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 균열
* * *
" 네? "
허공에 시선을 두고 있었지만 귀만큼은 멀쩡했다.
당연히 두 귀로 들려오는 끈적함이 잔뜩 묻어있는 야릇한 목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우수수 돋아났고 저절로 나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얼굴에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의 턱을 손바닥으로 쓰다듬는 아줌마가 나에게 왜 그런 반응을 보이냐며 의문을 표했다.
" 둘만 남았다고. 아니 왜? 지금 유린 씨는 저기 베란다에서 담배 피우고 있으니까 여기 식탁에 남아있는 사람은 두 명뿐이니까 사실이잖아? 뭘 그렇게 화들짝 놀라고 그래? "
" 아... "
"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나 되게 젠틀한 여자야. 주위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나같이 친절한 여성은 없다고 난리 블루스를 춘다니까? 절대로 방금 말에 이상한 의미 따위는 담겨 있지 않으니까 너무 긴장하지도 말고 경계하지 않아도 괜찮아. "
" 아, 네.... "
" 그나저나, 우리 유린씨 남편 이름이 뭔지 내가 못 물어봤네. 이름이 어떻게 돼? "
술잔을 식탁에 놓고서 몸을 의자에 기대더니 나를 향해 이름을 태연하게 묻는 그녀.
" 네? 이, 이름은 왜... "
" 에이, 그래도 이름은 알아야지. 혹시 그거 몰라? 여태까지 못 본 거야? 나랑 유린 씨는 거의 자매처럼 지내는 사이야. 그런데, 언니 되는 사람이 동생 남편의 이름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
" 아... "
"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랑 얼굴을 많이 맞대게 될 텐데 유린 씨처럼 친해져야지! 이름 부르고 그럴 때마다 유린씨 남편분이라고 부르거나 누구누구 씨라고 하기에는 조금 불편하고 거리감밖에 안 느껴지잖아? "
" 생각해보니까 그, 그렇네요. "
말을 해줘야 하나?
' 이름 석 자 말해주는 건데 이렇게 입이 안 떼질 줄은 몰랐네. '
만약 다른 사람이 본다면 고작 이름 갖고 뭘 그렇게 튕기고 그래? 그냥, 알려주면 되잖아. 뭘 망설이고 지랄인 거지? 라고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내 앞에 있는 이 아줌마가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면 거리낌 없이 내 이름 석 자를 순순히 말해줬을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말을 해줬듯이 내 앞에 앉아있는 이 아줌마는 정상이 아니었고 또한 무언가 몸에서 풍기는 껄끄러운 기색 때문에 나에 관한 그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말을 하기가 굉장히 껄끄럽게 느껴졌다.
" 어, 오, 그러니까... "
우물쭈물하는 기색과 함께 식탁 밑에서 손가락을 이리저리 만지며 내가 무언가 망설이는 기색이 보이자 그녀는 잠깐 미간을 찌푸리더니 섭섭하다는 듯이 목소리를 내리깔기 시작했다.
" 에이, 왜 이래? 이름 석 자 말하는 게 도대체 뭐가 어렵다고 우물쭈물하는 거야? "
약간 화가 난듯한 어조. 난 재빠르게 상황을 수습했다.
" 아, 그게 아니라 조금 부끄러워서 그랬어요. 제가, 원래 성격이 조금 소심해서 그런 거에요. 오,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
" 그런 거야? 에이, 부끄러워할 필요가 뭐가 있어? 내가 부부생활 물은 것도 아니고 겨우 이름 석 자 물어본 건데 말이야. 얼른 대답해줘! "
사실 아줌마의 저 말이 맞았다.
이상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니고 겨우 이름 석 자를 물어본 건데 내가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이 이상 우물쭈물하며 망설이는 기색을 보인다면 분명 사달이 나도 무슨 사달이 날 게 뻔하므로 난 껄끄럽고 찝찝한 마음을 뒤로한 채 내 이름 석 자를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주었다.
" 이름은 오, 오유진이라고 해요. 벼, 별로 듣기 좋은 이름은 아니죠? "
" 아니? 뭔가 얼굴이랑 이름이랑 믹스매치가 잘 되는데? 듣기 좋으니까 그런 생각 안 가져도 될 것 같은데 말이야. 히히, 그나저나 우리 유진 씨는 나이가 몇 살일까? "
" 나이요? "
" 그래. 내가 룸에서 유린 씨랑 술을 먹으면서 연하 남편이라는 것까지는 들었는데 정확한 나이를 내가 몰라서 그러는 거야. 아니, 솔직히 유린 씨도 나이가 많은 건 아니거든? 되게 어려! 그런데, 그런 유린 씨보다 어리다고 하면 도대체 몇 살인 건지 궁금해서. "
" 저, 스물한 살인데……."
