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8화 〉1부 (228/315)



〈 228화 〉1부

10연승이면 최고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세나는 무려 9연승까지 찍는데 성공했지만 애석하게도 세나의 연승행렬은 거기서 멈춰버렸다.

열 번째 상대랍시고 등판한 이의 실력이 만만치 않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세나가 그 전까지 보여주던 집중력을 잃어버린  컸다.

아무래도 지켜보는 시선도, 세나 쪽을 찍는 카메라도 한두 개가 아니다보니까 의식이 될 수밖에는 없어서 일찌감치 리모컨의 전원버튼을 눌러놓은 상태였는데 세나 입장에서는 그게 언제 다시 켜질지 모른다 생각한건지 자꾸만 내쪽을 힐끔거렸으니까.

"아, 아쉽습니다. 유세나 참가자. 10연승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9연승에서 멈춰서고 마네요."

제일 흥미진진한 현장이 이쪽이었던 모양인지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듯한 캐스터의 멘트와 함께 부스에서 내려온 세나를 마중나갔다.

"으··· 진짜 아깝다. 누나."

동시에 그리 말하니 살짝 속상한지 입술을 꼭 깨물고 있던 세나가 이쪽을 향해 눈을 흘겼다.

그야 세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겠지.

어찌보면 본인이 패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단초를 제공한 이가 태평하게 아깝다는 소리나 지껄이고 있는 꼴일테니까.

"좀만 더 집중했으면 이겼을텐데."

흘겨보는 눈빛이 조금  따가워졌다.

"응? 왜?"

그래서 똑바로 눈을 맞추며 고개를 갸웃해보이니까 그제서야 눈빛을 고쳐보이더라.

물론, 그렇다고 여태까지 노려본 게 어디 가는 건 아니라서 살짝 벌이나 줄겸 잠시 로터 전원을 켰다.

그러자 웅웅웅웅하고 내게만 들릴 법한 자그마한 진동음과 함께 세나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읏···"

살짝 헛숨 들이키는 소리는 덤이었다.

"응? 갑자기 왜 그래? 혹시 어지러워?"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한 로터 때문에 놀랐는지 세나가 살짝 휘청거리는 틈을  잽싸게 그녀의 옆자리를 꿰찼다.

그리고는 부축하는 척 하면서 캠에는 보이지 않도록 등뒤로 살짝 허리를 더듬으니 처음에는 말랑말랑하던 것이 조금씩 굳어가는  느낄  있었다.

"이그··· 너무 집중해서 진이 빠졌나 보다. 어떻게 잠깐 쉴래?"

"아, 아냐···"

"아니기는 무슨··· 몸에 힘이 하나도 없구만. 그러지 말고 잠깐 대기실에서 좀 쉬자."

"그, 아무리 그래도···"

"점수 때문에 그래? 점수라면 내가 많이 벌어놨으니까 걱정하지마."

반박하는데 쓸 말을 찾을 수가 없었던 걸까.

세나가 눈썹을 살짝 찌푸린채 입술을 오물거렸다.

그것도 잠시, 드디어 쓸만한 것 하나를 떠올리는데 성공했는지 찌푸려져있던 눈썹이 살짝 펴졌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우리만 쉬고 있으면 시청자 분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

"흠,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네."

"그치···?"

"그러면 잠깐 쉬어도 되겠냐고 물어보지 뭐."

그리 말하고는 세나가 '어? 이게 아닌데···'하고 있는 틈을  세나의 액션캠과 내 손에 들린 액션캠에 대고 물었다.

"누나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서 그러는데 저희 대기실에서 잠깐 좀 쉬어도 될까요? 아, 물론 방송은 계속 켜놓을게요."

방송 끄고 쉬겠다는 것도 아니고, 방송 킨채로 잠깐 좀 쉬겠다는데 거기에 대고 기를 쓰고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시청자들도 동의했겠다 더는 거리낄 것이 없었기에 아까 잠깐 신세를 졌던 대기실로 향했다.

물론, 플랫폼  스태프를 찾아가 사정을 전해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까 비슷한 문제로 잠깐 자리를 비웠던 전적이 있기 때문일까.

플랫폼 측에서도 신경을 좀 써주더라.

"혹시 약같은  필요하시면 가져다 드릴까요?"

"필요해 누나?"

"···그 정도는 아니야."

그렇게 잠시 촬영현장을 벗어나 대기실로 들어왔다.

"캠은 계속 들고 있긴 좀 그러니까 일단 여기다가 둘게요."

그리고는 일단 세나를 소파 위에 앉힌 뒤 적당한 위치에 나와 세나의 액션캠을 세팅해둔 뒤 다시 세나의 옆으로 돌아갔다.

