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74화 〉1부 (274/315)

좀 아쉽기는 해도 자러가라고 비켜주는 수밖에.

'그래.'

괜히 욕심부리지 않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끽해봐야 이제 첫날 아닌가.

굳이 오늘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기회는 많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면서 세나가 자러갈 수 있도록 순순히 그녀를 놓아주었는데··· 거의 뭐 좀비라도 된 것마냥 비틀비틀 걸음을 옮겨 침대 앞에 도착한 세나가 이내 그 위로 철푸덕 엎어졌다.

하도 피곤하니까 뒤에 누울 사람 생각같은 건 들지도 않았던 것일까.

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누워버리는 세나의 만행에 속으로 헛웃음을 흘리고 있으려니ㅡ

"그러면··· 슬슬 우리도 잘까?"

지나 쪽에서 그런 제안이 날아왔다.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도래하고 만 것일까.

그리 생각한 순간 울려퍼진 꼴깍하는 소리가 내게서 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에게서 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확실한 건··· 내심 긴장되는 것과는 별개로 내가 이 순간을 엄청나게 기다려왔다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만 자러가자는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이런 식으로 뛰어댈 이유가 없으니까.

"···그럴까? 이미 시간도 충분히 늦었으니까···"

심장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크게 뛰는 걸 느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다가 이내 테이블 위로 널브러져있는 것들을 향해 시선을 내던지니 지나의 손이 시야 안으로 불쑥 파고들어왔다.

"치우는 거야 내일 아침에 해도 되잖아?"

더는 참기 힘들 정도로 몸이 달은 건 꼭 내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던 걸까.

그런 식으로 날 자리에서 일어서게 만든 지나가 날 따라 소파 위에서 일어났다.

딱 거기까지 확인하고 난 후에야 아직 아무 소식이 없는 가영 쪽으로 시선을 던졌는데···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굳어있던 가영이 그제서야 몸을 일으켰다.

자리에서 일어서자마자 고개를 푹 숙이면서 지나가 건네줘서 입게 된 가운의 끝자락을 꼭 움켜쥐는 게 많이 긴장되는 모양.

"그러면은··· 일단은··· 누워야 되는데···"

뭔가를 고심하기라도 하듯 말꼬리를 쭉쭉 늘어뜨리던 것도 잠시, 이내 지나가 내게 가운데 자리를 양보해주었다.

정확히 말하면 저기 엎어져있는 세나의 옆자리라고 해야할까.

그 말은 즉 내가 거기에 누워버리면 내 옆에는 지나나 가영 둘 중 한 명 밖에 눕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새 도롱도롱 코까지 골 정도로 깊게 골아떨어져버린 세나를 어떻게 하지 않는다면 필기 그렇게 되겠지.

설마 내 왼쪽을 세나라는 이름의 벽으로 막아놓고 자기가 오른쪽을 차지하는 식으로 가영을 견제할 생각인 걸까.

'가만히 있을 리가 없을텐데···'

섬에 들어오기 전까지의 가영이었다면?

그런 지나의 결정에 아무 말 하지 않고 세나의 옆으로 가서 누웠겠지.

하지만 지금이라면?

다른 이도 아니고 딸인 지나를 견제하고자 저렇게 과감한 잠옷을 픽할 정도로 결심을 단단히 굳힌 상태의 가영이라면?

결코 그렇게 끝내지 않을 거다.

그게 눈에 뻔히 보이다 보니까 이러다가 기싸움만 하다가 밤 새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이 문득 머릿속으로 고개를 치켜들었지만ㅡ 다.

"혹시 자다가 굴러 떨어지기라도 하면 안 되잖아? 자, 얼른."

이어진 지나의 재촉에 일단은 그녀가 가리켰던 자리로 가서 몸을 뉘였다.

"으응···"

깊게 잠든 것처럼 보이더니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던 걸까.

침대가 하도 크다보니 바로 옆에 딱 붙어서 누울 필요성까진 느끼지 못해서 세나하고 살짝 떨어진 곳에 몸을 뉘였더니 엎어져서 코를 골고 있던 세나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시선이 자연스레 세나 쪽을 향하고 있던 순간, 우리 둘 사이로 불쑥 끼어들어온 건ㅡ

"어이구 아주 그냥 코까지 골고 계시네."

다름아닌 지나였다.

좁은 틈 사이로 몸을 쑥 집어넣은 지나가 이내 몸 전체를 써서 세나를 옆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으으음···"

잘 자고 있었는데 자꾸 누가 건드리니까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잠꼬대하는 소리와 함께 평온해보이는 모양을 그리고 있던 세나의 눈썹이 금방이라도 잠에서 깨어날 것처럼 거칠게 꿈틀꿈틀거렸지만··· 참 애석하게도 상대는 지나였다.

설령 세나가 깨어있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사람이 바로 지나인데 고작 잠꼬대 가지고 지나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있겠는가.

결국 세나는 옆으로 떠미는 힘을 배겨내지 못하고 침대 끄트머리까지 밀려나고 말았고, 그렇게 가운데를 차지하고 누워있던 세나가 침대 끄트머리까지 실시간으로 밀려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려니까 침대가 살짝 출렁거렸다.

