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1화 〉1부
비행기 사정 때문에 바로 못 들어간다고 하니까 업체 측에서 잡아준 호텔방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데요?"
"그러게···"
맘 같아서는 제대로 한 번 구경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일단은 무지하게 찌뿌둥한 몸부터 어떻게 해야겠지.
그래서 침대가 눈에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그곳을 향해 몸을 던졌더니만 내 뒤에서 짐을 풀고 있던 가영이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못 말리겠다는 듯 작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짐은 나중에 푸시고 고모도 얼른 이리로 오세요."
물론, 내가 상체를 살짝 세운 채 그리 말하기 무섭게 언제 그런 표정을 하고 있었냐는 듯 다시 부끄러움을 타기 시작했지만.
"으음, 그게···"
"고모도 피곤하시잖아요. 얼른요."
아예 침대에서 일어나서 가영의 손을 잡고 침대 쪽으로 이끌기까지 하니까 가영이 못 이기는 척하며 날 따라왔다.
그렇게 다시 침대 앞에 도착하자마자 가영을 와락 끌어안으며 그대로 뒤로 몸을 휙 던졌다.
"꺅ㅡ?!"
덕분에 상당히 귀여운 비명도 들을 수 있었다.
갑자기 몸이 확 기우니까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라도 하는 걸까.
자연스레 내 위에 올라타게된 가영이 샐쭉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살짝 눈을 흘겼다.
"정말··· 맨날 이렇게 고모를 놀리기나 하고···"
그러더니 그리 말하면서 예의 그 분홍빛 입술을 살짝이지만 삐죽하고 내밀길래 더 참지 못하고 그 위에다가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갑작스런 내 기습에 가영이 당황한 틈을 타 앙증맞은 귀에 대고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치만 고모가 맨날 귀엽게 반응해주시니까···"
뜸을 들인 건 당연히 가영을 긴장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게 나름 효과가 있었던 걸까.
작게 침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묘한 긴장감이 나와 가영 사이를 맴돌기 시작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하던 말을 마무리하니ㅡ
"···참을 수가 없는 걸요."
"으, 으음···"
가영의 얼굴이 목덜미까지 확 달아올랐다.
그 귀엽기 그지없는 반응에 더 참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쿡쿡하고 웃으니 가영이 살짝 입술을 깨물면서 내 어깨쪽에다가 제 얼굴을 파묻었다.
"또오···"
동시에 살짝이지만 원망스러운 목소리를 내보이는 가영을 달래주기 위해 얇은 티셔츠 한 장으로 감싸여있는 그녀의 등을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주니··· 꽤나 귀여운 반응이 가영의 입으로부터 튀어나왔다.
"흐우읏···♡"
상당히 귀여운 신음소리와 함께 아까 전부터 내 몸을 부드럽게 짓누르고 있던 매혹적인 육체가 잘게 경련했다.
"가영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금 속삭이니 내 속삭임을 받아낸 귀가 빨갛게 변했다.
"그, 그렇게 부르면 안 된다고 했잖니···"
"혹시 제가 이렇게 부르는 거 싫으세요?"
"그으··· 그런 건··· 아닌데··· 세나나 지나가···"
"지금은 저희 둘뿐이잖아요."
내 말을 듣고 난 후에야 지금 우리 둘이 어떤 상황 속에 놓여져있는지를 실감하게 된 것일까.
부드럽고 따끈따끈하던 가영의 몸이 긴장으로 살짝 굳어졌다.
"그, 그건···"
"그러니까 누나들 오기 전까지는 아까처럼 부를게요. 이렇게 단둘이서 지낼 수 있는 것도 이틀 뿐이잖아요."
그리 말하고는 '네?'라고 덧붙이며 허락해주길 재촉하니 결국 가영이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만이라면···"
일단 허락해주긴 했는데 지금부터 나한테 고모라는 호칭이 아닌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뭔가 좀 민망하고 부끄러웠던 것일까.
가영이 고개를 살짝 수그리며 부끄러워하길래 그 귀여운 반응을 두 눈으로 만끽하다가 기습적으로 몸을 홱 돌렸다.
"앗···?!"
몸을 딱 반바퀴 정도 돌려서 가영의 밑에서 위로 위치를 전환하니 졸지에 내 밑에 깔린 꼴이 되어버린 가영이 당황으로 눈동자를 파르르 떨어댔다.
그런 그녀를 말없이 내려보다가 그대로 입을 맞추니 밑에 깔린채로 잠시 몸을 움찔대던 가영이 이내 몸을 부드럽게 이완시키며 자연스레 내 움직임에 호응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혀를 섞다가 꾸욱하고 밀어붙이는 느낌으로 가져다붙이고 있었던 입술을 슬그머니 떼어내니 나와 그녀 사이로 투명한 실이 길게 늘어지다가 중간에 톡 끊어졌다.
