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1화 〉1부
자긴 사람 손따위 타본 적 없다고 주장이라도 하는 것처럼 앙 다물고 있는 주제에 말간 액체를 끈적끈적하게 늘어뜨리고 있는 꼴을 보고 있자니 뭔가 좀 웃겼다.
나한테만 그렇게 보이는 걸수도 있겠지만 애액을 한 방울씩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꼴이 꼭 맛있는 걸 앞에 두고 군침이라도 흘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래서 맘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 기대감을 듬뿍 충족시켜주고 싶었지만 일단은 참았다.
그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할 점이 하나 있었으니까.
"안 젖었다면서?"
세나를 올려다보는 자세에서 그대로 고개만 살짝 옆으로 기울였던 것도 다 그걸 위한 빌드업이었다.
그렇게 고개를 비뚜름하게 기울인채 그리 물으니 그런 꼴이나 당하면서 보지를 적시고 있었다는 걸 결국 내게 들켜버리고 말았다는 수치심에 젖어있던 세나가 어깨를 퍼뜩 떨었다.
"그럼 이건 뭐야?"
당연한 말이지만 고작 그걸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해서 세나의 다리 사이로 손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그런 내 손을 환영하기라도 하듯 세나의 보지에서 떨어진 애액이 내 손가락 끝으로 톡 떨어졌다.
"이렇게 애액이나 질질 흘리고 있었으면서 뭐?"
이 와중에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면 내 입에서 매도하고 까내리는 말이 튀어나올 때마다 질구에서 뭔가가 자꾸 울컥하고 새어나온다는 점이었다.
"나한테 거짓말했네?"
대꾸할 말도, 반박할 말도 찾아낼 수가 없었던 걸까.
세나의 입은 꾹 다물어진채 열릴 줄을 몰랐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물었다.
"왜 그랬어?"
"그, 그건···"
재촉까지 당한 이상 뭐라도 말을 하긴 해야되는데 어떻게 말을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던 걸까.
바로 조금 전까지 서로 찰싹 달라붙은채 상대방을 꾸욱하고 짓누르고 있던 입술이 살짝 벌어진채 파르르 경련했다.
"뭐, 됐어. 왜 그랬는지 알 것도 같으니까."
"···"
"원래는 누나가 도네까지 쏠 정도로 간절하게 바랐던대로 누나꺼나 좀 핥아주려고 했는데···"
입술을 비뚜름하게 말아올린채 그리 말하니 어디선가 작게 꼴깍하고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계획을 좀 바꿔야될 것 같네."
그리 말하며 쪼그려 앉아있던 자세를 풀고 세나와 마주섰다.
그리고는 살짝 벌어진 간격을 다시 좁혀주니 세나가 허리를 움찔하고 떨면서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래봐야 뒤에는 책상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어서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가만히 있어."
그래도 혹시 몰라 그리 명령한 뒤, 세나가 흠칫하며 몸을 굳히는 틈을 타 그대로 입을 맞췄다.
설마 이 타이밍에 키스를 당하게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던 걸까.
당황으로 확 커진 눈동자가 귀여웠다.
해서 나도 지지 않고 그 눈을 똑바로 바라봐주니 그런 내 시선을 견디기 힘들었는지 세나가 먼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흐읏···!"
당황으로 젖어든 숨소리가 귀여웠다.
몸을 파들파들 떨어대는 것도 그랬다.
손가락으로 미리 예습 비스무리한 것을 거치긴 했지만 그럼에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던 걸까.
힘이 잔뜩 들어가서 아까 손가락으로 더듬었을 때에 비하면 살짝 딱딱한 느낌을 풍기는 세나의 입 안으로 천천히 혀로 훑었다.
훑어주면서··· 천천히 손을 밑으로 내렸다.
뱀처럼 허공을 꾸물꾸물 기어가던 손이 곧 뜨겁고 습한 공기와 만났다.
그새 또 흘러나온 것이 손가락 끝으로 자연스레 휘감겼다.
아랫입답게 윗입하고 연동이라도 되어있는 걸까.
혀로 입 안을 간질여줄 때마다 보지가 애액을 뚝뚝 떨어뜨렸다.
아직까지는 살짝 맛만 보여준 수준에 불과한데 벌써부터 키스의 맛에 푹 빠져버리기라도 한 것일까.
처음 입맞췄을 때만 해도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면서 어쩔 줄 몰라하기 바빴는데 힘이 잔뜩 들어가서 딱딱하게 굳어있던 몸은 어느새 한결 부드럽게 변해있었다.
