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0화 〉1부
'어지러워···'
심장 뛰는 게 너무 빨랐다.
어느 정도냐면 옛날에 시청자들의 도발에 넘어가 44시간 연속 켠왕을 때리고 난 다음 자러가기 전에 볼일이나 좀 보려고 화장실에 들렸다가 기립성 저혈압이 와서 기절할 뻔 했을 때보다도 더··· 빨랐다.
그래서 정신을 차릴 수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도 없었다.
빠르게 뛰고 있을 뿐만 아니라 크기까지 해서 더 그랬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 해봐도 뭔지 모를 것으로 묶여버린 몸은 살짝 움찔거리는 것 외의 움직임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목이 탔다.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보이는 것이 없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당혹스러운데 사실상 유일한 탐지수단이나 다름없었던 귀까지 먹통이 되어버리니 주변의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유한이 뭘 하려고 하는지 뭘 하고 있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그게 두려웠다.
알고 당해도 두려운데 이제는 알지도 못한다고 생각하니 더 그랬다.
부스럭··· 부스럭···
오직 적막만이 가득하던 귓속으로 마이크가 접촉불량일 때나 날법한 소리가 흘러들어오기 시작한 건 언제 뭐가 시작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몸이 조금씩 젖어들어가던 와중이었다.
그리고 그 부스럭대는 소리 뒤로 이어진 건ㅡ
툭툭-
"아아, 어떻게··· 잘 들려 누나?"
마이크 머리 부분을 두들기는 듯한 소리와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였다.
익숙할 수밖에 없는 유한의 목소리, 그것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한 건 평소랑은 다르게 중간에 뭔가를 걸쳐서 들려오기 때문이겠지.
익숙함과 낯설음을 한 몸에 품고 있는 모순적인 것이 푹 눌러쓴 헤드셋을 통해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그게 어느 한쪽을 차별하지 않고 양쪽으로 고르게 나뉘어서 들려서 꼭 유한이 두 명으로 불어나 양옆에서 귀에 대고 속삭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게··· 너무 이상했다.
"흣···"
그렇기에 눈치챌 수밖에는 없었다.
지금 자신에게 유한의 목소리를 전해주고 있는 것들의 정체를.
머리에 눌러씌워진 헤드셋은 아마 유한에게 선물해준 것일 것이고··· 그것과 연결된 마이크는 저번에 더 좋은 마이크가 필요하다고 해서 구해다준 물건이겠지.
설마 그것들을 이런 식으로 돌려받게될 줄 그 누가 알았으랴.
알았다면 절대 이런 걸 선물해주지 않았을 거다.
"움찔대는 거 보니까 잘 들리나 보네?"
"그, 그만···"
유한이 들어줄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간절하게 말하면 마음이 약해져서 들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다급하게 말을 걸어봤다.
그러자 대답대신 돌아온 건··· 엉덩이를 살살살살 쓰다듬는 손길과 그러면서 나는 소리였다.
스으으윽ㅡ 스으윽ㅡ
기분이 이상했다.
유한의 손이 엉덩이를 스치면서 나는 소리가 너무나도 또렷해서 유한의 손이 자신의 엉덩이를 더듬는 모습이 직접 보기라도 한 것처럼 선명하게 머릿속으로 그려졌으니까.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마 누나. 기분 좋게 해주려는 거니까."
그럴 리 없건만 헤드셋을 통해 귓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유한의 목소리가 뜨겁게 느껴졌다.
뜨거워서 어느새 그것으로 가득 차버린 몸이 그 온도에 맞춰서 제멋대로 달아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동안··· 힘들었지?"
"안, 흐윽, 안 힘들었어··· 하나도 안 힘들었으니까아···"
"거짓말."
단호하고 서늘한 목소리가 말문을 턱 막히게 했다.
"내가 한 번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관리한다고 너무 바짝 조이기만 한 것 같더라고."
"···"
"그 왜, 다이어트 할 때도 가끔가다 하루씩 치팅데이니 뭐니 하면서 맛있는 거 먹고 그러잖아? 그러니까 오늘은ㅡ"
후우하고 짧게 내뱉어진 숨결이, 아니 숨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누나를 위한 치팅데이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즐겨."
마치 소리가 액체로 변해서 혈관을 타고 쭉 내달리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순식간에 온몸으로 번져나가 몸 전체를 오싹오싹거리게 만드는 그 소리에 몸을 파르르 떨고 있으려니 살짝이지만 웃음기가 담겨있는 목소리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잔뜩··· 기분좋게 해줄테니까."
툭툭ㅡ
예의 그 마이크 머리 부분을 두들기는 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퍼졌다.
