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2화 〉1부
조심스레 옷깃을 잡아당기는 손길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완전무장을 한 세나가 서 있었다.
푹 눌러쓴 회색 후드티에 검은색 야구모자, 그리고 얼굴의 절반을 가려주는 커다란 마스크까지.
거기에 세나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부슬부슬한 갈색의 머리카락까지 후드티 안에다가 꽁꽁 감춰놓은 탓에 어지간해서는 그녀의 정체를 알아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아마 지금 내가 그러고 있는 것처럼 바로 앞에서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세나의 찐팬이라해도 이건 못 알아보지 않을까.
내가 보자마자 깨달은 걸 세나라고 해서 모를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에도 그녀는 대체 뭐가 그리 불안하고 마음에 걸리는지 불안함으로 젖어든 눈동자를 데록데록 굴려가며 연신 주위를 살펴대고 있었다.
"어디 있었어? 찾아보니까 안 보여서 전화하려고 했었는데."
"그, 저기에···"
세나가 가리킨 곳은 건물 사이에 존재하는 좁은 틈이었다.
보아하니 대로변에 서 있기는 좀 그래서 거기에 몰래 숨어서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
"그래? 언제부터?"
"도, 도착한지는 얼마 안 됐어···"
그런 것치고는 내 옷깃을 부여잡고 있는 손등이 평소보다 살짝 창백했다.
마치 나름 오랫동안 찬바람을 맞으며 서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아직 완전히 봄은 아니니까.'
왠지 거짓말일 것 같다는 냄새가 솔솔 풍겨서 시험삼아 슬쩍 한 번 떠봤다.
"정말?"
"···그, 30분 정도 되긴 했는데."
30분이라.
그 정도면 거짓말이라 몰아가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다.
"정말?"
"···응."
"우리 누나 기특하네. 30분이나 일찍 나와있고."
그러니 여기서는 칭찬을 해주는 게 좋겠지.
세나가 뭐 기대감같은 것 때문에 일찍 나와있었던 건 분명 아닐테지만 그래도 집밖으로 나가는 걸 매우 귀찮아하는 그 집순이가 무려 30분이나 일찍 도착해서 날 기다렸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후드로 덮인 머리 위에다가 손을 올리고 살살살살 쓰다듬어주니 세나가 몸을 살짝 움츠렸다.
얼굴에서 유일하게 드러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눈 주변에는 어느새 붉은 자국이 확 번져있었다.
살짝 드러난 부분이 저 정도이니 아마 마스크 밑은 새빨갛지 않을까.
어쩌면 입술을 꾹 깨물고 있을지도 모르지.
아무튼 그렇게 세나를 살짝 끌어안은채 머리를 살살살살 쓰다듬어주다가 이내 그녀의 귀애 대고 속삭였다.
"그런데 시킨 거는?"
"···"
일부러 목소리를 살짝 낮춰서 그리 묻기 무섭게 돌아온 건 대답이 아닌 움찔거림이었다.
"또 대답 안 하네?"
"···해, 했어."
"정말?"
"으···"
머뭇머뭇대던 것도 잠시 차마 육성으로 대답을 할 수는 없었는지 세나가 어색한 몸짓을 선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물었다.
"진짜야? 그럼 한 번 확인해봐도 돼?"
이번에도 대답대신 다른 게 돌아왔다.
꼴깍하고 침을 삼키는 소리.
그것이 귓속으로 흘러들어온 순간, 피식 웃으며 세나의 손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아까 세나가 가리켰던 건물 틈 사이로 그녀를 데리고 들어갔다.
건물 틈 사이로 들어오자마자 우선 세나의 몸을 살짝 떠밀어 건물 벽에 등을 기대도록 만들었다.
"자, 시킨 건 제대로 해왔는지 확인하게 보여줘."
"여, 여기서?"
"해왔다면서?"
"그으, 그래도 여기서는···"
"뭐, 어때? 어차피 잠깐 확인만 할 건데."
"다른, 사람이 볼 수도 있잖아···"
"다른 사람? 누구?"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투로 그리 말하며 주변을 살피는 척까지 해봤지만 딱히 눈에 띄는 이는 없었다.
"아무도 없는데?"
"지금은 없지만 나중에 들어오기라도 하면···"
"그러면 소리가 나겠지. 소리가 나면 바로 가리면 되고."
안된다는 이유를 하나하나 손수 반박해줬더니만 더 말을 잇지 못하더라.
"자, 시간 없으니까 얼른."
그렇기에 세나는 재촉하는 용도로 내뱉어진 내 말을 차마 거스르지 못했다.
내 얼굴을 마주보기가 민망했던 것일까.
고개를 푹 숙인 세나가 손을 천천히 밑으로 뻗었다.
