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3화 〉1부 (203/315)



〈 203화 〉1부

뭐, 그렇게 된 관계로 결국에는 진행하게 되었다.

'아바타 데이트 배틀'이라는 세나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나게 껄끄러울 합방 컨텐츠를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얼떨결에 수락한 사람답게 세나는 방송하고만 관련이 되었다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보여주곤 했던 추진력을 넘치는 모습을 갑자기 상실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미적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언제까지고 '준비'만 하고 있을 것 같아서 아예 방송에서 오픈해서 빼도박도 못하게 만들어 주었다.

물론, 세나가 먼저  도발했다는 식으로 적당한 핑계를 가져다 붙여주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그랬더니만 그 때부터는 일이 아주 그냥 착착 진행되더라.

'진짜 밀어붙이는 거에 약하다니까···'


편집자에 매니저에 시청자에 아주 그냥 사방에서 얼른얼른 좀 하라고 등을 떠밀어대니 눈물을 머금고 어쩔 수 없이 서두르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리하여 마침내 그날이 왔다.


문제의 그 컨텐츠를 진행하기로 한 날이 말이다.


'음, 날씨 좋고.'

솔직히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봄이라고 부르자니 애매한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오늘은 바람도 잔잔하고 햇빛도 따사로운 것이 누가봐도 완연한 봄날씨였다.

그야말로 하늘까지 컨텐츠가 잘 될 수 있도록 팍팍 밀어주고 있는 이 상황.


그렇기에 남은  전력으로 세나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물론,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일 거다.

세나라고 해서 아무 대비없이 그냥 나올  없으니까.


껄끄러운 부분이 있는 만큼 절대 날 상대로 두근거리는 일이 없도록 아주 그냥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나오겠지.


고로···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어떻게 다들 준비는 많이 하셨어요?"

그게 내가 약속 장소라 명명한 문제의 장소로 떠나기 전에 캠에 대고 그리 묻고 있는 이유였다.


[우리만 믿으라구~~]

[우리 세오 벌칙받는 꼴은 절대 못 보지]


[아 ㅋㅋㅋ 상대가 너무 약한  아니냐고~~]


[세나 벌칙 딱대!!]

[필살기 드가자~~~]

[근데 ㅅㅂ 세나 년 개부럽네;;]

[아니 뭐가 부러움 ㅋㅋㅋ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셈]


[ㄹㅇ 동생보고 두근거렸다 생각하면 우욱;;]

[아니 왜?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님?]

[?]


[선생님;;]


[제발 히토미 좀 꺼!!! 히요비도 꺼!!! 익헨도 꺼!! 다 꺼!!]

[tag:sister]

[ㅗㅜㅑ..]


시청자들의 채팅을 보면 알  있듯 이들은  컨텐츠를 세나와 나의 자존심 대결로 알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내가 그런 식으로 입을 털어둔 덕분이었다.

[그나저나 이기면 벌칙 뭘로 하실거임?]

[그러게 어차피 승리는 확정이니까 미리 좀 생각해둬야 되는 거 아닌가?]


[ㄹㅇ 얼굴에서 이미 이겼는데 ㅋㅋㅋ]


[어우세! 어우세! 어우세! 어우세!]

[아 ㅋㅋㅋ 세나랑 헷갈리니까 뒤에 오 붙이라고 ㅋㅋ]

[곰보겜 드가자~ 리듬겜 드가자~ 아무튼 드가자~]

[염색 어떰?]

[눈썹 삭발 ㄱ?]

"아이, 아무리 그래도 눈썹 삭발은 좀 그렇죠."

왁싱이라면 또 몰라도 그것만큼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뭣하러 그 예쁜 미모를 망친단 말인가.

그래봐야 나만 손해인 것을.

"아무튼 다들 말씀하시는 거 보니까 벌써부터 든든하네요. 누나들만 믿을게요."


잘 좀 부탁한다는 의미로 캠을 보며 살살 눈웃음을 쳐줬더니만 다들 난리도 아니었다.


 필요없고 방금 그것만 보여줘도  끝날 거라나?


"그러면 야방 모드로 전환하기 전에 심박수 체크가 잘 되는지 확인만 해보고 리방하도록 하겠습니다."


[ㅖ]

[^^7]


[방송 다시 켜질 때까지 숨 참겠읍니다 흡!]


다행인지 불행인지 심박수 체크용으로 구매한 기기는 아주 잘 작동되었다.

화면도 미리 세팅해둔 대로  나왔고.

"자, 그럼 컨텐츠 시작 장소 도착하는대로 다시 방송 키겠습니다. 좀따 뵈요."