스륵하고 누군가 자리에 눕는 소리는 덤이었다.

그에 곧장 그쪽을 향해 시선을 던져보니 그새 또 가운을 벗어던진 가영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내 옆에 조심스레 몸을 뉘이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와중에 굳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는 건··· 아마 부끄러워서 그런 거겠지.

"누웠으면 이불도 덥고."

"아, 응."

"엄마도."

"그으··· 그래···"

그렇게 얇지만 충분히 따뜻한 이불까지 덮고 누우니 이윽고 어색하기 그지없는 침묵이 우리가 누워있는 침대 위로 소리없이 내려앉았다.

이따금씩 울려퍼지는 부스럭대는 소리와 바깥에서부터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 말고는 그 어떤 소리도 울려퍼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적막함 그 자체라고 해야할까.

오죽하면 저 멀리 떨어진 벽에 걸려있는 시계가 째각대는 소리마저 퍽 또렷하게 들릴 정도였다.

그런 상태가 5분이고 10분이고 이어지니까 불안감이라는 놈이 조금씩 고개를 치켜들기 시작하더라.

'설마···'

진짜 이대로 잠만 자고 끝나버리는 건 아니겠지?

30일 중에 하루일 뿐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기념할만한 첫날밤인데?

그럴 리 없다고 부정을 해보려고 해도 가영은 물론이거니와 그 지나조차 아까부터 그저 색색하고 고른 숨소리만을 흘려댈 뿐 그 어떤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설마··· 둘다 바짝 긴장한 나머지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그대로 잠들어버린 걸까.

그런 거라면 나도 같이 잠들게 해주면 참 좋으련만 어쩐 일인지 내 정신은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해지기만 했다.

그 뿐만이랴.

뒤늦게 술기운이 올라오기라도 하는 건지 아니면 양 옆에 누워있는 지나와 가영한테서 풍겨져나오는 좋은 향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뜨거운 뭔가가 배 안에서부터 서서히 끓어오르기 시작하는데ㅡ

'미치겠네 진짜···'

그런 말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내 속이 화르륵 타오르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고 지나가 '으음···'하는 소리를 내며 내쪽으로 돌아누운 건 그 와중이었다.

무려 잠꼬대까지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진짜로 잠들어버렸나 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ㅡ

스으윽···

그리 생각하기 무섭게 뱀이 바닥을 기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소리 뒤로 따라붙은 것은··· 조심스레 팬티 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누군가의 손길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지나가 손을 쓴 줄 알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지나가 잠꼬대 비스무리한 소리를 냄과 동시에 그런 감촉이 느껴졌으니까.

'응···? 잠깐만···'

허나 곧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다.

이건 각도상 절대 지나의 손이 될 수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나가 일부러 내게 혼동을 주기 위해 손목을 부자연스러운 각도로 꺽고 있지 않는 이상에야 그럴 수밖에는 없었다.

그렇다는 건?

'이 손은···?!'

말 그대로 생각치도 못한 전개에 놀란 나머지 살짝 감고 있던 눈을 크게 뜬 순간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을 뜨자마자 지나하고 눈이 딱 마주쳐버렸으니까.

분명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을 꼭 감고 있었던 것 같은데 역시나 그건 연기였던 것일까.

눈을 마주쳐도 하필이면 이 타이밍이냐는 원망아닌 원망과 함께 심장이 쿵쿵하고 빠르고 크게 뛰는 걸 느끼고 있으려니 그런 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나가 동그랗게 뜨고 있던 눈을 예쁘게 접으며 날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왜···? 유한이 너도 잠이 잘 안 와···?"

그러더니만 옆에 누워있는 세나나 맞은 편에 누워있는 가영을 의식한듯 고개를 내쪽으로 살짝 기울이면서 오직 나한테만 들리도록 자그마한 목소리로 그리 속삭이는데ㅡ

'허윽···'

하필이면 그때 또 물건을 감싸쥐고 있던 가영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라.

스윽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타고 올라온 은근한 쾌감이 몸을 덜컥 흔들리게 만들었다.

그에 몸에 힘을 꽉 줘서 최대한 버티고 있으려니까 지나의 은밀한 속삭임이 이어졌다.

"기대했구나? 그치···?"

위로는 지나와 몰래 대화를 나누면서 아래로는 가영에게 몰래 대딸을 받고 있는 상황.

그야말로 위아래가 따로 놀고 있다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상황이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가영의 손이 주는 쾌감부터 시작해서 상황 자체가 주는 배덕감에 언제 들킬지 모른다는 초조함까지.

말 그대로 온갖 것들이 뒤섞여서 탄생한 것이 자꾸만 머릿속을 헤집어대는데 그것만으로도 이성이 날아가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그 와중에 날 더 미치게 만든 것은··· 아까보다 조금 더 심해진 것 같은 뱃속의 부글거림과 예의 그 은밀한 목소리로 던져진 지나의 제안이었다.

