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2화 〉1부 (202/315)



〈 202화 〉1부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통도 아니고 아니고 뭔 놈의 알약 하나에 3억원, 아니 3억 캐쉬나 하나 싶었다.


그렇다보니 시선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었다.


상점에서 파는 물건들의 가격대가 상식 밖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건 그 이상이었으니까.

그래서 확인해봤더니만··· 들여다보면 들여다 볼수록 조금씩 생각이 바뀌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괜찮은데?'

여전히 비싸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50퍼센트 할인을 적용받는다 쳐도 1억 5천만 캐쉬인데 그게 뉘집 개이름은 아니니까.

그런데도 자꾸만 구미가 당겼다.


비싸긴 해도 사서 제대로 써먹기만 한다면 그 이상의 효용이 있을 것 같았으니까.


'사? 말아?'

이건 말하자면 저번에 내가 샀었던 운동화와 같은 류의 물건이다.

다만  하나 차이가 있다면 언젠가는 닳아서 결국에는 못 신게 될 예정인 운동화와는 달리 이쪽은  번 먹으면 영구적이라는 것 정도?

심지어 효율은 이쪽이 더 좋을 거다.

하루에 꼴랑  시간 하는  전부인 운동하고는 달리 섹스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해대니까.

그러니 저걸로 아랫도리를 강화한다면 얼마나 효율이 좋겠는가.


말해 무엇하랴.

만약 내가 저 알약을 구매하게 된다면 난 저걸로 내 물건을 강화할 생각이었다.

사실 지금도 생김새나 크기만큼은 강화가 필요없는 수준이긴 하지만 건실하기 짝이 없는 외양과는 다르게 속알맹이는 슬슬 힘이 딸리고 있었으니까.


무려 5천만 캐쉬나 투자해서 정력에 몰빵을 했음에도 그랬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애초에 성욕의 화신이나 다름없는 지나는 물론이거니와 최근들어 가영도 부쩍 적극적으로 변했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세나하고도 주기적으로 몸을 섞게 된다?


그러면 정말 언젠가는 마른 걸레에서 물을 쥐어짜는 느낌으로 사정을 하게되는 날이 올지도 몰랐다.


'그건 좀 아니지.'

내가 원하는  압도적인 정력으로 상대방을 찍어누르며 즐기는 것이지 밑에 깔려서 꼴사납게 헐떡이는 게 아니니까.


체력하고 정력에서 밀린다면?


꿈의 3P나 4P는 시도조차 하지 못할 거다.

'그건 절대로 포기 못하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구매버튼 쪽으로 손가락을 가져갔던 건 그래서였다.

 꿈의 경치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1억 5천만 캐쉬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할부도 된다고 그랬으니까···'


이걸 사버리면 당분간 다달이 뜯기는 신세가 되겠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얻는 것에 비하면 싼 거 아닐까.

그래서 샀다.


결국 사버렸다.


360개월까지는 무이자라는 여신의 조언을 떠올리며 360개월 할부로 시원하게 질러버렸다.

그렇게 구매하고 나니?


곱게 포장된 알약 하나가 침대 위로 툭 떨어졌다.

실 구매가는 1억 5천만 캐쉬긴 하지만 역시 3억 캐쉬짜리라고 해야할까.

포장지부터가 남달랐다.

그래봐야 알약 하나일 뿐인데 뭐 이렇게 번드르르하게 포장해놨나 싶을 정도로 때깔이 곱더라.


'이거 포장 값만 한 5천만 캐쉬 되는 거 아냐?'


침대 위로 배달된  알약 뿐만이 아니었다.

설명서로 추정되는 책자 한  또한 같이 전해졌으니까.


원래 설명서같은 건 읽지 않는 성격이지만 아무래도 금액이 금액이다보니 안 펼쳐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펼쳐봤더니만 덕분에 신체에 얼마나 많은 부위가 존재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거 그거네.'

그러니까 용례··· 라고 해야할까.


알약을 입에 문채 강화시키길 원하는 부위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꿀떡 삼키기만 하면 된다는 간단하기 그지없는 복용법 아래에는 신체의 각 부위와 그곳을 강화했을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쭈르륵 나열되어 있었다.

눈, 코, 입, 귀같은 사람들이 으레 생각할 법한 곳에서부터 꽤나 마이너한 곳들까지.

그것들을 하나하나 눈으로 훑으며 차츰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거의 끝에 가까워졌을 때 마침내 발견할  있었다.


[음경-크기 증가, 강직도 강화···]

[고환-사정조절 가능, 정력 강화, 사정량 증가, 정액 생성속도 상승···]

내가 찾길 원했던 이름들을.


다만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지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묶어서 취급되었으면 좋겠다는 내 바람과는 다르게 자지하고 불알이 서로 나뉘어 있다는 것 정도?

'아씨··· 고민되네···'

그렇다보니 고민이 될 수밖에는 없었다.

솔직히 둘다 끌렸으니까.


특히나 음경 쪽에서는 관계를 맺는 이의 쾌감을 극대화시켜준다는 효과가 마음에 들었다.


