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처음이 가장 어렵다는 말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스스로가 어째서 진리로 꼽히는지를 유감없이 증명했다.
이미 서로에게 민망하기 그지없는 몰골도 보여버렸을 뿐더러 비밀로 하려고 했었던 것까지 들켜버렸기 때문일까.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거리낄게 없다고 판단하기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침대 위로 오르기 전에 마셨던 와인이 뒤늦게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건지는 몰라도 정확히 그때부터 둘이 보다 적극적으로 내게 들러붙어왔으니까.
정확히는 지나가 찰싹 달라붙으면 그걸 본 가영이 머뭇머뭇거리다가 곤란하다는 느낌을 듬뿍 담아 입술을 꾹 깨물며 뒤늦게 합류하는 식이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양옆에서 적극적으로 덤벼드는 통에 그걸 상대해주다보니 어느새 어둑어둑했던 창밖이 서서히 푸른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때 내 상태가 정확히 어땠냐하면··· 지나하고 가영 사이에 끼어있었다.
그렇기에 이런저런 액체들로 끈적거리는 몸을 씻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앞뒤에서 날 끌어안아버린 둘의 팔이 그걸 허락해주질 않았으니까.
'그래도 뭐···'
지쳐 쓰러질 때까지 상대해줬기 때문일까.
마주하고 있는 가영의 얼굴에도 내 어깨를 턱받침대 삼아 괴고 있는 지나의 얼굴에도 만족스러워 보이는 표정이 맺혀있었다.
물론, 그렇게 만들어주기 위해 나도 한계까지 짜내긴 해야했지만··· 그럼에도 미래에 대한 걱정같은 건 딱히 들지 않았다.
일전에 먹어둔 비싼 알약 덕분에 내 불알은 쓰면 쓸수록 강해지게 되었으니까.
오늘은 물론이거니와 그동안 나름 많이 했으니까 아마 지금쯤 게임으로 따지면 한 30레벨쯤 되지 않았을까.
그런 식으로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다가 그대로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자고 일어났는데도 상태가 그대로더라.
'나쁘진 않아··· 나쁘진 않은데···'
끈적거리는 것?
그렇게까지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앞뒤에서 날 압박하고 있는 가영과 지나의 몸이 선물해주는 감촉이 그만큼 각별했으니까.
원래는 불쾌하게만 느껴져야할 그 끈적거림마저도 기껍게 느끼게 될 정도로 말이다.
그럼에도 일단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중천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해 덕분에 서서히 뎁혀지기 시작한 방 안의 공기 때문이었다.
만약 해가 뜨고 나서도 이대로 둘의 품 안에 갇혀있게 된다면?
농담하는 게 아니고 온몸에 땀띠가 잔뜩 날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둘의 몸은··· 뭔가 좀 뜨거웠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날 끌어안고 있는 걸 보면 둘한테는 내 몸이 시원한 죽부인처럼 느껴지는 듯 했지만.
아무튼 둘의 품이 아무리 좋아도 그런 처지가 되는 건 사양하고 싶었기에 여전히 깊게 골아떨어져있는 둘이 혹시라도 잠에서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하면서 앞뒤에서 날 감싸안고 있던 둘의 팔을 걷어냈다.
그리고는 둘의 품 안에서 빠져나와 그대로 화장실로 향했다.
그렇게 화장실로 들어가서 찬물로 깨끗하게 씻고 나니까 그나마 좀 살 것 같더라.
'뭐야, 아직 자나?'
세나야 뭐 누가 깨우지 않으면 진짜 끝장을 볼 때까지 자는 타입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지나나 가영 중에 한 명 정도는 일어날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어제 동이 틀 때까지 잔뜩 괴롭혀진 탓에 아직 회복이 덜 된 걸까.
