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할까?"
너무 당연한 걸 묻길래 대답대신 입술을 돌려주었다.
"흡···! 으응, 츕···♡"
그런 식으로 지나와 입을 맞추다보니 문득 든 생각이 '그래서 어떻게 움직이지?'였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지나가 자연스레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으니까.
"후으, 흣, 으응, 읏···!"
물론, 정상위로 할 때만큼 격렬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부드럽고 느긋하게 몸을 섞고 있으니 평소할 때보다 쾌감은 덜했지만 대신 뭐라 이루말할 수 없는 충만한 느낌이 몸 안을 가득 채워줬으니까.
그래서일까.
사정감이 끓어오르기 시작했을 때부터 직감했다.
이번에 싸는 건 틀림없이 엄청나게 진할 거라고.
"누나, 나···!"
"응···♡ 싸줘···♡ 유한이 아기 임신시켜줘···!"
지나도 본능적으로 그 낌새를 눈치챘던 것일까.
자꾸만 쿵쿵 부딪혀대는 것을 피해서 위로 도망쳤던 것이 평소보다 몇 배는 힘이 들어간 것 같은 귀두에 대고 쪼옥하고 입을 맞추었다.
그러더니 말랑말랑한 가영의 것하고 비교하면 한참 딱딱한 것으로 자지를 오물오물 씹어대는데ㅡ
"윽···!"
거기서 더 참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의 안에다가 정액을 쏟아냈다.
당연한 말이기는 하지만 외박의 대가는 가혹했다.
물건 몇 개 사러갔다오겠다면서 나간 주제에 외박하고 오는 게 어디있냐면서 잔뜩 토라져버린 가영에게 한 소리 씨게 들어야만 했으니까.
그 와중에 지나 혼자서만 흡족해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는게 포인트라면 포인트긴 했다.
뭐, 그런 식으로 약간의 헤프닝이 있긴 했지만 어찌되었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은 모두 갖춰진만큼 성 생활, 아니 섬 생활은 무탈하게 이어졌다.
그러니 앞으로도 쭉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섬에서 체류하기로 한 기간이 어느새 반환점을 돌아서 처음 섬에 들어온 날보다 섬에서 나가기로 한 날이 가까워질수록 고민거리 하나가 날 괴롭혔다.
그 고민거리란 다름아닌ㅡ
'뭐지? 왜 소식이 없지···?'
그것이었다.
솔직히 이 정도면 최소 셋 중에 한 명 정도는 뭔가 좀 소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기는 커녕 셋다 감감무소식이었다.
덕분에 애꿏은 임테기들만 희생되고 있는 중이었고.
쿠르르르하고 물 내려가는 소리에 살짝 숙이고 있던 고개를 치켜드니 막 화장실 안에서 빠져나온 세나가 그대로 움찔했다.
"···어떻게 됐어?"
그러더니 내가 그리 묻기 무섭게 표정이 살짝 어두워지더라.
역시나 이번에도 소식이 없는 걸까.
'아니···'
확률적으로 이게 말이 되나?
제 아무리 아이가 하늘에서 점지해주는 것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그동안 안에 다이렉트로 몇 번을 싸질렀는데 말이다.
세 명 모두 이렇게 소식이 없다고?
'혹시 뭐··· 몸에 문제가 있다거나···'
는 그럴 리 없겠지.
이 몸이 어떤 몸이던가.
타고나길 대물로 타고난데다가 후천적인 투자까지 듬뿍 이루어진 몸이 아니던가.
하물며 쓰면 쓸수록 강해지기까지하니 내가 문제일리는 없겠지.
그렇다고 세나나 지나, 가영의 몸에 문제가 있는 것일리도 없었다.
지금처럼 되려면 세 명 모두의 몸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인데 상식적으로 그럴 리가 없지 않나.
하물며 가영은 한국을 떠나기 전에 건강검진까지 받았었던 몸이니 그 건강검진 결과가 잘못된게 아닌 이상에야 더더욱 그럴 리 없겠지.
그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혼자서 고민해본들 답이 나올리 없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답답해서라도 고민하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 내 의문을 해결해준 건 뜬금없이 걸려온 한통의 전화였다.
