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4화 〉1부 (294/315)

아니, 비싸기는 더럽게 비싼 주제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부작용이라니.

"이거 완전 환불사유 아닙니까?"

-뭐··· 그렇게 보기에는 좀 애매하지. 그만큼··· 알약이 제 효과를 확실하게 했다는 소리니까.

그러니까 여신의 설명은 이러했다.

-그러니까 렐로 따지면 3억제기 나간 상황에서 넥서스라도 지키려고 미니언들을 상대하고 있는 상황이지. 강제 경험치 이벤트 중이라고 해야할까.

그리고 각각 지나, 세나, 가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라인으로부터 쏟아지는 경험치를 한 몸에 몰아받은 나는 단시간에 너무 강해져버렸단다.

-내가 좀 알아봤는데 보통··· 상대가 한 명일 경우에는 이런 부작용이 안 나온다더라.

신비한 알약의 힘으로 강화된 불알 덕분에 특수한 힘을 지니게 된 정액이 여성의 몸또한 같이 건강하게 만들어서 둘이 수준이 얼추 비슷해진다나?

그런데 나는 상대가 세 명이다보니ㅡ

"렙차가 크게 나버렸다··· 뭐 그런 뜻인가요?"

-이그젝틀리.

이그젝틀리는 개뿔이··· 지금 누구는 생각치도 못한 부작용 때문에 이가 자꾸만 부득부득하고 갈려서 젊은 나이에 틀니끼게 생겼는데 말이다.

"그래서 해결 방법은요? 그거 알려주시려고 전화하신 거 맞죠?"

-어··· 그, 그렇긴 하지?

"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크흠! 꼭 마치 날 원망하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내가 응? 네 문제 해결해보겠다고 알약 판매자랑 얼마나 치고받고 했는지 알아?

"···그러셨습니까?"

-아니, 누가봐도 그거 때문인데 그년이 죽어도 자기 알약 때문은 아니라잖아!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그야 뭐··· 당연히 해결방법에 위자료까지 쳐서 낭낭하게 뜯어왔지.

그 정도로 신경을 써줬단 말인가.

여신의 말을 들으니까 새삼 다 뒤져버린 줄 알았던 여신에 대한 존경심이 막 되살아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감사합니다."

-짜아식 감동받았구만? 그래, 뭐··· 감사하면 거기서 행복하게 잘 살아. 아! 뜯어온 건 통화 끝난 다음에 상점 열어보면 있을 거야.

여기서 상점이라니.

"혹시 설마 유ㅡ"

설마 유료인가 싶어서 황급히 질문을 던지려고 했는데ㅡ

뚜··· 뚜··· 뚜···

통화 끊어지는 속도가 몇 배는 더 빠르더라.

말 그대로 순식간에 끊어져버린 전화에 황당한 눈빛으로 꺼멓게 물들어버린 스마트폰 화면을 내려다보던 것도 잠시, 일단 휴대폰을 쥔 손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상점창을 불러냈다.

지금 당장 확인해보라는 느낌으로 자신만만하게 말할 정도였으니 한 번 확인은 해봐야하지 않겠나 싶어서였다.

그렇게 상점 창을 불러냈는데··· 혹시 내가 자기가 손수 삥 뜯어온 걸 못 찾고 헤매기라도 할까봐 걱정이라도 됐던 걸까.

나로서는 생전 처음보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테두리로 장식된 '특별상품'하나가 날 반겨주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거기까지는.

문제는··· 특별상품의 가격이었다.

'아니···'

보통 이런 경우에는 무료로 넘겨주는게 국룰 아닌가?

이건 뭐 사과패키지랍시고 이름 붙여놓은 걸 돈받고 파는 모 게임사식 과금도 아니고 말이다.

물론, 명색이 보상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니만큼 억소리가 나오도록 비싸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격대로 따지면 상점에서 파는 것들 중에 저것보다 싼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저렴했다.

그래서 더 애매했다.

돈받고 팔 거면 차라리 적당한 가격대로 매겨놓던가.

1캐쉬는 대체 어디다가 쓰려고 받으려고 하는 걸까.

'이거 설마 과대포장은 아니겠지···?'

아무래도 가격부터가 좀··· 그렇다보니까 그런 생각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더라.

그래도 일단 사긴 샀다.

그렇게 사고 나니까 사진으로 봤을 때하고는 다르게 제법 크고 묵직해보이는 상자 하나가 침대 위로 툭 떨어졌다.

'일단 과대포장은 아닌가 보네.'

그렇다고 상자가 막 온갖 내용물로 가득 차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뭐 내용물이 궁금해져서 곧장 상자를 내 앞까지 끌고와서 일단 뚜껑부터 땄다.

'흐음···?'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설명서라고 떡하니 적혀있는 얇은 책자였다.

