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9화 〉1부 (219/315)



〈 219화 〉1부

유한의 손가락 끝에 위태롭게 매달린채 요리조리 흔들리는 물건은 세나에게도  익숙한 물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전에 유한과 함께 방문했던 '그 가게'에서 정조대와 함께 구매한 물건 중 하나였으니까.

처음보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일까.


손가락 끝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안대의 모습이 꼭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자ㅡ"


평소와 크게 다를 게 없는 일상적인 목소리와 함께 안대가 내밀어졌다.


얼떨결에 그것을 건네받게된 순간 심장이 쿠웅하고 크게 뛰는 듯 했다.


아니, 실제로도 크게 뛰었다.

구매한 장소가 장소기 때문일까.

쓰고 있으면 빛이라고는 한 점도 들어오지 않을 것 처럼 생겨먹은 새까만 안대는 평범한 안대와는 구조 자체가 달랐다.

귀에 거는 방식이 보통이라서 쓴 사람이 벗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쉽게 벗을 수 있는 평범한 것들과는 다르게 이쪽은 귀에 거는  아니라 묶는 식이었으니까.


물론, 그렇다 쳐도  사람이 벗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벗을 수 있기는 할 거다.


벗을 수 있긴 할텐데··· 정말 그렇게 쉬울까?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에게 이걸 건네준 장본인이 그 꼴을 두 손 놓고 가만히 지켜볼 리가 없으니까.

허락도 없이 벗으려고 든다면?

필시 막으려고 들겠지.

그렇기에 그럴 처지가  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심 망설여질 수밖에는 없었다.

이걸 써버리면 그때는 정말로··· 유한에게 의존하는  말고는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게 두려웠다.


정확히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상황에서 무엇을 당하게 될지가 두려웠다.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게 기대감으로 젖어서 두근두근대는 심장의 박동이···


두려워해야할 상황에 두려워하지는 않고 기대나 하고 있다는 사실이···


고작 며칠 만에 스스로에게 일어난 변화가···


두려웠다.


마치 한 번 건너게 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에 퐁당 빠져서 물살을 따라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 표류의 끝이 닿아서는  되는 강의 반대편일지 아니면 원래 있던 자리일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망설여졌지만ㅡ

"누나?"


어느새 유한의 목소리에 착실하게 반응하게 되어버린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며 안대를 얼굴 쪽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천천히··· 아주 느릿하게··· 새까만 것이 시야를 채워갔다.

그리고 분명히 눈을 뜨고 있음에도 시야가 온통 칠흑으로 덧칠된 순간 스윽하고 손이 뻗어오는 소리가 났다.


"묶는 건 내가 해줄게."


그 말과 함께 귓쪽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 이내 안대와 연결되어 있던 끈을 바짝 잡아당겨 조였다.

덕분에 꺼끌꺼끌한 겉면에 비하면 한결 부드럽고 푹신푹신한 안대의 안감이 눈두덩을 꾸욱하고 짓누르는 느낌이 이상했다.

"자,  됐다!"


끈을 묶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끝났다.

걸린 시간을 보면 대충 묶은  같은데 정작 머리 옆쪽을 슬며시 짓누르기 시작한 끈으로부터 느껴지는  어지간해서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탄탄함과 단단함이었다.

그렇게 이제 유한의 허락 없이는 '본다'라는 숨쉬듯 자연스럽게 행해왔던 행동을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순간 심장이 쿠웅하고 떨어지며 그것이 펄떡펄떡 뛰어대기 시작했다.


뭔가를 한 것도, 뭔가를 당한 것도 아니건만 벌써부터 숨이 막 벅차올랐다.

동시에 뭔가 형용키 어려운 감각이 몸을 타고  번져나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감각을 뭐라고 표현할  있을까.


확실한 건··· 고작 눈만 가렸을 뿐임에도 몸이 평소보다 훨씬 민감해진 것 같다는 점이었다.


정확히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도록 되었다고 해야할까.


평소라면 그냥  듣고 흘러넘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자그마한 소리들이 몇 배나 커진 채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유한의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숨소리.

바깥에서부터 들이치는 바람에 창문이 덜컥덜컥 흔들리는 소리.

이따금씩 창문 틈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새가 짹짹 지저귀는 소리까지도 전부 평소보다  배는 커져있었다.


스윽ㅡ

그리고 유한의 손이 이쪽을 향해 뻗어오는 소리같은 것도 그랬다.

마치  바로 옆에서 울려퍼진 것처럼 들려온 그 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동시에  그래도 빠르게 뛰던 심장이 이제는 숫제 폭주를 해대고 있었다.

꼭 마치 몸 전체가 심장으로 변해버린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혹은 심장이 잘개 쪼개져서  전체로 퍼져나갔거나.


둘 중에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그걸 쉬이 주체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비를 할 수가 없었으니까.

