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찔움찔거리다가 슬그머니 뻗어온 지나의 손이 내 옷깃을 꼬옥하고 움켜쥐었다.
꼭 뭔가 긴히 할 말이라도 있는 것 같은 그 몸짓에 잡힌 곳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올려 지나의 얼굴을 응시했다.
"···응?"
그 순간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나로부터 강렬하기 그지없는 시선이 날아들고 있었으니까.
저 눈빛을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확실한 건 언젠가 한 번 본적이 있는 그런 눈빛이라는 것이었다.
그 왜 예전에 지나한테 깜짝 코스프레 이벤트를 해준 적 있지 않았던가.
지금 지나가 날 바라보는 눈빛은 그때 보았던 것과 굉장히 흡사했다.
그렇다는 건?
'···어?'
스스로 내린 결론에 반사적으로 몸을 흠칫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내 손을 꽈악하고 움켜쥔 지나가 날 데리고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 누나?"
거리를 가득 메운 수많은 관광객들도.
심지어는 호텔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이들 마저도.
그 어떤 것도 눈이 제대로 돌아가버린 지나를 막지 못했다.
그렇다고 뭐 방도 안 잡고 무작정 호텔방으로 돌진했다는 뜻은 아니고 방을 잡긴 잡았다.
방값을 결제하는데 드는 시간마저도 아깝다는 것처럼 행동해서 그렇지.
아무튼 그렇게 무사히 결제가 끝난 방으로 입성하게 무섭게ㅡ
"자, 잠깐···!"
"안 돼. 못 기다려."
그대로 침대 위로 던져졌다.
물침대에 버금가는 푹신함을 가진 매트리스가 내 몸을 받아들기 무섭게 지나의 손목에 걸려있다가 졸지에 나와 같이 내던져지게된 봉투가 안에 가득 품고 있던 것을 그대로 퉤하고 뱉어냈다.
침대 위로 떨어지는 충격 때문에 그만 상자 뚜껑이 열려버리고 만 것일까.
내 손을 두 개 합쳐놓은 듯한 크기를 가진 상자 뚜껑이 슬그머니 벌어지더니 그 사이로 자그마한 상자들이 좌르륵 쏟아졌다.
하나같이 겉면에 체온계같은 그림이 그려져있는 상자들이었다.
'아니, 무슨···'
저건 또 왜 저렇게 대량으로 구매한 걸까.
제 아무리 저걸 쓸 사람이 세 명이나 된다고는 하지만 저건 좀 과하지 않나?
'매일 써도 남겠는데···?'
심지어 봉투 안에는 아직 상자가 하나 더 남아있는 듯 했다.
그야말로 지나가 나를 향해 품은 독점욕의 편린이라 할 수 있는 광경에 뒷덜미 쪽에 나 있는 솜털은 물론이거니와 머리털까지 쭈뼛쭈뼛 서는 걸 느끼고 있으려니 감히 흘려들을 수 없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툭, 투둑하고 단추같은 게 풀어지는 소리, 그리고 부드러운 표면을 가진 것이 더 부드러운 것을 타고 미끄러지며 나는 스윽하는 소리가 이어지고 그 뒤로 따라붙은 건 매트리스 안에 든 스프링들이 비명을 내지르는 소리였다.
그 순간 지나는 이미 내 위에 올라타 있었다.
몸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먹잇감을 덮치는데 성공한 암사자마냥 느긋하게 날 깔아뭉개고 있었다.
"그, 누나···? 우리 오늘 데이트 하기로 하지 않았···"
"하고 있잖아."
네?
"호캉스··· 몰라?"
대체 언제부터 호캉스가 이런 걸 상징하는 말이 된 걸까.
호캉스라 함은 호텔 방 잡고 하루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느긋하게 뒹굴거리는 걸 말하는 게 아니었나?
내가 알기론 그랬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의 말에 반박을 한다거나 그럴 수도 없었다.
그러기에는 나와 몸을 겹친채 가만히 날 내려다보는 지나의 시선이 너무 흉흉했으니까.
그 와중에 날 더 미치게 만들었던 건 지나가 살짝씩이라도 몸을 움직일 때마다 요리조리 흔들리는 봉긋한 가슴이었다.
