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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6화 〉1부 (236/315)



〈 236화 〉1부

자기하고 관련된 문제 때문에 공식방송 채팅창은 물론이거니와 인방 관련 커뮤니티들이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꿈에도 알지 못한채 유한은 돌돌 말아서 뭉쳐놓은 침대 시트를 가만히 노려보기 바빴다.

'이걸 어쩐다.'

아무래도 비싸디 비싼 1인실이다보니까 따로 준비된 예비용 시트가 있길래 침대 쪽은 일단 그걸로 수습을 해두긴 했는데 문제는 이거였다.

세나가 흘린 게 오줌뿐이었다면 젖은 부분에다가 물을 왕창 끼얹어서 대충  먹다가 실수로 흘렸다는 식으로 어찌어찌 넘어갈 수 있었을텐데 아무래도 흘린 게 그것 뿐만이 아니다보니까 그러긴 힘들 것 같았다.

이렇게 야하고 음탕한 냄새가 풀풀 풍기는데 고작 물을 끼얹는다고 해서 그게 덮어질 리는 없을테니까.

오히려 지금보다 더 냄새를 풀풀 풍기지 않을까?

'그렇다고 당장 이걸  수도 없고···'

빨게되면 결국 어딘가에다가 널어서 말려야 한다는 소리인데 축축하게 젖은 시트를 들고 병실 밖을 돌아다니긴 또 좀 그랬다.

간호사들의 시선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었다.

그까짓거 얼굴에 철판 좀 깔면 그만이니까.

내가 걱정하는  어디까지나 그런 내 모습을  간호사들이 그걸 두고 입방정을 떨다가 그게 지나나 가영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는 경우였다.

특히나··· 지나가 문제였다.

눈치 면에 있어서는 세나와 닮은 구석이 있는 가영이라면 내가 잘 설명할 경우 '그래, 그랬구나.'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지나는 그렇지 않을테니까.

 그래도 최근 들어서 세나하고 자주 시간을 보내는  같다고 따가운 눈초리를 던져오던게 바로 지나인데 내가 세나하고 단둘이 있을 때 축축하게 젖은 시트를 들고 나왔다?

이미 내가 가영하고도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걸 알고 있는 지나이니만큼 그 소식을 들은 즉시 나와 세나의 관계에 대해 확신할테고 그 다음에는 뭐··· 엄마하고 자기로도 부족했냐며 기껏 가라앉힌 독점욕을 활활 불태우겠지.

아니, 어쩌면 혼자 폭주하는 쪽이 차라리 다행일지도 몰랐다.

정말 최악의 경우에는 지나가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그동안 자기가 몰래 간직해왔던 비밀을 가영의 앞에서 대놓고 오픈해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솔직히 그 부분은 아무리 나라도 예상이 되질 않았다.

특히 가영이 보일 반응같은게 그랬다.

이제서야 간신히 내게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날 아들이 아닌 이성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가영이다.

그런데 계속 너뿐이라며, 달콤하게 사랑을 속삭이던 내가 사실은 딸들하고도 그렇고 그런 관계였다는 걸 알게 된다면?

간신히 싹을 틔우고 시작한 것이 그대로 뽑혀져 나갈테지.

정말 최악의 경우에는··· 충격을 받고 그대로 잠적해버릴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한시라도 빨리 눈앞에 있는 저걸 최대한  안나게 깔끔하게 처리해야만 했다.

눈앞으로 상점을 불러낸 것도 다 그걸 위해서였다.

"어디보자···"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될만한 게···

솔직히 상점에 파는 물건들의 효능에 비해서 목표로 삼은 것이 상대적으로 너무 소박하다보니까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도움이 될만한 게 있긴 하더라.

다만 원래 이런 식으로 쓰이는 물건은 아닌  했지만.

일단 가격부터가 그랬다.

그래봐야 통 안에  걸  쓰면 그대로 끝인 스프레이일 뿐인 주제에 300만캐쉬나 하는 걸 보면 틀림없이 이건 나쁜 목적으로 주로 쓰이는 물건이겠지.

아마 범죄현장같은데서 자신의 흔적을 지우는데 주로 쓰이는 물건 아닐까.

아무튼 비싼만큼 깔끔하게 지워준다고 하니까 일단 사서 한 번 뿌려봤다.

치이이익ㅡ

아직 상점에 관한 것까지 오픈하기는 그랬기에 혹시라도 밖에 있는 세나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물을 틀어놓은채 주머니 안에 밀어넣으면 그대로  들어갈 것 같은 크기의 통 안에 들어있는 것을 이런저런 체액들로 젖어있는 시트 위에다가 뿌리니까 눈앞에서 마법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시트 위에 남은 얼룩 위로 스프레이가 분사될 때마다 얼룩이 지우개로 지우기라도  것처럼 깔끔하게 지워졌으니까.