설명서라는 단어 밑에 붉은색으로 적힌 '사용하기 전에 필히 정독하시오.'라는 문구는 덤이었고.

대체 뭐길래 사용하기 전에 설명서를 꼭 읽어야한다는 걸까.

속으로 의문을 곱씹으면서 일단 설명서를 옆으로 치웠다.

그러자 드러난 것은 왠지 모르게 비싼 양주같은게 들어있을 것 같은 직육면체 모양의 상자 하나와 까보면 반지가 들어있을 것 같은 비쥬얼을 가진 동일한 크기의 상자 세 개였다.

그 중에서 동일한 물건으로 보이는 상자 세 개에서는 옅게 풀냄새가 났다.

정확히는 풀같은 걸 짓이겼을 때 나오는 즙의 냄새라고 해야할까.

그 왜 있지 않은가.

어렸을 때 소꿉장난 하면서 한 번쯤 맡아본 적 있는 그런 냄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맡기 불쾌하다거나 그런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차라리 묘하게 청량한 느낌을 풍기는 것이 충분히 향기라 부를 수 있는 정도였다.

'이거 왠지 먹는 것 같은데···'

상자 안쪽에서 솔솔 흘러나오는 냄새도 그렇고, 숫자도 여성진 숫자에 딱 맞게 3개인걸 보면 아마 그럴 확률이 높겠지.

맘 같아서는 상자를 열어 실제 내용물을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함부로 열지 말라고 당부라도 하는 것처럼 여는 부분이 씰같은 걸로 단단히 봉해져있어서 선뜻 그러기가 꺼려졌다.

그래서 꿩대신 닭이라는 느낌으로 설명서를 집어들었던 건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추측이 맞았다.

동일한 크기를 가진 상자 세 개 안에 들어있는 건 특별한 약재로 만들어진 환 같은 것이었고, 직육면제 모양을 한 길쭉한 상자 안에 든 건 그 환들의 효과를 배가시켜주기 위한 보조제같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우선 이걸 복용시킨 다음에···'

이 상자 안에 든 걸 전신에 골고루 발라주면서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주라 이거지?

설명서에 따르면 그렇게 할 경우 환과 에센스의 기운이 복용자의 몸에 스며들어서 쌓인 노폐물을 배출시켜주고 몸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준단다.

여기서 최적의 상태라함은 임신에 최적화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었고.

심지어 나중에 태어날 아기에게도 그 이로운 효능이 미친다고 하니··· 쓰지 않을 이유가 없더라.

'문제는···'

이것들을 어떤 식으로 세 명 앞에 등장시키냐는 건데···

몸에 좋은 거라고 무작정 들이밀어봐야 그건 갑자기 어디서 샀냐며 괜한 위화감을 살 가능성이 크겠지.

그러니 여기서는··· 하루 내지 이틀 정도는 잠시 쉬어가는 편이 좋을 듯 했다.

뭐, 적당한 때가 오길 기다리는 동안 기적적으로 '결과'가 나오면 그땐 거기에 따라야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애석하게도 이틀을 잠자코 기다리는 동안 긍정적인 소식같은 건 들려오질 않았다.

그리고 다들 슬슬 내가 며칠 전부터 느꼈던 초조함을 공유하게 된 것일까.

분위기가 전과는 다르게 뭔가 좀 어색하더라.

그래서 더더욱 준비한 물건을 꺼내들 각오를 굳힐 수 있었다.

그렇다면?

먼저 준비를 시켜야겠지.

"누나들, 그리고 고모?"

살짝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지던 아침 식사가 끝나자마자 셋을 부른 건 그래서였다.

"잠시··· 이야기 좀 하실래요?"

"지금 말이니?"

"네, 지금이요."

"뭔데, 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하면 되잖아."

"그러지 말고 침실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거기로 와."

그리 말하고는 무슨 일이냐면서 의아해하는 세나의 반응을 뒤로한채 그대로 침실로 쓰고 있는 맨끝방으로 도주했다.

그리고는 침대 위에다가 샤워용 타올을 까는 등 이런저런 준비에 매진하고 있으려니 끼익하고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셋이 우르르 방 안으로 들어섰다.

"응? 이게 뭐니?"

"그러게. 침대 위에다가 수건은 왜 깔아놨냐?"

그게 가영과 세나의 반응이었고, 지나는 이미 묘한 표정을 한채 날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침대 위에다가 타올들을 꼼꼼하게 깔아놓은 걸 보고 아침부터 침실에 틀어박혀 그 짓을 할 거라 생각한 걸까.

"아, 별건 아니고··· 누나들이랑 고모 마사지나 좀 해주려고."

"응? 마사지?"

"응, 마사지."

"갑자기?"