" 어!? "
스물한 살이라는 내 나이를 말하자 예상하지 못했던 나이인 것인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아줌마의 입이 쩍 크게 벌려졌다.
또한, 눈동자는 아주 커졌으며, 믿지 못하겠다는 듯 헛웃음을 내보이면서 그녀는 재차 자신의 머리를 위로 쓸어올렸다.
" 스물한 살이라고? 아니, 나는 연하라고 해봤자 기껏 한 살 정도 어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스물한 살이라고? 유린씨 이거 안 되겠네? 경찰은 도대체 뭐 하는 거야? 도둑놈이 이렇게 버젓이 살아있는데 안 잡아가고 세금이나 낭비하고 있고! "
" 아하하.... "
" 잠깐만, 그러면 나이가 나이니까 대학교도 다니고 있겠네? "
" 네. 대,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이번 연도에 입학하게 됐어요. 아무래도 스무 살 땐 결혼하고 이것저것 일 때문에 바빠서 못 다녔는데 지금은 조금 안정이 돼서 여유도 있고 하니까... "
" 그러면 학교는 어디 다니고 있어? 요기 인근 다니고 있는 건가? "
" 아니요. 주, 중앙대학교 다니고 있어요. "
" 중앙대학교!? 이야, 그럼 과는 어디 과 다니고 있는 거야? "
" 아, 그... 과는 말하기가 조금 그런데.... "
이미, 나에 대해 충분히 많은 정보를 아줌마에게 말을 해줬으므로 이 이상 말을 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쉽사리 붙은 내 입은 떼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또한, 몇 시간 전 아내가 나에게 말했던 그 말.
가장 최선의 방법은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있는 건데 그건 애초에 불가능하고, 그냥 말 걸면 예의 지키는 선에서 최소한의 대답만 해주고 치워버리라던 그 말.
이 말은 내 머리를 자꾸만 맴돌면서 내가 그 이상의 발언을 하는 것을 완전히 막아주고 있었다.
" 흐음. "
곤란한 기색을 보이며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는 기운이 은연중에 그에게서 흘러나오자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그녀.
하지만, 한 발자국 물러서기로 결심한 걸까? 곧바로 찌푸렸던 미간을 원래대로 되돌린 채 상관하지 않고 충분히 이해한다며 손을 흔들었다.
" 그래, 그럴 수 있지. 아무래도 개인정보고 하다 보니까 말 못할 수도 있어! 내가 그런 거 이해 못 하는 추잡하고 쪼잔한 사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
" 아, 네... "
" 그나저나, 사실 내가 알기론 중앙대학교는 어디 과던 평균 이상의 성적을 내야 들어갈 수 있는 거로 알고 있거든? 그렇다는 건, 우리 유진 씨는 공부도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 되는데. "
" 고, 공부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서... "
자신감이 있다는 그의 말에 질렸다는 듯이 혀를 내두르는 그녀.
" 이야! 이거 뭐, 만화 속 주인공도 아니고, 헌신적이야, 가정적이야, 귀여워, 아담해, 요리도 잘해, 외모도 나쁘지 않아, 거기다가 공부도 어느 정도 잘해서 미래도 유망해. 이거 뭐, 세상에 이런 사기 캐릭터가 어디 있어? 보다 보니 우리 유진 씨가 세상을 되게 이기적으로 살고 있네? "
" 하하…. "
" 그럼 도대체 어떻게 유린 씨를 만나서 결혼까지 하게 된 거야? 고등학교 때부터 인연이 닿아서 사귄 거야? 이거 만약, 방금 내가 말한 게 맞으면 여기서 술을 먹고 있을 게 아니라 당장 일어나서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유린씨를 경찰서에 데리고 가야 할 것 같은데? "
" 아, 그, 그런건 아니에요. 그냥 스무 살 때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인연이 닿아서 어쩌다가 제가 고백을 했는데 받아주셔서 같이 지내다 보니까 겨, 결혼까지 하게 된 거에요. "
" 잠깐만, 설상가상 유린 씨가 고백을 한 것도 아니고 유진 씨가 먼저 고백을 한 거야? 여자가 한 게 아니라 남자가 했다고? 이야, 유린씨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매정한 사람이네. 어떻게 남자가 먼저 고백을 하게 만드는 거야? 너무하네. 너무해. "
" ..... "
잠깐, 목이 말랐던 건지, 물을 한 잔 쭉 들이키고는 다시 말을 이어가는 아줌마.