'어디보자 냄새는···'

모습 뿐만이 아니라 냄새도 그렇더라.

시험삼아서 시트에 대고 킁킁하고 냄새를 맡아봤는데 풀풀 풍기던 야하고 음탕한 냄새가 그야말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어서 내심 아쉬울 정도였다.

그렇다고 이대로 달랑 들고 나가긴  그렇겠지.

그렇게 되면 지나나 가영 대신 세나가 이상하게 여길 테니까.

해서 아까부터 틀어놓고 있었던 수도꼭지 쪽으로 손을 뻗어 시트 위에다가 물을 끼얹었다.

물론, 다 적시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아까 얼룩이 져있던 곳 위주로만 적셨다.

'이러면은···'

화장실 안에서 고사리 손으로 열심히  것처럼 보이겠지.

그렇게 뒷처리를 끝마치고 나서  안으로 들어설 때와 마찬가지로 살짝 젖은 시트를 품에 안아든채 화장실을 나서니 소파 위에 반쯤 드러누워 있던 세나가 소파 등받이 너머로 눈만 빼꼼 내밀었다.

어찌보면은 자기가 다 싼 건데 그 뒷처리를 남자인 내게 맡긴 게 뭔가 좀 민망했던 것일까.

"그, 다 했냐···?"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향해 그리 묻는 세나의 목소리에는 살짝 힘이 없었다.

시선도 은근 내쪽을 피하고 있었고.

"어,  번 확인해볼래?"

 모습이 귀여워서 피식하고 웃으며 안아들고 있던 시트를 세나 쪽으로  던지니 순간 눈을 크게 뜰 정도로 당황했던 세나가 그나마 멀쩡한 왼손을 휘둘러 자길 향해 날아들던 것을 탁 쳐냈다.

"뭐, 뭐하는 거야?! 더럽게···"

그러더니 얼굴을 살짝 빨갛게 물들이면서 성을 내더라.

그 말이 뭔가 좀 웃겨서 딱 한 마디만 해줬다.

"그거 다 누나가 싼 건데."

그랬더니만 발그레하니 홍조를 머금고 있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달아오르는 진귀하기 그지없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씨이···"

"아무튼 최대한 깔끔하게 씻어놨으니까 너무 그렇게 전전긍긍하지 마셔요."

"내, 내가 언제 전전긍긍했다고··· 아니거든?"

"네에네에, 그나저나 배는? 안 고파?"

아무래도 밥 먹으라고 준 시간에 하필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했고, 겨우겨우 수습을 하고 난 후에도 끼니를 때우는 대신 서로 찰싹 붙어서 그짓을 하기 바빴으니 배가 안 고플래야 안 고플 수가 없는 상황이긴 했다.

그래서일까.

꼬로로록ㅡ

질문을 던지기 무섭게 세나의 배가 입을 대신해 대답을 했다.

그에 막 열리려고 하던 입이 먹잇감을 문 조가비마냥 꾸욱하고 닫혀버린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뭐, 먹고 싶은 건 없어? 내가 살게."

"···그러든가 말든가."

"아, 근데 여기 배달은··· 안 되겠지?"

"되겠냐 그럼?"

하긴 1인실이라 해도 병원은 병원이니까.

밖에 나가서 직접 사오는 거면  몰라도 배달은 힘들겠지.

"아무튼 그래서 뭐 먹을 건데?"

"···아무거나 너 먹고 싶은 걸로 해."

아무거나라.

그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그렇다면 나도 생각이 있다 이거야.

"그러면 장어는 어때?"

"자, 장어?"

"아, 해산물 별로면은 백숙? 아니면 닭죽같은 것도 괜찮고."

장어를 시작으로 몸에 좋다고 알려진 메뉴들을 죄다 나열하니까 그럴 때마다 세나의 얼굴이 조금씩 빨개졌다.

"흐음? 대체 무슨 상상을 했길래 얼굴이 그렇게···"

"뭐, 뭐!"

제멋대로 달아올라버린 얼굴이 야속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던 모양인지 세나가 괜히 역정을 냈다.

그러더니 왼손을 얼굴 쪽으로 가져가서 손부채질을 해대더라.

그런다고 저렇게 빨갛게 달아오른게 식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아니 난 또 장어라는  듣고 이상한 상상같은 거라도 한 줄 알았지."

"···미쳤냐? 시도 때도 없이 그런 생각만 하게?"

"그렇지? 아니지?"

"···어."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려서 내 시선을 피하는 꼴이 아닌 게 아닌  같긴 했지만··· 귀여우니까 일단은 모르는 척 해주기로 했다.

"그래서 뭘로 드실거죠?"

"그,  그러면 햄버거같은 거나 사오든가."

