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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의 평범한 유부남-19화 (19/77)

〈 19화 〉 D급 헌터 선유린

* * *

" 형! 살려줘요! "

가방을 메고 강의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경섭이가 부리나케 달려와서 나에게 안겼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당황하면서도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빠르게 머리를 굴려 상황을 파악해보았지만 이제 막 학교에 도착한 내가 뭘 알겠는가.

" 왜 그러는 거예요? 무슨 일 있어요? "

" 큭, 너무 힘이 들어요. 힘이 들어서 미쳐버릴 것 같아요! 금요일 풀강 씨발! "

아, 그거였어?

" ...힘들겠네요. "

솔직히 까고 말해서 모든 대학생이 공감하겠지만 풀강은 진짜 버틸 수가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다른 날이라면 모르겠는데 오늘은 경섭이처럼 인싸기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날이라고 불리는 황금 같은 금요일이다.

그런 황금 같은 불타는 금요일에 수업들로 모조리 꽉꽉 차 있는 풀강이라니. 엄청나게 괴롭겠네. 나도 네 마음 원래 세계에서 한 번 겪어봤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한단다.

"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금요일 수업을 꽉꽉 채워 넣어 수강 신청을 하던 나 자신을 죽여버릴 거에요. "

" 왜, 금요일로 몰아넣은 거에요? "

" 저도 모르겠어요. 그때 아마, 제가 미쳤나 봐요. 오늘 형은 수업 별로 없죠? "

" 네. 저는 다른 날이 조금 힘이 들 뿐이지. 금요일은 시간표가 여유 있어서 괜찮은걸요? 저도 수강 신청을 말아먹어서 저보다 시간표가 개판인 사람은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가까이에 저보다 망한 사람이 존재했네요. "

괴롭다는 듯이 얼굴을 내 가슴에 박고서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 그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자 이내 그는 몸을 비켰고 나는 뚜벅뚜벅 걸어가 비어있는 경섭이의 뒷자리에 가방을 놔두고서는 자리에 착석했다.

자리에 앉자 경섭이의 옆자리에 앉아서 죽은 눈으로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창우가 눈에 들어왔다.

" 창우 씨. 좋은 아침이에요? 혹시, 창우 씨도 경섭 씨랑 똑같이 아침부터 등교하신 거에요? "

미소를 지으며 묻자 돌아오는 울먹거리는 대답.

" 네. 그때 PC방에서 저 새끼랑 같이 수강 신청하며 시간표를 맞춰버려서 아침부터 거의 좀비 상태로 수업 듣고 있는 중이에요. "

그래 보여.

지금 눈동자가 완전히 죽은 상태거든. 삶에 의욕이 없는 사람같이 보인단 말이야.

힘들겠네. 힘내라 얘들아.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 말밖에 없단다.

" 아, 형은 금요일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좋겠네요. 아, 부러워라. "

" 하하,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빡빡하게 했으니 저에게 주는 보상 같은 거죠. 그 대신, 경섭 씨랑 창우 씨는 금요일을 제외한 다른 날은 시간표가 여유 있는 편이잖아요? 등가 교환이라고 생각하세요. "

" 큭, 묵직한 팩트폭격이 가슴속에 들어온다! 그렇게 팩트로 조지지 마세요! 형! "

가슴을 부여잡으며 울부짖는 경섭이의 행동에 순간 놀란 나머지 저절로 입 밖으로 사과의 말이 튀어나왔다.

" 아, 미, 미안해요. 괜히 불편했나요? "

그가 농담으로 저렇게 행동하는 것은 머리로 인지하고 있었으나 몸은 반사적으로 머리를 숙이게 된다.

" 농담이에요! 아이참, 형한테는 농담을 던져도 안 받아주시니까 하기도 전에 겁부터 먹게 되네요. 너무 진지충이야! "

" 아, 이, 인지는 했는데 이게, 스, 습관이 돼버려서.... "

이 세상에 떨어지고 나서부터 그리고 아내를 만나기 시작한 이후로는 거의 항상 입에 달고 사는 정도로 이렇게 행동했으니까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걸 어떻게 막을 방도가 없었다.

이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고 용납을 받을 수 있었으며 아내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 그게 왜 습관이 된 거에요? 형은 항상 말을 시작할 때나 끝낼 때 사과의 말만 붙이던데 그러지 마세요. 남자는 원래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살아가야 하는 법이라고요! "

하지만 당연히 나의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그로서는 내가 이상해 보이고 이해하지 못할 대상처럼 보이겠지.

가슴을 쭉 펴면서 콧대를 잔뜩 세운 체 마치 " 엣템. " 이라고 헛기침을 내뱉는 사람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그를 보며 나는 살짝 미소 지어주었다.