곤히 잠들어있는 둘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순간적으로 깨울까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대신 죽부인 역할을 내가 사라져버리니 뒤늦게 더위가 몰려오기라도 했는지 담요를 뻥뻥 걷어차서 그 밑에 숨겨놓고 있었던 탄력적인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지나의 곁으로 다가가 배까지 담요를 끌어올려 주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침대를 벗어나 주방 쪽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아침이나 좀 차려볼까?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좀··· 많이 늦긴 했지만 일어나서 바로 먹으면 그게 아침이지 뭐.
그래서 아침 메뉴로 뭐가 괜찮을까.
'어제 술마셨으니까···'
이왕이면 해장이 될만한 메뉴가 좋겠지.
절대 내가 땡겨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근데 쓸만한 게 있긴 있으려나···?'
솔직히 좀 걱정했는데 그래도 없지는 않더라.
그렇게 냉장고 안에서 꺼내든 것들을 이용해 뚝딱뚝딱 아침상을 차리고 있으니 자꾸만 새벽에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진짜 쩔긴 했지···'
다만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면··· 역시 세나였다.
'분명 깨어있었단 말이지···'
말해 무엇하랴.
어젯밤 내가 지나하고 가영이랑 동시에 관계를 맺을 때 세나는 분명 깨어있는 상태였다.
어떻게 확신하냐고?
'그야···'
둘과 관계를 맺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잘만 들려오던 코고는 소리가 어느 순간 갑자기 뚝 멎어버렸으니까.
심지어는 숨소리도 불규칙적이기 그지 없었고.
그래서 고민이었다.
그런 걸 보면 깨어있었던게 분명한데 대체 왜 끼어들지 않고 가만히 자는 척만 하고 있었던 걸까.
끼어들기 부담스러워서?
아니면 혹시 고래등 사이에 끼어버린 새우가 되는 걸 피하고 싶었나?
어느 쪽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딱 하나 확실한 게 있다면 나에 대한 세나의 마음에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닌 것 같다는 점이었다.
사랑이라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 개념을 어떻게 수치화할 수 있겠냐만은 세나의 마음이 지나 정도만 됐어도 거기서 가만히 자는 척을 하기 보다는 스리슬쩍 끼어드는 쪽을 택했을테니까.
틀림없이 그렇게 됐을 거라는 확신이 오기라는 감정을 스리슬쩍 불러일으켰다.
'그래··· 아직 부족하다 이거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최선을 다해 부족한 걸 메꿔주는 수밖에.
문제는 그걸 어떻게 메꿔주냐는 건데··· 잠시 고민하다가 휴대폰을 챙겨와 세나가 운영하는 본인의 팬카페로 접속했다.
그동안 카페공지를 통해 간간히 근황같은 걸 전하기는 헀지만 그래도 방송을 안 킨지가 꽤 되었기 때문일까.
카페에는 세나를, 세나의 방송을 그리워하는 수두룩했다.
심지어는 올라온지 몇 분 안 된 글들도 많더라.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이 정도니 방송밖에 모르는 바보이자 방송천재인 세나야 뭐··· 말할 것도 없겠지.
'방송하는 거 엄청 좋아하니까···'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세나에게 있어 방송은 일임과 동시에 가장 좋아하는 취미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 이상일수도 있었고.
그런 걸 무려 한 달이 넘도록 끊고 살아왔으니··· 아마 지금쯤 모르긴 몰라도 방송이 마려워서 손이 달달 떨리는 수준아닐까.
그럼에도 방송에 대해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날 신경쓰느라고 그런 것일테고.
그러니 오히려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면 안 그런척하면서도 달려있지도 않은 꼬리를 붕붕 흔들어대지 않을까.
'문제는 무슨 방송을 하냐는 건데···'
따로 준비한 컨텐츠가 존재하지 않는 한 세나의 방송은 기본적으로 카페에 올라온 글들을 둘려보면서 시청자들하고 노가리 좀 까다가 게임을 하는 식이었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평소 이야기일뿐 지금처럼 컴퓨터 비스무리한 물건이라고 해봐야 세나가 챙겨온 노트북 한 대가 전부인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건 불가능했다.