"그걸로 되겠어? 이왕이면 몸에 좋은 걸로 먹어야지. 보양식같은 걸로."

"거··· 그런 거 먹는다고 뭐가 달라진다고···"

불만스러운 얼굴로 꿍얼꿍얼대길래 피식 웃으면서 덧붙였다.

"그래야 팔에 금간  조금이라도  빨리 붙은 거 아냐."

"이까짓거 그런 거 안 먹어도 금방 낫거든?"

"아파서 기절까지 했으면서 뭐래."

내 말에 순간 울컥한 걸까.

세나가 마침 옆에 놓여져있던 휴지곽을 홱 치켜들며  위협했지만 끝끝내 던지지는 않더라.

"그러면 내가 적당한 걸로 사온다?"

"···어."

세나의 대답을 듣고 나서 밖에 나가기 위한 채비를 하다가 다시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맞다. 누나."

"또 뭐."

"그··· 연고같은 것도 사다줘?"

"연고···?"

여기서 뜬금없이 연고가 왜 나오는 건지 순간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었던 걸까.

어리둥절한 표정을 해보이길래 쓰게 웃으면서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아니, 그··· 아래쪽 말이야. 아직  아파하는 것 같아서···"

그 순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던 세나가 그 모습 그대로 덜컥 굳어버리더니 그렇게 굳어버린  위로 붉은 기운이  솟구쳤다.

"나가ㅡ!"

그러더니 테이블 위를 굴러다니던 티슈 뭉치 하나를 집어들어서 날 향해 던지는데··· 그래서 결국 쫓겨나버렸다.

'아니, 아까 전부터 제대로 앉지를 못하고 계속 엉거주춤하게 앉아있길래 걱정이 되서 말해준건데···'

설마 이런 식으로 매몰차게 쫓겨날 줄이야.

덕분에 쓰리게 변한 속을 뒤로한채 세나에게 먹일 식량을 구하기 위해 병원을 나섰다.

아무래도 주변에서 가장 큰 인프라가 병원이다보니까 주변에 환자를 위한 음식을 파는 곳들이 많더라.

뭐, 그런 곳들 뿐만 아니라 의사나 간호사를 노리고 세워진 가게들도 꽤 되긴 했는데 거기는 죄다 포장이 안 됐다.

그래서 아쉬운대로 포장이 되는 것들 중에서 적당한 메뉴를 골라 구매했다.

그리고는 세나의 병실이 자리하고 있는 층의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간호사 아조씨에게 깐깐한 통관절차를 밟은 후에 그것을 들고 병실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자, 식사합시다. 식사."

물론, 그냥 밥만 먹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자주 쓰는 손인 오른손에 깁스를 한 상황이다보니까 세나는 뭐 하나 먹는 것도 어려워했으니까.

정확히는 왼손으로 밥을 먹는  어색해했다.

그래서 그냥··· 숟가락만 들게 하고 반찬같은  내가 하나하나 집어서 먹여주기로 했다.

"자, 아ㅡ"

"하, 하지 말라고오···"

"그러지 말고 아ㅡ"

당연한 말이지만 세나는 굉장히 부끄러워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혼자  수 있다며 내게 젓가락을 요구해오기도 했지만 내가 거절했다.

숟가락 드는 것도 어색한 주제에 몇 배는 어려운 젓가락질을 제대로 할  있을 리 없다 생각했으니까.

"괜히 젓가락질하다가 흘리기라도 하면 그거  내가 치워야 되잖아. 그러니까 아ㅡ"

동시에 나름대로 조리있게 지금 내가 하려고 하는 행위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니까 결국에는 받아먹긴 하더라.

"자, 이것도."

"그···"

웃긴  몇 번 받아먹다 보니까 그새  적응이 되었는지 반찬투정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내가 젓가락으로 집고 있는 것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퍼뜩 숟가락을 내밀 생각은 안 하고 자꾸만 갈비찜 쪽을 힐끔거리길래 피식 웃으며 물어봤다.

"왜? 나물은 별로야?"

"···"

그랬더니 그걸 가지고  얼굴을 붉히더라.

"그래도 골고루 먹어야 빨리 낫지."

"···단백질 위주로 먹는 게 훨씬 좋지 않을까?"

칼슘이라면 몰라도 뼈하고 단백질이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제법 강렬하게 갈비찜을 요구해오길래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어서 받아쳤다.

"이거 먹으면 먹게 해줄게."

"고사리 별론데···"

"왜? 난 맛있던데."

"그럼 너나 많이 먹든가."

"어허, 세나 어린이? 야채도 먹어야죠?"

그런 식으로 힘겹게 실랑이를 해가며 무사히 밥을 다 먹이고 나니까ㅡ

"세나야! 유한아!"

가영이 나를 대신해 경찰서에 남았던 지나를 옆에 대동한채 병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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