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화 〉1부
갑자기 시야가 뒤로 확 젖혀지니 놀란 걸까.
살짝 윤기가 도는 갈색의 머리카락을 침대 위에다가 풍성하게 흐트러뜨린채 날 올려다보는 세나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야, 자, 잠깐만···"
날 향해 내뱉어진 목소리도 그랬다.
"잠깐, 잠깐마안···"
성치 않은 손까지 뻗어가며 날 만류하는 것치고는 목소리에 그리 힘이 없었다.
그렇기에 세나가 진심으로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여기서 멈추길 바라는 걸까 아니면 못 들은 척 하고 이대로 강행해주길 원하는 걸까.
둘 중에 어느 쪽인지 알 수가 없으니··· 여기서는 내 판단에 기대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리고 머릿속에서는 이미 '강행'이라는 단어가 메아리치듯 울려퍼지고 있었다.
"야아···"
팔을 들어올려 어설프기 그지없는 가드를 취하고 있는 세나를 향해 슬쩍 상체를 기울이니 오늘따라 가녀려보이는 어깨가 움찔하고 크게 경련했다.
그러더니 슬금슬금 몸을 뒤로 움직여 나하고 거리를 벌리려고 하더라.
스으으윽···
침대 위로 흐트러져있던 머리카락이 침대보를 스치면서 나는 소리가 묘하게 자극적이었다.
세나는 알고 있을까.
도망치고자 한 행동이 오히려 날 더 자극하고 있다는 걸?
그런 것치고는 도망친 거리가 고작 몇 센티에 불과해서 그게 안쓰러우면서도 좀 웃겼다.
"그, 사, 사람!"
"사람? 사람이 왜?"
다급하게 내뱉은 것 치고는 두서도, 쓸모도 없는 말이었다.
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며 스리슬쩍 손을 뻗어 그나마 멀쩡한 왼손을 움켜쥐었다.
졸지에 내게 손이 붙잡혀버린 세나가 흠칫하고 몸을 움츠리는 틈을 타 그녀의 손가락 사이사이에다가 내 손가락을 하나씩 끼워넣었다.
그렇게 아까처럼 도망치거나 그러지 못하도록 깍지라는 이름의 족쇄를 선물해준뒤 조심스레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 순간 세나가 보여준 반응은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안 그래도 발그레하니 달아올라 사랑스러운 빛을 띄고 있던 얼굴 위로 붉은 기운이 폭발적으로 솟구쳤다.
그렇게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세나가 이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사람··· 들어올 수도··· 있잖아···"
그러더니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더라.
그 모습이 귀여워서 딱 이번만 친절해져보기로 했다.
"아, 그거? 그거라면 걱정하지마."
놀고 있던 손을 움직여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것을 꺼내 세나의 옆에다가 툭 내려놓았다.
"비싼 곳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런 것도 다 있더라고."
그렇게 등장한 건 호텔같은 곳에서나 쓰일 법한 카드키였다.
"이거 없으면 문 절대 못 연다더라."
물론, 병원이니만큼 유사시를 대비하여 여벌 카드키정도는 당연히 보유하고 있겠지만 그또한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건 매한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ㅡ
"간호사한테 쉴 거니까 왠만하면 들어오지 말라고 말해두기도 했고."
그래, 그렇게 말해뒀으니까.
세나가 뭐 상태가 엄청나게 위중한 중환자였다면 택도 없었겠지만, 이미 검사할 거 다 검사해본 결과 그냥 팔에만 좀 금이 간 상태라는게 판명이 나지 않았던가.
그러니 어지간하면 간호사나 의사가 이 병실을 찾을 일은 없겠지.
그래도 걱정이라면ㅡ
촤르르륵···!
"그리고 이렇게 해두면 혹시 누가 찾아온다고 해도 시간 정도는 벌 수 있지 않을까?"
침대 주변을 가려줄 수 있는 커튼이 있으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예 아까 간호사가 알려주고간 버튼을 눌러서 침대 주변에다가 커튼까지 둘러놓으니 세나는 그대로 합죽이가 되어버렸다.
그 상태로 눈동자만 데록데록 굴려가면서 뭐 더 딴지를 걸만한 부분이 없을까하고 찾고 있는 꼴이 귀여워서 세나를 향해 싱긋 웃으며 물었다.
"이러면 문제 없는 거 맞지?"
그러자 윽하고 앓는 소리를 내던 세나가 이내 눈을 반짝이며 해답이랍시고 내놓은 게 바로ㅡ
"치, 침대···!"
지금 우리가 신세를 지고 있는 이 침대였다.
다만 딱 하나 그녀가 간과한 점이 있다면 그게 핑계치고는 좀 민망한 것이라는 것 정도?
"침대? 침대가 왜?"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세나는 기세좋게 외친 것 치고는 되묻는 내 물음에 쉬이 답을 하질 못했다.
여기서 해버리면 침대가 젖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는 게 그렇게나 민망했던 걸까.
