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3화 〉1부
시간을 조금 뒤로 되돌려 세나가 곤히 잠든 유한을 보고 '가능'이라는 판단을 내린 바로 그 시각.
세나가 판단한 것과는 다르게 유한은 깨어있는 상태였다.
깨어있는 것도 모자라 세나 쪽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세나가 유한을 보고 '자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건 세나가 그런 식으로 착각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유한이 동원한 물건의 영향이 컸다.
술에 취한 척 세나의 침대로 가서 엎어진 뒤 세나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상점에서 구매해 꿀꺽 집어삼켰던 알약 하나.
그것이 지금 유한에게서 흘러나오고 있는 코고는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슬슬 자야되나 했는데···'
설마 그러고 있을 때 반응이 돌아올 줄이야.
졸려도 억지로 존버하길 잘했다고 자화자찬하면서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촉각을 기울였다.
일어나자마자 짜증을 내면서 오줌이 마렵다고 웅얼거리더니만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돌아온 것일까.
풀썩하고 누군가 침대 위로 엎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뒤로 따라붙은 건 부스럭부스럭하고 이불하고 세나의 몸을 덮고 있을 환자복이 구겨지는 소리였다.
'안 하나···?'
오줌 싸는 동안 그런 소리까지 냈던 걸 보면 분명 잔뜩 쌓여있는 것 같던데 말이다.
이대로 아무 것도 안 하고 다시 잘 생각인 걸까.
라고 생각하고 있으려니 꼴깍하고 작게 침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바스락대는 소리가 쉬지 않고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래, 그럼 그렇지···'
눈앞에 방앗간이, 그것도 지키는 이라고는 단 한 명도 없고 먹을 것만 가득 차 있는 방앗간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데 참새가 그걸 그냥 지나칠 리가 없지.
암, 그렇고 말고.
그런 걸 그냥 지나친다?
그럼 그 새끼는 참새가 아니고 참새의 탈을 뒤집어 쓴 무언가일 거다.
'아무튼 그래서···'
하는 건가?
내가 잠들어있는 틈을 타서?
고개를 세나 쪽이 아니라 그 반대쪽으로 향하고 있는 탓에 대놓고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확인할 방법이 없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까하고는 다르게 완전히 깜깜해져서 어느새 창문에서 거울로 클래스체인지를 해버린 것 위로 세나의 모습이 고스란히 비춰지고 있었으니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대놓고 바라보는 것만큼 이미지가 선명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세나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얼마든지 파악이 가능했다.
'그래서···'
이불은 또 왜 얼굴까지 끌어올려서 덮는 걸까.
'안 답답하나?'
살짝 덮기만 한 것도 아니고 무슨 마스크라도 쓰는 것처럼 이불을 코가 있는 곳까지 끌어올려서 그 위를 덮어버리는데 보는 내가 다 답답할 정도였다.
그렇게 얼굴을 반쯤 가린채 세나가 이불 안에서 뽀시락대기 시작했다.
이불 속에서 부스럭부스럭 거리면서 그걸로 자기 몸을 돌돌 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까 새어나오려고 하는 웃음을 참는 게 꽤나 고역이었다.
해서 세나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덮고 있던 이불 밑으로 손을 움직여 허벅지까지 꼬집어야만 했다.
그런 식으로 죽을 힘을 다해서 웃음을 참고 있으니 이불로 본인의 몸을 칭칭 동여맨 세나가 드디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밤의 병원은 굉장히 조용했다.
하물며 우리가 있는 병실에는 병원이라면 으레 생각나는 기계같은 것도 없다보니까 병실 안의 상태는 그야말로 고요함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제 아무리 작은 소리라 해도 전부 다 들렸다.
스으윽···
이를테면 세나의 손이 이불 밑에서 느릿하게 움직이는 소리같은 것도 그랬다.
살짝이지만 듣는 이를 오싹하게 만드는 소리가 울려퍼질 때마다 세나의 몸을 감싸고 있던 이불의 어떤 부분이 살짝 솟아올랐다가 다시 꺼지기를 반복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하체로 추정되는 곳과 닿은 순간, 창문을 통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반사적으로 침을 꼴깍 삼켰다.
"후우···"
목표로 삼았던 곳이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있으니 긴장이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었던 걸까.
자그맣게 내뱉어진 한숨소리와 함께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세나가 이내 멈춰놓고 있던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다음부터는 뭐···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척을 해주고 싶어도 그러기 힘들 정도로 노골적인 소리가 병실 안을 가득 채웠다.
쯔으윽···
"응, 읏···"
클리토리스를 만지고 있는 중인 걸까.
메마른 손가락이 질척하게 젖은 곳 위로 비벼질 때나 날법한 소리 위로 세나의 흐느낌이 끼얹어졌다.