보기 좋게 그을려서 건강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그 가슴 끝에 매달린 찐한 분홍빛의 열매는 이미 빳빳하게 서서 제 주인이 얼마나 흥분하고 있는 지를 내게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거기에 지나의 입술이 벌어질때마다 거기서 흘러나오는 뜨겁고 촉촉한 숨결이 어우러지니ㅡ
"···섰네?"
그래, 결국 그렇게 될 수밖에는 없더라.
반 바지 위로 우뚝 솟아서 애교라도 부리는 것처럼 허벅지에 대고 막 비벼지는 내 물건의 감촉이 퍽 기끼웠던 것일까.
"우리 유한이 자지가 대체 왜 섰을까···? 응···?"
내 얼굴 바로 옆에다가 얼굴을 딱 가져다붙인채 은근하게 속삭이는 지나의 목소리에는 살짝이지만 웃음기가 어려있었다.
"···누나 알몸 보고 흥분했어?"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하는 걸까.
순간 어이가 없어서 침묵하고 있었더니만 슬쩍 고개를 기울인 지나가 내 목덜미에 대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
쪽하고 입술이 가볍게 붙었다가 떨어지는 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지더니 그런 소리가 연달아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리는 울려퍼질 때마다 진득해졌다.
쪽하는 느낌에서 쪼옥하는 느낌으로, 내 목덜미랑 원수라도 진 것처럼 계속해서 그곳을 괴롭혀대는 지나의 행동에 나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더니만 후훗하고 작게 웃는 소리가 귓가로 메아리쳤다.
"역시··· 누나랑 하고 싶은 거지?"
"···"
"누나 보지 안에··· 넣고 싶은 거지?"
매혹적이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자지에 더 힘이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그러면서 일어난 움찔거림을 지나도 감지했던 것일까.
어느새 등뒤로 돌린 손을 이용해 반바지 위로 우뚝 솟은 것을 가볍게 톡톡 건드려대는데··· 덕분에 감질나서 미칠 것 같았다.
만질 거면 좀 확실하게 제대로 만져주던가.
놀리는 것도 아니고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속으로 그리 툴툴대고 있던 와중이었을 것이다.
"역시 그딴 년들보다는··· 누나가 훨씬 좋지?"
솔직히 말하면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내심 경악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지나가 말한 그딴 년들이 여기에는 없는 가영과 세나를 말하는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그 말을 처음부터 다시 되짚어보니까 그런 게 아니더라.
지나가 말한 그딴 년들이란 다름아닌 약국 앞에서 나한테 막 치근거렸던 금태양녀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
그래서 내심 더 어이가 없었고.
그도 그럴 것이 지나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그것만큼 의미없는 질문이 또 없었으니까.
걔네들?
솔직히 예쁘기는 했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듣지 못했지만 아무튼 외국까지 놀러운 김에 제대로 한 놈 낚아가지고 제대로 놀아볼 생각이었는지 다들 하나같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힘을 빡 준 상태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입고 나온 지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그만큼 지나의 그 금태양녀들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간극이 존재했다.
그런데도 저런 질문이라니.
혹시 내가 자기하고 비슷한 여자들을 보고 혹하기라도 했을까봐 불안한 걸까.
'이것 참···'
안 되겠네.
남자가 되서 자기 여자한테 이렇게 믿음을 주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그러니 오늘은ㅡ
"···누나."
"응···?"
"우리··· 오늘 여기서 자고 가자."
설마 내가 그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걸까.
내 위에 올라타서 조심스레 날 깔아뭉개고 있던 지나의 몸이 움찔하고 떨리며 동요를 내보였다.
그렇게 지나가 동요한 틈을 타 이번에는 내쪽에서 먼저 그녀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누나가 그랬지? 누나 안에 넣고 싶냐고."
덕분에 나와 빈틈없이 몸을 겹치게 된 지나가 다시 한 번 몸을 떨어댔다.
"당연하지."
"···"
"그런 애들? 몇 명을 가져다 준다고 해도 누나랑은 절대로 안 바꿔. 아니, 못 바꿔."
그리 말하며 지나의 몸을 있는 힘껏 꽉 끌어안으니 이제는 역으로 내 팔 안에 갇힌 꼴이 되어버린 지나가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말했잖아. 누나는 앞으로 쭉 내 꺼라고."
"···그래놓고서는 엄마나 세나랑도 했잖아."
"···고모랑 세나 누나도."
"치···"
"아무튼··· 누나가 놔달라고 해도 절대로 안 놔줄거니까···"
일부러 귀에 대고 직접 속삭였더니만 그렇게 울려퍼지는 내 목소리가 오싹오싹하기라도 했던 걸까.
