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 만남
* * *
" 헥. 흐윽. 마, 많이 무겁네요. "
빠르게 도로를 달린 덕분일까?
예상한 것 보다 빠르게 집에 도착해서 편하긴 했지만, 술에 단단히 취해 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두 명을 양옆에 끼고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다 보니 저절로 숨이 턱턱 막혀왔다.
" 빨리 안 와? 느릿느릿하게 뭐 하는 거야? 네가 굼벵이야? "
" 죄, 죄송해요. 제가 힘이 부족해서... "
거기다가 힘이 들어서 속도가 느려지면 곧바로 돌아오는 아내의 따가운 눈초리에 중간중간 휴식을 취할 수도 없어서 몸이 느끼는 피로감은 당연히 배로 느껴졌다.
매일 몸무게에 관해서 물을 때면 절대로 50kg이 넘지 않는다고 자신만만하던 둘이었는데 오늘 집까지 오면서 부축을 해보니까 그 자신만만하던 호언장담이 전부 거짓말인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살아온 내가 세월의 짬밥으로 확신할 수 있는 사실인데 이 둘의 몸무게는 최소 60kg 이상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 여, 여보. 조금만 도와주시면... "
" 내가 아까 차에서 뭐라고 말했지? 게네들 관리는 네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던 거로 기억하는데. "
" 아.... "
" 난 내가 말했던 대로 충실히 이행할 테니까 너는 네가 말한 대로 알아서 혼자 부축해서 올라오기나 해. 그리고 좀 제발 빨리 올라오고. "
" 네. 흐윽, 하악. "
결국 아내의 단호한 거절을 들은 난 입술을 이빨로 꽉 깨물어 다시 한번 마음을 굳게 다잡고서는 악바리 근성으로 경섭 씨와 창우 씨를 부축하고 있는 두 팔에 힘을 꽉 주고 계단 하나하나를 계속해서 올라갔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고, 겨우 집 안으로 들어온 나는 힘겨움에 바닥에 주저앉고서 그제야 양팔로 단단히 부축하고 있던 경섭 씨와 창우 씨를 살포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렇게나 잔뜩 고생한 그의 모습을 알기나 하는지, 그들은 각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바닥에 누운 채로 몸을 뒤척이기 시작했다.
" 얘네들도 진짜 가지가지 하는구나. 누구는 좆 빠지도록 고생하고 있는데 누구는 좆이 축 늘어질 정도로 행복한 꿈을 쳐 꾸고 있고.. "
그러자 그녀가 기가 찬다는 듯이 헛웃음을 내보이면서 중얼중얼 혼잣말을 늘어놓자 그 말을 옆에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모두 들은 그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 여보! 드, 들을 수도 있어요! "
" 못 들으니까 괜찮아. 업어서 계단을 타고 올라가도 모르는데 겨우 이 정도 소리에 얘네들이 깰 리가 있겠냐? 그리고, 얘네들은 솔직히 이런 소리 들어도 합법이야. 씨발, 야밤에 별 상관없는 사람을 도대체 몇 명 고생시키는 거야? "
" 여보...."
" 왜 내가 틀린 말 했어? 네가 좆 빠지도록 고생한 건 사실 아니야? 양심이 있으면 얘네들은 면전에서 이런 욕 들어도 웃으면서 괜찮아해야지. "
" 여보. 그, 그러지 마세요. 그런 말씀 하시면 안돼요! 부, 부탁이에요. "
차마 거세게 항의하지는 못하는 그는 그녀의 팔을 붙잡고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혹여라도 그들이 들을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씨발, 지도 꼴에 남자라고 같은 남자 감싸는 거 봐라. 알았어. 안 할게. 안 하면 되잖아? 별 봊도 안되는 걱정을 하고 지랄이야. 어차피 술에 꼴아서 내일 일어나면 아무것도 기억 못할 텐데. "
그러자 그녀는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품 안에 있는 차키와 핸드폰 지갑 등 개인 소지품을 식탁 위에 대충 던져놓고서 팔을 위로 쭉 뻗어 기지개를 폈다.
" 야, 그러고 보니까 얘네들은 어디서 재울 거냐? 설마 우리 집 안방에서 재운다는 개소리를 지껄이면 넌 나한테 죽어. 거긴 우리 부부의,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나의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
"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도 경섭 씨랑 창우 씨를 안방에서 재울 생각은 없었으니까요. "
" 그럼 어디서 재울 건데? 이대로 현관문 근처에 대충 던져놓으려고? "
" 그건 아니고, 거실에 식탁을 치운 다음 이부자리를 깔아서 눕히려고요. "
옷장에 남는 이불이 있으니까 허리가 불편하지 않게 두꺼운 이불을 깔아주고 그 위에 얇은 이불을 덮어주면 그렇게 편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썩 나쁘지도 않은 간이침대가 완성이 된다.