"흐으, 흣··· 자, 잠깐··· 잠깐만 유한아···"
내가 이대로 해버릴 거라고 생각한 걸까.
한국을 떠나기 전에 지나가 던졌던 경고가 여전히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기라도 한 건지 가영이 살짝이지만 거부하려는 기색을 내비치려 하길래 피식 웃으며 물었다.
"좋았어? 가영아?"
"읏···!"
그러니까 허라도 찔린 것처럼 헛숨을 확 들이키면서 얼굴이 또 붉어졌고.
그 모습을 보고 쿡쿡하고 웃으니까 가영이 더 참지 못하고 내 어깨를 팍팍 때려댔다.
···솔직히 좀 아팠다.
그렇게 가영과 몸을 바짝 밀착시킨채로 침대 위에서 노닥거리다가 찌뿌둥하기만 했던 몸이 그나마 좀 풀렸을 때 스르륵 몸을 일으켰다.
"배 안 고파 가영아?"
그리고는 가영을 향해 그리 물으니 입을 대신해 그녀의 배가 대답을 해왔다.
꼬로로록하고 상당히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흠, 내려가기는 귀찮고··· 룸서비스나 시킬까?"
그러기로 했다.
다만 거창한 것 말고 간단하게 먹기로 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늦어서 본격적으로 먹기에는 뭔가 좀 부담스러웠으니까.
"오늘은 룸서비스로 대충 때우고··· 내일은 근처나 좀 돌아다닐까요?"
"하지만 지나가 그냥 방에 가만히 있으라고···"
"그거야 비밀로 하면 그만이죠."
눈웃음까지 살짝 지어보이면서 생긋 웃으니까 가영이 '그래도 괜찮은 건가···'하는 표정을 얼굴 위로 띄워보였다.
물론, 표정과는 별개로 안 나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룸 서비스 오면은 밥 먹고··· 밥 먹은 다음에는 좀 씻을까요?"
"으, 응···?"
"아니 아까 슬쩍 보니까 욕실이 되게 잘 되어있더라고요. 욕조가 창문 바로 옆에 있어서 따뜻한 물 받아놓고 그 안에서 야경감상하면 딱 좋을 것 같은 느낌?"
물론, 야경이고 뭐고 전혀 궁금하지 않았지만··· 이래야 가영하고 같이 욕조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거 아닌가.
"같이··· 씻자는 거니?"
"그렇죠?"
"···"
"아, 겸사겸사 제가 마시지도 좀 해드릴게요. 아마 많이 피곤하실테니까···"
내 말을 듣고 무슨 상상을 했는지는 몰라도 정확히 그 때부터 가영은 차마 날 직시하지 못했다.
덕분에 분위기가 살짝 어색해진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 어색하기 그지없는 분위기 속에서 가영을 구해낸 것은 아까 주문했던 것들을 들고 등장한 호텔 측 직원이었다.
그렇게 간식거리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본격적인 식사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것들이 테이블 위로 차려졌다.
"와인도··· 시킨거니?"
"네, 보니까 이렇게··· 해서 세트더라구요."
먹을 걸 주문하는 김에 겸사겸사 같이 주문한 건 덤이었다.
"둘다 피곤한 상태기도 하고··· 조금 있다가 욕조에도 들어가야 되니까··· 딱 한 잔만 해요."
와인이고 뭐고 솔직히 잘 모르는 터라 그냥 가격이 적당한 걸 골라서 시켰는데 다행히 꽝은 아니었다.
홀짝 들이키면 달달한 맛이 은은하게 입 안을 맴도는데 한 잔만 마시고 끝내기엔 좀 아쉬울 정도더라.
먹으려고 시킨 것들하고의 궁합이 나쁘지 않기도 했고.
그래도 딱 한 잔만 마셨다.
어차피 중요한 건 따로 있으니까.
물론, 아쉬움을 다른 식으로 메꿔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것도 드셔보세요."
"그··· 고모가 먹을게···"
"쓰읍··· 또! 또 고모라고 하시네."
"내, 내가···"
그런 식으로 간간히 가영에게 먹여주기를 하다가 적당히 배가 찼다 싶을 때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얼추 다 먹은 것 같으니까 저 먼저 들어가서 물 받아놓고 있을게요."
동시에 내뱉은 말에 가영이 어깨를 퍼드득 떨어댄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물 식으면 안 되니까 늦지 않게 들어오셔야 돼요?"
그러더니만··· 이어진 내 말에 결국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더라.
그렇게 거실 역할을 맡고 있는 공간에 가영을 남겨둔채 아까 잠깐 들린 적 있는 화장실겸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옷부터 훌훌 벗어던진 다음 욕조에 물부터 받았다.
욕조에서 허연 김이 피어오르는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샤워야 물 받으면서 진작에 끝낸지 오래였기에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욕조 안으로 진입하니 앓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안락한 감각이 몸을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으아···"
흔히 몸을 지진다고 하던가.
