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9화 〉1부
'이상해···'
차마 입밖으로는 내뱉을 수 없었던 말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맴돌았다.
그래서일까.
머리가 어지러웠다.
어지러운 나머지 심장이 쿵쾅쿵쾅하고 미친듯이 뛰어대고 있었다.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알 수가 없었다.
유한이 자신에게 이런 걸 시키려하는 이유도 그랬다.
그동안 쏜 내역을 보면서 죄를 뉘우치고 반성이라도 하길 바랬던 걸까.
그런 거라면 지금 귀에 와닿는 이 뜨거운 숨결은 대체 뭘까.
이해가 되질 않았다.
허나 다른 무엇보다도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스스로의 반응이었다.
객관적으로든 주관적으로든 흥분될 이유가 없는, 흥분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건만 어느새 배 안쪽에서부터 자그맣게 뭔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의 존재가 퍽 익숙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계정을 이용해 유한이 지적한 행위를 할 때마다 느끼곤 했던 것이었으니까.
물론, 당시 느꼈던 것에 비하면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미약하고 하찮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분명 흥분의 불씨였다.
그것이 다름아닌 자신의 몸 안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상황이 이런데 정신 못 차리고 흥분이라니.
정말 자신은 유한의 말대로 변태가 맞았던 걸까.
그럴 리 없었다.
'그럴, 그럴 리 없는데···'
작지만 그래서 더 또렷하게 느껴지는 열기가 그 사실을 부정하지 못하게 했다.
어지러웠다.
머리가, 눈앞이 어지러웠다.
제법 커다란 모니터를 가득 채우고 있던, 언젠가 자신이 이 두손으로 직접 타이핑했던 글자들은 어느새 이리저리 흐트러져 제멋대로 뒤섞이고 있었다.
없던 난독증도 생길 것만 같은 그 풍경에 머리와 눈이 동시에 통증을 호소해왔다.
그래서 읽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읽지 못하고 있던 것이었는데··· 유한은 가차없었다.
"왜? 글씨가 작아서 잘 안 보여?"
귀에 대고 직접 속삭여진, 평소하고 똑같은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한참 동떨어져있는 듯한 목소리가 몸을 타고 쭉 내달렸다.
꼭 모래라도 한웅큼 씹어삼킨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만큼··· 목 안쪽이 버석거렸다.
그 괴로우면서도 낯선 감각에 시달리고 있으니 딸칵ㅡ하고 마우스 버튼 누르는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울려퍼졌다.
"자, 이제 보이지? 한 번 읽어봐."
평소에는 틱틱대기만 하던 목소리가 오늘따라 나긋나긋했다.
그래서 거기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
고개가 제멋대로 움직였다.
뿌옇게 흐려져있던 시야가 순식간에 또렷해졌다.
이리저리 흩어져있던 글자들이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처음'과 마주하게 되었다.
-얼굴 왤케 빨감? 누가보면 책상 밑에서 몰래 빨아주고 있는 줄 알겠네 fuck you
자신이 부계정을 이용해 처음으로 쐈었던 것이··· 눈앞에 있었다.
덕분에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어떤 짓을 해버렸는지를.
익명이라는 탈을 뒤집어쓴채 동생을 성희롱해버렸다.
한 번만 그런 것도 아니고 목록이 끝을 모르고 이어질 정도로 잔뜩··· 해버렸다.
"솔직히 이때는 누나방 악질 하나가 기어들어왔구나 싶었거든···"
"···"
"그런데 설마 그게 누나일 거라고 누가 알았겠어?"
웃음기마저 느껴지는 목소리.
그것이 등골을 타고 쭉 내달렸다.
오싹오싹한 감각이 몸을 타고 범람했다.
불씨가··· 조금 더 커졌다.
"아무튼··· 이제 좀 읽지? 아니면 내가 일일히 읊어줄테니까 따라서 읽을래?"
그 말을 들은 순간 심장이 쿠웅하는 소리를 내며 발치까지 떨어지는 듯 했다.
"내가, 내가 읽을 게···"
"그래."
읽는다고 했는데··· 누가 몰래 본드칠이라도 해놓은 건지 입술이 서로 딱 붙어서 떨어지질 않았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지만··· 억지로 떨어뜨렸다.
"얼굴··· 왤케 빨··· 감··· 누가, 보면 책상 밑에서···"
이상할 정도로 숨이 턱턱 막혔다.
그런 것따위 없건만 누군가 목을 조르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 느낌은 특정한 단어를 눈앞에 둔 순간 더욱 심해졌다.
"그것 뿐이야?"
"몰래···"
"그리고?"
"빨아주고··· 있는 줄··· 알겠네···"
스스로 듣기에도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아, 맞다. 이거 보니까 생각난 건데 '몰래'하고 '빨아주고' 사이에 원래는 뭐 넣으려고 그랬어?"
