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5화 〉1부
그래도 시간이 꽤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외로 금방 촬영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까운 것도 가까운 거지만 아무래도 시간대가 평일 낮 시간대다 보니까 도로가 아주 그냥 쾌적하더라.
덕분에 중간에 막히거나 그러는 법 없이 씽씽 내달려서 촬영장소 근처에 도착한 순간, 그런 우릴 반겨준 것은 생각치도 못했던 장소였다.
'여기서··· 찍겠다고?'
대규모 촬영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점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는데··· 설마 실내 체육관 하나를 통째로 대관했을 줄이야.
"이야··· 진짜 이 악물고 준비했나 본데?"
덕분에 그런 말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더라.
적어도 난 그랬는데 답이 없는 걸 보면 세나는 또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누나?"
차야 진작에 주차를 끝낸 상태건만 여전히 핸들을 양손으로 꼬옥하고 움켜쥐고 있는 세나의 모습에 의아한 목소리를 내서 그녀를 부르니 그러기 무섭게 가녀린 어깨가 흠칫하고 튀어올랐다.
"으, 응?"
그러더니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된 것이 대답이랍시고 돌아오더라.
데록데록 굴러가는 눈동자.
혹시라도 내가 말을 무시당한 것 때문에 화가 나진 않았을지 아주 그냥 면밀하게 살피고 있는 세나의 모습에 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나는 알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세나가 내 행동 하나하나에 저토록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안 내릴 거야?"
"내, 내려야지."
그렇지만 일단은 모르는 척 하며 차에서 내렸는데 어째 뒤따르는 소리가 없었다.
그래서 차 옆을 빙 돌아서 운전석 쪽의 창문을 똑똑 두들기니 그제서야 마지못해 차에서 내리더라.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냥 들어가면 되는 건가?"
"그으, 그렇지 않을까?"
"그래? 그러면 일단 들어가자."
그리 말하고는 세나를 옆에 단채 체육관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는데 지극히 멀쩡한 나와는 달리 옆에서 걷는 세나의 걸음걸이는 엉거주춤하기 짝이 없었다.
어기적어기적댄다고 해야할까.
거기에 치마 길이가 신경쓰여 죽겠다는 것처럼 자꾸만 치마자락을 손으로 잡고 밑으로 꾹꾹 잡아당기는데 그 모습을 보다 못해 세나 쪽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누나."
"으, 응?!"
움찔하고 크게 떨리는 몸.
그 모습이 꼭 호랑이같은 맹수의 울음소리라도 들은 토끼를 생각나게 해서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실소가 나올 뻔 했지만 꾹 참고 기존의 표정을 유지했다.
유지한채로ㅡ
"너무 티내는 거 아니야?"
그새 또 굳어버린 세나를 향해 바짝 다가서며 그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러자 또 몸을 움찔하고 떨어대더라.
"무, 무슨···"
"그렇잖아. 걷는 것도 그렇고··· 자꾸 치마 잡아당기는 것도 그렇고···"
그런 것들을 동시에 펼치고 있는 세나의 모습은 누가봐도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니 어지간히 눈치가 없는 게 아니고서야 보자마자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챌테지.
그래서야 기껏 정조대를 포기해준 보람이 없지 않겠는가.
"이럴 거면 차라리 그냥 보지에다가 뭐 붙여놓고 있다고 써붙이고 다니지 그래?"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본인의 행동이나 몸짓같은게 어색하게 느껴지긴 했던 걸까.
세나는 입을 꾹 다문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당근을 주는 마음으로다가 살짝 고개를 수그리고 있는 그녀의 귀에 대고 은밀하게 속삭였다.
"그리고··· 그렇게 예쁘게 입어놓고 그러니까··· 주머니 안에 넣어둔 거 자꾸만 눌러보고 싶어지잖아."
무엇을 말하는지 세나가 모를 리 없었다.
집을 출발하기 전에 한 번 맛보여줬으니 더욱 그렇겠지.
"···눌러도 돼?"
그래서일까.
은근한 목소리로 그리 묻기 무섭게 세나의 얼굴이 확 달아오르더니 그녀가 격렬하게 도리질을 쳐대기 시작했다.
하긴, 그렇겠지.
당장이야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을 뿐더러 사방이 아주 그냥 탁 트여있는 상태니까.
"그러면 앞으로는 티내지 않고 잘 할 수 있지?"
"으, 응···"
그런 식으로 으름장을 놓은 건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여전히 어색하기는 했지만 전과 비교하면 확 티가 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다만 얼굴에서 홍조가 가시지 않는 게 좀 마음에 걸리긴 했는데··· 그거야 뭐 감기기운이 있다는 식으로 대충 둘러대면 되겠지.
아무튼 그렇게 한결 자연스럽게 변한 세나를 데리고 체육관 안으로 입장했다.
이런저런 절차를 거쳐서 입장하게 된 체육관 안을 말 그대로 별세계였다.
그리고 사람도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물론, 그렇게 보이는 이들 중에 태반이 스태프 명찰을 걸고 있긴 했지만.