" 그, 그렇죠. 꼭 참고할게요. "

경섭이의 조언에 대답해주고서 곧바로 가방을 열어 두꺼운 책과 연필을 준비해 책상 한쪽에 올려두고서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냈다.

어차피 아직 교수님도 들어오지 않으셨고 이대로라면 수업을 하기 전까지 시간도 많이 남은 것 같으니 자투리 시간에 나는 책상의 사진을 찍어 언제나 그랬듯이 아내에게 사진을 보내주었다.

유진­>[사진]1

유진­>[이제 학교 도착해서 강의실에 가방 놔두고 수업 준비했어요. 곧 있으면 교수님 들어올 것 같아요]1

그러나 언제나처럼 항상 귀신같이 곧바로 사라지던 말풍선 옆에 있는 1이라는 숫자가 오늘만큼은 곧바로 사라지지 않았다.

' 바쁜가 보네. '

카톡을 보내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항상 1이 사라졌는데 아직 사라지지 않는 거로 보아 아내가 많이 바쁜 것 같았다.

아마, 이 상태라면 점심시간쯤에 카톡을 보고 답장을 주겠지. 일단, 학교에 도착해서 강의실에 있는 사진은 찍어주었으니까 수업이 전부 끝나고 점심을 먹으러 간 사진도 찍어서 나중에 보내주면 될 것 같았다.

" 형! "

그 순간 내 상념을 떨치는 경섭이의 목소리에 핸드폰을 보던 얼굴을 들어 올렸다.

" 네? "

" 형은 아침 시간이 살짝 비어있잖아요? 그럼 오늘 아침에 뭐 했어요? 저는 항상 아침에 시간이 조금 비어있을 때면 침대에 누워서 빈둥대는데. "

" 아, 저도 조금 늦게 일어나려고 했는데 아내가 아침 일찍 출근을 해야 해서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 만들었어요. 그러고 아침밥 먹고 집안일 살짝 하고 나니 어느새 등교할 시간이더라고요. "

아내가 아침밥을 먹고 출근을 하고 난 뒤 시간이 조금 남아서 얼마든지 침대에 누울 수 있었지만 나는 그러지 않고 오히려 앞치마를 더욱 동여매고 청소를 시작했다.

뭐, 학교를 갔다 와서 해도 별 상관은 없지만 할 일을 빨리 할 수 있다면 얼른 해치우는 게 아무래도 좋으니까 말이야.

" 으에에? 아 얘기만 들어도 엄청 끔찍해! 아침에 남는 시간이 쉬지도 못하고 집안일을 한다니! 안 힘들어요? 형? "

그러나 내 이야기를 들은 경섭이는 곧바로 인상을 찌푸리면서 머리를 두 손으로 붙잡고 끔찍하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경섭이의 반응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는 아직 결혼을 하지도 사랑을 나눌 여자친구조차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나저나, 힘들지 않냐고?

" 별로 안 힘들고 귀찮지도 않아요. 그건 남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언제나 제가 해오던 일인걸요? "

별로 안 힘들고 딱히 귀찮지도 않다. 선유린이라는 여성의 남편으로서 그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고 이 세상에 갑자기 떨어진 이후부터 항상 해오던 일이었으니까.

그러자 마치 자애롭고 애정이 넘치는 성부 마리아라도 본 것처럼 경섭이는 약하게 박수를 쳐주면서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

" 와. 진짜 존경스러워요. 창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 "

" 개씹인정한다. 아침부터 집안일을 한다고 생각하니까 나는 벌써 머리가 아파오는데? 씨발, 나라면 전부 다 제쳐두고 곧바로 침대로 다이빙했을 것 같은데. "

" 나도 침대로 다이빙 아니면 곧바로 컴퓨터 앞으로 뛰어갔을 것 같은데. 역시, 달라도 확실히 뭔가 다른 사람이야! 진짜 세상천지에 이런 남편이 어디 있어? 내가 여자였고 형이 제 남편이었으면 매일매일 절하면서 살 것 같은데 말이야. 창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

" 이것도 개씹인정한다. 내가 유진이 형 아내였잖아? 매일매일 아침마다 일어나서 동서남북으로 그랜절 박으면서 울부짖었을걸? "

나는 대답 대신 미소를 얼굴에 띄어주었다.

