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화 〉1부
"그, 그건···"
그건?
"아, 안 돼···"
뎃···?
방금 분명 그런 분위기 아니었나?
말만하면 뭐든 오케이 해줄 것 같은 그런 분위기?
그런데 거절이라니.
이건 배신이었다.
나와 내 기대감에 대한 배신이었다.
그래서일까.
배신감이라는 감정이 배 안쪽에서부터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다.
그게 가영의 눈에도 보였던 것일까.
어느새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인 그녀가 더듬더듬대며 거절의 이유를 늘어놓았다.
"그, 몸··· 안 좋잖니. 괜히 무리했다가 더 아파지면 안 되니까···"
연분홍빛 입술이 망설임이라는 감정을 내포한채 파르르 떨렸다.
그것도 잠시 그것을 한 차례 꾸욱하고 깨문 가영이 쥐어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괜찮아지면은 그 때···"
지금은 좀 그러니 나중을 기약하자는 말.
그 말이 그토록 원통하게 들릴 수가 없었다.
가영의 말을 쉬이 받아칠 수가 없어서 더 그랬다.
몸 상태야 당연히 완전 괜찮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사실은 꾀병이었노라고 밝힐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다.
'씨발···'
설마 꾀병을 부린 업보가 이런 식으로 돌아올 줄이야.
원통함에 젖어있으려니 그런 내 모습이 가영의 눈에는 '실망'으로 비춰지기라도 했던 모양인지 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먼저 날 끌어안았다.
"나중에··· 나중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그러더니 내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날 다독이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이제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차근차근 하나씩 하는 거야 알겠지···?"
내 입장에서는 매우 꼴릿하게 들리는 말은 덤이었다.
천천히 차근차근 임신시켜 달라니.
그래서 더 원통했다.
그런 말까지 들었는데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니.
"···알겠어요."
"그래, 착하다."
등을 토닥이던 손길이 어느새 머리까지 올라와 뒷머리를 슥슥 쓰다듬고 있었다.
그런 말까지 했음에도 여전히 날 아이취급하게 되는 건 습관같은 거라서 그녀도 어쩔 수가 없는 걸까.
"진짜··· 맨날 애 취급이나 하시고···"
"앗··· 호, 혹시 기분 나빴니···?"
"아뇨."
'실수!'라고 외치는 듯한 얼굴을 한채 내 눈치를 살피는 가영을 향해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모가 쓰다듬어주시는 거면 어디든 전 좋아요."
다른 이도 아니고 무려 가영이 쓰다듬어주는데 기분 나쁠 리 있겠는가.
이건 그냥 만족스럽지 않을 뿐이다.
이왕 쓰다듬어줄거면 뒷머리같이 시시한 곳말고 좀 더 은밀한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내 솔직한 바람이니까.
가영의 성격상 물건을 다이렉트로 쓰다듬는 건 힘들겠지만, 꼭 자지가 아니더라도 쓰다듬을 부분이야 많지 않은가.
"다만 앞으로는 칭찬해주실 거면 머리 말고 다른 곳에다가 해주세요."
그런 내 말을 듣고 이상한 상상이라도 한 것일까.
간신히 원래 색을 되찾아가고 있던 가영의 얼굴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벌게졌다.
대체 어딜 쓰다듬는 상상을 했길래 저렇게까지 당혹스러워하나 싶었지만··· 묻지는 않았다.
반응을 보니 꼬치꼬치 캐묻는다고 알려줄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그럼 씻을까요?"
"으, 응···"
가영이 벗어둔 옷들이 혹시라도 젖지 않도록 구석에다가 잘 치워둔 뒤 그녀의 손을 잡고 욕조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있잖아요. 고모."
"응···?"
"팬티는 계속 입고 계실 거예요?"
정말로 순수하게 궁금해서 그리 물었더니만 샤워기를 손에 쥔채 거기서 쏟아지는 물의 온도를 체크하고 있던 가영의 어깨가 흠칫하고 떨렸다.
"젖을텐데···"
"그으, 끝나고 갈아입으면 되니까···"
팬티를 최후의 방벽으로 써먹으시겠다?
가영의 대답에서 그런 의도가 노골적으로 느껴져서 문득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렇게라도 해놓지 않으면 아차하는 사이에 저질러버릴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게 눈에 훤히 보였으니까.
한 번 마음을 트니 그녀 스스로도 그것을 제어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일까.
"아하."
정말 그런 거라면 나로서는 기꺼운 일이었기에 별 말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일단 머리부터 감겨줄테니까 여기에 앉아볼래?"
"넵."
아무래도 남의 머리를 감겨주는 건 거의 매일같이 하는 일이다보니까 익숙할 수밖에는 없었던 걸까.