'상황에도 안 맞고.'
그 사건이 있고 나서 한달이 넘도록 장기 휴방을 하다가 갑자기 방송을 켜서 게임방송을 한다?
방송이 켜졌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기쁨 반 궁금한 반의 심정으로 몰려들 시청자들을 얼빠지게 만들기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니 평소처럼 방송하는 건 무리였다.
그렇다고 잠깐 켜서 근황만 전하고 끄게 할 생각도 없었고.
그럼 뭘 해야할까.
턱 밑을 살살 긁으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으려니 불현듯 머릿속으로 떠오른 것은 혹시 몰라 챙겨오긴 했지만 쓸모가 없어서 거실 구석에다가 방치해두었던 것들이었다.
거기에 세나가 게임용으로 챙겨온 노트북까지 동원한다면··· 나름 괜찮은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나야 세나처럼 전문 방송쟁이가 아닌지라 확신까진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잠깐 방송켜서 근황만 달랑 전하고 다시 끄는 것보다는 백배천배 나을 것 같긴 했다.
'자, 그럼···'
그 이야기는 나중에 전문가하고 따로 상담을 해보기로 하고, 얼추 아침이 다 차려졌으니 슬슬 깨우러들 가보실까.
그런 식으로 유한이 막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을 때, 의외로 세나는 이미 잠에서 깬 상태였다.
아니, 잠에서 깬 상태라는 말은 적절치 않았다.
술기운에 못 이겨 깜빡 골아떨어졌을 때를 제외하면 애초에 그녀는 잠든 적이 없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바로 옆에서 그렇고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데 어떻게 잠이 든단 말인가.
그렇다보니 셋의 관계가 지속되는 동안 차마 잠들 수가 없었고, 셋이 골아떨어지고 난 후에는 셋이 관계를 맺는 모습이, 그러면서 나는 소리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버려서 자고 싶어도 잠이 오질 않았다.
특히나 세나를 잠 못 들게 만들었던 건 어쩌다보니 주워듣게된 언니와 엄마 사이에서 오고간 모종의 합의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 조건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이 어마어마했다.
유한에게 박아달라며 애원하는 듯한 모습과 목소리로 그것에 대해 말하는 언니의 모습도 그랬지만, 조건의 내용또한 그랬다.
먼저 유한의 아이를 임신하는 쪽이 유한과 정식으로 맺어지는 식의 조건이라니.
'어, 어떻게···'
유한 바보인 언니야 그렇다 치더라도 엄마가 그런 조건을 납득하고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보니 엄마는 대체 어떤 마음으로 그 조건을 받아들인 걸까하고 자연스레 추측해볼 수밖에는 없었고, 그렇게 추측에 추측을 거듭하다보니까 어느새 창밖에서는 이름모를 새들이 시끄럽게 울어대고 있었다.
'임신···'
결혼도 결혼이지만 그 또한 생각해본적 없는 건 매한가지였다.
그렇기에 내심 인정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러니까···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다른 남자들하고는 다르게 콘돔같은 걸 거들떠도 안 보는 게 바로 유한이다.
뿐만 아니라 남자치고는 그··· 굉장히 왕성하기까지 하니 어찌보면 임신이라는 결과와 마주하게 되는 건 필연적인 일이라 할 수 있겠지.
어느 한쪽의 몸에 뭔가 문제라도 있지 않는 한 그리될 수밖에는 없었다.
'문제가···'
있을 리 없었다.
솔직히 그동안 좀··· 몸을 막 쓴 게 걱정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자신은 젊은 편이니까. 그러니 아마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관계가 지속될 경우 결국에는 생길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그 결론이 자꾸만 머릿속을 어지럽혀서 자고 싶어도 차마 잠들 수가 없었다.
이 와중에 그나마 다행인 점이 하나 있다면 유한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것이었고.