방송은 각자 키기로 했다.

물론, 필요한 장비는 세나한테서 빌렸다.

빌린 장비라고 해봐야 카메라같이 거창한 물건은 절대 아니고, 그냥 손떨림 보정기능이 있는 셀카봉 비스무리한 물건과 대용량 보조배터리, 그리고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무선 이어폰 정도가 전부였지만.

'그러면 나가기 전에···'


옷이야 시청자들의 도움을 받아 일찌감치 깔끔하고 무난한 복장으로 갖춰입었겠다 시간적으로 꽤나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뭐, 세나 쪽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상황이 그렇다보니까 한결 느긋한 마음으로 세나에게  이제 출발할 거라는 톡도 보내놓을 수가 있었다.


그렇게 유한이 본인의 여유로움을 과시하는 톡을 작성해서 보내고 있을  세나는 뭘 하고 있었냐하면··· 한창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톡이고 뭐고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씨이···"

미치겠네 정말로.

그리 중얼대는 세나의 앞에는 일전에 유한의 도움을 받아 구매한 옷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옷들이 널브러져 있는 모양새가 어찌나 처참한지 전쟁터 한복판을 보는  했다.

'여기서 뭘···'

입어야할까.

참으로 신기하게도  같은 것에 딱히 불만을 느끼거나 그랬던 적이 여태껏 단 한 번도 없는데 오늘따라 하나같이 눈에 차질 않았다.


얼핏 보니까 괜찮아보이길래 꺼내서 입어보니까 갑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해야할까.

그런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되다보니까 결국에는 이렇게 되어버렸다.

문제는 이 난리를 피워놓고서도 아직 입고 나갈 옷을 고르지 못했다는 점이었지만.

'그냥 저걸로 해야하나···'

마음에 쏙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른 것들에 비하면 그나마 괜찮았던 것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고민하던 것도 잠시, 세나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대뜸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불현듯 깨달아버렸으니까.

이건 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뭣하러 복장에 신경을 써야한단 말인가.


이게 진짜 데이트도 아닌데 말이다.

'누가보면 진짜 데이트라도 하는 줄 알겠네.'

이건 데이트가 아니라 데이트의 탈을  컨텐츠일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누가봐도 복장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티가 팍팍 나는 모습을 하고 나간다면?


유한의 반응이 어떨지 솔직히 안봐도 뻔했다.

보나마나 그렇게 기대가 되었느니 어쨌느니 하는 말을 하면서 이쪽을 놀리려고 들겠지.


그러니까 여기서는··· 이걸로.


그게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는 것들을 외면하고 옷장 안에 방치되어 있던 것을 꺼내서 입은 이유였다.

물론, 그래도 기본 예의라는  있으므로 최대한 깔끔한 것들로 골랐다.


그렇게 입고 나갈 옷을 결정하고 나니 비로소 다른 데 신경 쓸 여유도 가질 수 있었다.


'이것 봐.'

덕분에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되었다.

유한도 말이 데이트지 이걸 진짜 데이트처럼 여기지 않고 있다는 걸.

그게 아니고서야 준비하는데 몇 시간은 기본인 남자가 이토록 빨리 준비를 끝마칠 리 없었다.

'흥, 누가 속을  알고.'

유한보다 늦어서 좋을 게 없었기에 예상과는 다른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크게 당황하는 유한의 얼굴을 상상하는 건 짧게 끝내고 미리 준비해놓은 것들을 빠르게 챙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차키까지 챙긴 다음 그대로 약속 장소를 향해 출발했다.


그렇게 세나가 이제  집을 나섰을 때, 유한은 이미 약속 장소에 도착한 상태였다.

물론, 말이 약속 장소지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이긴 했지만.


집에서 같이 출발해도 되는 것을 굳이 이런 식으로 따로 만날 장소를 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같이 출발하면 기분이 안 살잖아. 기분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바깥에서 따로 만난다면?


제 아무리 세나라 해도 묘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틀림없이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려니  멀리서부터 익숙하게 생겨먹은 차 한 대가 빼꼼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말할 것도 없이 세나의 애마였다.

'···엥?'


문제는 운전석을 차지하고 앉아있는 이의 복장이었다.


입으라고 골라준 옷들은 대체 어디다가 팔아먹고 또  좆드티인 걸까.


혹시 옷 고르다가 선택장애가 폭주해서 뇌에 과부하가 오기라도 했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후드티라니.


슬며시 인상을 찌푸린채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세나의 차를 찍고 있으려니 뒤늦게 그녀의 복장상태를 확인한 시청자들이 나와 비슷한 반응을 채팅창 위에다가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얼척없어하는 반응이라고 해야할까.