꾸물꾸물대며 허공을 유영하는 세나의 손은 무슨 금단증상이라도 온 사람의 그것마냥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느릿하지만 꾸준하게 움직이던 것이 멈춰선건 그것이 밑에 입고 있던 핫팬츠 쪽에 닿았을 때였다.
밖에서 입고 다니기에는 기장이 좀 많이 짧은 것을 손가락 끝으로 꾸욱하고 누르고 있던 것도 잠시, 세나가 손가락을 움직여 살짝 먹혀들어가 있던 검은색 핫팬츠를 조심스레 옆으로 젖혔다.
그와 함께 드러난 건ㅡ
"시킨대로 팬티 안 입고 왔네?"
바깥에 비하면 한밤중이나 다름없는 이곳에서도 눈에 확 띌 정도로 예쁜 분홍빛을 띄고 있는 보지였다.
"흐으, 흐··· 하아···"
일부러 감탄하듯 내뱉은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나는 연신 숨을 몰아쉬기 바빴다.
흥미로운 점은 그녀의 호흡이 조금씩 거칠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바깥에서 은밀한 곳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요상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오늘도 어김없이 일자로 앙 다물어져 있는 보지 위로 조금씩 습기가 맺히기 시작하는 걸 볼 수 있었다.
"흐음··· 대체 보지는 왜 적시는 거야?"
그 점을 지적해주니 젖어드는 속도가 조금 더 빨라졌다.
이대로 좀만 더 내버려두면 어제 내 방에서 그랬던 것처럼 애액을 끈적끈적하게 늘어뜨리기라도 할 기세라서 일단 '확인'은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물론, 그 전에 칭찬부터 좀 해줘야겠지만.
하다못해 강아지들도 시킨 걸 잘하면 간식같은 걸 상으로 받지 않던가.
'그런 식으로 길들여지는 거지.'
피식 웃으며 세나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러자 세나가 몸과 함께 슬며시 드러내고 있던 보지를 움찔하고 떨어댔다.
톡- 토독-
보지에 맺혀있던 것이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내며 먼지로 덮여있던 시멘트 바닥 위로 떨어졌다.
쪼그려앉은 채로 몸을 움직였다.
방금 전까지 신나게 몸을 조지고 있었던 탓에 허벅지가 좀 땡기긴 했지만, 어렵지 않게 세나의 앞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시킨대로 잘 했으니까··· 상을 줄게."
그렇게 세나의 보지와 닿을 듯 말 듯한 거리감을 유지한채 그녀를 올려다보며 그리 말하니 꿀꺽하는 소리와 함께 세나의 목울대가 거칠게 흔들렸다.
"혹시 모르니까 입은 막고 있어."
그리 말하기 무섭게 세나가 놀고 있던 손을 들어올려 본인의 입을 마스크째로 꾸욱하고 눌렀다.
저만하면 상 받을 준비가 된 것 같아서 피식 웃다가 일단 맛이나 좀 보라는 뜻으로 그 잠깐 사이에 더 젖어버린 보지에 대고 후하고 가볍게 입김을 불어주었다.
"읍···!"
그것만으로도 세나에게는 상당히 자극적이었던 모양이다.
세나의 어깨가 흠칫하고 떨리더니 꽉 닫혀있던 질구 쪽에서 애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동시에 허벅지를 파들파들 떨어대는 게 퍽 보기 안쓰러워서 더 괴롭히지 않고 혀를 쭉 내밀어 세나의 보지를 핥아주었다.
"···!"
흔들리는 눈동자로 자기 앞에 쪼그려앉아있던 날 내려다보고 있던 세나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그러더니 덜컥하고 흔들렸다.
"자, 일단은 여기까지."
딱 거기서 끊었다.
맘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가영과 지나를 통해 단련된 보빨 솜씨를 맛보여주고 싶었지만 초장부터 너무 다 퍼줘버리는 것도 좀 그랬으니까.
설마 딱 한 번만 핥아주고 끝낼 줄은 몰랐던 것일까.
스르륵 몸을 일으키니 세나가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로 그런 내 모습을 쫓았다.
그래서 정신 차리라는 의미로 흐트러진 그녀의 옷매무새를 손수 가다듬어주었다.
물론, 핫팬츠를 옆으로 젖혀서 보지를 드러내는데 쓰이고 있던 그녀의 손또한 직접 떼어줬다.
"그럼 확인도 했으니까 슬슬 가볼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여기까지라고 쐐기까지 박아주었건만 세나는 벽에 붙이고 있던 등을 떼어낼 줄 몰랐다.
"누나?"
설마 더 빨아달라고 시위라도 하는 것일까.
의아한 마음에 그녀를 한 번 불러보니 얼굴에서 유일하게 드러나 있던 부분이 순식간에 확 달아오르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뭐해? 가자니까?"
