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5화 〉1부
솔직히 말하자면 실망스러웠다.
아무 것도 입지 않은채 정조대만 달랑 차고 있는 모습을 기대하는 건 너무 양아치 심보인 것 같아서 대신 후드티에다가 정조대 조합 정도는 볼 수 있지 않을까하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현실은 그보다도 못했으니까.
물론, 그 감정을 겉으로 티를 내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아마 지금의 세나에게는 저것이 최선이었을테니까.
'어차피 옷 입었을 때도 확인해야되긴 하니까.'
해서 실망하는 티를 내는 대신 '흐음···'하는 소리를 내면서 세나를 향해 손을 까딱까딱했다.
"이리 좀 와봐."
그랬더니만 주춤주춤대다가 결국 오긴 오더라.
"음···"
그렇게 가까이서 확인해보니까 확실히 좀 티가 나긴 했다.
일단 핫팬츠 위로 드러난 라인 자체는 팬티하고 크게 다를 게 없긴 한데 그게 좀 많이 진하더라.
자물쇠를 거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은 다른 곳에 비해 살짝 튀어나와 있기도 했고.
"어디···"
감촉은 어떨까 싶어서 스리슬쩍 세나의 뒤로 손을 뻗어 엉덩이를 움켜쥐어 보았다.
"읏···!"
갑작스런 내 손놀림 때문에 놀란 것일까.
순간 작게 숨을 들이키며 몸을 흠칫하고 떤 세나가 이내 균형을 잃고 내게 몸을 기댔다.
덕분에 말캉한 것이 가슴팍에 대고 꾹꾹이질을 해대는 게 느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엉덩이의 감촉을 확인했다.
"음, 살짝 딱딱하긴 하네."
덮어지 않은 부분은 평범한데 정조대로 덮인 부분을 만져보니 티가 확 났다.
내친 김에 앞쪽도 확인해보기 위해 그대로 세나의 허벅지 사이로 손을 미끄러뜨렸다.
"으읏···"
허벅지 사이로 쑤욱하고 파고드는 내 손길에 세나가 곤란하다는 듯 몸을 파르르 떨어댔다.
"가만히 좀 있어봐. 확인만 해보려는 거니까."
마찬가지로 다리 사이에서도 금속 특유의 딱딱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리고 앞쪽도 그렇더라.
"음, 이거 입은 채로 다른 사람하고 부딪히는 건 왠만하면 피하는 게 좋겠다."
살짝 부딪힌 걸로 바로 알아차리거나 그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하다는 위화감 정도는 느낄지도 모르니까.
"뭐, 딱히 상관없으려나? 어차피 누나 집밖으로 잘 안 나가잖아."
물론, 내가 세나라도 정조대를 차고 사느니 차라리 몸이 귀찮더라도 집밖으로 기어나가는 쪽을 택할테지만 그리 되도록 내버려둘 생각은 없으니까.
"그래도 당분간 지나 누나는 피해다녀. 괜히 이런 거 차고 있는 거 들키기라도 하면···"
굳이 말을 끝까지 하지는 않았다.
지나에게 바지 속에 이상한 걸 차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는 경우를 상상하기라도 한 것인지 세나의 얼굴이 언제 붉고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창백하게 변했으니까.
"움직이는 건 어때? 걸리적거린다거나 불편하지는 않아?"
"그···!"
"아니다. 내가 직접 확인해볼테니까 한 번 앉았다 일어났다 해봐."
그리 말하며 여전히 내게 몸을 기대고 서 있던 세나를 슬쩍 뒤로 떠미니 수치심에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던 세나가 이내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제 딴에는 나름대로 불편한 구석이 있어보이도록 노력한 것 같은데 노력한 것치고는 잘만 움직이더라.
"괜찮은 것 같네. 뭐, 팬티 보다야 불편하긴 하겠지만 그건 당연한 거니까."
그도 그럴 것이 그쪽은 천이고 이쪽은 금속이지 않은가.
애초에 탄력성 자체가 다르니 당연히 후자 쪽이 상대적으로 불편할 수밖에.
