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8화 〉1부 (198/315)



〈 198화 〉1부

'이상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물끄러미 응시하면서 세나는 속으로 그리 중얼거렸다.


틀림없이 여느 때와 다른 게 없는 풍경인데도 위화감이라는 것이 자꾸만 머리를 콕콕 찔러댔다.

어디가 어떤 식으로 이상하다고 딱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었다.

"자, 이것도 먹어."

"으, 응···"

언니가 유한이를 아낀다는 것쯤이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렇게··· 살갑게 대했던가?'

반찬까지 하나하나 집어서 떠먹여줄 정도로?

운동할  빡세게 굴린  새삼 미안하기라도 했던 걸까.


그런 것치고는 유한의 반응이 뭔가 좀 묘했다.


털털한 듯 하면서도 은근히 저런 걸 부담스럽게 여기는 유한이니만큼 살갑게 챙겨주는 언니의 행동에 부담을 느끼는 거야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이긴한데ㅡ


'뭔가 좀 달라···'


그러니까 부담의 종류가 좀 다른  같다고 해야할까.


언니가 숟가락 위에다가 올려주는 반찬을 밥과 함께 꾸역꾸역 입 안으로 밀어넣는 유한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도살장을 눈앞에 둔 소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딘가 체념한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런 게 유한의 눈동자 속에 어려있었다.

저렇게 언니의 수발을 받고 있으려니 오늘은 또 어떻게 굴려질지 벌써부터 등골이 오싹오싹하기라도 한 것일까.

'쯧쯧쯧···'


그러니까 언니한테 배우는 건 어떻게든 피했어야지.

역시 그때 편승하지 않았던 건 탁월한 선택이었노라고 자화자찬을 하면서 흘깃 옆쪽으로 시선을 던져보았다.


위화감이 느껴지는  언니 뿐만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위화감은 느꼈을지언정 그게 이토록 뇌를 콕콕 찔러대는 느낌까지는 들지 않았을테니까.

어딘가 이상한 건 옆에 앉아있는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 언니하고 유한이 저랬다면?


엄마는 틀림없이 흐뭇해하는 미소를 얼굴 가득 머금은 채 둘을 바라보고 있었을 거다.

허나 실제로 시선을 던져서 확인해본 엄마의 얼굴에는 익히 자리하고 있어야할 흐뭇한 미소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정체를  수 없는 것이 얼굴 위에 눌러앉아 있었다.


그래서 저 표정은 대체 뭘까.


확실한 건 엄마가 언니와 유한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굉장히 신경쓰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아까부터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는 한쌍의 눈동자가 그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입술은   저렇게···'

슬며시 깨물고 계신 걸까.

볼은 또 왜 살짝 부풀리고 계시고.


그것들만 보면 꼭 누군가를 질투하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누구를?


여전히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는 엄마의 눈동자를 조심스레 쫓았다.

 결과 어렵지 않게 알아낼  있었다.

유한보다는 언니 쪽에 엄마의 시선이 더 오래 머무르곤 한다는 것을.


마치 언니를 질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왜?'

그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다른 이도 아니고 엄마가, 언니를 질투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럴 이유가 없었다.


'설마···'

엄마도 유한이를 저렇게 챙겨주고 싶기라도 한 걸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걸로 언니를 질투하고 그러겠냐만은 가능성이 아예 없지만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는 은근히 그런 걸 많이 신경쓰시곤 했으니까.


그러니까 일이 바빠서 자식들을  챙겨주지 못했다는 걸 말이다.


'그런 거 아닌데···'


뭐, 그것도 그거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신경쓰이는  역시··· 바로 맞은 편에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유한 말이다.

사실 유한이 보여주는 모습이야말로 이 강렬한 위화감의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었다.

"흐으···"


'또···'


어제 푹 쉰 것 같더니만 아직 회복이 덜 되기라도 한 것일까.


유한이  상태가  좋다며 급방종을 때렸던 그날 자신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것이 또다시 유한의 얼굴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묘한 색기라고 해야할까.

미열이라도 있는 건지 뺨을 복숭아빛으로 물들인채 가볍게 숨을 내쉬는 유한의 모습은 뭐랄까 야릇함이라는 단어를 사람의 형상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몸에 남은 열 때문에 오한이라도 드는 것일까.


입 안에 밀어넣은 것을 귀엽게 오물오물대다가 가끔씩 몸을 부르르 떨어대는데 그 모습이 또ㅡ

'귀, 귀엽다니···!'

멍하니 유한을 바라보고 있던 것도 잠시, 순간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간 생각에 세나가 퍼뜩하고 몸을 떨었다.


동시에 뭐라 이루말할 수 없는 민망함과 당혹스러움이  안쪽에서부터 울컥하고 솟구치는 게 느껴졌다.


