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5화 〉 외전 2화
* * *
인생을 살다보면 한 번씩 그런 사람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까··· 이상할 정도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야할까.
남들은 다 실패하는 걸 자기 혼자서만 성공을 한다거나 누가봐도 실패할게 뻔한 걸 진짜 생각치도 못한 방식으로다가 성공해버리는 사람들 말이다.
우리 가족 내에서 말할 것 같으면?
세한이가 바로 그 경우에 해당했고.
진짜 신기할 정도로 운이 좋다고 해야할까.
세나가 괜히 아이템같은 걸 강화할 일이 있을 때마다 세한이를 몰래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가는 게 아니었다.
본인은 진짜 헛웃음이 다 나올 정도로 똥손인 반면에 세한이는 진짜 눌렀다하면 성공을 하곤 했으니까.
행운의 네잎클로버를 사용했을 때의 나 정도는 아니어도 그 아랫급은 되는 것 같달까.
그 정도로 세한이의 운은 어마어마한 편이었지만 그게 본격적으로 조명을 받은 적은 여태까지 몇 번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세나가 그럴 기미가 보일 때마다 내가 사전에 나서서 차단을 해버리곤 했었으니까.
그토록 기를 쓰고 막은 이유?
간단하다.
아들내미의 힘을 빌리는 것까지는 좋지만 아직 무엇하나 결정된 것이 없는 게 바로 아이들의 미래이니만큼 되도록이면 방송에 아이들의 얼굴이 노출이 되는 상황은 지양하고 싶다는 게 내 생각이었으니까.
기억 속에 어렴풋하게나마 남아있는 어느 노래 가사처럼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천사라면 나도 좀 더 느슨하게 대처를 했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가 않으니까.
참으로 다행히도 세나나 지나, 가영도 그런 내 뜻에 동의를 해주었고.
아무튼 그런 관계로 세한이가 지닌 기묘한 행운은 여태껏 크게 조명이 된 적이 없었고··· 덕분에 진짜 생각치도 못한 타이밍에 그게 터져나와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때는 바아흐로 세한이가 예방접종을 하는 날이었을 것이다.
원래라면 규칙상 세나하고 동행을 했겠지만, 그날 하필 세나한테 급한 일정이 생기는 바람에 대신 집에서 쉬고 있었던 가영하고 동행을 하게 되었는데···
예방접종을 끝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가영이 나온 김에 잠깐 마트에 들려서 장이라도 보고 가는게 어떻겠냐고 하길래 말이 나온 김에 마트로 향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들린 마트에서 장보기를 끝마치고서 돌아가려고 하니까 마침 10만원이상 물건을 구매한 사람들을 상대로 경품 추첨 이벤트가 진행중이었고.
처음에는?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돌아가려고 했었다.
그도 그럴 게 제비뽑기 한 번 하자고 차례를 기다리자니 줄을 서 있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그래서 그냥 돌아가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잔뜩 모여서 차례대로 뭔가를 뽑는 모습이 세한이의 눈에는 뭔가 굉장히 신기하게 비춰졌던 것일까.
자기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떼를 쓰길래 세한이를 잠시 가영한테 맡겨놓고서 구매한 것들을 차 트렁크에다가 실어놓고 돌아왔는데 말이다.
그 사이에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의 차례가 모두 끝이 났는지 세한이가 가영의 품에 안긴 채 추첨함 안에다가 손을 밀어넣고 있더라.
그때까지는?
진짜 별 생각 없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게 앞서 추첨에 응했던 사람들 모두가 손에 수건을 든채로 돌아가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우리도 보나마나 수건이겠거니 했었는데···
분위기가 바뀐 건 세한이가 자기가 추첨함 속에서 꺼낸 것을 가영을 향해 자랑스럽게 내밀었을 때였다.
별 기대 안 했던 건 가영또한 마찬가지였던 것일까.
그전까지는 기대감어린 표정 대신 열심히 제비를 골라대는 세한이의 모습이 그저 귀엽다는 듯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가영의 눈동자가 갑자기 동그랗게 변했다.
"이, 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한이가 내민 제비를 받아든 행사 담당자의 표정도 가영하고 비슷하게 변해버렸고.
"일 등···! 축하드립니다!"
말해 무엇하랴.
세한이가 뽑은 건 무려 '1등'이라 적혀있는 제비였다.
그리고 1등상이라고 걸려있던 물건으로 말할 것 같으면 무려 일본 유명 료칸의 2박 3일 숙박권이었고.
당연한 말이지만 갑작스러운 행운에 나도 그렇고 가영도 그렇고 둘다 얼떨떨해하기 바빴다.
그와는 별개로 이왕 당첨이 된만큼 어떻게든 그걸 써먹을 필요성을 느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다같이 일본 여행이나 한 번 다녀올까요?"
처음에는?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된 건 이후에 이어진 가영과의 대화 때문이었고.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지나가 비행기를 타도 괜찮을런지 모르겠네···"
"아···"
말해 무엇하랴.
얼마전 지나의 선전포고와 함께 막을 올렸던 제 2의 누먼임 사태는 다름아닌 지나의 임신과 함께 마무리 되었다.
