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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0화 〉1부 (250/315)



〈 250화 〉1부
마지막에 약간의 헤프닝이 좀 있긴 했지만··· 어쨌든 무사히 휴학신청까지 끝마치고 나니 여행준비에는 한층 더 가속이 붙었다.

"그래서 어디로 갈 건데?"

"으음··· 그러게···"

문제는 여행 준비가 착착 끝나가는 와중에도 아직 어디로 떠날지를 정하지 못했다는 점이지만.

사실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일주일 정도만 있다가 돌아오는 거면 또 모를까 최소 한달 이상은 여행지에서 지내기로 하지 않았던가.

그런만큼 이래저래 고려해야할 부분이 참 많았다.

덕분에 머리를 싸매고 있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해답을 제시해온 건 상당히 의외의 인물이었다.

"그럴 거면 걍 아무도 없는 무인도로 가지?"

"···무인도?"

"어, 사람들의 시선이 문제라면서? 그럼 사람 없는 곳으로 가면 되는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무인도는 좀··· 그렇지 않나? 위험하기도 하고··· 지내기도 힘들 거고."

"미쳤냐? 그런 곳으로 가게? 그러니까  말은 음···"

잠시 고민하던 세나가 이내 본인이 생각하는 조건들을 하나씩 열거하기 시작했다.

우선 쾌적한 생활을 위해서 거주 및 전기하고 수도 시설이 구비되어 있을 것.

그리고 육지하고 가까울 것.

거기에 위협이 될만한 요소또한 완전히 배제되어 안전이 확보된 곳일 것.

대충 그런 식의 조건들을 쭈르륵 늘어놓던 세나가 이내 막 생각났다는 투로 덧붙였다.

"아, 인터넷하고 통신도 되는 곳으로."

"그런 곳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아니 애초에 그 정도면 이미 무인도라 부를  없는 수준 아닌가?

살짝 애매한 표정을 하고 있으려니 세나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제 가슴팍을 팡팡 두들겨댔다.

"야, 돈이면 다 돼."

그러더니 자기가 찾아볼테니까 잠깐만 기다려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일단은 알겠다고 했더니 그리고나서 얼마나 지났을까.

"···엄청 많은데?"

대뜸 그런 말이 세나 쪽에서 들려왔다.

그러더니ㅡ

"야, 파나마, 필리핀, 일본, 브라질, 바누아투 중에 어디가 좋냐?"

일련의 장소들을 쭈르륵 나열하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을 정도로  익숙한 이름도, 상당히 생소한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바누아투? 거긴 위치가 어딘데?"

"호주 옆에 있는 작은 나라라는데?"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긴 한데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거기에 누나가 말한 조건에 맞는 섬들이 있다는 거야?"

"어."

"흐으음···"

"아, 더 찾아보니까 우리나라에도 있긴 하네."

"우리나라에도?"

한국에 그런 장소가 있었던가?

"엉, 그런데 한국은 좀 그렇지 않나? 계속 섬에 있을 수는 없을테니 중간중간에 섬밖으로 나가긴 해야될텐데 그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

"음, 그렇긴 하지."

"아무튼 그래서 아까 말한 곳들 중에 어디로  건데?"

"어디어디라고 했었지?"

"어, 그러니까··· 파나마랑 브라질이랑···"

"파나마면 그 거긴가? 파나마 운하?"

"그럴 걸?"

파나마랑 브라질이라.

솔직히 별로 땡기지는 않았다.

선입견일 수도 있긴 한데 치안이 별로 안 좋을  같다는 느낌이 풀풀 풍겼으니까.

"누나는? 누나는 어디가 좋을  같아?"

일단 내 의견은 그랬는데 혹시 다른 이들의 의견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아 우선 지나 쪽을 돌아보며 의견을 구해봤다.

그랬더니만ㅡ

"너만 괜찮으면 누나는 아무데나 상관없어."

그런 말로 다시 선택권을 나한테 넘겨버리더라.

참으로 애석하게도 가영은 한창 일하고 있는 중인지라 물어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그러면··· 파나마랑 브라질은 일단 제외하자. 뭔가  위험할 것 같아."

"으음··· 그럼 일본?"

"일본··· 음··· 필리핀도 치안이 별로던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대충 그런 식으로 세나하고 투닥거리고 있으려니까  손을 장난감 가지고 놀듯 조물딱거리고 있던 지나가 스리슬쩍 끼어들어왔다.

"그 섬이 필리핀 어디에 있는 건데? 유명한 관광지 근처면은 그래도 치안 괜찮을 걸?"