마치··· 공연을 앞두고서 마이크 상태를 점검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 소리 뒤로 따라붙은 것은··· 살짝이지만 숨소리가 섞여있는 끈적끈적하고 질척질척한 소리였다.
쯔어업···♡
"후우··· 누나, 무슨 소린지 알겠어···?"
모를 리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얼마 전까지 몸 안으로, 머릿속으로 잔뜩 울려퍼지던 소리였으니까.
침으로 잔뜩 젖은 혀가 움직일 때나 나는 소리.
유한은 그것을 자신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지금부터 이걸로··· 누나 몸, 잔뜩 핥아줄테니까···"
조금씩 유한의 목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마이크 앞을 떠나서 어딘가로 향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걸로 잘 듣고 있어···?"
그리고 조금씩 멀어지던 것이 멈춘 순간, 그 뒤로 따라붙은 건 뜨겁고도 축축한 것이 엉덩이 위를 부드럽게 노니는 감촉이었다.
츠으윽··· 츠윽···
마이크를 엉덩이 쪽으로 바짝 가져다대기라도 한 것일까.
엉덩이 쪽 피부를 혀로 핥아지는 소리가 너무나도 또렷했다.
그래서 기분이 이상했다.
맘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두 귀를 틀어막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허나 일찌감치 묶여버린 손은 그것마저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얌전히 그 소리를 듣고 있을 수밖에는 없었다.
"후우···"
이따금씩 내뱉어지는 숨소리 외에는 온통 혀가 움직이면서 나는 끈적끈적하고 습한 소리들 뿐이라서 어느새 그것으로 가득 차버린 머리가 제멋대로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유한의 혀가 움직였다.
외곽에서 중앙으로, 중앙에서 은밀한 곳으로.
시각과 청각을 대신하기 위해 날카롭게 벼려진 촉각과 계속해서 울려퍼지는 소리가 하나로 합쳐지니 그러기 싫어도 자꾸만 스스로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틀림없이 그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흐으윽···"
배 안쪽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질구 쪽에서 뭔가가 울컥하고 새어나왔던 건.
새어나온 것이 균열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느낌이 너무나도 선명해서 보이는 것도 없건만 눈앞이 아득해지는 느낌이었다.
수치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 애액이나 질질 흘릴 정도로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스럽고 민망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수치심에 젖어가면 젖어갈수록 아랫쪽에서 자꾸만 뭔가가 새어나와 흘러내렸다.
"정말··· 아직 이쪽은 핥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질질 싸대기나 하고 말이야···"
그리고 그 모습을 발견하고서 내뱉어진 유한의 감상이 활활 타오르던 수치심에다가 기름을 끼얹었다.
"흐으, 흐윽···"
"그쪽은 좀 천천히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오늘은 누나를 위한 날이니까···"
허벅지와 엉덩이 경계 사이에서 느껴지던 기척이 스윽하는 소리를 내며 멀어졌다.
멀어지다가ㅡ
"후우···"
뜨거운 숨결과 함께 재등장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유한의 입장에서는 그저 가볍게 입김을 분 것 뿐인데··· 보지에서 뭔가가 왈칵하고 터져나올 정도로 날카로운 쾌감이 몸을 타고 팍 치솟았으니까.
"남동생이 빨아준다고 하니까 이렇게 군침을 질질 흘리기나 하고 말이야··· 이런 씹변태 보지는···"
'안 돼···'
"잔뜩 빨아서 혼내줘야지."
츠윽ㅡ
혀로 추정되는 것이 끈적하고 습한 소리를 내며 내뻗어지는 소리가 기이할 정도로 또렷하게 들렸다.
찔꺼억···♡
그리고 그것이··· 보지에 살짝 닿는 소리도 그랬다.
그리고 그것들은 말 그대로 시작에 불과했다.
타액과 애액이 끈적하게 뒤섞이며 나는 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질 때마다 날카롭게 벼려진 쾌감이 뇌를 푹푹 찔러댔다.
쾌감으로 머릿속을 난도질 당하는 기분이었다.
"으으읏···! 읏···!"
말 그대로 쾌감이 머릿속으로, 몸으로 주입되고 있었다.
주입되는 것도 모자라 영영 잊지 못하게 해주겠다는 것처럼 깊숙하게 새겨지고 있었다.
유한의 혀가 손가락도 몇 번 넣어본 적 없는 구멍을 슬며시 벌리며 질 안으로 쑤욱하고 밀고 들어오더니 그 안을 맛이라도 보듯 진득하게 핥아댈 때까지만 하더라도 견딜만 했다.
견딜만 했는데ㅡ
"후움··· 쯉···"
클리토리스를 빨리기 시작한 순간 더는 견딜 수 없게 되어버렸다.
꼭··· 몸이 고장난 것 같았다.