" 그러면, 유진 씨는 유린 씨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어? 뭐,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으니까 아! 이 사람이랑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유진 씨가 먼저 고백도 하고 여태까지 오순도순 행복하게 같이 살고 있는 거잖아? "
" 마, 마음에 드는 부분이요? "
" 그래. 마음에 드는 부분! 얼굴이든 몸이든 아니면 보지 맛이던 조임이던 뭐든지 가감 없이 이야기해 봐. 이렇게나 완벽한 남성이 유린 씨의 어떤 부분에 반해서 품절남이 된 건지 내가 궁금해서 그래! "
남성에게 말하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충격적인 단어 선택이다.
원래 세상이라면 결혼을 한 유부녀를 앞에 두고 남편이랑 결혼을 하게 된 이유가 남편 자지 맛이 좋아서? 그게 아니면 남편의 섹스 스킬이 좋아서? 라고 묻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
그야말로 성희롱.
" 그, 글쎄요. 마음에 드는 부분이라기보다는 그냥 아내의 모든 것이 다 좋은걸요. "
만약, 내가 아니라 다른 남성이 이곳에 앉아있었다면 분명 아줌마의 저 발언에 화를 내 거나 인상을 잔뜩 찌푸렸겠지. 하지만, 난 화를 내 거나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항의를 하기보다는 미소를 유지한 채 태연히 아줌마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그러자, 재미가 없다는 듯이 혀를 차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그녀.
" 에이, 뭘 그렇게 추상적으로 말을 하는 거야? 그러면 재미가 없지! 무조건 한 가지를 딱 고르란 말이야! "
" 하, 한가지요? 그렇지만 진짜로 전 아내의 특정 부분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정말로 아내의 모든 것을 다 좋아하는데.... "
이건 거짓말이 아니라 백 퍼센트의 진실이었다. 나는 아내의 모든 부분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애정한다.
그러나, 동문서답 같은 그의 대답에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팍팍 치는 그녀는 언성을 살짝 높였다.
" 그중에서도 아주 미약하게나마 더 좋은 부분이 있을 거 아니야? 내 말은 그걸 말하라는 거야! 솔직히, 피자, 치킨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런데, 그중에서도 양념 좋아하는 사람 프라이드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뉘잖아? 그것처럼 유진 씨가 생각하는 그 수많은 장점 중에서 더 마음에 드는 부분을 한가지 꼽아보라는 소리야. "
" .....굳이 꼽으라고 하신다면 모, 몸매라고 해야 할까요. "
내가 내 입으로 말하는 것이지만 조금 부끄럽네.
아무튼, 그렇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굳이 한가지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아내의 몸매를 꼽을 수 있었다.
전신에 새겨진 잔 근육들과 잘빠진 허리와 시원하게 뻗어있는 다리와 다부진 어깨까지. 나는 그중에서 아내의 몸에 희미하게 새겨져 있는 잔 근육이 너무나도 좋았다.
따로 운동을 하거나 단련을 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헌터이기도 하고 게이트에 들어가서 괴물을 때려잡는 것 자체가 운동이기 때문에 아내는 일반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아내보다 훨씬 몸이 좋은 사람은 세상에 널렸지만 난 다른 사람들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나의 아내이자 사랑인 아내의 몸매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한다.
" 몸매? "
그런데, 이상하게도 몸매라는 나의 대답에 화색을 띠는 아줌마는 눈썹을 씰룩쌜룩 움직이더니 옷 위로도 드러나는 통통한 배를 손바닥으로 두드리면서 충격적인 발언을 내뱉었다.
" 우리 유진 씨가 여자 몸매를 보는구나? 하긴, 몸 좋은 여자는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들한테도 로망이나 마찬가지니까 말이야. 그런데, 그거 알아? 나도 한 몸매 하는 사람이야. "
" 큽.... "
아까, 손바닥으로 배를 두드릴 때 탱탱볼을 튕기는 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진심으로 하는 말인 건가?