욕조 끄트머리를 의자삼아 그곳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 위로 적당히 따뜻한 물이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너무 뜨겁거나 차가우면 말하렴."
매일같이 하는 일이라 해도 구도 자체는 익숙치 않을텐데도 가영은 단 한 번도 버벅대지 않았다.
촉촉하게 젖어서 평소보다 더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이 머리카락 사이를 노닐기 시작했다.
가영의 솜씨야 일전에도 한 번 경험해본바 있었기에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뭔가 좀 달랐다.
둘다 홀딱 벗은 채 이러고 있으니까 기분 좋은 느낌이 고스란히 쾌감으로 뒤바뀐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섰다.
뭔가로 덮거나 가리기 힘들 정도로 빨딱 서버렸다.
그리고 내게 일어난 변화를 가영도 눈치챈 듯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꿀꺽하고 침을 삼킬 이유도, 잘만 움직여대던 손을 갑자기 떨어댈 이유도 없으니까.
꿀꺽···
자꾸만 입에 침이 고이고 그러는 걸까.
어떻게든 내게 들키지 않겠다고 작게 침을 삼켜대는 소리가 그렇게 자극적일 수가 없었다.
쏴아아아하고 물이 쏟아지며 나는 소리에도 지지 않고 제법 또렷하게 들려오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려니 가영이 손에 들고 있던 샤워기를 잠시 내려놓고는 손에다가 샴푸를 듬뿍 짜냈다.
그러더니 손끼리 살살살살 비벼서 거품을 내더니만 그것을 내 머리에다가 묻히기 시작했다.
"흐···"
그 느낌이 기분 좋아서 한 번 소리를 내봤더니 샴푸칠을 하던 가영의 손이 흠칫하고 떨리며 오므라들더라.
"자, 자꾸 이상한 소리 내지 말렴···"
결국 한 마디 정도는 해야겠다 싶었던 걸까.
당혹감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귀여운 경고를 던져오길래 보답으로 의뭉 띈 반응을 던져주었다.
"이상한 소리라뇨?"
"그으··· 아니야···"
진짜 귀엽다니까.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혀 확인한 가영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펑하고 터질 것처럼 새빨간 색을 띄고 있었다.
"이제 헹굴거니까 눈 감고."
"넵."
그렇게 샴푸를 끝내고 나니?
비로소 본방이라 할 수 있는 몸의 차례가 도래했다.
"그럼, 몸도 부탁드릴게요. 고모."
"휴우···"
대신 씻겨주는 거라고는 하지만 어찌되었든 내 몸에 잔뜩 손을 대야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막막하고 그랬던 것일까.
가영이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그대로 샤워타올을 향해 손을 뻗길래 황급히 그녀를 제지헀다.
"잠시만요. 고모."
그에 가영이 내뻗던 손을 멈칫한 순간, 그녀를 향해 속삭이듯 내뱉었다.
"샤워 타올말고 더 부드러운 걸로 부탁드릴게요."
"더 부드러운 거···?"
짐작가는 게 딱히 없었던 것일까.
의아한 목소리를 내는 가영 쪽을 돌아보며 그녀를 향해 생긋 웃었다.
"그 왜, 있잖아요. 지금 바로 제 뒤에 있는 거."
동시에 그리 내뱉으니 그 순간 가영이 보여준 반응은 정말로··· 사진으로 찍어서 두고두고 보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대신 살짝이지만 화가 난 가영에게 옆구리를 헌납해야 했지만.
"진짜··· 어디서 그런 나쁜 걸 배워서는···"
"야한 거 보니까 남자가 막··· 자기 몸에 비누칠해서 여자를 씻겨주고 그러더라구요."
"하아···"
내 말마따나 보통 남자가 여자한테 해주는 행동을 설마 본인이 하게 될줄은 몰랐다고 이야기하듯 한숨을 포옥하고 내쉰 가영이 결국 바디워시가 든 통을 집어들었다.
이미 본방을 거절한 전적이 있는만큼 한 번 더 거절하긴 좀 그랬던 걸까.
"잠시만요."
그렇게 집어든 바디워시를 손에다가 대고 짜내려고 하길래 다시 한 번 그런 가영을 제지했다.
"제가 하면 안 될까요?"
"···뭐?"
"고모 몸에 비누칠하는 거요."
그에 어딘가 골이 난 표정을 하고 있던 가영이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 위로 망설임이라는 것을 띄워올렸다.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 번 더 밀어붙이니 결국 가영으로부터 바디워시가 든 통을 넘겨받을 수 있었다.
"그럼··· 시작할게요."
가영의 뒤에 자리를 잡고 그리 말하니 가영이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움직여 그것을 한 번 끄덕였다.