허나 전날 느꼈던 것만큼 얼굴이 화끈거리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날 온갖 커뮤니티들을 둘러보며 확인했으니까.


급방종을 때리기 전에 유한이 보여주었던 모습을 보고 '그런 느낌'을 받은 건 자신 뿐만이 아니었다는 걸 말이다.

말해 무엇하랴.

어제 하루동안 인방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싶은 커뮤니티는 유한에 관한 게시물들로 몸살을 앓았었다.

그리고 휴대폰이 손에 없어서 당장 확인해볼 수는 없지만 '세오'라는 이름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만큼 파급력이 엄청났으니까.

여자라면 홀릴 수밖에 없는··· 그런 모습이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반응도 대개 비슷했다.

그 와중에 선을 넘는 년들이 몇 명 보여서 그년들은 손수 PDF를 따두었고.

아무튼 뭐··· 사람들의 반응이 그렇다보니 전처럼  당혹스럽고 그렇지는 않았다.

100명중에 99명이 인정하면 그건 결코 이상한 게 아니니까.


말 그대로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그러니··· 발그레하니 물든 유한의 얼굴에 자꾸만 시선이 가는 것도 어쩔  없는 일일 거다.

동생이고 뭐고를 떠나서 일단 생물학적으로 남자와 여자 아닌가.


그리고 원래 사람은 예쁘고 잘생긴 것에 끌리는 법이다.

어린아이들만 봐도 평범하기 생긴 선생님보다는 잘생긴 선생님을 더 좋아하지 않던가.

'뭐··· 잘생기기는 했지.'

입만 열면 떽떽거려서 그렇지 지금처럼 가만히 입  닫고 집중하고 있으면 어지간한 연예인따위 가볍게 발라먹는 외모를 지닌 게 바로 유한이다.

그러니 여자들 뿐만 아니라 기획사 관계자란 양반들도 그렇게 유한에게 매달렸던 것 아니겠는가.


눈앞에 당첨이 확실한 복권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으면 당연히 긁어보고 싶은 게 사람 욕심이니까.

그런 세나의 감상은 아침 식사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되었다.

되도록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사실조차 까맣게 잊은 채 그녀는 모니터에다가 크게 띄워놓은 유한의 방송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부터 8천명이나 볼만하네···'


흘깃하고 채팅창을 향해 시선을 던져보니 얼굴이 발그레하니 달아오른 유한을 걱정하는 채팅들이 아주 그냥 폭발적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하루  쉬시는 게 좋지 않겠어요?]

[ㄹㅇ 열있으신 것 같은데]

[아프면 무리하지 마시고  쉬어 세오양 ㅠㅠ]


[우욱;;]

[세상 스윗한 척하는 육수련들 역겹누;;]


[ㄹㅇ 저래놓고 진짜 쉬러 간다고 하면 바로 나락 달릴 년들임 ㅋㅋ]

채팅창 올라가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평일 아침이라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뭔가 좀 우습기도 했다.

저번에 유한이 말했던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았으니까.

지금 이 순간 유한의 방종을 진심으로 바라는 이가  8천명 중에 있기는 할까?


뭐, 있기는 있을 거다.


한 수십 명 정도는 진심으로 유한을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허나 나머지는 당장 채팅은 저렇게 쳐도 진심으로 그걸 바라지는 않을 거다.


[ㅇㅇ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오늘?? 뭐임??? 왤케??? 꼴림???

[ㅇㅇ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ㄹㅇ 얼굴 발갛게 물들이고 있는 거 개꼴리네 진짜;;


유한이라고 해서 그 사실을 모를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 오히려 저렇게··· 대놓고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쪽이 유한에게는 차라리 기껍게 느껴지지 않을까.


과거에 본심을 숨기고 웃는 낯으로 접근했던 이들에게 여러번 당해본 경험이 있는 유한이니만큼 어쩌면 그게 당연할지도 몰랐다.

'그나저나···'

도네 수위 진짜 장난없네···

아마 다른 남스방에서 저런 도네가 터졌다면?


아주 그냥 난리가 났을 거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더 그랬겠지.

허나 유한의 방에서는 저런 게 당연해보였다.


유한이 합의금 선입금제도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입에 올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새 다들 거기에 적응한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아니;; 아무리 도네라지만 저런 말 해도 됨??]

[ㄹㅇ 에반데;;]

[아 ㅋㅋㅋ 윗련들 뉴비티 겁나 내네]

[뉴비들 어서오고]

[거 합의금 선입금제도라고 들어는 봤니?]


[킁킁... 이 야한 냄새는 뉴비의 냄새구나...]

[거 궁금하면 니들도 쏴보던가]

 광경을 보고 있으려니까 뭔가 좀··· 기분이 요상했다.


비상식적인 행위가 지극히 상식적인 행위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으니까.