'아, 하긴···'
생각해보면 그러는 게 당연할지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그렇게 된다면 침대를 축축하게 적시고 있는 것들 중에 태반이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것일테니까.
그걸 본인의 입으로 직접 말하는 게 쉬울 리가 없겠지.
"···저, 젖을 수도 있잖아."
그래도 말을 하긴 해야한다고 생각한 건지 결국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더라.
금방이라도 펑하고 터져버릴 것처럼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은 덤이었고.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
일부러 세나 쪽을 힐끔거리며 그리 중얼거리니 가뜩이나 빨갛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그, 그치···? 그러니까 여기서는···"
"그런데 있잖아. 누나."
"···으응?"
"지금 그런 게 중요해?"
눈을 가늘게 뜬채 그리 물으니 세나의 어깨가 덜컥하고 요동쳤다.
그러더니 안 그래도 거칠게 흔들리고 있던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요리조리 배회하기 시작하더라.
혼란스러운 걸까.
표정이나 몸짓을 보니 그런 듯해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시무룩해하는 표정을 얼굴 위로 띄워보였다.
아까 전부터 깍지까지 낀채 꼬옥하고 맞잡고 있던 손으로부터 움찔하는 떨림이 전해져온 건 내가 그런 표정을 얼굴 위로 띄워올린 직후였다.
바라던대로의 반응에 지체하지 않고 목소리에서 최대한 힘을 뺐다.
"아니면 혹시··· 누나는 나랑 하는 게 그렇게 싫어···?"
그렇게 완성된 것은 스스로 느끼기에도 놀라울 정도로 시무룩한 목소리였다.
그게 좀 효과가 있었던 걸까.
세나의 눈이 일순간 확 커졌다.
"그, 그런 건···!"
"···아니야?"
"으, 응···"
어색하기 그지없는 몸짓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길 싫은 건 아니란다.
그 말은?
"···그럼 이대로 계속해도 된다는 소리네?"
그래, 그 뜻이겠지.
그제서야 본인이 어떤 실수를 저질러버렸는지를 깨닫게 된 것일까.
세나가 토끼마냥 눈을 동그랗게 뜬채 '에···?'하고 얼빠진 소리를 냈지만 그런 그녀가 정신을 차리는 것보다 내가 움직임을 재개하는 쪽이 조금 더 빨랐다.
놀고 있던 손을 움직여 코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티셔츠밖에 남지 않은 목덜미를 조심스레 더듬었다.
그 간질간질한 느낌을 견딜 수가 없었던 걸까.
세나가 몸을 바짝 움츠리더니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누가봐도 앞으로 제게 일어날 일을 '대비'하는 듯한 모양새였고,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이를 상대로 무작정 달려드는 건 머저리나 할만한 짓이겠지.
평소보다 더 도톰한 모습을 한채 묘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분홍빛 입술을 억지로 외면한채 깍지를 끼고 있던 손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던 것도 그래서였다.
내 손가락 사이사이마다 끼어있는 새하얗고 가느다란 것들 위로 조심스레 입술을 눌러붙였다.
소지서부터 검지까지.
차근차근 입을 맞추다가 마무리로 엄지 끝부분에 대고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추니 내가 입을 맞춰줄 때마다 몸을 가늘게 떨어대던 세나가 흠칫하고 제법 커다란 떨림을 내보였다.
"흐으···"
일자로 꾹 다물어져 있던 것이 벌어지며 나지막하게 새어나온 소리는 덤이었다.
일부러 바로 달려들지 않고 끄트머리에서부터 조심스럽게 접근한게 정답이었던 걸까.
딱딱하게 굳어있을 때는 언제고 아까보다 한결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게 변한 살결을 느끼며 조심스레 세나의 팔을 거슬러 올라갔다.
언제까지고 질끈 감겨있을 것만 같았던 눈이 스르륵 뜨인 건 내가 목덜미 쪽에 쪽하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가 떨어뜨렸을 때였다.
어느새 살짝 벌어진 입술이 빠알간 혀의 모습을 슬쩍 내보이며 자꾸만 날 유혹해댔다.
"으읏···"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던 걸까.
눈동자를 가늘게 떨어대는 걸 보니 아무래도 그런 듯 해서 목덜미에서 더 위로 나아가지 않고 대신 조심스레 세나의 몸을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평소랑은 다르게 빨간 색을 띄고 있는 귀에 대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만약에, 누나가 여기서 멈추길 원하면··· 그만할게."
"···"
"대신 그게 아니면··· 눈만 감아줘···"
귀에 와서 부서지는 내 숨결이 간지러웠던 것일까.
속삭일 때마다 눈동자와 함께 몸을 잘게 떨어대던 것도 잠시, 'Yes'와 'No'사이에 갇혀서 어쩔 줄 몰라하던 세나가 결국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꾹꾹 눌러 참고 있던 것을 폭발시키기에는.