"그래? 잠시만··· 한  찾아볼게···"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세나가 내놓은 대답은 괜찮을  같다였다.

"보니까 치안이 나쁘지 않다네? 그리고 여기는 와이파이도 설치 되어있대."

"섬에?"

"어."

눈이 반짝반짝거리는 걸로 보아 세나는 이미 필리핀 쪽으로 마음이 기운 듯 했다.

하긴··· 일단 도착하고 나면 그곳에서 무려 한  가까이 지내게 될텐데 인터넷조차 안 되면 저 집순이  게임폐인이 미쳐버릴지도 모르지.

"아, 그런데 TV는 안 된다네?"

"그 부분은 딱히 상관없지 않아? 어차피 TV 나와봐야 필리핀 채널일  아냐."

"생각해보니까 그렇네."

"그리고 와이파이 된다면서? 그러면 그냥 보고 싶은  있으면 다운받던지 해서 보면 되는 거 아냐?"

"···아하."

"아무튼 그래서 거기 빌리려면 얼마나 드는데?"

"음··· 어디보자··· 하루에 오백달러라는데?"

"오백달러면은··· 하루에 오십에서 육십 정도라는 소리네?"

내심 예상하고 있었던 가격보다는 훨씬 쌌다.

하루 숙박하는 비용이라고 치면 비싸보이지만 우리가 빌리려고 하는 건 어디 호텔방같은게 아니라 섬이지 않은가.

"섬은 커?"

"섬 면적이 약 이천 제곱미터라는데? 이천 제곱미터면  평이냐?"

"그 정도면 한··· 육백 평 정도 되는 거 아닌가?"

"히엑··· 그렇게 넓다고?"

그런데 하루 빌리는데 오십에서 육십이라니.

심지어 와이파이기는 해도 인터넷도 된단다.

이러면 혹시 다른 시설에 하자가 있거나 그런 건 아닐까.

충분히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해서 세나한테 섬 이름을 공유받아 이래저래 검색을 좀 해봤는데 그런  같지도 않았다.

오히려 무인도하면 딱 떠오르곤 하는 열대적인 풍경 속에 깔끔하게 지어진 2층짜리 별장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데 외관 뿐만이 아니라 내용물도 깔끔했다.

와이파이가 된다고 당당히 적어놓은 시점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전기나 수도시설같은 거야 당연히 구비되어 있었고.

"···괜찮은데?"

"그러게···?"

이건 오히려 여기로 안 하고 다른 곳으로 하면 바보가 되는 수준이었다.

"어··· 그러면 여기로 한다?"

"예약이 돼?"

"되는 것 같던데?"

그래서 그곳으로 하기로 했다.

그렇게 어디로 떠날지를 결정할 수 있었고, 결정된 사안을 가영에게도 공유했다.

물론, 가영도 내가 손수 찾아놓은 섬의 사진들을 보고 굉장히 좋아했다.

"어쩜··· 섬이 너무 예쁘다···"

"그쵸?"

여러모로 난관이었던 장소가 마침내 결정된만큼 이제 정말로 떠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떠나려고 하니까 생각치도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이거··· 일단 두 명이 먼저 출발하고 나중에 나머지  명이 따라가는 식으로 나눠서 가야할  같은데?"

"뭐?"

"표가 없어."

"뭐? 다시   찾아봐."

"아니··· 다시 찾아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표가 없다니까?"

"그러면은··· 섬 예약해둔  좀 뒤로 미루면 되는 거 아니니?"

"어, 그게··· 그럼 위약금 내야될걸?"

그러시단다.

그래서 세나의 말대로 일단 두 명이 먼저 출발하고 다른 두 명이 그 뒤를 따르기로 했다.

"텀이 얼마나 되는데?"

"음··· 찾아보니까 거의  이틀···?"

문제는 어떤 식으로 인원을 찢냐는 것이었다.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지나는 어떤 식으로든 나와 한 팀으로 묶이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가영도 크게 티를 내진 않았지만 그걸 원하는 눈치였고.

그에 비해 세나는···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보였다.

뭣하러 벌써부터 힘을 빼냐  그런 느낌?

그래서 공평하게 대댄찌로 팀을 나누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결정된 팀이 바로 나와 가영, 그리고 지나와 세나 듀오였다.

"하···"

그렇게 된 관계로 나와 가영만 이틀 먼저 떠나게 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결과를 두고 상당히 원통해하던 지나는 나와 가영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

내게는 당부를ㅡ

"유한이 너··· 가서 그냥 아무 것도 하지말고 누나 도착할 때까지 그냥 호텔 방안에 얌전히 앉아있어."