뚜벅뚜벅하고 대기실 벽을 타고 울려퍼지는 발자국 소리가 부담스러웠던 걸까.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소파 위에 얌전히 자리를 잡고 앉아있던 세나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가는 걸 볼  있었다.

 반응이 꼭 자길 향해 다가오는 맹수를 보고 바짝 얼어버린 초식동물을 보는 듯해서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자, 누나, 여기 기대서 쉬어. 특별히 허락해줄게."

아무튼 그렇게 세나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은 뒤 어깨를 손으로 가볍게 툭툭 두들기며 그리 말하니 세나가 희한한 것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을 해보였다.

당혹스럽게 만들 때는 언제고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스윗하게 나오니까 당황한 걸까.

"기껏 머리까지 예쁘게 세팅해놨는데 누워서 쉬면  흐트러져버릴 거 아냐."

그러니까 불편하더라도 이걸로 참으라는 뜻으로 그리 말했더니만 잠시 주저하던 세나가 이내 내게 몸을 기댔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ㅡ

"읏···?!"

치마 속으로 손을 슥 밀어넣었다.

물론, 액션캠에는 절대 보이지 않을 각도와 위치였다.

아까 캠을 내려놓을  어디까지 비치는지 확인했으니 틀림없겠지.

"쉿···"

그렇다고 소리까지 괜찮은 건 아니라서 오직 세나에게만 들리도록 최대한 작은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그러자 내가 손을 살짝살짝 움직일 때마다 오한이라도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어대던 세나가 이내 몸에 힘을 꽉 주기 시작했다.

"괜찮아? 감기 기운 있는  아냐?"

"괜, 괜찮아···"

"아침에는 멀쩡하더니만 갑자기 이러네···"

세나를 걱정해주는 척 하며 치마 속으로 밀어넣은 손을 움직여 부드러운 허벅지를 손으로 살살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이내 손을 웅크려서 꽉 움켜쥐니 세나의 몸이 다시 한 번 부르르 떨렸다.

"약이라도 먹어야 되는 거 아냐?"

"괜, 찮···"

그렇다길래 아예 로터 전원까지 켜주었다.

대기실이라고 해도 촬영현장하고 굉장히 가까운 곳에 위치해있는 탓에 그쪽의 소란이 고스란히 전해져오고 있어서 소리가 흘러들어갈 걱정같은 건 애초에 할 필요가 없었다.

설정해둔 강도도 5단계 중에 제일 낮은 최하였고.

물론, 그것만으로도 세나는 허벅지를 부들부들 떨 정도로 어쩔 줄 몰라했다.

그렇게 우리 둘을 찍고 있는 카메라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팬티로 덮인 세나의 보지를 손가락으로 툭툭 쳐주면서 은근히 그녀의 몸을 달구다가 깊숙하게 밀어넣고 있던 손을 슥 빼냈다.

"어떻게 이제 좀 괜찮아 누나?"

그리고는 세나를 걱정해주는 척을 하면서ㅡ

"나 먼저 화장실 쪽에 가 있을테니까 적당히 따라나와. 누나."

입모양조차 보이지 않도록 액션캠쪽을 등진채 오직 세나에게만 들리도록 그리 속삭였다.

"으, 응."

"그러면 나 잠깐 화장실  다녀올테니까 쉬고 있어."

그렇게 대기실을 빠져나오고 얼마나 지났을까.

참으로 안타깝게도 저번에 들렸을 때하고는 다르게 화장실 쪽에는 이미 선객이 있어서 대신 화장실로 이어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는 비상계단 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무슨 핑계를 댔는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엉거주춤하게 걸어오는 세나를 비상계단 쪽으로 끌어들였다.

"자, 잠깐···"

"쉿."

당황한 세나를 조용히 시키고는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흐읍···"

살짝 억눌린채로 내뱉어진 흐느낌이 혀와 혀가 끈적하게 뒤섞이는 소리 사이로 자연스레 섞여들었다.

그런 식으로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은근히 세나의 몸을 달궈주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만 그러고 있으니까 주최 측에서도 날 도와주더라.

미니게임이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특히나 풍선 터뜨리기 게임을  때가 가장 좋았다.

게임을 핑계로 세나의 몸을 몇 번이고 부서져라 껴안을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노력한 결과가 지금 내 눈앞에 있었다.

발그레하니 홍조를 머금고 있는 얼굴.

사실 거기까지는 그리 특별할게 없었다.

그 부분이야 아까도 그랬으니까.

중요한  역시 마음의 창이라 할 수 있는 눈이었다.