딱봐도 다들 어마어마하게 바빠보여서 일단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구석으로 빠졌다.
"음··· 어떻게 아는 사람 좀 보여?"
"그, 잠깐만 연락 좀 해볼게."
그리고 몇 분이나 지났을까.
촬영 준비에 한창인 현장을 뚫고서 다른 이들과는 색부터 다른 특별한 명찰을 목에 대롱대롱 걸고 있는 여자 하나가 뿅하고 튀어나왔다.
그러더니 일단 대기실에서 기다려 달라며 그쪽으로 안내해주더라.
말이 대기실이지 체육관이 딸려있는 자그마한 동아리실같은 걸 개조한 곳이었지만.
그래도 뭐, 있을 건 다 있더라.
나중에는 숍에서 나왔다는 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와서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기도 했고.
그렇게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고 나니 안 그래도 예쁘고 귀엽던 세나의 얼굴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돌려보내기까지 해야했던 나와는 다르게 그리 오래 시달린 것 같지도 않은데 그렇더라.
특히 평소보다 더 윤기가 도는 입술이 자꾸만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식으로 소파 위에 힘없이 늘어진채 달라진 세나의 자태를 감상하고 있으려니 이제 촬영 시작한다며 보랏빛 명찰을 목에 단 스태프가 우릴 부르러 왔다.
"일단 여기서 대기하고 계시면 캐스터분이 호명해주실 거거든요? 그때 저쪽 통로로 나가셔서···"
많이 바쁜 모양인지 설명을 끝마치자마자 다시 어딘가로 쪼르르 달려가는 스태프를 대신해 우리 앞으로 등장한 건 세나에게는 익숙하고 내게는 낯선 이들이었다.
"이열 유세나."
"오늘 쫌 살아있다?"
오른쪽 눈 아래 작게 찍혀있는 눈물점이 왠지 모르게 시선을 잡아끄는 나른해보이는 인상을 가진 장신의 미녀와 왠지 세나만큼이나 잘 깝죽거릴 것 같은 쬐끄만한 키의 여성.
많이 친한 모양인지 실실 웃으면서 다가오다가 한 발 늦게 세나 뒤에 서 있는 날 발견한 둘의 표정이 단숨에 어색하게 변했다.
"그···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세나만 있는 줄 알고 평소처럼 행동했다가 날 발견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한 척을 하려는 것이 어색하기 그지없어서 절로 실소를 불러일으켰지만 일단 저쪽에서 먼저 인사를 해온만큼 그걸 그대로 돌려주고자 둘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보였다.
"안녕하세요. 누나 친구 분들이신가 보네요."
동시에 살짝 미소를 곁들여봤더니 키가 큰 쪽하고 작은 쪽 모두 얼굴을 확 붉히더라.
"그, 세, 세오님 방송 평소에 잘 보고 있습니닷···!"
그러더니 의외로 작은 쪽이 먼저 나서서 물꼬를 트더라.
많이 긴장했는지 마지막에 가서 살짝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내긴 했지만.
"으으···"
긴장한 나머지 혀라도 씹은 것일까.
표정을 찡그리며 아파 죽겠다는 티를 팍팍 내길래 괜찮냐고 걱정을 해주니까 그 다음부터는 쉬웠다.
세나라는 공통분모가 있는만큼 세나를 잘근잘근 씹는 걸로 충분히 대화가 됐으니까.
"그러니까요!"
"그쵸? 저만 그런 거 아니죠?"
딱봐도 세나하고 많이 친해보여서 어디까지나 접대하는 마음으로 그랬던 것인데 세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등뒤에서부터 옷깃을 꾹꾹 잡아당기는 손길이 느껴지길래 누가봐도 범인일게 틀림없을 세나 쪽을 바라보니 입술이 평소보다 삐죽하고 튀어나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설마 다른 여자들하고 이야기 좀 했다고 질투라도 하는 걸까.
아니면 자기 보지에다가 그런 것까지 붙여놓은 주제에 다른 여자한테 관심을 쏟는 게 못마땅하기라도 했나?
둘 중에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 어색해하고 안절부절 못했었냐는 듯 불퉁해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세나를 보니까 묘하게 꼴려서ㅡ
"뭐야, 유세나. 동생이라고 관리하는 거야 지금?"
"뭔 소리야. 관리를 하긴 누가 했다고옷ㅡ?!"
더 참지 못하고 그만 저질러 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맞은 편에 서 있는 저 둘한테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다른 소리들 때문에 들리지 않겠지.
웅웅하고 아주 작게 울려퍼지는 이 자그마한 진동음이 말이다.
"세나야?"
"갑자기 왜 그래?"
그러니 저리 물을 수밖에.
둘의 입장에서는 바로 조금 전까지 멀쩡하게 잘만 이야기하던 사람이 갑자기 요상한 소리를 낸 꼴일테니 말이다.
물론, 세나는 둘의 물음에 쉬이 답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녀는 아래서부터 올라오는 쾌감만으로도 충분히 견디기 힘들테니까.