웅웅하고 휴대폰 진동을 감지하자마자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건 '그 전화'라는 걸.
아니나 다를까 그런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듯 까맣게 물든 휴대폰 액정 위에는 뭐 이런 번호를 다 쓰나 싶을 정도로 괴랄하기 그지없는 번호가 버젓이 찍혀있었다.
그래서 곧장 전화를 받았더니만ㅡ
-오랜만이네?
역시나 예상했던 그대로의 목소리가 귓속으로 흘러들어오더라.
그것도 아주 그냥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아니, 그 부분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대체 어쩐 일로 전화를 건 것일까.
'혹시 또 뭐 문제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
솔직히 불안한 부분이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일전에 여신이 해줬던 설명에 따르면 불법체류자나 다름없는 내가 이 세계에 남기 위해선 되도록 많은 이들과 긴밀한 관계, 그러니까 점막접촉을 할 필요가 있다고 그랬으니까.
'세 명만으로는 부족했나···'
그래도 세 명 모두 이 세계의 토대가 되는 소설에서는 주인공급 비중을 가진 이들이다보니 내심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걸까.
어쩌면 그냥 단순하게 내 안부나 물을 겸 전화를 건 걸두고 나 혼자서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솔직히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전화를 걸어올 때마다 매번 크고 작은 폭탄들을 떨구셨던 양반이 이제와서 안부나 묻기 위해서 전화를 건다?
일전에 보여주었던 태도같은 걸 떠올려보면 나한테 전화를 거는 것도 여신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각오가 필요한 일인 것처럼 보였었는데?
'대체 뭐지···'
안 그래도 아무 소식이 없는 현실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한 판국인데 거기에 뜬금없이 걸려온 여신의 전화까지 어우러지니 머릿속이 거의 뭐 헝클어지는 듯한 그런 느낌마저 들더라.
그런 식으로 점점 더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어가던 날 그 안에서 건져낸 건ㅡ
-멈춰!!! 그런 거 아니니까 혼자서 억측하기 멈춰!!
스피커에서 터져나온 우렁차기 그지없는 목소리였다.
여신의 것이라 보기에는 우렁차도 너무 우렁찬 그 목소리에 지구 반대편이 목표라도 되는 것처럼 땅을 파고 들어가던 정신이 번쩍하는 느낌과 함께 제 자리로 복귀하는게 느껴졌다.
그와 함께 이어진 건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목소리로 된 툴툴거림이었다.
-아니 누가 보면 내가 여신이 아니고 사신인줄 알겠네. 뭔 전화 한통 건 것 가지고 억측은···
여신은 그리 툴툴대긴 했지만 솔직히 내 입장에서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여신한테 받았던 전화의 내용들을 떠올려보면 대개 경고성의, 부정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그러니 그러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런 쪽으로 먼저 생각이 될 수밖에.
'그런데 아니라고···?'
그럼 혹시··· 그건가?
"이거 혹시 할부금 빨리 갚으라고 독촉하는···"
-야!!!
아무래도 이래저래 긁어놓은게 많다보니까 어쩌면 그런 용건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저렇게 기가 차다는 듯 빼액하고 소리를 쳐대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닌가 보다.
-하··· 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응? 여신 짬이있지 설마 그런 시덥잖은 일까지 직접 하겠니?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후··· 아무리 내가 편하게 해도 된다고 하긴 했지만 존경심이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냐?
다른 건 몰라도 그 부분이라면 나도 할 말이 있었다.
'나도 처음에는 존경하긴 했지···'
누가봐도 기적이라고 부를만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냈을 뿐더러 날 이 세계로 끌고온 장본인이기도 했으니까.
그럼에도 그게 순식간에 흐려져버린 것은 그간 여신이 보여준 행동들 때문이었다.
"교복플 좀 보여주면 안 되겠냐고 읍소하시던 분이 그렇게 말씀하셔도···"
그래 결국에는 그게 결정적이었다.
교복플이 취향인 여신이라니.
존경심이 생기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닐까.
-아, 보고 싶은데 그럼 어쩌라고! 여기서는 안 된다잖아!
지금도 봐라.