만약 아까처럼 엄마하고 언니의 품 안에 갇혀있는 상태였다면 그게 신경쓰여서라도 이런 생각도 못했을테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ㅡ
끼이익···
바깥에서 볼 일을 다 봤는지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유한이 다시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에 이미 몇 번이나 그랬던 것처럼 눈을 꼭 감고 다시 자는 척을 하고 있으려니 순식간에 침대 근처까지 도달한 유한이 엄마부터 깨우기 시작했다.
"아침드세요. 고모."
"으응··· 유한이니···?"
문제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작된 스킨십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귓속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한 소리를 듣자마자 깨달았다.
유한이랑 엄마가 서로 입을 맞추고 있다는 걸.
"후움···♡"
그게 아니고서야 이런 식으로 츠적츠적하는 소리가 날 이유도, 엄마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올 이유도 없었다.
"후··· 얼른 일어나세요. 이러다 식겠어요."
"그래."
엄마 다음은 언니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예의 그 소리가 귓속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만 전과는 조금 달랐다.
엄마를 깨울 때 들려왔던 소리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 같은 부드러운 느낌이었다면 지금 들려오는 소리는 보다 노골적이면서도 정열적이었으니까.
그야말로 서로에게 죽고 못 사는 연인들 사이에서나 있을 법한 그런 키스라고 해야할까.
그런 식으로 모닝 키스라는 게 당연하다는 듯 행해지다보니 내심 긴장이 될 수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혹시라도 보이지 않도록 담요 밑으로 손을 꼬옥하고 움켜쥐고 있었는데···
"누나? 이만 일어나. 벌써 세 시야 세 시."
긴장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아무 일도 없었다.
그 사실이 왠지 모르게 섭섭하고 배알을 뒤틀리게 해서··· 유한이 아침이랍시고 차려놓은 것들을 대충 주워먹다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는 수영장이 있는 뒷마당 쪽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밤에 못다 채운 탓에 한참 부족한 수면시간이라도 때우고자 수영장 위에 띄워놓은 넓직한 튜브 위에 드러누웠는데ㅡ
튜브 위에서 태평하게 하품이나 하고 있던 세나는 알지 못했다.
그 잠깐 사이에 가영과 지나의 2차전이 막을 올렸다는 것을.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한껏 달아오른 공기 때문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생각이 잘 안 났다.
마치 뇌라는 톱니바퀴에 녹이라도 슬어버린 듯한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덕분에 기억나는 거라고는 내가 해준 아침 식사를 맛있게 챙겨먹은 지나가 운동 좀 해야겠다면서 예의 그 형광색 레깅스를 입고 거실 바닥에 누워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과 그러다가 좀 도와달라면서 날 불렀다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그렇게 지나의 옆에 찰싹 붙어 그녀가 운동하는 걸 도와주다가 쫘악하고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얼룩이 번져나가는 걸 보고 그대로 키스를 갈겼던 것까지는 어찌어지 기억이 나는데 말이다.
'하긴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지.'
으르신들이 그러시지 않았던가.
먹을 거 앞에 두고 딴 생각하고 그러는 거 아니라고 말이다.
그러니 지금은 그런 것보다는 눈앞에 있는 상대에게 집중해야겠지.
해서 시선을 던져보니 가장 먼저 눈으로 들어온 건 민망함으로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가영의 얼굴이었다.
역시 아직 이런 자세는 '여자'로서 좀 그런 걸까.
소파 위에 반쯤 드러눕다시피 하고 있는 가영의 몸이 흠칫흠칫하고 떨릴 때마다 새하얀 레깅스로 덮여있는 도톰한 보지둔덕 위로 짙은 색의 얼룩이 스멀스멀 번져나가고 있었다.
"흐, 읏···♡"
그 야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젖은 부분을 손가락으로 꾸욱꾸욱 눌러보니 그때마다 가영의 몸이 잘게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