탄력적인 지나의 육체가 한 차례 파르르 경련했다.
"도망치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도망쳐. 물론··· 그래도 쉽게 놔줄 생각은 없지만."
지나하고 맞닿아있는 피부를 통해 전해져오는 그 야릇한 떨림을 만끽하면서 속삭임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에 대한 지나의 대답은ㅡ
"···누가 도망친대?"
다름아닌 그것이었다.
"하여간에··· 쓸데없이 욕심만 많아서가지고···"
그러더니만 그렇게 툴툴거리더라.
자기 한 명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내가 살짝이지만 원망스러웠던 것일까.
"뭐, 어쩌겠어? 그런갑다 해야지."
"너는 진짜··· 누나가 착한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해. 알겠어?"
그리 말한 지나가 남성 회원들이 자기한테 얼마나 관심이 많을 줄 아느냐며 막 꿍얼꿍얼댔다.
"그래서 질투 해달라는 거야?"
"아, 아니 꼭··· 그런 건···"
그런 의미로 말한 게 맞을 텐데 막상 인정하려고 하니 '여자'답지 않은 것 같아서 뭔가 좀 민망하고 그랬던 걸까.
"왜? 나는 하고 싶은데? 질투."
그래서 귀에 대고 그렇게 속삭이니 지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아니다. 일단 우선··· 누나가 내꺼라고 표시부터 해야겠다. 그래야 이상한 놈들이 안 얼쩡거리지."
"표, 표시···?"
"응, 여기다가."
조심스레 던져진 지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랫배 위로 자궁이 있을만한 위치를 손으로 살살 쓰다듬어주니까 그럴 때마다 지나의 호흡이 흐트러졌다.
"저것도 저렇게··· 많이 샀는데 당연히 써봐야하지 않겠어?"
지나의 입장에서는 그 말이야말로 신호탄이었나 보다.
꼴깍하고 침 삼키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정확히 그 때부터 지나의 손이 거침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내 티셔츠 안으로 파고 들어온 지나의 손이 그대로 내게서 티셔츠를 벗겨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에 얼떨떨해하고 있으려니 이번에는 반바지하고 팬티의 감촉이 동시에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오늘은 어떻게 할거야?"
"···마주 보면서 하고 싶어."
마주 보면서라고 함은 정상위를 말하는 걸까.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더라.
"잠깐만···"
그리 말한 지나가 이내 밑으로 내려가더니 살짝 인상을 쓰며 내 물건을 자기 안으로 받아들였다.
"읏, 으응···♡"
그러더니만 날 향해 손을 뻗어 그대로 내 손가락 사이에다가 깍지를 끼우더니 그대로 날 자리에서 일으켰다.
"흣··· 스트레칭할 때 알려준 자세 있지? 명상할 때 기본 자세."
"이렇게?"
그 상태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으니 지나가 몸을 꼼질꼼질 움직여 자연스레 그 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누나 허리 끌어안아봐."
"꽉?"
"···응, 꽉."
그래서 양 팔을 이용해 지나의 허리를 부서져라 끌어안았더니만 지나가 '흐윽···'하고 작게 숨을 들이키며 살짝 굽히고 있던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그러더니 내게 호응이라도 하듯 다리로는 내 허리를, 팔로는 그대로 내 머리를 감싸안는데··· 그 결과 완성된 것은 흔히 대면좌위라 부르는 체위였다.
이런 체위로 하는 건 처음이라서 그런 걸까.
"흐으··· 이, 이거 좀··· 이상하다···"
지나는 굉장히 낯설어했다.
그럼에도 날 끌어안고 있는 팔과 다리를 풀지 않는 건 그만큼 이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는 걸까.
뭐, 확실히··· 색다른 느낌이긴 했다.
이렇게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로 하고 있으니까 그냥 할 때보다 상대방의 체온이 더 여실하게 느껴지는 기분이었으니까.
거기에··· 평소보다 더 깊숙한 곳까지 밀고 들어가있는 듯한 느낌이기도 했고.
"이렇게 딱딱한 걸로 깊숙한 곳까지 막 쑤셔대기나 하고···"
"그래서··· 싫어?"
"아니."
입꼬리를 슥 말아올리며 히죽하고 웃은 지나가 살짝 위에서부터 날 내려다보며 물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