"자, 그러면 확인할 것들은 얼추 확인한 것 같으니까···"
아무튼 움직이는데 무리가 없다는 것까지 확인을 했으니 이제 남은 건 딱 하나 뿐이었다.
그건 바로 저 좆같은 핫팬츠를 치워버리고 아래쪽에 순수하게 정조대만 차고 있는 걸 확인하는 것.
절대 놓칠 수 없는 그 광경을 보기 위해서 슬쩍 말꼬리를 늘어뜨렸더니만 그런 내 말을 어찌 해석한 건지 안절부절 못 하는 기색을 보여주던 세나의 얼굴 위로 살짝이지만 기대감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설마 내가 확인할 건 다 확인했으니까 이제 나가자고 할 거라고 생각하기라도 한 것일까.
하고 있는 표정을 보니까 아무래도 그런 듯 해서 피식 웃으며 그녀의 착각을 손수 수정해주었다.
"제대로 잘 입었는지도 확인해봐야겠지? 벗어."
그에 배신이라도 당한 것처럼 눈을 살짝 크게 뜬채 원망스레 날 쳐다보던 것도 잠시, 고갯짓 한 번에 시선을 푹 내리깔은 세나가 이내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뭐해? 계속 그러고 있을거야?"
그러더니만 재차 이어진 내 말에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손을 밑으로 가져갔다.
스윽ㅡ
상자 안에서 꺼냈을 때부터 광택이 범상치 않더니만 그 번지르르한 광택만큼이나 표면도 매끈매끈했던 것일까.
밑으로 내려간 세나의 손이 바지의 허릿춤에 해당하는 부분을 툭 밀어내기 무섭게 것이 세나의 다리를 타고 주륵하고 흘러내렸다.
그러면서 드러난 풍경은ㅡ
'미친···'
드러난 것따위는 하나도 없음에도 존나게 꼴렸다.
크게보면 저것도 팬티나 다름없는데 재질이 천에서 금속으로 바뀌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꼴림도가 높아질 줄이야.
특히나 치구 쪽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다른 곳보다 살짝 볼록하게 솟아나있는 것 같은 부분 위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 누가봐도 열쇠를 꽂아넣기 위한 구멍이 자꾸만 묘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아직 여기 안 잠궜지?"
정확히는 못 잠군 거겠지만.
열쇠가 내 손에 있는데 어떻게 잠구겠는가.
아무튼 열쇠를 집어넣기 위해 만들어진 구멍을 손가락 끝으로 살살살살 쓰다듬으니 아랫쪽에 채워져있는 것을 확인하기라도 하듯 시선을 푹 내리깔고 있던 세나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새삼 이런 꼴을 하고 있는 게 수치스럽기라도 한 것일까.
"그리고··· 좀 헐렁한 것 같은데?"
정조대를 잠그지 못한 거야 열쇠가 손에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그 부분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사이즈에 딱 맞도록 잘 조정해둔 것 같기는 한데 정조대라고 분명히 인식한채로 다시 확인해보니까 좀만 힘을 줘서 잡아당기면 어찌어찌 벗길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 여기서 더··· 안 줄어들어 가지고···"
"흠, 그래? 어디···"
뭐, 본인은 그렇다는데 솔직히 믿기 힘들었다.
거짓말을 한 적이 한두 번이었어야지.
물론, 그 점을 지적하기 전에 우선 저걸 힘으로 벗기는 게 실제로 가능할지 확인부터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세나의 옆구리 쪽에다가 손을 딱 붙인채 말캉하고 보드라운 살을 꾸욱꾸욱 밀어내면서 정조대 밑으로 손을 밀어넣은 다음 그것을 단단하 틀어쥔 뒤 밑으로 쭉 잡아당기니ㅡ
"뭐야, 벗겨지는데?"
벗겨지더라.
끄응하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힘을 좀 많이 쓰긴 해야되는데 벗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못 벗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 점이 불만스러웠다.
마음만 먹으면 벗을 수 있는 정조대라니.
그래서야 이 멀리까지 찾아온 보람이 없으니까.
"정말 여기서 더 안 줄어들어?"