평소처럼   있는 상태였다면?


유한의 손이 어디로 향하는 지를 확인하고 그에 맞춰 대비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눈이 가려지고 나니까··· 의지할 수 있는 건 이따금씩 나는 스윽하는 소리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아찔할 정도로 곤두 서 있는 피부의 감촉 뿐이었다.

어디를··· 만질 생각인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만질 거라면 차라리 빨리 만져줬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

이런 기분··· 너무 이상하니까.


어느새 세나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기 시작했을 때 유한은 그런 세나를 보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살짝 소리 좀 냈다고 안절부절 못하는 꼴이 꼴리기도 했고, 귀엽기도 했으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세나가 반응할 수밖에 없도록 써먹은 손은 그 어디하고도 닿지 않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지 오래였다.

'눈이  보이면 다른 감각이 민감해진다는  다 개구라인줄 알았는데···'


지금 세나의 모습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듯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조금이라도 소리를 냈다하면 저렇게 귀를 열심히 쫑긋댈 이유가 없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세나는 열심히 제 아랫입술을 괴롭혀대고 있었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입술 터질 때까지  그러고 있을 것 같아서 슬그머니 손을 뻗어 평소보다 살짝 부풀어오른  같은 아랫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꾸욱 눌러주었다.

평소 하던 것에 비하면 사소하기 그지없는, 스킨십 축에도 못 드는 접촉에도 세나는 작게 숨을 들이켜가며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읏···"


"입술, 함부로 깨물지마. 나한테 관리당하기로 한 시점에서 누나 몸은 누나께 아니라 내꺼니까. 무슨 뜻인지 알겠어?"

"알, 겠어···"


황급히 고개를 끄덕여대길래 누르고 있던 입술을 살짝 문지르다가 그대로 손가락을 떼어내니 딱딱하게 굳어있던 세나의 몸에서 살짝이지만 긴장이 빠져나갔다.


"그런데 있잖아 누나··· 그거 알아?"


"···으, 응?"


"이렇게 안대 씌워놓으니까··· 누나 되게 야해보여."


그것만큼은 진심이었다.

새하얀 피부를 가진 세나한테 새까만 안대를 씌워놓은 것만으로도 뭔가 평소하고는 느낌이 좀 많이 달랐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귀에 대고 속삭여주었더니만 세나가 잘게 몸을 떨어댔다.

"하, 하지마아···"


"뭘?"

"그으, 그거···"

그게 대체 뭘까.

진심으로 알 수가 없어서 평소보다 더 꼿꼿하게 서 있는 유두를 향해 손을 뻗어 그것을 손가락으로 툭툭 쳐올렸다.

"그게 뭔데?"

"흐우··· 읏···"

"그나저나 누나 내가 어디서 주워들은 건데··· 사람은 눈이 안 보이게 되면은 다른 감각이 상대적으로 민감해진다고 하더라."

내가 무슨 의도로 그리 말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던 걸까.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을 실천하기라도 하듯 세나는 섣부르게 대답하는 대신 입을 꾹 다문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그녀를 향해 물었다.

"어때? 평소보다 민감한 것 같아?"


솔직히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답이 되기에는 충분했지만··· 알고서도 그리 물었다.

그만큼 세나가 내놓을 대답이 궁금했으니까.

기대가 되기도 했고.

"모, 몰라··· 모르, 흐, 모르겠어···"


"모르겠어? 진짜?"


계속해서 도리질을 쳐대길래 그럼 한 번 확인해보라는 의미에서 세나의 가슴을 향해 입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꼿꼿하게 자기주장을 하고 있는 진한 분홍빛의 유두를 혀로 쭉 핥아올리니ㅡ

"흐으윽···?!"

그것만으로도 세나의 허리가 격하게 펄떡거렸다.


허리를 앞뒤로 흔들어가며 엉덩이 쪽을 움찔움찔하고 떨어대는데 그럴 때마다 세나의 몸을 떠받치는데 쓰고 있던 허벅지가 정체모를 액체로 조금씩 젖어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 하지마아···"

"평소보다 민감한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면서?"


"이, 이제 알겠, 알았으니까아···"

손까지 파닥파닥하면서 꽤나 다급한 몸짓을 해보이길래 일단은 멈춰줬다.

어차피 꼴랑 안대하나만 씌워놓고 끝낼 생각은 없었으니까.

"이리와."

세나의 손을 잡아당겨 그녀를 침대 끄트머리가 아닌 가운데 쪽으로 이끌었다.

그리고는 그 위에 엎드리도록 만들었다.

물론, 중간중간에 직접 손을 대서 자세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고쳐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하여 완성된 포즈는··· 쉽게 말해서 누군가를 상대로 절이라도 하는 듯한 그런 자세였다.