저 말인 즉슨, 섹스를 하면 할수록 쥬지가 상대방을 자박꼼시킬  있는 흉기로 거듭난다는 소리 아니겠는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가슴이 웅장해지는 듯 했지만··· 결국 음경이 아닌 불알 쪽을 택했다.


그것 하나만 보고 그쪽을 택하자니 불알 쪽의 효과가 너무 좋았으니까.

누군가의 안에 사정하게  경우 상대방에게 극한의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건 물론, 사정한 장본인은 물론, 사정당한 상대방의 신체 나이또한 젊게 유지해주는 능력이라니.

이걸 어찌 포기하겠는가.


노화방지야 몸에 좀 좋다 싶은 것에는 대개 달려있을 정도로 흔한 효능이긴 하지만 이건 무려 신이 보증한 물건 아닌가.

여기서 더 고민해봐야 망설이는 시간만 길어질 뿐이었기에 더 고민하지 않고 알약을 입에 물었다.

그리고는 머릿속으로 강화하길 원하는 부위를  번이고 되뇌이며 그것을 꼴깍하고 삼키려니 내가 삼키기도 전에 혓바닥 아래에다가 숨겨놓았던 알약이 지 혼자 녹아서 목구멍을 타고 스르륵 넘어가버리더라.

'···뭔가 좀 달라지긴 한 건가?'


팬티를 살짝 들춰서  아래 숨겨져있는 실물을 확인해봤지만 확 두드러지는 변화같은  없었다.


그냥 평소보다 아랫쪽의 존재감이 좀 더 묵직해진 정도?


뭐, 기분 탓일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갑자기 연락해온 여신 때문에 잠시 지체가 되긴 했지만, 기존에 하려고 했던 일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던 나는 그대로 세나의 방이 있는 2층으로 향했다.

그렇게 계단을 따라 내려온 유한이 굳게 닫혀있는 문 앞에 섰을 때 세나는 침대 위에  늘어진채 몸을 쭉 훑고 지나갔던 배덕감과 스릴감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은 찌푸려진채 펴질 줄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미치겠네 진짜···'

이런 짓, 해서는  된다는 걸.


동생한테 몰래 성희롱이라니.

혹시라도 자신이 한 짓을 가족들이 알게된다면 대체 어떻게 변명을 해야할까.

아니 변명을 할 수 있긴 할까.

들킨 시점에서 변명할 기회고 뭐고 없을텐데?

그렇기에 멈춰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그만큼 짜릿했으니까.


오죽하면 유한이 방송을 끈지 한참 지난 지금도 손이 제멋대로 파르르 떨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무슨 금단현상이라도 온 것마냥 파들파들 떨리는 손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입술을 꼭 깨물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똑똑ㅡ

문 두들기는 소리가 울려퍼지더니··· 지금 이 순간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부터 들려왔다.

"누나? 나 누나한테 할 말 있는데  들어가도 돼?"

바로 조금 전까지 헤드셋을 통해서 듣고 있었던 목소리가 날 것 그대로의 형태를 한채 귓속으로 파고 들어온 순간 내심 흠칫할 수밖에는 없었다.

방금 전까지 하고 있었던 짓이 있다보니 그것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다름아닌 그것이었다.

왜 하필 이 타이밍에 할 말이 있다며 자신을 찾아온 것일까.

설마 악질 도네를 쏘던게 자신이라는 걸 눈치채기라도 한 것일까.


내심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공교롭기 그지없는 타이밍 때문에 자꾸만 심장하고 몸이 벌벌 떨렸다.

'자는 척할까?'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할  있는 의문 뒤로 따라붙은 생각은 다름아닌 그것이었다.

자는 척을 해버린다면 괜찮지 않을까.

그럴 리는 없지만 만약 정말로 들킨 거라면 당장 상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중으로 미루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그래, 그게 나을지도 몰랐다.


아마 유한도 확증은 없고 심증만 가지고 있는 상태일텐데 그런 거라면 지금 이렇게 잔뜩 동요한 상태에서 유한을 상대해서 좋을 게 없을테니까.


그래서 자는 척을 하려고 했다.

하려고 했는데··· 애석하게도 아까 반사적으로 헛숨을 확 들이킬 때 먼지같은 게 같이 빨려들어가기라도 했는지 갑자기 코가 간질거렸다.


"엣츙ㅡ!"


사랑하고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고 그 누가 그랬던가.

최대한 참아보겠다고 후하후하하고 숨까지 반복해서 들이켰건만 참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코에서 느껴지는 시원함과는 별개로 배 안쪽서부터 낭패감이 끓어올랐지만 깨어있는  들켜버린 이상 어떤 식으로든 유한의 말에 반응을 해줘야만 했다.

"크응··· 왜?"


"아니, 별건 아니고··· 그, 방송 때문에."

 결과 듣게된 대답이 가뜩이나 쿵쾅쿵쾅하고 정신없이 뛰어대던 심장을 더욱 빠르게 뛰도록 만들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혹시라도 문 너머에 있는 유한에게 들릴세랴 조심조심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벗어났다.