[무7련... 무7련... 무7련...]


[세나는 바보야... 그저 후드티 밖에 모르는 바보 ㅠㅠ]

[아무리 진짜 데이트가 아니라도 그렇지  후드티야?!]


[세흐나야... 제발...]

[아니 ㅋㅋㅋ 얼굴 그렇게 막  거면 나나 달라고 ㅋㅋ]


[그 와중에 안 어울리게 선글라스 낀 거 개 킹받네 ㅋㅋㅋ]


[ㅆㅂ 선글라스 벗어!!]


[ㄹㅇ 미간에다가 지건 꽂고 싶네 증말루 ㅋㅋㅋ]

확실히  말, 아니 그 채팅대로였다.

프리한 컨셉으로 갈거면 완전히 그쪽으로 가던가.


누가봐도 명품임이 분명한 알 큰 선글라스는 또 왜 쳐 끼고 계신 걸까.

덕분에 세나에게서 익숙한 향기가 났다.


익숙한 김여사의 향기가 났다.


"야, 타!"


기껏 내앞까지 도착해서  대사는 더 가관이더라.

저 안타까운 인간을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대충 그런 눈빛으로 운전석에서 거들먹대고 있는 세나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한창 거드름을 피워대던 세나가 대뜸 어깨를 움찔하고 떨어댔다.

분명 날 보고 당황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뭣 때문에 그렇게 당황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느낌 자체는 그랬다.

"왜?"


"그, 어, 얼른 타라고!"


"네에, 네에."

돈도 잘 벌고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뭐···  정도면 나름 괜찮은 편인데 대체  저렇게  걸까.

안타까운 마음에 당장이라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싶은 걸 꾹 참으며 조수석 쪽의 문을 열고 그쪽에 올라탔다.

"방송은? 켰어?"

"···아직."

"그러면 아싸리 지금부터 켜. 채팅이나 도네같은 건 내가 봐줄테니까."


"그으··· 그래."

솔직히 세나의 복장을 보고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싸늘한 목소리를 냈더니만 거들먹댈 때는 언제고 세나가 슬금슬금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어찌나 전전긍긍 못하는지 기껏 쓴 선그라스가 아무 소용 없을 정도였다.

자꾸만 내쪽을 흘깃흘깃 훔쳐보면서 세나가 거치대에다가 꽂아둔 것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려댔다.


그러자 퍽 익숙한 화면이 카메라 화면 위로 떠올랐다.

'카메라가 맞긴 한가?'


아무튼 휴대폰에 알람이 온 걸 보면 방송을 키긴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세나가 주머니 안에서 이어폰을 꺼내 한쪽 귀에다가 끼웠다.

그러더니 언제  눈치를 보고 그랬냐는 듯 자연스레 시청자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이미 내 방송을 통해서 눈치보는 모습이 다 나가버려서 아무 소용도 없긴 했지만.

"그럼, 그, 출발한다?"


"어."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까지 끄덕여줬건만 세나의 고개는 내가 있는 쪽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혹시 뭐 할 말이라도 남은 걸까.

어리둥절해하고 있으려니까 내 시선을 피하듯 먼산을 바라보고 있던 세나가 어깨를, 그러니까 이어폰을 끼고 있는 쪽의 어깨를 움찔하고 떨더니ㅡ

"벨트, 안 매?"


"아."

"자, 잠시만···"

슬그머니 내쪽을 향해 몸을 기울이는  아닌가.

딱 보니까 후원을 통해서 안전벨트를 대신 해주라고 지시라도 들어온 모양인데··· 덕분에 세나의 얼굴과 몸이 천천히 가까워지는걸 실시간으로 보고 있으려니 솔직히  두근거리긴 했다.


'이건 심박수 좀 높게 찍혔겠는데···'

복장이 저래도 기본적으로 얼굴이 사기다보니까 두근거리지 않고 싶어도 두근거릴 수밖에 없더라.

찰칵-!


"흠흠···! 땡큐."

"···아냐, 뭐."

거의 키스라도 하는 것처럼 바짝 가까워진 세나의 얼굴을 홀린 듯 쳐다보다가 안전벨트 잠기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괜히 멋쩍고 민망해져서 헛기침과 함께 감사를 표하니 대답이랍시고 돌아온 것이 안 그래도 어색하게 변해버린 분위기에 어색함을 한 대접 더 끼얹었다.

"그··· 그러면 출발한다?"

"···어."

그렇게 다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아바타 데이트 배틀 더 두근두근하는 쪽이 패배!~라는 다소 괴상망측한 이름을 갖게된 컨텐츠가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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