"읏, 으응···"
처음과 달라진 건 간혹가다 새어나오는 소리또한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당혹감으로 몸을 푹 적시고 있는 건 똑같지만 처음에 냈던 것에 비하면 한결 달콤하게 들리는 것이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가만히 대기시켜놓고 있었던 손을 처음으로 움직인건 세나가 감히 그런 소리를 낸 직후였다.
찰팍-!
이미 잔뜩 젖어있는 상태라서 그런 걸까.
예상과는 다르게 물 웅덩이를 밟을 때나 날법한 그런 소리가 주변으로 울려퍼졌다.
"···이힉?!"
몸을 가늘게 떨어대며 내가 알려주는 키스의 맛을 만끽하고 있던 세나가 헛숨을 크게 들이킨 건 바로 그 다음이었다.
일부러 클리토리스 쪽을 노리고 찰싹 때려주었더니만 통증보다는 쾌감을 더 강하게 느꼈던 것일까.
세나의 허벅지가 격렬하게 경련했다.
동시에 보지에서 애액이 후두둑 쏟아져 가뜩이나 축축하던 손바닥을 더욱 축축하게 만들었다.
한 때 때려줬으니까 이제 아프지 말라고 쓰다듬어주는 게 좋겠지.
츠윽··· 츠으윽···♡
그래서 손바닥 전체를 써서 꽉 다물어진 세나의 보지를 살살 문질러줬더니만 허벅지의 부들거림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읏, 으으응···♡"
손바닥 아래쪽에 있는 딱딱한 부분에 클리토리스가 짓눌리며 이리저리 문대지는 느낌이 마음에 들었던 걸까.
순간적으로 쾌감이 확 솟구치기라도 했는지 세나가 엉덩이를 크게 들썩이며 그걸로 본인 뒤에 있던 책상을 쿵 때렸다.
그러더니 몸을 파들파들 떨어대더라.
딱 다섯 번으로 충분했다.
이미 잔뜩 흥분한 상태였던 세나에게 절정을 맛보여주기에는 말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다섯 번 보지를 찰싹찰싹 해주고 다섯 번 부드럽게 문질러주며 위로는 계속해서 입을 맞춰주니 윗입하고 아랫입에서 솟구치는 쾌감이 뇌를 교대로 때려대는 걸 견디기 힘들었는지 결국 세나가 더 버티지 못하고 풀썩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고 그런 세나의 아래에는 자그맣게 웅덩이 하나가 생겨나 있었다.
물론, 그것들은 전부 세나에게서 흘러나온 것들이었다.
"흐으, 흐, 흐으학···"
바닥에 풀썩 주저앉은 세나가 정신없이 숨을 할딱였다.
그러면서도 시선만큼은 날 쫓고 있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내 손에 이렇게나 빨리 가버렸다는 걸 믿기도, 받아들이기도 힘들었던 걸까.
믿을 수 없다는 시선이 얼굴로 날아와 꽂히고 있었다.
"흐음, 뭐야 설마 벌써 가버린거야? 누나?"
그래서 손바닥에 묻은 걸 허공에 대고 털어내는 척을 하며 어이가 없다는 투로 중얼거렸더니만 날 올려다보고 있던 세나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수치심으로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은 덤이었다.
아무래도 수치심만으로는 좀 부족한 것 같아서 거기에다가 굴욕감도 살짝 얹어주기로 했다.
"한 5분정도 걸렸나?"
5분이라는게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세나가 모를 리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리 말하기 무섭게 세나의 얼굴이 조금 더 붉어졌다.
"나 이거 알아. 이게 그··· 그거지?"
"···"
"그러니까··· 누나같은 사람을 조루 보지라고 하던가?"
여자라면 당연히 울컥할 수밖에 없는 부분을 자극하는 작전은 꽤나 잘 먹혀들었다.
아예 피식하고 비웃음에 가까운 것까지 곁들여가지고 그리 말해줬더니만 세나가 즉시 입술을 꾹 깨무는 걸 볼 수 있었으니까.
"확실히 심각하기는 하네··· 라면도 처음부터 끓이면 5분은 넘게 걸리지 않나?"
"···"
"그래도 뭐··· 걱정하지마 누나."
세나가 굴욕감에 젖어드는 걸 보며 그녀를 향해 싱긋 웃었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손을 뻗어 여전히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있는 세나의 머리를 손으로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물론, 손은 그녀의 보지를 찰싹찰싹 때려주고 부드럽게 문지르는데 사용했던 손을 동원했다.