평소에는  총명한 빛을 띄고 있던 눈동자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잔뜩 달아올라 흐릿하게 물들어 있었다.

흔히 말하는 발정난 눈이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아까부터 아무 것도  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하고 있는데도 세나의 입에서는 거칠기 짝이 없는 숨소리가 연달아서 터져나오고 있었다.


제 딴에는 나름대로 티를 안 내보겠다고 나눠서 내뱉고 있기는 한데 내가 볼 때는 그것 때문에 더 티가 나는 것 같았다.

'다 됐네···'

그야말로 쌀이 익어서 밥이 다 됐다고 할 수 있는 상황.

그렇지만 기다려야만 했다.

손에 들려있는 것 때문에라도 적당한 때가 오기만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리고 그 때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왔다.

"자! 그럼 잠시 식사들 하시고 2부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스트리머들을 데려다놓고 하루종일 쫄쫄 굶길 수는 없다 생각한 건지 스태프 중 한 명이 우렁찬 목소리로 그리 외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행 측에서 나온 이가 나와 세나가 들고 있던 액션캠을 회수해갔다.

이때 배터리를 갈 거라나 어쨌다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식 방송 채널과 이어져있던 카메라까지 꺼지고 나니 꽤나 많은 이들이 나와 세나를 찾아왔다.

"야! 유세나! 같이 먹자!"

"세오님, 아까 못 다한 이야기 이 틈에 마저 하실까요?"

물론, 두 부류 모두 적당한 핑계를 대서 돌려보냈다.

지금은 태연하게 밥이나 먹고 이야기나 나누고 있을 때가 아니었으니까.

쉬는 시간이라고 해도 오래 끊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주어진 시간이라고 해봐야 이런저런 시간을 다 포함시켜도 꼴랑 40분 정도 뿐이었고, 그러니 조금이라도 더 빨리 움직여야만 했다.

그런 상황에서 딱봐도 어디 한 군데 아픈 것 같은 세나의 몰골은 아주 좋은 변명거리가 되어주었다.

세나는 컨디션이  좋다는 핑계로, 나는 그런 세나를 돌봐야한다는 핑계로 사람들 틈에서 벗어났고··· 그렇게 대기실로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잔뜩 달궈진 몸을 하고서 참는 게 그리도 힘들었던 것일까.

"흐으, 흐우읏···♡"

 몸에 찰싹 달라붙어서 적극적으로 내 입안을 탐하기 시작한 세나가 연신 달콤한 소리를 흘려댔다.

시도때도 없이 몸을 흠칫흠칫 거리는 건 덤이었다.

"후우···"

그렇게 세나와 진득하게 입을 맞추다가 슬그머니 몸을 떨어뜨리니 그러기 무섭게 뜨겁게 달아오른 시선이 얼굴로 푸욱하고 박혀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더니  몸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진득하게 훑어대더라.

잠깐동안 키스한 걸로는 내 손에 의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세나의 몸을 어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걸까.

여전히 흐릿한 눈동자를 하고 있는 세나를 향해 손을 뻗어 그녀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꽉 끌어안은 채로ㅡ

"후우··· 나랑, 하고 싶어 누나?"


벌겋게 달아오른 귀에 대고서 그리 속삭였다.

흠칫하고  안에 갇혀있던 몸이 크게 경련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한  속삭였다.

"난 누나랑 하고 싶은데···"

일부러 슬쩍 말꼬리를 늘어뜨리면서 뜸을 들이다가 끝에 가서 일부러 힘을 주어 짧게 내뱉었다.

"ㅡ할래? 섹스?"

흐릿하던 눈동자가 살짝이지만 커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세나에게서 몸을 떨어뜨렸다.



"남자화장실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하고 싶으면 와."



몸을 떨어뜨리면서ㅡ

"그렇다고 망설이다가 너무 늦게 오지는 말고,  10분만 기다릴 거니까···"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문 세 번 두들기는  신호니까 기억하고."

속삭여서 알려주었다.

미리 생각해두었던 신호를.

세나가 잘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말까지 해버린 이상 계속 그곳에 있을 수는 없었기에 그대로 대기실을 빠져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아무래도 스태프도 그렇고 참가자도 그렇고 태반이 여성이다보니까 여자 화장실과 살짝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남자 화장실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한적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안쪽도 이용하는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없이 텅 비어있었고.

덕분에 칸도 골라서 들어갈  있었다.

그렇게 세나에게 일러주었던대로 화장실 칸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니ㅡ

자박···

얼마 지나지 않아 작게 발자국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진 것은ㅡ

똑똑똑···

문을 정확히 세  두들기는 소리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