찌뿌둥한 몸을 따뜻한 물 속에 푹 담구고 있으려니 그야말로 몸이 살살 녹아내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욕조 안에서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으려니까 달칵하고 작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에 지그시 감고 있던 눈을 살짝 뜬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시야 속으로 파고 들어온 풍경에 눈이 제멋대로 확 커졌다.
"···오셨어요?"
막 화장실 안으로 들어선 가영은··· 옷을 전부 벗고 있었다.
전부 벗고 있는 대신··· 어디서 구한 건지 알 수 없는 샤워용 타월로 몸을 조심스레 감싸고 있었다.
마신 건 딱 한 잔뿐인데 그것도 술이라고 그새 살짝 취기가 올라오기라도 한 것일까.
새하얀 타월 위로 슬며시 드러나있는 윗가슴에는 발그레한 빛이 맴돌고 있었다.
그래서··· 맛있어 보이더라.
새하얀 가슴 위로 분홍빛이 도는 것이 꼭 잘 익은 백도복숭아를 생각나게 했으니까.
한 입 크게 베어문 다음에 쪽쪽 소리가 나도록 빨면 달달한 과즙이 입 안을 가득 채워주겠지.
실제로도 그럴지 당장이라도 확인해보고 싶은 욕망을 있는 힘껏 억누르면서 계속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더니만 가영의 입장에서는 그런 내 노골적인 시선이 뜨겁게 느껴지기라도 했던 모양이다.
발그레하니 달아올라있던 몸 위로 좀 더 붉은 빛이 돌기 시작하는데··· 제 몸에 일어난 변화가 민망하기라도 했던 모양인지 가영이 수줍게 몸을 움츠렸다.
그 모습이··· 그 몸짓이··· 보는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물, 식겠어요."
스스로 느끼기에도 잔뜩 거칠어진 내 목소리 때문에 몸을 흠칫하고 떨어대던 것도 잠시, 여기까지 들어와놓고서 계속 입구 주변에만 오도카니 서 있을 수는 없다 생각한 것일까.
입술을 꾸욱하고 한 번 깨문 가영이 이내 조심스레 발을 뗐다.
조금씩··· 조금씩··· 가영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나와 그녀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가 줄어들 때마다 우유에다가 설탕을 섞어놓은 듯한 달달한 향기가 주변으로 화악하고 번져나갔다.
어떻게 냄새마저도 이런 식인 걸까.
그야말로 사람의 이성을 흐릿하게 바꿔놓기에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가영의 향기에 자꾸만 흐릿해지려고 하는 이성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으려니 마침내 욕조 앞에 도달한 가영이 침을 꼴깍 삼키고는 조심스레 욕조 끄트머리에 엉덩이를 대고 걸터앉았다.
내쪽에서 보자면 이쪽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그렇기에 남김없이 다 보였다.
새하얗고 부드러워보이는 샤워용 타월로 감싸인 등이나··· 평소랑은 다르게 살짝 분홍빛이 도는 어깨, 그리고 서서히 붉은 기운이 올라오고 있는 목덜미마저도 그랬다.
"후우··· 계속, 그러고 계실 거에요?"
맘 같아서는 저 타월부터 확 잡아당겨서 벗겨버리고 싶었다.
허나 그러지 않고 대신 가영을 채근했다.
그게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살짝 고개를 수그리고 있던 가영이 결국··· 내쪽으로 돌아앉았다.
일단은 발부터.
찰팍하는 소리와 함께 가영의 발이 물속으로 꼬르륵 잠겨들었다.
그게 또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가영이 몸을 움직임과 동시에 꽉 닫혀있던 허벅지가 슬며시 벌어지며 타월이 미처 가려주지 못한 은밀한 부분이 슬쩍 드러났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으니까.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종아리, 허벅지 순으로 조심스레 몸을 담군 가영이 이내 욕조 벽을 따라 몸을 주르륵 미끄러뜨렸다.
물론, 여전히 타월으로 몸을 감싼 채였다.
다만 경치가 전과는 사뭇 달랐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게 있어 가영의 몸을 감싸고 있는 타월의 존재는 좆같은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는데··· 그게 물에 적셔지니까 느낌이 아예 달라지더라.
안 그래도 몸매가 남다른 탓에 커다란 타월로도 그 볼륨감이 다 숨겨지지 않을 정도였는데 타월이 물에 젖어서 몸에 찰싹 달라붙으니까 뭐라 이루말하기 힘들 정도로 야릇한 모습이 되어버렸으니까.
'미치겠네 진짜···'
설마 일부러 노리고 저러는 건가?
오죽하면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 정도로··· 애가 탔다.
애가 타서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ㅡ
"···가영아."
가영 쪽으로 몸을 들이밀며 나름 간절하게 애원해봤다.
"수건··· 벗겨도 돼?"
애원해봤더니··· 부끄러운 듯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고 있던 가영이 이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