해서 물끄러미 세나를 쳐다보면서 그리 물었더니만 세나가 선뜻 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렸다.
'그럼 그렇지···'
애초에 그녀의 말을 믿지도 않았기에 딱히 실망감이 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저 괘씸할 뿐.
"더, 줄어들기는 하는데··· 이 이상 줄이면 아, 아파서···"
"조이는 건 어떻게 조이는데?"
"그, 옆에 보면은 톱니모양으로···"
옆에 톱니모양이라.
"이거?"
"그··· 응···"
그래서 그걸 손가락으로 잡고 시계방향으로 돌리니까 손가락 정도는 간단하게 밀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함을 자랑하던 것이 끼릭끼릭하고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에 맞춰서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흐읏···!"
세나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터져나온건 그 와중이었다.
슬슬 좀 아픈 걸까.
"아파도 조금만 참아. 벌이잖아?"
눈썹을 파르르 떠는 걸 보니 아무래도 그런 듯 했지만 단호하게 말하며 거기서 한 바퀴를 더 조였다.
그러고 나니까 전처럼 잡아당겨도 진짜 꿈쩍도 안 하더라.
'잠깐만 이러면은···'
열쇠는 대체 왜 있는 거지?
라는 의문은 열쇠만을 위해 만들어진 구멍에다가 열쇠를 끼워서 돌려보니까 그대로 해결되었다.
열쇠로 잠구고 나니까 톱니바퀴가 조여진채로 고정되어버렸으니까.
"누나도 한 번 돌려봐."
그 사실을 세나에게도 인지시켜줄 겸 한 번 시켜봤더니만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다가 이내 옆에 달린 톱나바퀴 쪽으로 손을 가져간 세나가 그것을 양손으로 부여잡은채 끄응하는 소리를 내며 힘을 써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만 이건 힘으로 될 문제가 아니라 판단했는지 결국 손을 놓아버렸다.
"으으···"
덕분에 이제 내가 허락해주지 않으면 절대 못 벗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일까.
하체를 감싼 정조대를 보며 울상을 하길래 피식 웃으며 세나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걱정하지마 누나. 설마 내가 평생 안 벗겨주고 그러겠어?"
"···"
"누나 조루 보지만 멀쩡해지면 바로 풀어줄테니까 빨리 조루 보지 극복할 수 있도록 힘내자. 알겠지?"
본인에게 여기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따위는 없다는 걸 금세 깨달은 것일까.
세나가 수치심으로 물든 얼굴을 한채 허둥지둥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만 퍽 다급하게 내 셔츠자락을 붙잡아왔다.
"응? 왜 누나? 뭐, 더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표정을 보니 내게 뭔가 할 말이라도 그리 물었더니만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던 세나가 꽤나 간절해보이는 표정을 한채 입을 열었다.
"그··· 여, 열쇠···"
"열쇠? 열쇠는 왜?"
설마 자기한테 달라는 걸까.
바보가 아니고서야 그럴 리는 없겠지.
그럼 대체 뭘까.
"저, 절대 잃어버리면 안돼···"
"아."
뭘 걱정하나 했더니 그게 걱정이었던 걸까.
하긴 열쇠가 좀··· 많이 작긴 하니까.
신경 안 쓰면 잃어버리기 딱 좋은 사이즈라고 해야할까.
그리고 내가 그걸 잃어버린 경우를 상상하기라도 했는지 절대로 그것만큼은 안 된다는 것처럼 세나가 간절하기 짝이 없는 시선을 던져왔다.
'대체 무슨 상상을 했길래···'
얼굴이 저리도 창백한가 싶었지만 일단 세나부터 안심시켜주기 위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마. 절대 안 잃어버릴테니까."
말로만 그치지 않고 아예 지갑까지 꺼내서 열쇠를 주민등록증 뒤에다가 쏙 집어넣었다.
이러면 정말 재수가 없지 않는 이상 쉽게 잃어버릴 일은 없겠지.
신분증 꺼내다가 같이 빠진다고 해도 바로 눈치챌 수 있을 것이고.
그래도 그곳에다가 넣어놓은게 주머니 안에 대충 집어넣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본 것일까.