"···"
질문을 당한 순간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었지만 차마 입밖으로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침묵하고 있었더니만 머릿속에 갇혀있던 것이 유한의 입을 빌려 제멋대로 튀어나왔다.
"혹시··· 자지?"
"···"
"맞나 보네? 그럼 그건 왜 뺀 거야?"
"···"
"혹시 밴당할까봐?"
한 글자씩 끊어서 내뱉어진 말이 귓속으로 흘러들어오더니 그 안을 마구잡이로 헤집어댔다.
거기에 당해버린 몸이 제멋대로 오싹거림을 낳았다.
오싹오싹해서··· 몸이 그 차가움에 저항하기 위해 제멋대로 열기를 피워냈다.
"흐음, 대답 안 하게? 뭐, 마음대로 해."
딸칵ㅡ!
마우스 버튼 누르는 소리가 그렇게 두렵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자, 다음."
뒤이어 울려퍼진 유한의 목소리도 그랬다.
"하루종일 이러고 있을거야? 얼른얼른 읽어."
어느새 싸늘하게 변해버린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얼음물이라도 왕창 뒤집어 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었다.
"말하는 거··· 와, 완전 걸레같··· 네··· 얼마면··· 대주냐···"
"오케이, 다음."
"씹걸레··· 새끼··· 아, 안봐도··· 시커먼스 쥬지··· 일듯···"
"흐음, 까맣지는 않은데··· 아무튼 다음."
"오늘··· 왤케 꼴리··· 냐··· 홀딱··· 벗겨놓고··· 발기시킨 다음에··· 개처럼 따먹고··· 싶네···"
다시 한 번 딸칵하고 마우스 버튼 누르는 소리가 귓속으로 흘러들어왔지만 차마 계속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으니까.
이런 꼴이나 당하고 있는데도 보지가 서서히 젖어들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 같은게 특히 그랬다.
이 이상은 위험했다.
여기서 더 읽어버리면··· 그래서 더 흥분해버리면··· 허벅지 사이로 파고 들어와있는 유한의 손바닥 위로 뭔가를 떨어뜨릴 것만 같았으니까.
'안 돼···'
그러니까 제발 여기서 멈추게 해달라고 속으로라도 간절하게 빌어봤지만 애석하게도 유한에게는 닿지 않은 듯 했다.
"아직 한참 남았어 누나."
그러니 얼른 마저 읽으라며 나긋나긋하지만 싸늘하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채찍질을 해댔다.
그래서 눈을 떴다.
눈을 떠서··· 눈앞에 자리한 것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숫캐··· 같은 놈··· 혀놀리는 거··· 보소··· 한 번 내꺼··· 빨아보게 하고 시, 싶네···"
간신히 말을 끝마친 순간 주륵하고 뭔가가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다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그 감촉이 당황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하고 떨었는데··· 곧 깨닫게 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몸을 떠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피했어야 했다는 걸.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리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보지 균열을 타고 느릿하게 흘러내리던 것이 균열 끝에 매달려 대롱대롱 흔들리는 느낌이 믿기 힘들 정도로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대롱대롱 흔들리는 느낌은 곧 끈적끈적한 것이 실을 쭈욱하고 늘어뜨리는 느낌으로 변모했다.
'아, 아···!'
막아야 한다고, 어떻게든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을 수도 멈출 수도 없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던 그 느낌이 어느 순간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래서 눈을 질끈 감았다.
그게 사라졌다는 건?
결국 떨어져버렸다는 소리일테니까.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던 것이 어디로 떨어졌을지는 솔직히 안봐도 뻔했다.
그 추측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라도 하듯ㅡ
"흐음···"
가느다랗게 내뱉어진 콧소리와 함께 허벅지 사이로 파고 들어와있던 유한의 손이 천천히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맘 같아서는 허벅지에 힘을 꽉 줘서라도 그것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싶었다.
허나 몸이 그걸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 것도 못하고 무력하게 유한의 손이 다리 사이에서 빠져나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는 없었다.
그런 식으로 세나가 본인이 마주하게된 가혹하기 짝이 없는 현실을 두 눈을 질끈 감는 것으로 외면하고 있을 때, 유한은 어느새 얼굴 앞까지 가져온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 슬랜더라고 해야할까.
의외로 살집이 좀 있었던 세나의 허벅지 사이에 갇혀서 반강제로 마사지를 받고 있었던 손안에는 희끄무레하게 물 자국이 남아있었다.
정확히는··· 애액 자국이라고 해야할까.
솔직히 과연 가능하긴 할까 싶었는데 이건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과였다.
'대체 얼마나 흥분했으면···'
척봐도 질척질척할 것 같은게 누가봐도 진심으로 흥분했을 때나 흘릴 법한 그런 액체였다.
애액이라는 고상한 이름보다는 차라리 암컷즙이라는 이름이 훨씬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비쥬얼과 감촉이랄까.
'역시 좋은 건 같이 봐줘야지.'
그래서 세나에게도 보여주기로 했다.
"누나, 이거 보여?"