다른 이도 아니고 내 앞에서 몸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그런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게 그리도 수치스럽고 민망했던 것일까.

침대 위에 바짝 엎드린 세나의 몸 곳곳에는 어느새 붉은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그거 알아 누나? 그렇게 엎드리고 있으니까···"

다른 무엇보다도 뒷쪽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예술이었다.

 다물어진 보지와 살짝 분홍빛이 도는 항문이 보기 좋게 살집이 붙은 엉덩이 사이로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으니까.


안대에 가로막혀서 뭔가를  수가 없는 상황임에도 내 시선이 자신의 은밀한 구멍  개를 쭉 훑고 있다는 걸 눈치챈 것일까.

"보, 보지마···"

덜덜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세나가 몸을 꼼질대기 시작했다.


마치 그런 식으로라도 내 시선을 피해보려는 것처럼.

흥미로운 점은 그럼에도 끝끝내 엎드린 자세를 풀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

"왜? 남동생 앞에서 보지하고 엉덩이 구멍 훤히 드러내고 있으니까 수치스러워?"


그리 말하기 무섭게 세나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반응이 꼭 '그렇다'라고 대답이라도 하는 듯 했다.

"그런 것치고는··· 보지에서 자꾸만 뭔가가 흘러나오고 있는데?"


"아, 아냐··· 아니야아···"

아니기는 무슨.


솔직히 코웃음밖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본인이 아니라고 하니 일단은 그렇다고 해주기로 했다.


"아니야? 뭐··· 누나가 아니라면 아닌 거겠지."

내 말이 예상했던 것하고는 달라서 무언가 불안한 예감같은 거라도 받았던 걸까.


세나의 엉덩이가 순간 귀엽게 움찔거리더니 이내 그쪽으로 힘이 살짝 들어갔다.

금방이라도 어딘가로 도망쳐도 그리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ㅡ


'이미 늦었지.'


찰칵ㅡ


몰래 꺼내온 것을 그대로 세나의 발목에다가 채웠다.

물론, 그것과 연결된 줄은 이미 침대 기둥하고 단단하게 연결된 상태였다.


아무튼 그러면서 난 소리에 세나가 몸을 흠칫하고 굳히는 틈을 타 반대쪽 발목에도 똑같은 걸 채웠다.

물론, 이것도 '그 가게'에서 구매한 물건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구매는 세나 몰래 했고.

"무, 뭐하는···"

"아, 혹시 누나가 움직일까봐 잠깐 뭐좀 채워놨어."


상대가 지나였다면 저런 허술하기 짝이 없는 가죽 족쇄로는 택도 없었겠지만··· 세나니까.


내가 풀어주지 않는  혼자서는 못 풀겠지.

"하, 하지마아··· 그, 얼른 풀어···"

"그래, 풀어줄게."

생각 외로 순순하게 대답해서 순간 놀랐는지 세나가 움찔하며 굳은 틈을 타 손에다가도 같은 재질로 된 수갑을 채웠다.

그리고는 그렇게 묶은 손을  뒤에다가 올려놓는 것으로 완성.


"야, 나 팔, 팔 아프단 말이야···"


"괜찮아. 어차피 곧 있으면···"


팔을 등뒤로 쭉 뻗고 있는 탓에 어깨가 살짝 욱씬거리는  정도는 신경조차 쓰이지 않게 될테니까.

일부러 뒤엣말은 생략한채 일전에 방송을 시작하게된 기념으로 세나한테서 선물받은 헤드셋을 세나의 머리 위에다가 뒤집어씌웠다.


생긴 건 단촐해도 꽤나 비싼 물건이었다.


그래서 노이즈 캔슬링이라고 주변 소음을 차단해주는 기능도 달려있었다.

그러니 아마도 지금쯤 세나의 귀에는ㅡ

'아무 것도 안 들리겠지.'

그래 분명 그럴 거다.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버팀목이나 다름없었던 소리마저도 잃게 되니 불안해질 수밖에는 없었던 걸까.


절그럭ㅡ 절그럭ㅡ!

얌전하게 굳어있을 때는 언제가 세나가 조금씩 몸부림을 쳐대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리 헤드셋하고 연결해놓은 마이크를 끌고 와 여전히 납작 엎드린 자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나의 뒤에다가 위치시켰다.

정확히는··· 엉덩이 바로 뒤에 오도록 만들었다.


물론, 마이크또한 출처는 세나였다.


내가 성능 좋은 마이크가 없냐고 물어보니까 아예 ASMR을 녹음할 때 쓰는  구해와버리는 바람에 여태껏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물건이기도 했고.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라도 써먹어 줘야하지 않겠는가?

틀림없이 비싼 돈 주고 산 물건일텐데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마이크 세팅까지 완벽하게 끝내니 비로소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오직 세나만을 위한 보지 ASMR 생중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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