그것을 확인하고는 희고 곧게 뻗은 등에 바디워시를 쭉 짜냈다.
"읏···♡"
미끌미끌하고 점도 높은 것이 등골을 따라서 쭉 미끄러지는 느낌이 퍽 낯설었던 것일까.
그새 쭈욱하고 미끄러져서는 엉덩이까지 내려온 것을 다시 손으로 훑어올렸다.
그러자 새하얀 거품이 일어나며 그것이 가영의 살결과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존나 야하네···'
최후의 방벽 삼아 입고 있는 팬티는 이미 흠뻑 젖어서 엉덩이에 철썩 들러붙어있지 잡티라고는 하나도 없이 깨끗한 등은 거품으로 미끌미끌하지···
"등은 다 칠했으니까. 이제 앞에도 할게요."
그래서 앞쪽에도 손을 뻗었다.
물론, 그냥 뻗지는 않았다.
"팔좀 들어주실래요?"
가영으로 하여금 팔을 들어올리게 만들어 그 아래로 손을 통과시켰으니까.
'겨드랑이는 나중에···'
그건 별미니까.
지금은 가슴의 차례였다.
그렇게 거품 가득한 손으로 가영의 가슴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그새 딱딱하게 선 유두가 미끌미끌하게 변한 손가락을 피해 도망치듯 요리조리 움직이는데 그걸 쫓는 재미가 쏠쏠했다.
"흐으··· 흐···♡"
물론, 가영도 이 거품 플레이가 상당히 마음에 든 듯 했다.
유두를 살살 문질러 줄 때마다 몸을 부르르 떨면서 숨을 가늘게 몰아쉬는게 그 증거였다.
'자, 이만하면 가슴은 됐고.'
밑가슴 쪽을 집중적으로 문질문질하고 있던 것을 그대로 쭉 미끄러뜨렸다.
그러자 반사적으로 배에 힘을 주더라.
혹시 내게 살쪘다는 인상을 주기라도 할까봐 걱정이라도 됐던 걸까.
'딱 좋기만 하구만.'
지나처럼 탄탄한 것도 좋지만 가영의 배는 지나와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손바닥에 착하고 감겨드는게 만지는 맛이 있달까.
'여길 좋아했었지.'
그렇게 배까지 거품칠을 하는 척 하며 배꼽을 손가락으로 슬쩍슬쩍 건드려주니?
"으읏···♡"
약한 곳을 자극당해버린 가영이 달콤한 소리를 흘렸다.
그러더니 그런 소리를 내버린 게 부끄럽기라도 했는지 얼굴을 확 붉히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서 좀 더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건드리지 않고 내버려두었던 별미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런 내 움직임을 눈치챈 가영이 들어올리고 있던 팔을 황급히 내리려고 했지만ㅡ
"히극···?!"
내 쪽이 좀 더 빨랐다.
그렇게 거품이 잔뜩 묻은 손을 가영의 겨드랑이 사이에다가 끼워놓고 다른 곳보다 살집이 도톰하게 올라와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슬슬슬슬 문질러주었다.
가영이 특히 좋아하는 것이었다.
'자위'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겨드랑이를 살살 문질러주면 보지를 꼬옥꼬옥 조여대곤 했었지.
그러니 지금쯤 팬티 아래의 상태는 말이 아닐 거다.
틀림없이 물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흠뻑 젖어있겠지.
그런 식으로 가영이 좋아하는 곳을 단 한 곳도 빼놓지 않고 모두 거품칠을 해주었다.
"흐으, 헥···♡ 히으, 히휴우···♡"
살살 녹아내리는 표정이란 지금 가영이 짓고 있는 걸 말하는 거겠지.
맘 같아서는 진정이 될 때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해주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그럴 수가 없었다.
여기서 좀 더 끌면 지나가 돌아와버릴지도 모르니까.
그 전에 받을 건 받아야하지 않겠는가.
"자, 그럼 이제 저도 좀 부탁드릴게요. 고모."
그리 말하며 가영의 몸에 찰싹 붙이고 있던 거품투성이의 손을 떼어냈더니ㅡ
"흐으···"
흥분으로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기라도 하듯 살짝 몸을 움츠린채 가쁘게 숨을 몰아쉬던 가영이 고개를 홱 치켜들었다.
"유한이 너 정마알···"
거품칠만 하겠다고 하더니만 몸을 실컷 달궈놓은 내가 새삼 원망스럽기라도 했던 걸까.
얄미워 죽겠다는 듯 날 살짝 흘겨보던 가영이 입술을 꼭 깨문 채 날 향해 손을 뻗었다.
마치 자신이 느꼈던 곤란함을 내게 고스란히 되갚아주고 말겠다고 다짐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을 얼굴 위에 머금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