"응? 가서  물건같은  사야될 거 아냐."

"까짓거 나중에 사도 되니까 그냥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고."

가영에게는 경고를 덧붙였으니까.

"그리고 엄마는··· 믿어도 되는 거지?"

"무, 무슨 말을 하는 거니···"

"공평한 조건에서 경쟁하기로 했었잖아."

그러니까 단둘이 지내는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소리였다.

그런 식으로 지나한테 붙잡혀있는 동안 어느새 비행기에 탑승해야만하는 시간이 되었고, 해서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지나를 뒤로한채 가영과 함께 게이트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한국을 떠나 필리핀에 닿는데까지는 대충 5시간 정도 걸렸다.

"공항이 뭔가 좀··· 작네요."

"그러게···"

 다섯시간 정도의 비행 끝에 도착한 곳은 팔라완이라는 곳에 딸려있는 푸에르토프린세사 공항이라는 곳이었는데 크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공항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터미널같은 느낌을 물씬 풍겼다.

아무튼 그렇게 공항에 도착해서 짐도 찾고, 우리가 대여한 섬을 관리하는 업체 측에서 나온 스탭을 찾아서 합류하고 또 뭐하고 하다보니까 시간이 또 후딱 지나가더라.

"이제, 우리, 밴 타고, 호텔, 이동, 함미다."

일주일도 아니고 무려 한달이나 지낼 거라고 한만큼 업체 측에서 각별하게 신경을 써준 걸까.

안내를 위해 나온 스탭이 한국말이 되서 편했다.

그렇다고 막 한국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뜻 정도는 충분히 통했으니까.

"짐, 나한테 줍미다. 내가 차에 실어줍미다."

"한국말 되게 잘하시네요."

중간중간에 끊기는 것만 좀 어떻게하면  좋을텐데 그래도 칭찬받아 마땅한 실력인건 사실이었기에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짐을 건네주며 슬쩍 칭찬을 곁들여주니 스탭이 씩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척 세워보였다.

그렇게 업체 측에서 내어준 밴을 타고 이번에는  니도라는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부부? 입니까?"

운전석 쪽에서 그런 질문이 날아든 것은 그 와중이었다.

갑작스럽게 날아든  질문에 당황한 가영이 가방을 정리하다 말고 흠칫 굳어버린 사이 그런 그녀를 대신해 스탭의 질문에 답했다.

"잘 어울리죠?"

"한국, 사람들 다 멋지고 예쁩미다. 그런데 나 처음봤다. 두 사람같은."

뒤에 붙일 단어가 떠오르질 않았던 걸까.

운전석을 차지하고 있던 스탭이 백미러를 통해 나와 가영쪽을 쳐다보며 다시  번 엄지를 척 들어보였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나 봐요?"

"맞다. 우리 섬, 부부 많이 옵미다. 신혼부부, 더 많이 옵미다."

"그래요?"

"우리 섬에서 지내는 신혼부부, 허니문 베이비, 많이."

그러니까 이건··· 자기네 섬에 한국 신혼부부가 많이 오고, 섬에서 지낸 이들 중에 허니문 베이비를 얻어서 나간 이들이 많다  그런 뜻이겠지?

가영도 나와 비슷하게 해석했던 것일까.

안 그래도 당황때문에 굳어져있던 얼굴 위로 붉은 기운이 확 솟구쳤다.

"아하하···"

저대로 내버려두면 펑하고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서 화제를 황급히 다른 쪽으로 돌렸다.

그렇게 내가 스탭한테 호텔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부터 시작해서 근처 맛집은 물론, 섬에서 생활할  주의해야할 부분같은 것에 대해 듣는 동안 열심히 손부채질을 반복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데 성공한 가영이 자연스레 대화에 참여했다.

덕분에 나름대로 쓸만한 정보도 몇  건질 수 있었다.

"아, 저기  호텔, 우리 호텔."

그런 식으로 열심히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까 어느새 호텔 앞이었고, 호텔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보니까 어느새 밤이 되어있더라.

그래서 일단은··· 방으로 들어가서  쉬기로 했다.

나도 그렇고 가영도 그렇고 비행기에다가 차까지 타고 계속 이동한 탓에 온몸이 찌뿌둥한 상태였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몸이 찌뿌둥할 때는?

'개운하게 땀 쭉 뺀 다음에 한숨 씨게 때려줘야지.'

암,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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