그리고는 컴퓨터가 놓여져있는 책상 앞으로 다가가 거기에 딸려있는 의자에 조심스레 걸터앉았다.


앉을  삐걱하는 소리가 나서 살짝 흠칫하긴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향해 말을 내뱉었다.

"방송 때문에? 흠··· 그래, 들어와."


그리 말하며 본체 쪽에 걸어둔 헤드셋을 잽싸게 뒤집어 썼다.

그리고 나서 모니터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척을 하고 있으니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유한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마치 바쁘게 뭔가를 하고 있다가 유한 때문에 잠시 멈춘 것처럼 뒤집어 쓰고 있던 헤드셋을 벗으며 모니터 전원 버튼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바빠?"

"그럭저럭? 오늘까지 확인해줘야 되는 게   있거든."

"아···"

"아무튼 그래서 무슨 일인데?"


부디 태연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면서 최대한 여유롭게 보일 수 있도록 의자에 등을 한껏 기댄 채 그리 물었다.


"그으, 그게 실은···"

기껏 판을 다 깔아줬더니만 왜 말을 못하는 걸까.

그만큼 쉽게 꺼내들 수 있는 말이 아니라서?


유한이 말은 하지 않고 입술을 오물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장이  안에서 발작을 해댔지만 어떻게든 여유로운 모습을 유지했다.

물론,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왜? 방송하다가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일이 바빠서 네 방송을 보지 못했다는 걸 스리슬쩍 어필해주면서 잽싸게 유한의 반응을 살폈다.


"아니, 그건 아니고···"

덕분에 안심할 수 있었다.


유한의 반응을 보니 걸린 건 아닌 듯 했으니까.

'하긴 걸릴 리가 없지.'

절대 자신과 그 부캐를 관련짓지 못하도록 닉네임도 일부러 악질적으로 짓지 않았던가.

유한이 초능력자가 아니고서야 그게 실은 나라는  알아낼 수 있을  만무했다.

그렇게 확신하고 나니 혼자 지레짐작해서 바짝 쫄았던  괜히 억울하게 느껴졌다.

"그러면?  말 있으면 빨리 좀 해."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내서 우물쭈물하는 유한을 재촉했던 건 그래서였다.


그랬더니 결국 유한의 용건을 들을 수 있었다.

"그, 혹시 나하고 합방같은 거 할 생각 있어?"


"합방?"


합방이라니?


그거야 저녁마다 대난투 연습 겸해서 매일같이 하고 있지 않던가?

그런데 이제와서 그리 말하는 이유가 뭘까.


그런 의문이 얼굴 위로 그대로 드러나기라도 했던 것일까.

 차례 쓰게 웃은 유한이 그대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니까  말은··· 저녁마다 하고 있는  말고."


"그러면?"

"그, 아무래도 최근 들어서 내가 계속 비슷한 컨텐츠만 방송에 보여줬었잖아?"

"뭐··· 그렇지?"

"그래서 한 번쯤은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같아서 야방을 좀 해보려고 하거든."


야방이라는 말에 야한 방송이라는 말이 먼저 떠올랐지만 그걸 리는 없겠지.

그보다는 야외 방송을 말하는 걸거다.

"야방? 야방 켜서 뭐하려고."

"그, 슬슬 봄이잖아?"


"···그렇지?"

봄이라.


혹시  꽃구경같은 거라도  생각인 걸까.

놀랍게도 그게 정답이었다.

다만 말을 들어보니 그냥 꽃구경은 아닌 듯 했지만.


"그냥 꽃구경만 하면 재미 없으니까 약간 누나 시청자들하고 내  시청자들하고 대결을 하는 컨셉으로 가는 거지."


"대결을?"

"어,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아바타 데이트 배틀이라고 해야하나? 시청자들이 누나랑 나를 조종하는 거지."

"그래서?"


"그리고 상대방이 뭔가를 했을 때 더 두근거리는 쪽이 지는 거야."

심박수 체크니 뭐니하는 말까지 늘어놓으면서 잔뜩 들뜬 얼굴로 자신이 구상한 컨텐츠에 대해 설명하는 유한의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뿌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때의 기분은 자신도 익히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어지간하면 들어주고 싶었지만ㅡ

'···데이트?'


 단어가 마음에 턱하고 걸렸다.

그 탓에 가타부타 말을 하지 못하고 침묵하고 있으려니 우다다다 쏟아지던 유한의 말이 뚝 멎더니 잔뜩 들떠서 발갛게 상기되어 있던 얼굴이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변했다.

"그, 혹시 별로야···?"


"응? 아, 아니···?! 그냥··· 실제로 하게 되면 어떤 식으로 준비해야할지 고민 좀 하느라고···"

어디까지나 이 상황을 탈피하고자 그리 둘러댔던 것이었는데ㅡ


"그럼 도와주겠다는 거네?"

그게 독이 되어서 돌아왔다.

그렇게 얼떨결에 유한과 야외 합방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것도 아바타 데이트 배틀이라는 신경이 안 쓰일래야 안 쓰일 수가 없는 이름을 가진 컨텐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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