덕분에 최근 지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토록 좋아하는 운동까지 쉬어가며 안정에 힘을 쓰고 있는 상태였고.
그래서 나도 그렇고 가영도 그렇고 살짝 아깝긴 하지만 포기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말고 둘이 다녀와."
"으, 응···?"
생각치도 못하게 지나한테서 허락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하려고 했다.
제 아무리 지나가 인간 자체가 강한 타입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임신 초기인 지나를 홀로 내버려두기도 좀 그랬을 뿐더러 어쩌면 일종의 테스트 비슷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래서 몇 번이나 괜찮다고 말을 했는데··· 테스트같은 게 아니라 진심이었던 걸까.
내가 몇 번이나 괜찮다고 말을 했음에도 지나는 쉬이 뜻을 굽히질 않았다.
"안 그래도 나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세나도 그렇고 셋 다 일 때문에 바빠가지고 유한이 너 혼자만 더 고생하는 것 같아서 신경이 쓰였었는데 잘 됐지 뭐. 이참에 며칠 정도라도 푹 쉬고 와."
"아···"
"물론··· 대신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나중에 알지?"
그런 식으로 날 향해 한 차례 윙크를 해보인 지나가 애들이랑 세나는 자기만 믿고 있으라며 가슴을 팡팡 소리가 나도록 두들겨댔다.
그리고 과연 지나는 지나라고 해야할까.
결국 세나는 애들이랑 지나를 케어하는 역할로다가 한국에 남게 되었다.
"아니, 나는 왜···"
"그러게 평소에 좀 성실하지 그랬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말 한 마디로 세나의 꿍얼거림을 일축시킨 지나가 나와 가영의 손을 꼭 부여잡은 채 우리 둘을 배웅했다.
"알지? 진짜 큰맘먹고 보내주는 거니까 나랑 애들은 걱정하지 말고 이참에 푹 쉬고 와."
"···응."
"엄마도요."
그런 지나의 태도에 새삼 감동했던 것일까.
가영의 반응을 확인해보기 위해 흘깃하고 시선을 던져보니 어느샌가 가영의 눈가에는 살짝이지만 물기가 어려있었다.
"진짜 괜찮겠니? 그냥 나중에 지나 너 안정되고 나면은 다같이 가는 게···"
그와는 별개로 딸에 대한 걱정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일까.
가영의 입에서 걱정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그런 가영이 행동에 나서는 것보다 지나가 우리 둘의 등을 떠밀어 차에다가 태우는 게 훨씬 더 빨랐다.
"됐네요. 나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세나도 있는데 뭘."
"그래도···"
"물론, 세나 얘가 좀 못 미더운 건 사실이지만 이래보여도 얘도 애엄마잖아? 제 몫은 충분히 하겠지 뭐."
그런 지나의 목소리에 반응을 했던 것일까.
뒤에서부터 다시 한 번 꿍얼대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오래가지는 못했다.
"아무튼! 도착하는대로 꼭 전화해. 알겠지? 혹시라도 중간에 무슨 일 생기거든 그때도 일단 전화부터 하고."
"응."
그렇게 집을 떠나서 도착하게 된 곳은 훗카이도의 신치토세 공항이라는 곳이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또 차를 타고 1시간을 이동한 끝에 도착하게 된 곳이 바로 노보리베츠라는 곳이었고.
솔직히 말하면··· 도착하기 전까지는 그렇게까지 큰 기대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아무래도 경품 추천 행사에서 받은 숙박권이니만큼 분명 적당한 가격대의 숙박시설에서 머물게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여차하면은 근처에 있을 더 좋은 곳으로 옮겨갈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이게 웬걸?
차에서 내리기 무섭게 우리 앞으로 등장한 건 만화나 애니메이션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그런 거대한 료칸이었다.
덕분에 나도 그렇고 옆에 서 있던 가영도 그렇고 살짝 당황한 상태로 입구에서 쭈뼛거리고 있으려니까 우리랑 비슷한 손님들을 상대해본 경험이 많은 걸까.
일본 전통 복장을 차려입은 직원이 나와서 우리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것도 그냥 일본어로 혼자서 떠들어대는 게 아니라··· 살짝 어설프긴 하지만 그래도 무려 한국어로 안내를 해주더라.
그리고 그런 식으로 이어지던 직원의 설명을 끝까지 경청한 결과 알게된 건··· 우리가 2박 3일동안 신세를 지게 된 이곳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다가 제대로 된 곳이라는 것이었고.
오죽하면은 객실동에 딸려있는 탕말고 온천 전용 건물이 따로 있더라.
거긴 남녀 혼욕이라는 말에 기겁을 하는 가영의 반응을 보면 여기 머무는 동안 거기에 방문할 일은 없을 듯 했지만.
"그럼, 편히 쉬십시오."
"네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앞장 서서 우리를 안내해주던 직원을 따라 2박 3일간 머물게된 방에 입성함으로써··· 가영과 단둘이 보내는 2박 3일간의 료칸생활이 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