"참기 힘들면은··· 누나가 키스라도 해줄까?"

지나는 단순히 말로만 끝내지 않았다.

날 유혹하기라도 하듯 오늘따라 유난히도 촉촉해보이는 입술을 살짝 벌려서 그 사이로 혀를 빼꼼 내밀더니 그걸로 입술을 슬쩍 핥아대는데··· 그게 지나 특유의 색기하고 어우러지니까 파괴력이 장난 아니더라.

그래서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소리가 나도록 삼키니까 그런 내 반응이 만족스러웠는지 후훗하고 작게 웃은 지나가 이내 내 입술 위에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췄다.

아까 전부터 열심히 물건을 훑고 있던 손이 움찔하고 나름 커다란 떨림을 내보인 건 다름아닌 그 직후였고.

갑자기 터져나온 쪽 소리에 놀란 걸까.

어쩌면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갑자기 들려온 그 소리에 순간 울컥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상황상 가영의 손일게 틀림없는 그 손이 전과는 차원이 다른 적극적인 손놀림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거기에 물건 끄트머리에서 찔끔하고 새어나온 쿠퍼액이 어우러지니 가영의 손이 물건을 훑을 때마다 찔꺽찔꺽하고 음탕하면서도 습기어린 소리가 지금 우리가 덮고 있는 이불 아래에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때 지나는 뭘 하고 있었냐 하면··· 어느새 내 입안에다가 자기 혀를 밀어넣고 열심히 날 탐하고 있었다.

"흐움···♡"

세나하고 가영 몰래 내게 입을 맞추고 있는 이 상황이 지나가 느끼기에는 퍽 배덕적이고 자극적이었던 걸까.

지나가 자꾸만 야릇한 소리를 흘려댔다.

그럴 때마다 아랫쪽을 점령한 손의 움직임이 더 빠르고 격렬해진 건 말할 것도 없었고.

말 그대로 언제 들킨다해도 그리 이상하지 않은 상황.

그래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까지 해봤건만··· 애석하게도 지나가 이상을 눈치채는 게 한 발 더 빨랐다.

내가 자꾸만 과할 정도로 몸을 떨어대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던 것일까.

달콤한 소리를 내며 입을 맞추던 것도 잠시, 고개를 스리슬쩍 뒤로 물려 내게서 몸을 떨어뜨린 지나가 이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더니ㅡ

스으윽···

이미 한 번 들어본 적 있는 소리와 함께 이불 밑으로 뭔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움직이던 것이 내 물건과, 내 물건을 감싸쥐고 있던 손과 닿는 건 말 그대로 순식간이었다.

그렇게 두 개의 손이 내 물건을 사이에 두고 맞부딪힌 순간 가늘게 뜨여져있던 지나의 눈이 확 커졌다.

그 상태로 얼마나 지났을까.

"정말··· 엄마!"

배신감인지 뭔지 모를 것에 젖어서 몸을 부르르 떨어대고 있던 지나가 그대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이러기야?!"

솔직히 말하면 여기서 가영이 보여줄 대응은 둘 중에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모르는 척 잡아떼거나 민망해하거나.

그런데 둘다 아니더라.

"···뭐가 말이니?"

목소리가 살짝 떨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뻔뻔하게 느껴지는 대답이 가영 쪽에서 흘러나왔으니까.

"아까 약속했었잖아···! 오늘은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넘어가기로!"

어쩐지.

세나나 가영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지나가 어쩐 일로 이렇게까지 얌전하게 나오나 했더니만··· 

'미리 약속된 게 있었단 말이지···'

그게 뭘까.

그래도 오늘은 섬에 들어온 첫날이니만큼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냥 최선을 다해 푹 쉬자 뭐 이런 내용이라도 되는 걸까.

지나가 말한 걸로 봐서는 그럴지도 몰랐지만··· 단순히 그것 뿐일리는 없다고 내 감이 어느새 속삭여대고 있었다.

뭘까.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눈 걸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둘의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나 네가 먼저 약속을 어겼잖니?"

"그, 그건···"

네가 먼저 약속을 어긴만큼 나도 그에 걸맞는 행동을 보였을 뿐이라는 가영의 말에 지나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런 식으로 지나를 꿀먹은 벙어리로 만들어버리는 가영을 보며 속으로 헛웃음을 삼켰다.

내 추측이 맞다면 먼저 시작한 쪽은 지나가 아니라 가영이었으니까.

그걸 가영이라고 해서 모르진 않을텐데···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이걸 지나의 탓으로 돌려버릴 줄이야.

'진짜 단단히 각오했나 보네···'

전이었다면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가영의 변화에 속으로 흡족하게 웃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할 말이 떠오르질 않는지 상체를 일으킨채 애꿏은 입술만 오물오물대던 지나가 이내 입술을 살짝 깨물며 외쳤다.

"아, 아무튼··· 이제 손 떼···!"

"왜?"

"그, 이제 유한이도 자야할 거 아냐···"

"그래놓고서는 또 몰래 하려고?"

정말 그럴 생각이기라도 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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