그 누구보다 교복플에 있어 진심으로 보이지 않나.
'아니···'
신이면 원래 막 욕망 앞에서 초탈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뭐래, 어렸을 때 그리스 로마 신화도 안 봤냐? 거기서 맨날 사고치는 애들이 누구든?
"아."
-애초에 그런··· 모습들은 너희들이 우리한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거고 현실은 달라요. 아시겠어요?
꼭 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이래저래 쌓인 게 많았던 걸까.
이때가 기회랍시고 불만어린 목소리를 우다다다 쏟아내는데 그걸 전부 들어주고 난 후에야 비로소 전화를 걸어온 용건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흠흠, 아무튼 이렇게 전화를 건 이유는··· 최근 들어서 고민거리가 하나 있지?
"와···"
-왜? 네 담당 여신님이 자애로워도 너무 자애로워서 몸둘 바를 모르겠어?
"아뇨, 그··· 방금 멘트가 뭐랄까··· 되게 전형적인 사이비같···"
-···아잇, 싯팔 번개 맛 좀 볼래?
"죄송합니다."
-처신 잘하라고. 어디사는 오크 족장마냥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지고 싶지 않으면.
아무튼 말만 들어보면 내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이렇게 몸소 전화를 걸었다는 것 같은데··· 최근 내 고민이라고 해봐야 딱 하나였다.
-어, 그거 때문에 건 거 맞아.
"혹시··· 진짜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내심 그럴 리 없다고 반쯤 확신하고 있긴 했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던 걸까.
혹시 과도한 현질의 부작용으로 그만 셀프 정관수술이 되어버렸다거나··· 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뭐··· 얼추 비슷해.
남자라면 당연히 기겁할 수밖에 없는 말이 휴대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네?"
내가··· 고자라고?
왜?
아니, 거기다가 돈을 그렇게 투자했는데 대체 왜?
설마 진짜 과도한 투자의 부작용같은 건가?
-즈기요. 제발 말 좀 끝까지 들으시죠?
여신은 그렇게 말했지만 솔직히 지금 당장은 그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머릿속은 이미 고자라는 단어 하나로 포화상태였으니까.
'내, 내가···'
고자라니.
백병원 침대 위에 누워서 선생은 이제 아이를 가질 수 없습니다라는 선고를 들은 이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솔직히 아이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음에도 상실감이 어마어마했다.
거의 뭐, 몸의 절반 정도가 순식간에 날아가버린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고자라니··· 내가··· 고자라니···'
상실감에 젖어 그 말만을 쉬지않고 되뇌이고 있던 날 일깨운 건ㅡ
"악···!"
손끝에서부터 시작된 짜릿하기 그지없는 감각이었고.
-어떻게··· 정신이 좀 들어?
"해, 해결 방법은 있는 거죠? 예?"
그래, 틀림없이 있을 거다.
그러니 이렇게 전화를 건 거겠지.
고자로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만 달랑하고 끝내려고 전화를 건 것은 아닐 거 아닌가.
-일단··· 네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부터 정정해주자면 네 거기는 멀쩡해.
"네···?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한 거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내가 그 말을 입밖으로 내기도 전에 여신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문제는··· 이게 참···
"왜요? 멀쩡하다면서요."
-그래··· 멀쩡하긴 하지··· 멀쩡해도 너무 멀쩡해서 문제지.
멀쩡해도 너무 멀쩡해서 문제라니.
그건 또 무슨 신박하게 말도 안되는 소리일까.
-정확히 말하면··· 너무 건강하다고 해야하나? 음···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네···
여신은 애매하다는 투로 말하긴 했지만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파박하고 감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짐작가는 부분이 딱 하나 있었으니까.
"혹시 그··· 제가 먹었던 알약 때문입니까?"
-알약?
"그 왜··· 한 알당 1억캐쉬씩 하는 거 있잖습니까."
이름이··· 무슨무슨 강해정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아, 그거? 어, 그거 때문인 거 맞아.
역시나 그게 문제였던 걸까.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단순히 내 추측에 불과하던 것이 여신에게 확답을 받음으로써 팩트로 변모하니까 새삼 억울한 마음이 몸을 타고 막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