"그···"
"왜? 혹시 상이 부족했어? 그러면 더 노력해봐. 시키는대로 잘 하면 더 기분 좋은 것도 해줄테니까."
정말로 시위를 하는 거라면 혼내는 것보다는 달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일부러 눈웃음까지 지어보이며 그리 말했건만 세나의 자세는 변함이 없었다.
"자꾸 이렇게 떼쓰고 그럴 거야?"
"그으, 그게 아니라···"
"그러면?"
"지, 지금 움직이면 넘어질 것 같아서···"
아.
아무래도 라면보다 더 빠르게 익어버리는 조루 보지에는 인생 최초의 보빨이 주는 쾌감이 각별해도 너무 각별했던 모양이다.
뭐, 넘어질 것 같아서 못 움직이겠다는 사람을 억지로 잡아끌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세나가 진정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물론,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세나가 후들후들 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는데 힘쓰는 동안 건네받은 마스크하고 선글라스로 정체도 숨겨주었고, 겸사겸사 어플을 이용해 택시도 호출했다.
"이제 움직일 수 있겠어?"
"으, 응···"
고작 보지 한 번 빨린 걸로 여자답지 않게 꼴사나운 모습이나 보인 게 그토록 신경이 쓰이고 민망했던 것일까.
세나는 쉬이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래서 더 민망하게 만들어주기로 했다.
상황상 어쩔 수 없었다지만 가뜩이나 부족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 벌은 줘야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일단 내 손 잡아."
"아, 아냐···"
"얼른."
쓰읍하는 소리를 내기 무섭게 세나가 허둥지둥 내 손을 잡아왔다.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한 마디를 더 얹었다.
"몸도 기대도 돼."
"그으, 그 정도는···"
"나한테 너무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어쩌겠어? 누나 보지가 조루 보지라서 그런 건데."
"읏···"
마주잡은 손에 살짝이지만 힘이 들어가는 걸 보니 조루 보지라는 말이 그만큼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뭐··· 그 점이 귀여운 거지만."
"으, 응?"
"아냐. 가자."
지나가듯 내뱉었던 마지막 말이 신경쓰였는지 자꾸만 내 얼굴을 힐끔대는 세나를 데리고 건물 틈 사이를 빠져나왔다.
아까 앱을 통해 호출했던 택시는 진작에 도착해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빨리 나왔어야 했는데 얘가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고 그래서···"
"어휴, 아닙니다. 그러실 수도 있죠."
도착지같은 거야 이미 택시를 호출할 때 같이 설정해놨었기에 따로 어디로 가달라고 말을 하거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세나의 손을 꼭 움켜쥔채 적당히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더니만 기사 아주머니께서는 범상치 않은 모습을 한 나와 세나의 정체가 은근히 신경쓰이셨던 모양이다.
대화할 의지가 없어보이는 상대에게 대놓고 말을 걸기는 좀 그랬는지 백미러를 통해서 자꾸만 나와 세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데 그래서 더 억지로 창밖에 시선을 집중했다.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까지는 좋은데 입술까지 움찔움찔대는게 아는 척 해주면 폭풍같은 수다에 휘말리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솔솔 풍겨왔으니까.
'솔직히 기사 분들하고 이야기 나누는 거 나름대로 재밌긴 한데···'
적어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정체를 숨겨야할 때니까.
가려고 하는 장소가 장소다보니까 그건 어쩔 수 없었다.
나나 세나에 대해 아는 사람한테 우리 둘이 손 꼭 잡은채로 그런 장소에 드나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아주 그냥 난리가 날테니까.
'그 꼴을 보느니 차라리 좀 귀찮더라도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 낫지.'
그래서 외면에 외면을 거듭하고 있었더니만 도로를 따라서 씽씽 내달리던 택시가 어느새 서울 외곽 쪽으로 접어들었다.
"여기서 내려주시겠어요?"
"아, 네."
해서 일단 택시에서 내린 다음 어딘가 낡은 느낌을 물씬 풍기는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거리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런 가게는 꼭 이런데 있더라.'
아무래도 업종이 업종이다보니까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번화가에는 자리를 잡기 좀 그렇기라도 한 걸까.
아무튼 좀 걷다 보니까 어제 미리 찾아놓은 가게 이름이 떡하니 적힌 간판하나가 눈앞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그 밑에 홍보문구겸 가게 설명이랍시고 적혀있는 건ㅡ
-각종 성인용품
뭐, 그런 내용이었다.
계속 간판을 쳐다보고 있었더니만 덕분에 내 목적지가 다름아닌 그곳이라는 걸 알아차리게 된 것일까.
"그, 저기는 왜···"
많이 당황했는지 마주잡고 있던 손을 자꾸만 움찔움찔하고 떨어대는 세나를 데리고 빨간 간판이 참으로 인상적인 성인용품 가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