적어도 이곳에서는 말이다.

그렇다보니 그동안 아무도 모르게 즐겨왔던··· 은밀한 취미가 단 한순간에 시시해지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지금이야 그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를 깨달은 탓에 자제한지 꽤 되었지만 한때는 정말로 중독되다시피 했었던 행위를 떠올린 세나는 반사적으로 침을 꼴깍하고 삼켰다.


다시 생각해봐도 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런 짓을 하고 다닌 건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아무 일도 없이 끝나서 다행이지 만약 누군가 고소라는 카드를 꺼내들어 이쪽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기라도 했다면 그동안 쌓아올린 인프라와 커리어가  한순간에 모두 날아가버렸을테니까.


그만큼 위험한 행위였다.


한때나마 자신이  빠져있었던 은밀한 취미는 말이다.

오랜만에 그것에 대해 떠올린 탓일까.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모니터 화면 위에는 굉장히 익숙한 창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주로 후원창이라고 부르는 창.


허나 그 구석에 적혀있는 이름은 평소 자신이 방송할  사용하는 것이 아닌 다소 생경한 이름이었다.

-아빠지갑훔치는세나

말해 무엇하랴.


한때 자신의 취미는 부캐로 이 방송  방송 돌아다니며 악질적인 도네를 하는 것이었다.


닉네임을 굳이 저렇게 지은 건 저런 식으로 누가봐도 악질임을 알 수 있는 닉을 달고 있으면 설마 자신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거라 생각해서 일부러 저리 지은 것이었고.

그 노림수가 제대로 먹혀들었는지 아니면 악질도네를 쏘면서 같이 후원한 금액의  때문인지 지금까지는 저 계정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지만ㅡ

'들켰으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오싹했다.


그래서··· 숨이 절로 거칠어질 정도로 흥분이 됐다.


'미치겠네 진짜···'

"하아···"

대체 어쩌다가 이런 거에 빠져버려서는··· 이게 다 악플이나 달고 나쁜 채팅이나 치고 다니는 년들 때문이었다.

그년들만 아니었다면 자신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짓을 하는지 궁금해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년들의 심리를 이해해보겠다고 그런 짓을 시작하게 되지도 않았을테니까.

시작하지 않았다면?


이 오싹오싹한 스릴감또한 평생 모르고 살았겠지.

'···삭제할까?'

지금이라도 삭제하면···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후원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유한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와 귓속으로 쑤욱하고 파고 들어왔고ㅡ

'···어?'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충전까지 끝내고 후원하기 버튼에 마우스 커서를 가져다 대고 있었다.

딸칵ㅡ


자그맣게 울려퍼진 소리와 함께 보낼 메시지란을 채우고 있던 것이 눈앞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어···?'


시야에 잔상처럼 남은 후원문구를 머릿속으로 되뇌이며 눈동자를 파들파들 떨어대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빰빠바밤ㅡ!


최소 10만원 이상의 후원이 터졌을 때나 울려퍼지는 경쾌한 팡파레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지더니··· 기계음이 반쯤 섞여있는 여성의 목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얼굴 왤케 빨감? 누가보면 책상 밑에서 몰래 빨아주고 있는 줄 알겠네 fuck you


스스로 한 글자 한 글자 쳐넣은 것이 음성으로 바뀌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자신이 방금 무슨 짓을 해버렸는지를.


깨달음 뒤로 찾아온 건 뭐라 이루말할 수 없는 당혹감이었다.


얼굴이 미친듯이 화끈거렸다.


동시에 자꾸만 시야가 흔들렸다.

허나 꼭 그것만 있는  아니었다.


이 행위를 통해 그동안 느꼈던 것들과는 비교조차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고도 아찔한 스릴감.


그것이 등골을 타고 쭉 솟구쳤다.


직접 말한  아니지만 다른 이도 아니고 유한에게··· 방금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진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이 주는 배덕감이 머릿속과  안을 가득 채웠다.


그 강렬하기 그지없는 감각 때문에 손바닥 위로 땀이 물씬 차오르며 그것이 제멋대로 바들바들 떨렸다.


그 당혹스러운 감각이 극에 달한 것은ㅡ

"아니, 뭔 놈의 닉을 그 따위로··· 아무튼 뭐 제 책상 밑에 뭐가 있는지 그렇게 궁금하시면 직접 와서 확인해보시든가요."

도네에 대한 유한의 반응이 돌아왔을 때였다.

"흐읍···!"


다리 사이서부터 아득한 쾌감이 솟구쳤다.


정신이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지는 것만 같은 아찔한 느낌에 본능적으로 발가락에 힘을 꽉 주고 있으려니 다리가 제멋대로 후들후들 떨렸다.


조금씩이긴 하지만··· 팬티가 젖어들기 시작하는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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