" 그런데 형. 갑자기 말 나오니까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아내분은 뭐 하시는 분인지 얘기해주실 수 있어요? "

" 네? 아내는 갑자기 왜... "

" 마치 신화 속에 나오는 자애로운 성부 마리아처럼 착한 형이랑 결혼한 아내분은 도대체 뭐 하시는 분일까 궁금한걸요! 그리고 우리가 평소에 형이랑 이야기하면서 형에 관한 건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아내분에 관한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못했고. "

" 솔직히 경섭이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그냥 형의 결혼 생활 자체도 궁금한걸요? 저희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이 나이에 결혼을 한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자 다들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먹이를 주길 바라는 아기 새처럼 내가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 계속 졸라댈 기세가 보였다.

뭐, 솔직히 나였어도 20살이라는 나이에 일찍 결혼을 하고 벌써 결혼 1년 차가 돼가는 사람이 눈앞에 있으면 결혼생활이 어떤지 이것저것 묻고 싶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경섭이와 창우랑 이야기를 나눌 때는 항상 나 자신에 관한 것만 이야기했고 아내에 관한 이야기는 한 번도 하지 않았으니까 더욱 그런 마음이 크겠지.

" 조, 조금 정도면 대답해 줄 수 있어요. "

너무 자세하게는 말을 해줄 수 없지만 어느 정도라면 얼마든지 이야기해줄 수 있었다.

" 오, 진짜요? 그럼 저부터 바로 질문 들어갑니다! 혹시 아내분은 연상입니까!? 연하입니까!? "

" 연상이에요. 저보다 3살 위 누나죠. "

누나라는 말에 경섭이와 창우가 서로의 팔을 때리면서 부끄럽다는 듯이 괴성을 질러댔다.

" 꺅! 연상의 여자라니. 그럼 예뻐요? 솔직하게 부부 사이라는 것을 떼어놓고 정말 솔직하게 한 남자로서 아내분이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부부관계라는 걸 떼어놓는다고 가정하고 아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냐고?

답은 간단하다.

" 네. 예뻐요. 저랑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걸요? "

" 습. 콩깍지가 제대로 씐 것 같은데 솔직하게 대답한 거 맞아요? 아니야. 믿을 수가 없어! 사진, 사진 줘요! 저희가 보고 딱 판단할게요! "

나는 곧바로 핸드폰을 킨 다음 갤러리에 들어가 아내가 찍힌 사진을 누르고 경섭이와 창우에게 보여주었다.

검은색 단발머리와 오밀조밀한 이목 구미, 도드라져 있는 팔근육과 선명한 복근, 그리고 살짝 탄 구릿빛 피부와 몸 곳곳에 새겨진 흉터까지.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는 그들은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면서 자기들끼리 아내에 대해 각자 감상을 나누기 시작했다.

" 오 씨, 진짜로 이쁘네. 몸매도 엄청 좋고 완전 그거 뭐야, 차가운 도시 여자 스타일인데? "

" 난 유진이 형이 자기 아내라서 일부러 칭찬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 솔직히 누가 봐도 유진이 형처럼 이야기할 것 같아. 완전 이뻐. 딱 내 스타일인데? "

" 아, 그런데 단발인 게 조금 아쉽다. 긴 생머리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그리고 아까 볼 때는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까 흉터도 조금 많으시네. 팔에도 있고 얼굴에도 살짝 있으시고 말이야. "

" 그렇네. 나는 단발은 괜찮은데 흉터가 조금 많이 아쉽다. 무슨 일 하시길래 잔 흉터가 이렇게 많으시지? 형! "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 나를 부르는 소리에 대답 대신 얼마든지 물어보라는 의사표시로 고개를 살짝 끄덕여주었다.

" 여기, 아내분 팔이랑 얼굴에 잔 흉터가 조금 많으신데 이건 왜 이런 거에요? 예전에 사고라도 있었던 거에요? "

" 아, 사고는 아니고 아무래도 직업 자체가 몸을 쓰는 직업이니 일이 험하다 보니까.... "

아내는 책상에 앉아서 업무를 보는 사람이 아니라 칼이나 마법 혹은 초능력으로 괴물을 상대하는 헌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몸에 상처가 많이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직업을 모르는 창우와 경섭이는 고개를 갸웃 움직이며 유진이가 했던 말을 되새김질하며 최대한 결과를 도출해가기 시작했다.

" 무슨 직업이길래 몸에 흉터가.... 아, 설마 제가 생각하는 그거에요? 그거 맞죠? "

정답을 찾은 걸까? 확신과 자신감이 생긴 경섭이의 눈동자와 마주쳤고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 움직여주었다.