그 증거로 강도가 고작 1단밖에 안 되는데도 세나의 몸은 벌써부터 쾌감으로 흠칫흠칫 떨리고 있었다.
'역시 일부러 애매한 위치에다가 붙여놓길 잘했네···'
말해 무엇하랴.
세나는 지금 밑에 무선 로터를 붙이고 있는 상태였다.
'원래는 클리쪽에다가 붙이는 게 국룰이지만···'
그러자니 뭔가 좀 식상하게 느껴져서 일부러 클리와 요도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도록 애매한 위치에다가 붙여놓았던 게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 고작 1단인데도 저 정도인데 단번에 최고 강도까지 올려버리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지만 치마 끝자락을 꽉 움켜쥔 채 그것을 꾹꾹 잡아당기는 세나의 모습이 보기 안쓰러워서 일단은 전원을 꺼주었다.
"혀, 혀 씹허서···"
"아, 뭐야. 난 또···"
"갑자기 이상한 소리내서 어디 아프기라도 한 줄 알고 놀랐잖아."
그렇게 세나가 한숨 돌리는 틈을 타서 잽싸게 세나를 향해 접근했다.
"괜찮아 누나? 세게 씹었어?"
그리고는 세나를 걱정해주는 척을 하며 맞은 편에 서 있는 두 여자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등 뒤로 세나의 엉덩이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얇은 천 위로 느껴지는 내 손길 때문일까.
세나가 다시 한 번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그정도는 아니야···"
"아니기는··· 몸을 이렇게 떠는데···"
"괜찮, 괜찮다니까···"
"그러지말고 뭐 약같은 거라도 바르는 게 좋지 않겠어? 아니면 잠깐 화장실에 들려서 괜찮은지 확인이라도 하든지."
그리 말하며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리모컨의 제일 커다란 버튼을 다시 한 번 꾹 눌렀다.
"정말 괜찮···!"
그러자 내 말에 손까지 휘휘 저어가며 사양을 표하던 세나의 몸이 다시 한 번 흠칫하고 튀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했다.
세나를 향해 걱정을 표하던 맞은 편의 두 여자가 내 편으로 돌아서서 내 의견에 힘을 보태도록 만들기에는.
"그래, 세나야. 정 그러면 화장실에 가서 확인이라도 좀 해봐."
"맞아. 언니."
"이, 이제 들어가야 되는데···"
"지금 그게 문제니. 사정이야 우리가 알아서 말해둘테니까 얼른 갔다와."
무려 친구들까지 내 편을 드는 상황에서 세나가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었다.
그렇기에 등 떠밀리듯 나와 함께 화장실로 향할 수밖에는 없었고··· 아직 로터가 선물해준 쾌감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살짝 위태로운 걸음걸이를 선보이는 그녀와 함께 화장실 앞에 도착한 순간 화장실 안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그녀를 화장실 칸 안으로 밀어붙였다.
"흐읍···?!"
설마 이런 곳에서 입맞춤을 당할 줄은 몰랐는지 헛숨 들이키는 소리와 함께 세나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혀로 열심히 그녀의 입 안을 훑으면서 짤막한 치마 안으로 손을 쑥 밀어넣었다.
그렇게 확인한 치마 속은··· 젖어있었다.
그 잠깐 사이에 애액이 허벅지까지 흘러내릴 정도로 축축하고 뜨겁게 젖어있었다.
"후우··· 젖었네? 친구들 앞에서 클리랑 요도 자극당하면서 느낀 거야?"
"으, 흐으···"
"벌써부터 이렇게 야한 냄새를 풀풀 풍기기나 하고···"
보지에다가 붙여놓은 로터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겨주니 그럴 때마다 세나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이러다가 보지에 이런 거 붙여놓고 있다는 거 다른 사람들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응?"
닦아도 닦아도 자꾸만 애액이 흘러내렸다.
"아니면 혹시··· 들키길 원해?"
그 사실이 민망했는지 아니면 내 말 때문인지는 몰라도 세나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확 달아올랐다.
"누나가 동생한테 이런 거나 당하면서 질질 싸는 씹변태년이라는 거 사람들한테 들키고 싶은 거야?"
"···아, 아냐!"
"아니기는 무슨··· 그럼 왜 보지에서 계속 질질 싸고 있는 건데?"
할 말이 없었던 걸까.
세나가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듯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게 시선을 밑으로 내리 깔고 있는 그녀의 귀에 대고 후우하고 바람을 불어넣은 뒤 세나가 몸을 부르르 떠는 틈을 타 달콤한 목소리를 내어 속삭였다.
"그래도··· 뭐 걱정하지마. 혹시 누나가 그런 변태라는거 사람들한테 들키더라도 내가 누나 책임져줄테니까."
내 말에 세나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홱 치켜들었다.
많이 놀랐는지 평소보다 더 동그랗고 커다란 눈동자.
그것과 똑바로 눈을 맞춘 채 세나를 향해 싱긋하고 웃어보였다.
"들키면 내가 누나 책임질게."
"···"
"ㅡ평생."
그렇게··· 로터와 함께하는 공식방송의 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