남는 손님방은커녕 있는 방이라곤 아내와 내가 쓰는 안방밖에 없기 때문에 내가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게 가장 최선이었다.
" 씨발, 얘네들이 뭐 잘한 게 있다고 이부자리까지 네가 손수 깔아주는 건지 모르겠네. "
" 아, 죄송해요. 여보.... "
" 아니야. 됐어. 사과받으려고 그런 말 한 건 아니고 진짜로 내가 궁금해서 혼잣말을 한 거니까 일일이 반응 안 해줘도 돼. "
" 네. "
아내의 못마땅한 눈빛을 뒤로하고 난 경섭 씨와 창우 씨의 옷깃을 붙잡고 천천히 거실 중앙으로 질질 끌어올렸고, 대충 아무렇게나 거실 중앙에 그들을 눕히고서 곧바로 그는 안방으로 달려가 옷장의 문을 열고 두꺼운 이불과 얇은 이불을 각각 한 개씩 꺼내 뒤뚱뒤뚱 거실로 들고 왔다.
한파가 불어닥치는 차디찬 겨울 날씨에나 쓸법한 두꺼운 이불은 바닥에 넓게 펴주고 술에 잔뜩 취해있는 바닥에 깔린 이불 위로 손수 올려주고선 공기와 바람이 잘 통할 것 같은 얇은 이불을 그들의 위로 올려주었다.
이불은 전부 준비가 되어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베개는 남는 게 없었기에 수건을 돌돌 말아서 최대한 일반적인 베개의 높이에 맞춰 그들의 머리에 끼워 주는 것으로 그들의 잠자리 준비를 끝마쳐 주었다.
혼자서 모든 걸 준비해주면서 쿵쾅거리는 시끄러운 소리도 많이 울려 퍼졌는데 아직도 꿈나라에서 헤어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둘을 보니 정말 취해도 단단히 취했다는 걸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잠시 그들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에 빠질 때쯤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머릿속에 들어있던 여러 가지 상념이 한순간에 흩어졌다.
" 뭐야? 아직도 하고 있었냐? "
고개를 뒤로 돌리자 아내는 어느새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대충 털어내면서 나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 여보. 벌써 다 씻으셨어요? "
" 네가 얘네들 이부자리 준비해줄 때부터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당연히 다 씻고 나왔지. 나 원래 씻는데 얼마 안 걸리는 거 알잖아. "
" 그, 그렇죠. "
" 알고 있으면서 뭘 새삼스럽게 묻고 지랄이야. 그나저나, 너도 씻어야 하지 않아? 아까 보니까 땀 엄청 많이 흘리던데. "
" 씻어야죠. 아까 경섭 씨랑 창우 씨를 챙기느라 식은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몸이 정말 찐득거려요. "
둘을 들쳐메고 집까지 계단을 밟고 올라올 때 장마철처럼 몸에 쏟아 내린 땀 때문에 몸이 굉장히 끈적끈적해서 느껴지는 불쾌감은 정말 이루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당장 나 스스로가 느껴도 굉장히 불쾌하게 느껴지는데 아내는 오죽하겠는가?
" 그래, 그렇게 보이더라. 난 거실 소파에 누워 있을 테니까 넌 얼른 씻고 나오기나 해. 쟤네들은 이제 뭐 따로 챙겨줘야 할 것 없지? "
" 따로 챙겨줘야 할 건 없어요. 다들 상태가 저래서 옷을 갈아입힐 수도 없고 씻겨줄 수도 없으니까 다음날 알아서 정신 차리고 일어나기를 기다려야죠. 그리고 상태 보면서 챙겨줄 수 있는 건 챙겨주고 그게 아니면 집으로 돌려보내던가. 둘 중 하나죠. "
주섬주섬 갈아입을 옷과 수건을 챙긴 그는 화장실로 쪼르르 달려가 그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리더니 얼굴만을 빼꼼 내밀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 씨, 씻고 나올게요. 무, 문여시면 안 돼요! "
철커덕하는 소리와 함께 곧바로 화장실 문이 닫혔다.
* * *
" 에휴. "
화장실에서 들리는 쏟아지는 물줄기 소리를 뒤로하고 거실 소파에 드러누운 그녀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피로함에 큰 하품을 내쉬면서 바닥에 떨어져 있는 리모컨을 들고서 TV의 전원을 올렸다.