머릿속을 강타하는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발언에 얼굴에 저절로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지만 난 이빨로 입술을 세게 깨물어버리며 새어 나올 것 같은 폭소를 최대한 참아냈다.
" 나 옷 벗으면 장난 아니야. 유린 씨한테 나 헌터라는 건 들었지? "
" 드, 들었어요. "
" 그래. 나 헌터라니까? 옷 벗으면 유진 씨도 곧바로 아내 버려버리고 나한테 빡 넘어올걸? 안에 숨겨진 근육이 진짜 어마어마해. "
그만해주세요. 제발. 하느님 살려주세요.
이 아줌마에게는 양심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걸까? 최소한, 옷 사이로 삐져나오는 저 몰랑몰랑한 살들부터 없애고 이런 뻔뻔한 거짓말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 이거 봐. 지금 팔뚝 두꺼운 거 보이지? 거의 돌덩이라니까? "
소매를 끝까지 걷어 올리고 팔을 접으며 자신의 돌덩이 같은 팔뚝을 보라고 하고 있긴 한데 솔직히 도대체 뭘 보라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팔뚝이 두꺼운게 보이냐고? 거의 돌덩이라고? 내 눈에 보이는 건 밑으로 축 처져 있는 살과 흐물흐물한 피부, 그리고 돌덩이가 아닌 손가락으로 누르면 손가락이 살에 파묻힐 것 같은 카스텔라처럼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난 최대한 웃음을 참아가면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으며 정말 놀랐다는 듯 입 밖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 정말이시네요. 팔뚝이 엄청나게 두껍고 단단해 보여요. "
" 그렇지? 유진 씨 한 번 만져봐. 이게 만져보면 촉감부터가 유린 씨랑은 아예 차원이 다를걸? "
그런데, 나의 칭찬에 자신감을 얻은 걸까? 의기양양하게 콧대를 잔뜩 세우고서는 팔뚝을 나에게 들이대 만져보라며 그녀가 제안을 건넸고, 당연히 나는 화들짝 놀라며 두 손을 세차게 내저으며 정중하게 거절의 의사를 표현했다.
" 아, 아니요. 괜찮아요. "
외간여성의 신체를 만지라니. 나 자신도 용납하지 못하고 아내 또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다.
" 아니야. 한 번 만져봐. 혹시 부끄러워서 그런 거야? 에이, 이미 유린 씨랑은 팔뚝은 무슨, 섹스까지 다 했을 텐데 이런 걸 부끄러워하면 안 되지. . "
" 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이건.... 안 만져봐도 충분히 좋고 단단하게 티가 나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제안을 건넸다.
" 안 만져보고 눈으로만 판단을 하면 안 돼! 그건 정확하지 않단 말이야. 거절하지 말고 만져봐. 손을 움직이기 귀찮아서 그래? 그럼 손 이리 줘봐. 내가 움직여줄게. "
" 아니에요! 이, 이러시지 않으셔도 돼요. "
우악스러운 손을 내밀어 슬금슬금 내 소매를 붙잡으려 하는 그녀의 행동에 나는 몸을 틀어 팔을 뒤쪽으로 빼내면서 다시 한번 정중히 거절의 의사를 표현했다.
' 왜 이러시는 거야. '
애초에, 아내가 있는 유부남보고 자신의 팔을 만지라고 제안을 건네다니. 제정신인 건가? 슬슬, 저 아줌마에 대해서 귀찮음과 불쾌함이 아니라 두려움과 공포가 생겨나고 있었다.
그는 일단 최대한 정중하게 거절을 함과 동시에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아내가 얼른 자리로 돌아와 이 상황을 정리해주기를 바라면서 또다시 자신에게로 뻗어져 오는 손길을 피해 몸을 틀었다.
그때였다.
" 아이, 거참 씨발. 왜 자꾸 비싼 척 구는 거야. 뭐, 씨발 이상한 걸 하자는 것도 아니고 겨우 팔뚝 한 번 만져보라는 건데 자꾸 빼면 내가 섭섭하지. "
" ... "
아까까지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얼굴을 종잇장처럼 구긴 그녀는 짜증이 난다면서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갑자기 나에게 뱉어내는 욕설에 저절로 나의 몸은 굳어졌고 그녀 또한 웃으면서 팔뚝을 내밀던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게 찝찝하면서도 이상야릇한 눈빛을 띠고선 팔뚝을 나에게 내밀었다.
" 만지라고.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