭐라 뭐라 떠들어도 여자 손길 몇 번 닿으면 발정이 나는 게 남자라는 생물이니까 별수 없나? 큭큭. "

" 으읍! 읍! "

" 손가락으로 만지기만 했는데 뭐 이렇게 빨딱 선 거야? 씨발, 창남에다가 마조였나. 자, 그러면 궁금한 게 있는데 우리 자칭 지조, 절조남 오유진의 유두 색깔은 도대체 뭘까? 뭐, 당연히 핑두겠지? 더러운 빡촌 새끼들처럼 닳을 대로 닳아서 헐거워진 흑두면 약간 불편해질 것 같은데. 한 번 확인해보실까? "

" 으읍! 읍! "

" 따라라라. 따라라라. 따라라. 쿵짝짝. 쿵짝짝. 쿵짝짝. 쿵짝짝. 따라라리리라. "

마치 어디의 영화처럼 밑장빼기를 확인하려고 하는 타짜의 모습과 같이 신나게 휘파람을 불어대며 그의 윗도리를 두 손으로 잡은채 완전히 찢어버리려는 그녀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그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떨어져 내렸다.

찌지지직ㅡ

곧이어 힘없이 찢겨나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걸레가 되어버린 그의 옷가지를 바닥으로 내팽개쳐버린 그녀는 더이상 그 무엇에도 가려지지 않은 그의 새하얀 살결과 함께 영롱한 핑크 색깔의 유두를 보고서 함박웃음을 지어냈다

" 워후! 역시 핑두! 아주 마음에 들어. 일반인이라서 그런지 빡촌 새끼들이랑은 차원이 다르게 깨끗하구나. "

" 읍! 으읍! "

" 아, 난 그냥 얌전히 벗기는 것 보다 이렇게 찢어버리는 게 훨씬 꼴릿하고 흥분돼. 야! 너도 나한테 만져지면서 기분 좋아지는 마조 창남새끼니까 지금 당연히 기분 좋지? "

" 흐으읍! 흐윽! "

" 기분 좋다고?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내가 더 기분 좋아지도록 특별히 봉사해줄 테니까 기대해. 너 같은 마조 새끼들이 진짜 좋아할 걸? 자, 봐봐 "

으득ㅡ

" 으으으으읍! 으으으읍! 으읍! "

사실이 아닌 유언비어를 말하면서 때 타지 않은 순수함을 지니고 있는 그의 핑크색 유두를 그녀가 이빨로 강하게 씹어버리자 그가 허리를 들면서 비명을 질러냈다.

눈앞이 새하얘지는 엄청난 고통. 마치 순간적으로 전기충격이 가해지는 것 같은 느낌과 더불어 아내가 아닌 외간 여성이 자신의 유두를 이빨로 희롱했다는 수치심에 그가 숨이 가빠진 채로 몸을 비틀면서 또다시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고통에 가득 찬 그의 반응에 배덕감과 높은 흥분감을 얻은 그녀는 그 반응을 더 보기 위해서 쉬지 않고 계속해서 그의 유두를 이빨로 씹어대고 빨아대며 강도 높은 희롱을 지속했다.

그녀의 쉬지 않고 이어지는 고문과도 같은 행위에 고통과 더불어 수치심에 점령당해버려 점점 초점이 흐려져 가는 그의 눈동자를 보며 갸우뚱 고개를 움직이는 그녀.

" 이 정도면 예열은 어느 정도 된 것 같고 본격적으로 들어가 봐도 될 것 같은데. 아닌가? 아직은 무리인가? "

" ...으읍. 으흐윽. "

" 아이, 몰라. 일단 버클 풀고 벗은 상태에서 생각해보자. 아직 남은 시간도 충분하니까 천천히 전부 즐기면 되지. 급할 게 뭐가 있냐. "

초점이 흐려진 상태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린 그녀가 곧이어 바지를 답답하게 조이고 있던 벨트에 손을 얹더니 슬금슬금 버클을 풀어 봉인을 풀어헤쳐 버렸다.

허리를 꽉 조이고 있던 벨트를 완전히 풀어 헤친 뒤 바지를 내려 대충 바닥으로 벗어 던져버리자 그 자태를 드러내는 그녀의 하체는 털로 가득했으며 검은색 음모는 팬티 밖으로도 삐쭉 빼죽 튀어 나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러운 느낌을 가지게 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그런 것으로 그녀에게 지적을 할 사람은 없었기에 그녀는 룰루랄라 기분이 좋아진 상태로 팬티 위로 흥분에 차 있는 자신의 보지를 손가락으로 한 번 쓸어올려 예열을 시켜준 뒤 곧이어 두 손을 뻗어 그의 바지를 풀어 헤치기 시작했는데.

그 속에서 그는 흐린 초점을 띈 채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신의 바지를 벗기려고 하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 도망쳐야 해. '

이대로 간다면 돌이킬 수 없는 행위를 당해버릴 것이다.

절대로 그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어.

그것을 당해버린다면 정말 난 돌이킬 수 없는 더러운 몸이 되어버리고 만다고.

도망쳐야 해. 벗어나야 해. 이 마귀 같은 사람에게서 벗어나야 한다고.

그런데, 과연 어떻게 도망쳐야 하는 거지?

아니, 애초에 벗어날 수는 있는 건가?

' 문은 잠겨있어. '

굳게 잠긴 문을 여는 방법은 단 두 가지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운전석에 있는 버튼을 조작하는 법과 힘으로 잠금장치를 부순 다음 열어서 나가는 법이 있는데 사실상 둘 다 내가 시행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방법들이지 않은가?