" 아, 피곤해. "
하루종일 필드에서 뛰며 뚱땡이 C급헌터 아지매에게 온갖 지랄과 염병 그리고 전화 세례를 떠받고 집에 돌아와 쉬지도 못하고 술에 꼴아버린 남편의 대학 친구들을 집까지 데려오는 대리기사 노릇을 하니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 덕분에 원래라면 이미 곤히 꿈나라에 빠져있을 지금 이 시각에 나는 샤워를 하고 나올 남편을 기다리며 거실 소파에 누워서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냥 씻고 난 뒤 TV를 보지 않고 곧바로 누워서 자면 되는 거 아니냐? 라고 여러 사람이 물을 수도 있겠지만 옆에 남자를 끼고 자면 이상하게도 혼자 잘 때보다 잠이 잘 오는 걸 어떡하겠는가?
그런데 이렇게나 완벽하게 짜인 나의 모든 일정이 바로 소파 밑에 누워서 누가 잡아가도 모를 정도로 곤히 잠에 빠져있는 이 새끼들 때문에 모조리 다 꼬여버리게 됐다.
" 봊같은 새끼들. 씨발. "
발로 몸을 툭툭 건드리며 이리 밀고 저리 밀어 보아도 술에 단단히 취해 반응도, 어떤 미동도 보이지 않는 그들은 기분이 좋은 것인지 더욱 헤실헤실 웃으면서 입맛을 다실 뿐이었다.
남자라는 게 자신이 조절하지도 못할 정도로 술을 많이 처먹고서 뻗어버리다니. 나로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만약, 내가 이 아이들의 부모님이었다면 아마 다시는 바깥으로 나돌아다니지 못하게 몽둥이로 두 다리를 모조리 분질러버렸을 것이다.
아니지, 애초에 내가 이 아이들의 부모였다면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지지도 않았겠지.
" 생긴 것도 딱 봐도 창남같이 생겼네. 개 걸레들. 쯧쯧. 염색에다가, 반바지까지? 지랄났네. "
남편이 들었다면 기겁을 하며 하지 말라고 옷깃을 붙잡고 졸랐겠지만 지금 그는 몸을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아무런 상관없이 툭툭 말을 바깥으로 내뱉었다.
그나저나 남자가 자기 몸을 조신하고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고 노랗게 염색이나 하고 짧은 바지에 짧은 티셔츠를 입고 바깥으로 나돌아다니다니.
유진이가 이런 옷차림으로 밖을 나돌아다닌다고 생각을 하니까 피가 거꾸로 뒤 솟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이런 불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새끼들이 남편의 대학교 친구인 게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이런 새끼들이랑 어울리다가는 유진이도 이 새끼들의 걸레 사상에 물드는 거 아닌가? '
남편의 인간관계에 깊숙이 참견을 해야 하는 건가 라고 고민이 들기 시작한다.
이런, 불순한 새끼들과 옆에서 계속 지내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텐데 난 남편이 이 새끼들처럼 바깥에서 걸레같이 행동하는 것은 절대로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
" 한 번 통제를 빡세게 하든가 해야지. 이대로 두고 보다간 유진이도 이런 새끼들처럼 바깥에서 ㄱ.... "
" 브에에, 브에. "
그 순간., 잠자리가 살짝 불편했던 건지 경섭이가 몸을 뒤척이자 저절로 그가 입고 있던 티셔츠의 옷이 몸을 덮고 있던 얇은 이불과 함께 말려 들어가 새하얀 복부 부분을 가감 없이 바깥으로 드러냈다.
" ... "
당연히 그들을 바라보면서 욕을 내뱉고 있던 그녀는 단 일초도 빠짐없이 그 장면을 그대로 목격할 수 있었다.
뽀얀 속살, 무릇 여성들의 성적 욕구를 제대로 자극하는 은근한 꼴림에 방금까지 살벌하게 욕설을 내뱉어 잔뜩 냉기가 서려 있던 집안의 공기가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 큼. "
여성의 소유욕과 지배욕을 자극하는 뽀얀 속살의 복부에 그녀는 입 밖으로 내뱉던 욕설을 곧바로 멈추고서는 혹여라도 놓칠세라 두 눈동자의 시선을 고정했으며 쉬지 않고 곧바로 손을 뻗어 그의 배에 살짝 손을 얹어버렸다.
남편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이들은 나와 일면식도 없는 아예 생판 남인 사이.
그렇기 때문에 범죄라고 단언할 수 있는 행위였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행위를 제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이것을 목격할 수 있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었기에 그녀의 손놀림은 더욱더 과감해지기 시작했다.
뽀얗고 부드러우며 매끈매끈한 촉감에 그녀의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으며 동시에 그녀는 혀로 입술을 핥으면서 자신의 욕구가 가득 담긴 말을 아무런 필터링 없이 그대로 입 밖으로 내뱉기 시작했다.