" 아, 헌터 일을 하고 계시는구나. 그러면 몸에 흉터가 이렇게 많은 것도 이해가 가네요. "

" 아무래도 직업 특성이 그러니까 몸에 상처가 생겨서 집에 돌아오면 속상하더라고요. 항상 일하러 나갈 때마다 걱정도 되고요. "

" 하긴, 그건 헌터 일을 하는 사람이 내 주위 사람이면 전부 다 가지는 걱정이긴 하죠. "

격한 공감을 표현해주는 경섭이의 모습에 이번엔 반대로 내 머릿속에서 궁금증이 생겨났다.

" 공감도 엄청 해주시고 뭔가 제 입장을 이해하는 것 같은데 혹시 경섭 씨도 가족 중에 헌터 일하는 사람이 있어요? "

" 네? 아, 뭐……. 그냥…. 가족중에 헌터가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고……. 하하하! "

그 순간 불쑥 고개를 들이밀고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의문을 표출하는 창우.

" 그런데, 보통 헌터면 돈 되게 잘 벌지 않아요? 내 친구의 누나가 헌터 일하고 있는데 그 사람 보면 돈을 그냥 길거리에 지나가는 흙처럼 쓸어 담던데. "

" 네? "

" 그러니까 유진이 형 아내분도 헌터니까 되게 돈 잘 버실 것 같은데 왜 굳이 형은 취업에 목을 매는 거예요? 저번에 자기소개할 때도 그렇고 저희끼리 따로 이야기할 때도 마석 관리 과에 들어온 이유는 오로지 취업 때문이라고 했잖아요? "

" 그, 그렇죠. 취업해서 경제적 부담을 홀로 지고 있는 아내의 짐을 덜어주려고... "

" 그런데 아내분이 헌터 일을 하면 돈은 당연히 넘쳐나지 않나요? "

" 아, 아니에요. 그건 절대로 아니에요. 저희 아내가 그렇게 높은 등급은 아니라서.... "

" 높은 등급이 아니라도 일반인보다는 많이 벌지 않나요? 부족한가? 굳이 형이 일자리를 구할 필요가 있을 정도예요? "

이,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말하기가 조금 껄끄러운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창우의 말에 내가 곤란해하는 모습이 보였던 걸까? 한숨을 한 번 내쉰 경섭이가 팔을 내밀고서는 나 대신 창우를 향해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 개소리하지 마. 네 친구의 누나라는 분은 엄청나게 특별한 케이스잖아? 내가 알기론 그 사람이 대한민국 헌터업계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그걸 기준으로 잡으면 어떡해!? "

" 아, 그런가? "

다,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인맥이 대단하시네.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헌터라면 전 세계에서도 꽤 알아주는 사람일 텐데 말이야.

" 어느 일이든지 간에 뭐든지 업계 탑인 사람은 돈을 휩쓸기 마련이지. 우리가 봐야 할 곳은 그런 천재인 사람들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 사람들이야. C급 D급헌터들은 보통 회사원보다 조금 더 많이 벌거나 오히려 더 못 버는 경우도 있어. "

" 진짜로? 왜? "

" 어휴, 그건 말하자면 조금 복잡해. 시스템 자체가 엄청 꼬이고 고여버려서 거기에 관해서 설명하려면 하루 정도는 잡고 주야장천 설명만 해야 한다고. 그러니까 요약해서 말하자면 TV나 유튜브에 나오는 거로 모든 것을 일반화시키지 말라는 거야. 너는 왜 20살이라는 나이를 먹고도 생각이 그렇게 어리냐? "

" .....큼, 흠. 그, 그런가? "

" 그리고 그런 건 헌터들한테 물어봐야지. 형한테 물어보면 어떡해? 그쪽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내일 뿐이지, 직접 일을 하시는 것도 아닌데 자세히 알고 있을 리가 없잖아? 하여튼 노랑머리 양아치 새끼는 이래서... "

" 야! 왜 잘 나가다가 그걸로 길이 빠지는 거냐고!? "

"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다. 이 양아치 새끼야. 노랑머리를 했다고 해서 양아치는 아니지만, 양아치는 다 노랑머리 색깔을 하고 있더라고. 이 개 같은 양아치 새끼야. "

나에게 질문을 쏟아내던 두 명이 고개와 의자를 돌리고 서로를 향해 삿대질하며 온갖 욕을 퍼부으며 투덕거리고 있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내 아내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는 질문 시간이었는데 어느샌가 격투 게임 장르로 변해버렸다.

' 오래갈 것 같네. '

평소에도 저렇게 투덕투덕 거리며 많이 싸웠는데 오늘 또 시동이 걸린 것 같았다. 보아하니, 꽤 오랫동안 걸릴 것 같은데 질문 시간은 여기서 끝이겠구나.

앞에서 실시간으로 아가리 대전 격투 게임 장르를 찍는 둘을 내버려 두고 나는 조용히 필기구를 꺼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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