빨릴 때마다, 빨리면서 나는 소리가 머릿속으로 울려퍼질 때마다 엉덩이 쪽에 제멋대로 힘이 들어가며 벌렁벌렁대는 구멍을 통해서 뭔가가 꿀럭꿀럭 쏟아졌다.
"어때···? 누나가 바라던대로 남동생한테 클리 빨리니까 좋아···?"
"헤, 흐··· 하, 하지마아···"
"이렇게 혀로 빙글빙글 돌리다가··· 입술로 '쮸웁'하고 빨아주는 거 기분 좋지?"
허나 진짜로 견디기 어려운 건 따로 있었다.
"그리고 여기도 이렇게 해주면···"
마치 사탕이라도 먹듯 클리토리스를 이리저리 가지고 놀던 유한의 혀가 균열을 따라 미끄러지는 게 느껴졌다.
그에 반사적으로 몸에 힘을 꽉 준 순간, 유한의 혀가 '그곳'을 건드렸다.
클리토리스와 질구 사이에 위치한 자그마한 구멍.
힘이 잔뜩 들어가서 뾰족하게 선 혀가 그것의 입구를 따라 빙글빙글 움직여댈 때마다 미칠 것 같았다.
"거기힛, 흐윽, 더러운 데햐···"
"왜? 아까 내가 물티슈로 깨끗하게 닦아줬잖아."
"그, 그래도오··· 힉···?! 자, 자꾸 할치마앗···"
맘 같아서는 몸이라도 어떻게 움츠려보고 싶었다.
그만큼 이상했으니까.
거긴··· 그렇게 핥아도 되는 구멍이 아니었다.
뭔가를 내보내는 용도로만 쓰이는 구멍을 유한의 혀가 톡톡 건드려댈 때마다, 그래서 이질적인 쾌감이 몸을 타고 울컥하고 솟구칠 때마다 정신이 이상해지는 느낌이었다.
질구나 클리토리스를 핥아질 때마다 쾌감을 느끼는 거야 참작의 여지가 있었다.
성감대를 남자가 핥아주는데 쾌감을 느끼지 않을 여자는 없을테니까.
하지만 거기는··· 요도는 아니었다.
그런 곳으로 느끼다니.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고 싶은데··· 그럴 때마다 귀신같이 이질적인 쾌감이 몸을 타고 팍 치솟으며 생각을 흐뜨려놓았다.
"누나 진짜 변태구나···? 오줌싸는 구멍 핥아지면서 이렇게 애액 잔뜩 싸댈 정도로 느끼기나 하고···"
그래서 헤드셋을 통해 들려오는 유한의 매도에도 차마 반박할 수가 없었다.
수치스럽고, 민망하고, 굴욕스러웠다.
그래서 고개를 푹 숙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불에 데기라도 한 것처럼 화끈거리는 이 얼굴을 유한으로부터 감출 방법이 없었으니까.
"동생한테 이런 곳까지 빨게 시키니까 좋냐? 이 씹변태년아?"
당혹스러운 사실은··· 그 와중에도 몸은 착실히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었다.
유한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거칠기 짝이 없는 말까지 들었음에도 여전히 몸은 식지 않고 계속해서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런 곳으로도 느껴버린다는 사실을 유한에게 들켜버린 게 수치스럽고, 자꾸만 흘러나오는 애액의 존재가 민망하고, 그 모습을 유한에게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굴욕스러운데도··· 보지는 끊임없이 젖어들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이 구멍이 그렇게 좋으면···"
측, 츠윽ㅡ
어느새 뻗어온 유한의 손이 요도 입구를 톡톡 건드려대는 게 느껴졌다.
그 마저도 쾌감이었다.
"특별히 여기도 관리해줄게."
그래서 몸을 파르르 떨고 있으려니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 헤드셋을 통해 흘러들어왔다.
···뭔가 부스럭대는 소리가 났다.
비닐 안에 들어있는 뭔가를 꺼내들 때나 날법한 그런 소리였다.
그러더니 끈적끈적한 무언가를 어디에 대고 펴바르는 듯한 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불안했다.
불안한데··· 보지는 또다시 애액을 왈칵 쏟아내며 기대를 하고 있었다.
"자아, 그럼 대충 준비도 끝난 것 같으니까···"
툭툭하고 엉덩이를 두들기는 손길이 느껴졌다.
그게 간호사가 몸에 주사를 놓기 전에 보이는 행동과 꼭 닮았다고 생각한 순간ㅡ
"세나 어린이? 주사 맞을 시간이에요."
"···에?"
매번 뭔가를 내보내기만 했지 받아들인 적은 한 번도 없는 구멍 안으로ㅡ
"히큭···?!"
가느다랗고 말랑딱딱한 감촉을 지닌 것이 천천히, 조심스럽게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