세나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마침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다.
"아, 맞다. 누나."
"···으, 응?"
갑작스러운 내 부름에 놀란 걸까.
이만 나가자는 내 말에 내게 등을 내보인채 바닥에 떨어진 핫팬츠를 주워입고 있던 세나가 어깨를 퍼뜩하고 떨어댔다.
"왜···?"
그러더니 삐걱삐걱 고개를 돌려 불안해하는 눈동자로 내쪽을 쳐다보더라.
그렇게하면 내가 측은지심이라도 느껴가지고 오늘은 더 안 건드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솔직히 역효과였다.
연기라는게 티가 나서 안쓰럽게 느껴지기 보다는 차라리 더 괴롭혀주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으니까.
"생각해보니까 그걸 확인을 안 했더라고."
"그거, 라니···?"
짐작가는 게 없는 걸까.
아니면 짐작가는 게 하도 많아서 '이거다!'하고 딱 떠오르는 게 없어서 저러는 걸까.
둘 중에 어느 쪽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몸과 함께 눈동자를 파들파들 떨어대는 세나를 상대로 주머니 속에서 고이 잠자고 있던 것을 슥 꺼내보였다.
내 손바닥의 절반이나 될까 싶을 정도로 자그마한 리모컨.
크기가 작아서 그런지 몰라도 버튼도 딱 세 개밖에 달려있지 않은 것의 모습을 확인한 세나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이것 때문에 일부러 제일 비싼 걸로 산건데 당연히 이것도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어?"
"그, 굳이 지금 확인할 필요는···"
"에이, 가게에 있을 때 확인해야지 그럼 언제 확인해. 괜히 나중으로 미뤘다가 집에 가서 확인해봤는데 제대로 작동 안 되기라도 하면은 귀찮게 또 와야되잖아."
내 말이 정론이라서 그런 걸까.
세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죄없는 입술만 괴롭혀대는 세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내 실실 웃으며 그녀를 향해 물었다.
"아니면 혹시··· 여기 또 오고 싶은 거야?"
"아, 아니!"
첫 방문만에 정조대를 차게 됐는데 두 번째 방문에서는 대체 어떤 꼴을 당하게 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지고 막 그랬던 모양이다.
몸을 한 차례 퍼드득 떤 세나가 이내 다급하고 단호한 몸짓을 내게 선보이며 고개를 가로저어댔다.
"그러면 누른다?"
"···그."
"그?"
"응···"
본인의 입으로 직접 눌러도 된다고 하길래 우선 누가봐도 전원버튼처럼 생겨먹은 것부터 눌러봤다.
그러자ㅡ
우웅ㅡ
"읏···?!"
뭔가 작동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세나가 몸을 크게 움찔거렸다.
그러더니 금세 돌기들이 주는 자극에 취해버린듯 다리를 후들후들 떨어대기 시작했다.
"어때 누나? 잘 움직여?"
"흐으, 흐, 으힛···! 이, 이제 꺼어···"
"음, 잘 되는 것 같으니까 이제 파워를 좀 올려볼게."
다리를 애처롭게 떨어대면서 퍽 간절한 목소리로 이제 꺼달라고 말을 하길래 싱긋 웃으며 남은 두 개의 버튼 중 플러스 버튼 쪽으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에잇!"
그리고는 일부러 장난스러운 소리를 내며 그것을 꾹꾹꾹꾹 눌러주니ㅡ
"오혹···?!"
세나가 허리를, 정확히는 보지를 앞으로 팍 내밀었다.
그 모습 그대로 돌로 변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 상태로 굳어있던 것도 잠시, 졸지에 꼴나사운 포즈를 취하고 있던 세나의 두 다리가 위태롭게 경련하기 시작했다.
"히, 히이··· 히으읏···♡"
동시에 살짝 헐렁한 핫팬츠 사이로 투명한 액체가 끈적하게 흘러내리더니 안 그래도 까만 핫팬츠 위로 짙은 색의 얼룩이 스멀스멀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며 생각했다.
'음, 잘 샀구만.'
모처럼 만족스러운 쇼핑이었던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