얼굴 앞에다가 가져다놓았던 것을 세나를 향해 들이밀었다.
그런 내 움직임 때문에 흔들린 것이 주륵하고 흘러내리며 손바닥을 더럽히는게 느껴졌다.
그리하여 마침내 세나에게도 본인이 직접 흘린 것을 확인시켜주는데 성공한 순간, 맞닿아있던 곳을 통해 격한 떨림이 전해져왔다.
적나라해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난 흥분의 증거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던 걸까.
머리카락 사이로 설핏 드러난 세나의 귀는 어느 한 곳 멀쩡한 구석없이 전체적으로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유독 시선을 잡아끄는 앙증맞은 귀를 향해 입술을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속삭였다.
"흥분했네?"
당연한 말이지만 세나는 말이 없었다.
정확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향해 질문을 날렸다.
"왜?"
"···"
"혹시 도네했던 내용대로 나한테 보지 빨리는 상상같은 거라도 했어···?"
이번에도 세나는 말이 없었다.
허나 그건 딱히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상황이 이리되어버린 시점에서 진실같은 건 그리 중요치 않았으니까.
중요한 건 세나가 날 몰래 성희롱하는데 써먹었던 말들을 낭독하며 애액을 찔끔 흘릴 정도로 흥분했다는 점이었다.
"진짜··· 구제 불능이구나. 누나는."
일부러 싸늘하게 내뱉은 목소리에 세나가 어깨를 크게 떨었다.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고 이대로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으니까···"
"···"
"해줄게. 누나가 원하는대로."
속삭일 때마다 세나의 몸이 움찔움찔하고 떨리는 게 은근히 귀여웠다.
그래서 더욱 더 은근한 목소리를 내어 속삭여주었다.
"뒤돌아서 다리 벌려."
아마도 그리 속삭인 순간이었을 것이다.
어디선가 꿀꺽하고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짝 움츠러든채 몸을 파르르 떨어대던 세나가 스윽하는 소리를 내며 조심스레 몸을 돌리기 시작한 건 다름아닌 그 직후였다.
내 손바닥에다가 애액까지 떨어뜨리기까지 했으면서 여전히 내게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하체를 내보이는 건 좀 그랬던 걸까.
책상에 몸을 기대듯 엉거주춤하게 선채 어느새 움켜쥔 후드티 자락을 꾹꾹 잡아당기는 모습이 실소를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있잖아. 누나."
"···으, 응."
"생각해보니까 이거 나만 너무 손해보는 거 아닌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던 것일까.
차마 날 마주보지 못하고 밑으로 잡아당기고 있는 옷자락만큼이나 고개를 깊게 숙이고 있던 세나가 그것을 슬그머니 들어올려 조심스레 시선을 던져왔다.
"아니, 그렇잖아. 이런 짓한 것도 숨겨줘··· 동생 상대로 몰래 이런 짓이나 하면서 흥분하는 누나 성욕까지 책임져줘··· 이거 너무 나만 고생하는 것 같은데?"
"그, 그러면···"
"당연히 나도 뭔가 얻는 게 있어야하지 않겠어?"
"그, 어떤 거면···"
"글쎄? 그건 누나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싱긋 웃으며 그리 말했더니만 세나의 눈동자 속으로 고민하는 기색이 떠오르는 걸 볼 수 있었다.
본인이 내게 줄 수 있는 걸 생각하고 있기라도 한 것일까.
"도, 돈이라면···"
그리고 그게 세나가 고민 끝에 간신히 내뱉은 말이었다.
돈이라.
확실히 있으면 좋긴 했다.
그렇다고 정답이란 소리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오답에 가까웠기에 일부러 싸늘한 표정을 얼굴 위로 띄워보였다.
"누나."
"···"
"내가 방송에서 그러고 노니까 누나도 내가 돈이면 다 되는 걸레새끼처럼 보여?"
"그, 그런 건···!"
"하··· 됐어. 내 몫은 내가 알아서 챙길테니까···"
그제서야 본인이 실수를 해도 크게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안절부절 못하는 세나를 상대로 단호하게 명령했다.
"됐고, 입이나 좀 벌려봐."
내 말을 듣고는 몸을 움찔하고 떨며 망설이던 것도 잠시, 지금은 망설이는 것조차 사치라는 걸 깨달았는지 세나가 조심스레 입을 벌렸다.
그러면서 살짝 드러난 송곳니가 묘하게 귀여웠다.
그 기색을 얼굴 위에서 감추며 재차 명령했다.
"더."
"···이, 이렇게?"
"어, 그리고 혀 내밀어봐."
"···일허케?"
"눈은 감고."
그렇게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혀를 쭈욱 내밀고 있는 세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ㅡ
"···우쿱?!"
얼핏 보이는 목구멍 안쪽에서부터 흘러나오던 것이 살짝 거칠어지는 타이밍에 맞춰서 세나의 입 안에다가 손가락을 쑤셔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