꽤나 뜬금없어하는 세나의 반응에 슬쩍 웃으며 미리 생각해두었던 '핑계'를 입에 담았다.

"아니··· 최근 들어서 다들 묘하게 초조해보이는 것 같아서."

"아···"

"으음···"

"큼···"

다들 짚이는 구석이 아예 없지는 않았던 걸까.

셋이 각자 다른 반응을 보여주었다.

가영은 민망해하는 반응이었고, 세나는 멋쩍어하는 반응이었으며, 지나는 쓴웃음을 짓는 식이었다.

"사실은··· 나도 어느 정도 초조하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서두른다고 일이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

"그래서 마사지야?"

"응, 나한테 마사지라도 받으면서 다들 좀 릴렉스하면 좋을 것 같아서."

"제대로 할 수는 있고? 나중에 막 피부에 멍들고 그러는 거 아냐?"

"아, 거··· 해준다는데 말이 많으시네? 그래서 안 받을거야?"

"누가 안 받는데? 공짜는 못 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에 잠겨있는 가영이나 지나랑은 다르게 나와 적극적으로 투닥거리던 세나가 잽싸게 몸을 날려 맨 왼쪽 자리를 차지했다.

"잠깐, 누나."

"뭐, 왜? 누우라고 깔아놓은 거 아니었어?"

"아니, 맞기는 한데··· 옷은 벗어야지."

그러자 침대 위에 엎드린 채 고개만 살짝 들어서 내쪽을 쳐다보고 있던 세나의 얼굴 위로 '엣···?'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구, 굳이···?"

"원래 마사지 받을 때 다 벗고 받잖아."

이미 서로 볼장 다 봐놓고서 저렇게 당혹스러워하는 건··· 이런 식으로 사방이 환한 대낮에 이러는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겠지.

다같이 하는 건 그동안 되도록 밤에만 했었으니까.

"아니, 그래도··· 그···"

"거기에 오일도 쓸 거라서 벗는 게 나을 걸?"

"씨이···"

당연한 말이지만 민망해하는 건 세나 뿐만이 아니었다.

생각에 잠겨있던 가영도 옷을 벗어야 한다는 내 말에 몸을 크게 떨었으니까.

그에 비해 지나는 어땠는가하면··· 묘한 미소를 얼굴 위에 머금은채 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흠, 하긴 그게 맞긴 하지."

그러더니만 먼저 솔선수범해서 입고 있던 옷들을 벗어던지더라.

그렇게 탄력적이기 그지없는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낸 지나가 세나의 반대편, 그러니까 맨 오른쪽 자리로 향하더니 그대로 그 위에 몸을 뉘였다.

하도 주물럭대서 그런지 몰라도 처음 마주했을 때보다 살짝 커진 것 같은 가슴이 내가 손수 깔아둔 타올하고 지나의 상체 사이에서 보기 좋게 일그러지는 모습이 참··· 매혹적이더라.

그래서 나도 모르게 홀린 듯 바라보고 있었더니만 그런 내 시선이 느껴지기라도 했던 걸까.

편안하게 팔에다가 고개를 파묻은채 엎드려 누워있던 지나가 내쪽을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이러면 되는 거야?"

"응? 아, 응···"

세 명 다 못 하겠다고 버티는 상황이라면 또 모를까 이미 한 명이 총대를 메버린 상황에서 계속 우두커니 서 있을 수만은 없었던 걸까.

"후우···"

"씨이···"

가영은 민망하다는 듯 한숨을, 세나는 예의 그 씨근덕대는 소리를 내며 입고 있던 옷을 조심스레 벗어던졌다.

그리하여 마침내 세 명이 나란히 침대 위에 알몸으로 엎드리게 된 순간 탄생한 경치는··· 압도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였다.

세 명의 스타일이 각자 달라서 더 그랬다.

전형적인 슬랜더 몸매를 지닌 세나의 새하얀 나신을 감상하다가 시선을 옆으로 살짝 옮기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가영의 육감적인 몸매가 나오고, 거기서 다시 한 번 시선을 옮기면 지나의 보기 좋게 그을린 탄력적인 몸매가 나오는데ㅡ

'미치겠네 진짜···'

평생을 다 써서 들여다 본다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그 풍경을 앞에 두고 있으려니까 문득 자신이 없어졌다.

그러니까··· 저런 걸 앞에 두고 마사지가 끝날 때까지 참을 자신이 없어져버렸다.

'아니, 저걸 어떻게 참냐고···'

심지어 지금 저기로 뛰어들면 모녀덮밥에다가 자매덮밥을 동시에 실현하는 셈인데 말이다.

이런 걸 눈앞에 두고 참는다?

그러러면 최소 성자 쯤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데··· 참아야했다.

참아야만 했다.

덕분에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피눈물이 나올 것 같더라.

'그래도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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