"앞으로는 내가 관리해주겠다고 했잖아?"
덕분에 아까 허공에 대고 털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살짝 남아있던 것들이 머리카락과 만나서 그것들이 손바닥에 찰싹 들러붙도록 만들었지만 세나는 그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아니, 지적하지 못했다.
"하는 김에 겸사겸사 시도때도 없이 흥분할 정도로 성욕은 넘치는 주제에 금방금방 가버리는 조루 보지도 같이 고쳐줄테니까."
지금 세나는 날 올려다보느라고 다른 데 신경 쓸 겨를같은 게 없었으니까.
"어때? 고맙지?"
머리를 쓰다듬는데 쓰고 있던 손을 슬쩍 밑으로 내려서 세나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그런 내 손길에 반응한 세나가 몸을 파르르 떨어댔다.
"또 대답 안 할거야?"
"···아, 아니."
"내가 이렇게까지 도와주니까 고맙지?"
"으, 응···"
고개를 정신없이 위아래로 흔들어대는 세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그녀의 귀를 향해 입술을 들이밀었다.
그에 반응한 세나가 그쪽 어깨를 움츠리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고 그녀에게 전하려던 말을 입밖으로 밀어냈다.
"고마우면 내일은···"
오늘은 어디까지나 맛보기에 불과했기에 진짜는 사실 내일부터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일 그녀가 해야할 일들을 귀에 대고 속삭여주니 그럴 때마다 또 몸을 떨어대더라.
"어때? 기억할 수 있겠어?"
"으, 응···"
"그러면 이제 내려가서 쉬어."
어딘가 멍해보이는 얼굴을 한 세나가 반드시 그리하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걸 곁눈질로 쳐다보다가 고개를 뒤로 물리는 척 하며 발갛게 달아올라 있는 세나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었다.
갑작스러운 뽀뽀에 놀란 걸까.
눈을 동그랗게 뜬채 몸을 움찔하고 떨어대는 세나를 보며 피식 거리다가 잠깐 깜빡했다는 투로 덧붙였다.
"아, 내려가기 전에 누나가 싼 건 당연히 치우고 갈거지?"
그제서야 자신이 만들어낸 자그마한 웅덩이의 존재를 자각하게 된 것일까.
"읏···!"
헛숨을 크게 들이키는 소리와 함께 세나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터질 듯 붉어졌다.
그 모습마저도 눈에 담으면서 천천히 세나에게서 물러났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이제 시작인데 시작부터 너무 몰아붙이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
그러다가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이상한 방향으로 튀어나가기라도 하면 결국 곤란해지는 건 내가 될테니 말이다.
그래서 아쉬움을 뒤로한채 순순히 물러났다.
물론, 물러났다고 해서 완전히 두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처음에야 내게 무슨 일이 있어도 들켜선 안 되는 사실을 들켜버리고 말았다는 당혹감 때문에 그만 패닉에 빠져버려서 정상적인 사고 자체가 불가능했겠지만 세나가 계속 그 상태에 머물러 있으리라는 보장같은 건 그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만약 조금이라도 침착함을 되찾는다면?
오늘 하루 본인이 겪었던 일들이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것쯤은 금방 깨닫게 되겠지.
'중요한 건 그 다음이지.'
거기까지 다다른 세나가 본인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거나 벗어나기 위해서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몰랐기에 충분히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티나지 않게 세나의 근처를 머물며 주의깊게 그녀의 모습을 관찰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저런 경우를 대비해 그 때를 위한 타계책같은 것까지 세워놨건만··· 생각외로 세나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뭐랄까 내 눈치를 살피기 급급했다.
저녁 먹을 때도 그랬고, 날이 바뀌고 다같이 모여 아침 식사를 할 때도 그랬다.
혹시 내가 마음을 바꿔서 지나나 가영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지는 않을지 걱정이라도 됐던 걸까.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 나름대로 애를 썼던 나와는 다르게 자꾸만 내 주변에서 얼쩡거리는데 덕분에 지나만 골이 났다.
"아이, 진짜··· 저년이 미쳤나 갑자기 왜 저래?"
세나가 하도 얼쩡대는 탓에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으니까.
뭐, 그렇다보니 일단은 안심할 수 있었고, 안심하고 나니 이런저런 것들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또한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알아낸 것들을 머릿속에다가 쑤셔넣은채ㅡ
"그으···"
"응? 아, 누나 왔어?"
다시금 세나와 마주하게 되었다.
어제와는 다르게 사방이 탁 트인 장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