그렇게 이불 속에 갇힌 채 몸을 움찔움찔 떨어대던 것도 잠시, 클리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던 모양인지 소리가 조금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꿀꺽하고 침 삼키는 소리가 제법 크게 났다.
그리고 그 뒤로 따라붙은 건 이불 위로도 드러날 정도로 격한 떨림과 잔뜩 달아오른 숨소리였다.
설마 내가 직접 개발시켜준 곳을 만지고 있는 걸까.
'하긴···"
방금 볼일을 본만큼 거기가 근질근질할테니까.
그래도 이렇게 거리낌없이 만져댈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말이다.
'저러다가 찔끔 흘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애액이야 팬티나 환자복이 대신 먹어줄테지만 쪼르륵 새어나오는 건 그 두 개만으로는 힘들텐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세나는 어느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에 푹 빠져있었다.
그 정도로 쌓였던 걸까.
그래도 아까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하더니만 이제는 그런 것따위는 필요치 않다는 듯 오로지 본인의 쾌감만을 위해 손을 움직이고 있는 걸 보니 슬슬 행동을 개시해도 될 것 같았다.
그래서ㅡ
"아, 씨··· 오줌···"
아까 세나 몰래 꿀꺽 삼켰던 것의 효과가 끝나는 타이밍에 맞춰서 짜증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몸을 일으키자마자 귓속으로 흘러들어온 것은 '으읍···!'하고 내뱉다가 도로 집어삼킨 듯한 그런 신음성이었다.
그것이 귀 안에서 웅웅대는 걸 느끼면서 스르륵 몸을 움직여 침대 위에서 탈출했다.
그리고는 화장실이 있는 쪽을 향해 돌아서니 마침내 볼 수 있었다.
한창 자기개발에 힘쓰고 있다가 상정 외의 사태를 맞이하고서 그대로 굳어버린 세나의 모습을 말이다.
'그래도 눈은 감았네.'
눈을 뜨고 있었으면 나도 모르는 척 해주긴 힘들었을텐데 말이다.
그만큼 방금까지 혼자서 하고 있던 행동을 내게 들키기 싫었던 걸까.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세나는 이불을 끌어안은 채 그 안에서 몸을 바짝 웅크리고 있었다.
그런 세나의 옆을 지나쳐 그대로 화장실로 향했다.
'진짜 마렵기는 하니까.'
시원하게 볼일을 봐줬다.
그리고는 몸이 한결 가벼워진 걸 느끼며 화장실을 빠져나와ㅡ
"으···"
좀비나 낼 법한 소리를 입밖으로 흘려주면서 세나가 누워있는 내 침대 쪽으로 향했다.
잠기운에 젖어보이도록 일부러 가늘게 뜬 눈을 손으로 비벼주는 건 덤이었다.
이러면 누가봐도 잠이 덜 깨서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겠지.
뭐, 설령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긴 했다.
지금 중요한 건 세나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이니까.
그렇게 침대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 위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세나 위로 풀썩 엎어졌다.
물론, 다친 부위인 팔쪽을 피해서 쓰러져주는 것또한 잊지 않았다.
"아, 으··· 뭐야아···"
모처럼 온몸으로 느끼게 된 세나의 몸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가슴팍하고 배쪽에서 느껴지는 그 감촉이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린채 그리 중얼거리다가 꼬물꼬물 몸을 움직여 바짝 웅크리고 있는 세나의 뒷편에 자리한 빈 공간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렇게 침대 끄트머리에서 웅크리고 있는 세나의 옆에 누운 다음 잠꼬대라도 하는 것처럼 쩝쩝하고 입맛 다시는 시늉을 하니 옆쪽에서 작게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단은 그래도 안도한 걸까.
그 소리를 듣고 슬쩍 한쪽 눈만 떠보니까 확실히 어깨에서 힘이 좀 빠져있더라.
그래서ㅡ
"으음···"
잠꼬대를 빙자해 세나의 몸에다가 팔을 턱 올려놓았다.
그러자 세나의 몸이 흠칫하고 떨리면서 아까처럼 굳어지는 걸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다.
혹시라도 내가 잠에서 깨면 어쩌나 싶었던 걸까.
아까보다 한결 가까워진 거리감을 의식하게 되어버린 건지 이제는 세나가 숨쉬는 것마저도 조심스럽게 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야 그럴 필요가 없었기에 다시 한 번 잠꼬대를 시전하며 아예 세나 쪽으로 돌아누웠다.
그리고는 아까보다 몇 배는 더 가까워진 세나의 목덜미에다가 콧대를 살짝 비벼주면서ㅡ
"···그러니까 왜 혼자 몰래 해결할려고 해. 누나."
혹시라도 세나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잘록한 허리를 팔로 꽉 끌어안아 내쪽으로 당기며 속삭이듯 내뱉었다.