" 맛있겠는데? 얼굴도 솔직히 걸레 같긴 하지만 반반하고, 몸매도 괜찮은 것 같고. 아주 따먹어달라고 광고를 해라. 광고를 해. "
" 브에에이, 에에헤헤헤... "
" 씨발, 확 다 벗겨버리고서 머리채 붙잡고 따먹고 싶네. 원래 골뱅이 상태에서 따먹어야 존나 맛있는 법인데. "
입 밖으로는 쉬지 않고 음담패설을 퍼부으며 자신의 욕망을 거리낌 없이 말하고 있었지만, 그녀도 일말의 생각이 있었기에 이 이상의 선은 넘으려고 하지 않고서 곧바로 배를 만지고 있던 자신의 손을 떼버렸다.
' 아쉽네. '
이 이상 계속 손을 대고 있다면 백 퍼센트 이성을 놓고 달려들 것을 본인이 그 누구보다도 제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선 뽀얀 속살에 고정되어있었던 자신의 시선 또한 거두고 말았다.
하지만, 이미 터져버린 욕구의 폭포를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눈 앞에 펼쳐진 야한 상황과 오랜만에 느껴본 남자의 뽀얀 속살의 촉감에 그녀의 숨소리 또한 가빠졌으며 현실에 치여 바쁜 생활을 하면서 잊고 있었던 그녀의 성적 욕구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어갔다.
" 하, 씨발. "
이름 모를 남자의 뽀얀 속살을 만지다 보니 잊고 있었던 남편의 맛있는 몸뚱어리가 머릿속에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여성을 유혹하는 그 음탕한 몸뚱어리.
완벽하게 자신의 보지와 입맛에 개조된 그 음란한 몸뚱어리.
그 어떤 여자도 가지지 못하고 보지 못했으며 오직 나만이 목격하고 만질 수 있는 그 몸뚱어리를 오랜만에 맛볼 생각에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이 온몸에 퍼져있던 피로감은 사라졌으며 여태껏 이 민폐 덩어리들 때문에 마음속에 축적되어있던 분노와 짜증도 눈 녹듯이 사르르 사라졌다.
마침, 딱 먹기 좋게 남편이 말끔히 자신의 몸을 씻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차려진 밥상을 뒤엎는다? 그것은 여성이라고 절대 부를 수 없는 생물일 것이다.
' 맛있겠다. '
탐욕으로 물드는 그녀의 눈동자가 번들번들 빛나기 시작했다.
애초에 바깥에서 생고생하고 돌아오는 하늘 같은 아내가 오늘 남편의 몸뚱어리로 봉사를 요구하겠다는데 그걸 거절할 남편이 어디 있겠는가?
적어도 유진이는 나의 요구를 듣자마자 내가 가르친 대로 아무 말 없이 옷을 한 꺼풀 벗어가며 말없이 자신의 몸을 내어줄 게 뻔했다.
' 좋네. 좋아. 아주 좋아. '
오늘 한다면 정말 오랜만에 남편과 몸을 나누는 것이었기 때문에 과연 무슨 플레이를 해야 할지 그녀는 고민에 빠진 채 행복한 상상의 강을 헤엄치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 어떤 것을 해도 유진이는 전부 다 말 없이 받아줄 게 뻔했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너무나도 넓어 어느 것 하나를 특정해서 고르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 여보. 저 다 씻었어요. 이제, 들어오셔도 괜찮아요. "
안방에서 들리는, 마치, 나를 따먹어달라고 광고를 하는 것 같은 촉촉한 유진의 목소리에 그녀는 머릿속으로 구상하던 그림을 잠시 접어두었다. 뭐,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은 일단 덮치고 천천히 섹스를 하면서 생각해보아도 되는 것 아니겠는가?
" ... "
그녀는 말없이 미소만을 지은 채 자신의 보지를 옷 위로 매만지면서 거실의 불을 끄고선 수건으로 자신의 몸을 겨우 가리고 있는 그를 향해 탐욕의 눈빛을 빛낸 채 천천히 다가갔다.
미처 닦지 못해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 자신이 남긴 흔적이 가득한 몸 곳곳의 흉터, 어딘가 얼빠지고 순수함이 가득 담긴 얼굴, 하지만 그것과 대비되는, 처음부터 여성을 위해 존재했던 것처럼 여성의 욕구를 심각하게 자극하는 아름다운 몸뚱아리까지.
" 여보? "
그녀는 그의 말에 대답해주지 않은 채 조용히 안방의 문을 닫았다.
그날, 뜨겁고 끈적이는 여성의 교성과 고통에 가득 차 있는 남성의 애처로운 비명만이 집안을 가득 채워나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