운전석에 있는 버튼을 조작해 잠금장치를 해제하려면 나를 깔고 있는 그녀를 뚫어야 하는데 일반인에다가 남성에 불과한 내가 일반인과는 궤를 달리하는 힘을 가진 헌터인 그녀를 뚫고 무사히 운전석의 버튼을 조작해서 해제하고 문을 열고 유유히 빠져나간다? 그게 가능하다면 난 아마 대학교에 다니지 않고 닌자나 자객, 살인청부업자로 활동하지 않았을까?

두 번째 방법도 같은 맥락이다. 애초에 난 헌터가 아닌 일반인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여성보다 신체적으로 능력이 훨씬 떨어지는 남성의 일반적인 평균에도 못 미치는 약골인 내가 힘으로 잠금장치를 부순 다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라고? 계란으로 바위 치기지 않은가.

자력으로 이곳에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용을 쓰고 지랄발광을 떨어봤자 결국에 나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한 결론이 나자마자 이대로 그녀에게 개처럼 따먹혀야 한다는 생각에 덜컥 절망감이 차올랐지만, 그는 곧바로 약해졌던 마음을 굳게 다잡더니 자력으로 이곳에서 탈출하는 방법들을 모조리 제외 시키고서는 다시 한번 천천히 이 상황을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 이대로 포기해서는 안 돼. 머리를 굴려보자. 유진아. 자, 그렇다면 차, 차라리 주변 사람들한테 도움을 요청.... '

그러나, 아무리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보아도 보이는 것은 창밖으로 세차게 내리는 굵은 빗줄기와 골목길 저 끄트머리에서 천천히 라이트를 켠 채 다가오는 차 한 대뿐이었고 사람은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지나기지 않을 정도로 썰렁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애초에 입안에 양말이 물려 있기에 아무리 소리를 쳐보아도 의미 없는 묵음에 불과하긴 했지만 그래도, 가능성이라는 게 있는 법인데 그 작을 가능성조차도 아예 배제된 상황. 즉, 자력으로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것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주위의 도움을 받아서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소리라는 것이다.

누군가가 본다면 핸드폰을 조작해서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아내에게 전화를 하라고 말하겠지만 안타깝게도 핸드폰은 아까 그녀의 손길에 저항하려 몸부림칠 때 바닥에 떨어뜨려 버린 지 오래였다.

애초에,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화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설령 핸드폰이 내 손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순순히 내가 핸드폰을 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 줄까? 절대로 아니지 않은가.

" ... "

그렇게 유일하게 남아있던 마지막 희망마저 무너져 버렸다.

" 팬티 예쁘네. 시스루 검은색이 아니라 일반적인 평범한 디자인에다가 흰색이라서 약간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점이지. "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녀의 손길과 악의적인 말들을 들으며 아내가 아닌 다른 외간 여성의 밑에 깔려 유린당하고 잔뜩 더럽혀질 모습을 그저 지켜보는 것. 그것밖에 없었다.

저항? 저항도 효과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애초에, 입은 양말로 틀어막혀 있었고 몸부림쳐봤자 그녀의 몸에 깔아뭉개져 있는 상태라 의미 없는 발버둥일 뿐이고 주먹을 휘둘러봤자 나 같은 물 주먹은 그녀에게 아무런 피해도 줄 수 없었다.

' 다 끝났어. '

절망이 온 몸을 뒤덮었다.

이제 모든 게 끝났다. 곧 있으면 아내가 아닌 외간 여성의 보지 안으로 내 자지가 넣어지고 사정없이 걸레처럼 몸이 능욕당하고 더럽혀지겠지. 바뀌지 않을 미래다.

자신의 팬티 위를 쓰다듬으면서 자지의 촉감을 느끼는 그녀의 손길을 말없이 받아들이는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아버렸다. 어차피 능욕당할 거 굳이 실시간으로 자신의 몸이 깔리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이 아줌마의 밑에 깔려서 앙앙거리는 모습을 본다면 정말로 죽어버릴 것 같았으니까.

" 으흐흐. "

기괴한 웃음소리와 함께 팬티 끈이 서서히 골반 밑으로 내려가는 촉감이 온몸을 타고 대뇌의 전두엽까지 생생히 전해졌다. 아, 이제, 곧 당하겠구나. 막상 코앞으로 다가오니까 치욕스럽고 수치스러워 당장이라도 죽어버릴 것 같았다.

자신의 눈앞으로 다가온 끔찍한 미래에 그는 더욱 눈을 질끈 감았고 두 주먹에 힘을 불끈 쥔 채로 입안을 세게 물어뜯었다.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피가 흘러내려도 살점을 물어뜯는 것을 멈추지 않고 그는 계속해서 물어뜯고, 또 물어뜯으며 마지막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랑하는 아내에 대해 한마디를 남겼다.

' 미안해요. 여보. '

앞으로 더러워지고 능욕당할 자신이 아내에게 할 말은 이것밖에 없었다.

' 정말 미안해요. 여보. 이,이말 밖에 못해줄 것 같아요. 이런 더러운 사람이 남편이라서 정말 미안해요...... '

그렇게 그의 생각을 마지막으로 서서히 그의 하얀 팬티가 그녀의 손길에 의해 아래로 주르륵 내려오기 시작했고 서서히 그 안에 고이 잠들어있던 그의 자지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녀는가환희와 기쁨 그리고 정복감에 가득 찬 감탄과 함께 그 자지를 잡아 능욕하기 위해 손을 뻗어 낼 때쯤.

그렇다. 바로 그때쯤이었다.

" 저기요. 창문 좀 내려보세요. "

우산을 들고 있는 추리닝 차림의 여성.

그 여성은 담배를 입에 꼬나문 채 짜증이 가득 섞인 얼굴로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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