그 순간 세나가 보여준 반응은 그야말로 귀신이라도 본 듯한 그런 반응이었다.
저번에 벌칙으로 공포게임을 플레이했을 때처럼 바짝 얼어붙어서는 입만 벙긋벙긋거리는데··· 그런 세나의 반응에 피식 웃다가 슬쩍 입을 벌려 마침 눈에 보이는 새하얀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다.
"읏···!"
목덜미 쪽에서 느껴지는 따끔함 때문에 그나마 좀 정신을 차린 걸까.
"너, 너··· 깨, 깨어 있었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그리 물어오길래 굳이 미소를 숨기지 않고서 흔쾌히 대답을 해주었다.
"당연하지."
"어, 언제부터···"
"깨어있었냐고? 음··· 누나가 오줌 싸면서 신음소리 낼 때부터?"
사실은 그 전부터 깨어있긴 했지만··· 일단은 그런 걸로 하지 뭐.
아무튼 그때부터 깨어있었다고 말을 하니 세나의 얼굴이 어둠 속에 잠겨버린 병실 안에서도 눈에 확 띌 정도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상태로 다시 입을 벙긋벙긋 거리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목덜미에 대고 계속해서 쪽쪽 입을 맞춰주었다.
"읏, 하, 하지마아···"
"왜? 동생 몰래 자위하다가 딱 걸리니까 부끄러워?"
"···"
"그러니까 나한테 말하지 그랬어. 내가 그랬잖아. 쌓이면··· 내가 해결해주겠다고."
일부러 은근한 목소리까지 내가면서 그리 내뱉었건만 세나는 아무런 반응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 정도로 당황한 걸까.
그래서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도록 그녀의 몸을 칭칭 감싸고 있는 이불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러니까 언제 굳어있고 그랬냐는 듯 이불 안에서 그걸 꽉 움켜쥐는 식으로 저항하더라.
"흠, 하긴 이불 치우면 좀 추우려나? 그럼 이불 덮은 채로 하지 뭐."
그런 세나가 간과한 점이 하나 있다면··· 위에만 수비해서는 아무 소용 없다는 것 정도?
내 말을 들은 세나가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기 전에 손을 밑으로 내려서 그녀의 하체를 덮고 있던 이불을 단숨에 걷어올렸다.
그렇게 고요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격한 펄럭거림이 발생했고, 그와 함께 확 피어오른 것을 뭐라 이루말할 수 없는 음탕한 냄새였다.
"진짜··· 대체 얼마나 흥분한 거야···"
그리 중얼거리면서 방해밖에는 되지 않는 환자복을 벗겨냈다.
물론, 세나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다리를 버둥거리면서 나름대로 저항을 하긴 했는데··· 애초에 이건 내가 질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이불을 사수하느라고 손이 자유롭지 못한 누구와는 다르게 난 두 손이 모두 멀쩡하고 자유로웠으니까.
그렇게 반쯤 벗겨낸 환자복을 발로 깔끔하게 마무리해준 뒤 팬티밖에 남지 않은 허벅지 사이로 손을 쑥 밀어넣었다.
"젖었네? 그것도 엄청?"
"···"
"오줌··· 은 당연히 아닐테고. 혼자 오줌 싸는 곳 만지작대면서 자위하는 게 그렇게 기분 좋았어?"
내 물음에 세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사실은 부족했지?"
그래서 질문을 살짝 바꿔서 다시 물어봤더니만 그것이야말로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혼자 만지작대는 걸로는 부족하지 않았냐고 물으니까 세나가 어깨를 퍼뜩 떨어댔다.
그러더니 다시 침묵해버리는 세나를 상대로 이번만 친절하게 알려주기로 했다.
스스로 만지는 것과 남이 만져주는건 차원이 다르다는 걸.
하물며 그게 자신의 몸을 길들이다시피한 이의 손길이라면?
"읏···?!"
"지금은? 지금도 그래?"
"흐, 으흑, 하, 하지, 마핫···♡"
직접 만진 것도 아니고 팬티 위로 요도가 있을만한 곳을 살살 간질여준 것뿐이건만 그것만으로도 세나는 허벅지를 부들부들 떨어대며 어쩔 줄 몰라했다.
어느새 힘빠진 목소리로 달콤하게 헐떡거리는 세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어때? 혼자서 시시하게 손장난이나 할 때랑은 차원이 다르지?"
"하, 하지, 말라고오··· 옷♡"
"지금보다 더 기분좋게 만들어줄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해줄까?"
지금도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좋은데 여기서 더 기분 좋아질 수 있다는 걸 믿기 힘들었던 걸까.
아니면 이게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 두렵게 느껴지기라도 했던 걸까.
세나는 애꿏은 침만 꼴깍 삼켜댈 뿐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서ㅡ
"그럼··· 한다?"
나도 내가 꼴리는대로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