아까 전부터 살짝 벌어져서 자꾸만 날 유혹해대던 분홍빛의 입술에다가 조심스레 내 입술을 꾸욱하고 눌렀다.
쪽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소리가 우리가 들어와있는 병실 안으로 메아리쳤다.
입에서 흘러나와 다시 귀를 통해 흘러들어오는 그 소리가 세나의 입장에서는 너무 자극적이었던 모양인지 쪽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출 때마다 살짝 벌어져있는 틈 사이로 꼴깍하고 침 삼키는 소리가 새어나와 내 입안으로 쑥 빨려들어왔다.
그게 무슨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보다 진득하게 세나의 입 안을 탐했다.
몇 시간 전부터 잔뜩 달궈놓기만 하고 풀어주지는 않았기 때문일까.
키스의 쾌감과 함께 차곡차곡 쌓이다가 그대로 잊혀져버린 것들이 서서히 되살아나기 시작했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혀끝으로 휘감기는 감촉이 뜨겁고 질척해졌다.
그 질척질척한 소리가 세나의 눈꼬리를 파르르 떨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민망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세나의 몸은 조금씩 날 향해 열리고 있었다.
평소 그랬던 것처럼 아랫쪽도 만져주길 원하는 걸까.
볕 아래에서 잘 마른 것이 바르작대는 소리와 함께 치마자락 아래로 뻗어나와있던 다리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후우··· 그, 누나? 팔 혹시라도 내가 몸으로 누르거나 그러면 안 되니까 내 등 위에다가 올려둘래?"
내 친절하기 짝이 없는 제안에도 세나는 눈꼬리만 파르르 떨어댈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혹시 정신이 없어 제대로 듣지 못한 걸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세나가 난간 부분에 어색하게 걸쳐놓았던 오른팔을 조심스레 들어올리더니 등대신 목을 둘렀다.
"읏···"
다친지 얼마 되지 않았다보니까 아직까지는 살짝 닿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상당한 것일까.
아까하고는 다른 느낌으로 눈가를 파르르 떨어대는데 걱정이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더라.
"괜찮아? 많이 아파?"
"벼, 별로···"
여자 자존심이 있지 내 앞에서 아프다고 징징대는 모습을 보일 수는 또 없었던 걸까.
답지 않게 눈썹 쪽에 힘을 줘가며 센척을 해대길래 피식 웃고는 속삭이듯 내뱉었다.
"아파도 조금만 참아··· 금방 안 아프게 해줄테니까."
"이까짓거··· 하, 하나도 안 아프거든?"
센척하는 모습마저도 귀엽게 느껴지는 건 본판의 영향일까 아니면 그새 내 눈에 콩깍지가 씌였기 때문일까.
둘 중에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입으로 내뱉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포옹이라도 하듯 포개고 있던 몸을 조심스레 밑으로 내렸다.
일단 티셔츠부터 걷어올렸다.
그리고는 지금 상황에서는 방해밖에 되지 않는, 하얀 레이스가 달린 예쁜 포장지를 벗겨냈다.
그러자 포장지 속에 답답하게 갇혀있던 것이 쏟아지듯 튀어나왔고,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을 손으로 슬며시 움켜쥐며 그 끝에 자리하고 있던 분홍빛의 열매를 입술을 이용해 조심스레 베어물었다.
"으읏···"
"아파?"
말랑말랑한 것 같으면서도 살짝 딱딱하기도 한 촉감이 인상적인 돌기를 입술에다가 머금은채 그리 물으니 세나가 슬쩍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 간지러워···"
"···지그믄?"
그래서 입술을 이용해 베어물고 있던 것을 혀로 가볍게 훑어주니 가슴과 맞닿아있던 세나의 배쪽으로 힘이 살짝 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읏···"
덕분에 살짝 탄탄해진 복부를 따라 손을 쭉 미끄러뜨렸다.
그렇게 치마를 위로 걷어올린 뒤, 여전히 팬티 속에서 또렷한 존재감을 발하고 있는 동그란 물건에 대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 노크했다.
"으으응···"
내가 유두를 핥아줄 때마다 헛숨을 들이키기 바쁘던 세나가 달콤하게 흐느끼며 몸을 잘게 떨어대기 시작한 건 그 직후였다.
"후우··· 누나?"
톡ㅡ
토독ㅡ
말랑말랑한 다른 부분과는 다르게 딱딱하기만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톡 두들길 떄마다 세나는 몸부림을 쳐댔다.
"누나?"
"그, 그거··· 하지마아···"
"알겠어. 그만할테니까··· 이거, 벗겨도 괜찮지?"
내 손길을 환영하기라도 하듯 그새 젖어들기 시작한 팬티를 손가락으로 꾸욱꾸욱 누르며 그리 물으니 어디선가 꿀꺽하고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더니ㅡ
"내, 내가···"
그래도 여자 자존심이 있는데 그것까지 내 손에 맡길 수는 없다는 듯 세나가 허둥지둥 몸을 일으켰다.
"내가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