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화 〉1부
좋아할 거라는 예상 정도는 했었다.
그야 당연히 그럴 수밖에.
지나는 날 좋아한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의 취미를 이해해주고 관심가져주는 것만큼 기쁜 일도 또 없는 법.
하물며 그 취미라는 게 일반적이지 않은 것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지.
뭐, 지나는 일이 바빠서 어쩔 수 없이 끊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지만··· 글쎄 과연 그랬을까.
단순히 그런 이유만 있었던 걸까.
내가 볼 때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나는 트레이너 치고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편이니까.
유명한만큼 다른 이들의 시선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취미활동을 지속해나가긴 힘들었겠지.
그러니 더더욱 기뻐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ㅡ
"어디보자··· 혹시 얘야?"
설마 이 정도로 좋아할 줄은 몰랐지.
말해 무엇하랴.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괜히 존재하는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지나는 내가 어디가지 못하도록 날 자기 옆에다가 앉혀둔 채 손수 검색해서 찾아낸 히로앤슬 캐릭터들을 하나씩 손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아니."
"그럼 얘?"
아니,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왜 자꾸 야하기 짝이 없는 코스튬을 입고 있는 애들만 고르는 걸까.
내가 원하는 건 따로 있는데 말이다.
계속해서 빗나가는 지나의 선택에 맞춰서 쉬지 않고 고개를 가로젓고 있으려니 그녀가 설마설마하는 목소리로 남자 주인공을 가리켰다.
"설마 얘야?"
"아니?!"
미쳤다고 걜 고르겠는가.
참으로 다행히도 진심은 아니었던 모양인지 그럴 리가 있겠냐고 펄쩍 뛰기 무섭게 지나가 쿡쿡 소리를 내며 웃었다.
"얘야."
"응? 얘라고? 어디보자 이름이··· 캡틴 아마조니아? 얘 맞아?"
"어."
캡틴 아마조니아.
말 그대로 여전사 컨셉의 캐릭터였다.
그만큼 복장도 활동성이 넘치는 편이었고.
뭐, 복장도 복장이지만 이 '캡틴 아마조니아'라는 캐릭터는 지나하고 닮은 구석이 많았다.
일단 보기 좋게 그을린 피부색부터가 그랬고, 굉장히 탄력적인 몸매를 하고 있다는 점이 그랬다.
심지어 둘은 머리색도 똑같았다.
물론, 헤어스타일만큼은 서로 달랐다.
숏컷에 가까운 단발인 지나와는 달리 캡틴 아마조니아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곱슬머리의 보유자니까.
'얼굴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다.
캡틴 아마조니아 쪽이 근엄한 느낌이라면 지나는 사납고 카리스마있는 느낌에 가까우니까.
그렇다고 지나에게 가발을 씌우거나 분장에 가까운 화장을 부탁할 생각까지는 없었다.
내가 보고 싶은 건 어디까지나 '캡틴 아마조니아의 슈트를 입은 지나'니까.
'캡틴 아마조니아' 그 자체가 아니라 말이다.
아무튼 둘이 이래저래 닮은 구석이 많기 때문일까.
내 손가락을 따라서 시선을 옮기다가 마침내 캐릭터의 생김새를 확인한 지나가 그때부터 묘하게 부끄러워했다.
내가 자기하고 닮은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말을 하니 뭔가 좀 부끄럽기라도 했던 것일까.
"흠흠··· 얘란 말이지?"
괜스레 헛기침을 반복하던 지나가 캡틴 아마조니아의 이미지를 찾아내 크게 띄웠다.
일단 견적부터 뽑아보려는 것일까.
그렇게 휴대폰 화면 위로 띄워놓은 것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던 것도 잠시 천천히 밑을 향해 내려가던 지나의 눈동자가 어느 순간 덜컥하고 멈추었다.
왠지 지나가 어디서 멈칫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도 한때는 그랬으니까.
처음 봤을 때는 명색이 영웅이라는 년이 뭐 저런 옷을 입고 다니나 했었지.
"음··· 여, 여기에 구멍이 있네···?"
말하지 않았던가.
히로인앤 슬레이브에서 히로인들이 힘을 회복하는 방법은 남자주인공과의 스킨십이라고 말이다.
다만 그 스킨십이라는 것이 맨살과 맨살간의 접촉만을 말하는 것이다보니 만져지는 입장인 히로인들의 옷에는 여기저기에 구멍이 파여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은··· 주로 해당 히로인의 성감대 쪽에 위치해있는 편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회복할 때 쾌감을 느끼면 느낄 수록 회복량이 증가하는 식이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가슴이나 보지같은 곳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랬다면 영웅 취급이 아니라 변태나 노출이 취미인 치녀 취급을 받았겠지.
'성감대가 꼭··· 거기에만 있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우리의 캡틴 아마조니아님의 '성감대'는 '치구' 쪽에 위치해 있었다.
어떤 이는 아랫배라고 부르기도 하고, 어떤 이는 비너스의 언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그곳 말이다.
더 쉽게 말하면 보지털이 나는 곳이기도 했고.
'정확히는 거기서 조금 더 위긴 하지만.'
뭐, 어쨌든 그런 곳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처지다보니 우리의 캡틴 아마조니아님께서는 그곳이 털 한올 없이 맨들맨들했다.
허나 지나는 그럴 리 없으니 이대로 옷을 구해다가 입게 된다면··· 아마도 훤히 보이겠지.
곱슬곱슬하고 새까만 털들의 모습이 말이다.
그 모습을 상상하기라도 한 것일까.
지나의 얼굴이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 모습 그대로 민망함에 젖어있던 것도 잠시, 지나가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에 힘을 주어 그것을 슥 말아올렸다.
"큰일이네에···"
곤란하다는 듯 말하는 것치고는 전혀 곤란해하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차라리 살짝 흥분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것이 귀에 난 솜털을 스치며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유한이 부탁들어주려고 이거 입으면은··· 여기 아래에 있는 구멍 때문에 다 보이겠다 그치?"
"···"
"누나 털 말이야."
속삭이는 목소리가 간지러웠다.
"어쩌지···? 이 캐릭터처럼··· 밀어버리는 게 좋으려나···?"
간지러우면서도 유혹적이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꼴깍하고 침을 삼키게 되었다.
그 소리를 지나도 들었던 것일까.
안 그래도 느릿하던 목소리가 조금 더 느릿해졌다.
"그런데···♡"
아니, 느긋해졌다.
"아래쪽이라서··· 혼자서는 힘들 것 같은데···♡"
동시에 아찔할 정도로 뜨거웠다.
귀에 닿아서 흩어지는 숨결이 그랬다.
"혼자서 하다가 베이기라도 하면 큰일이겠다 그치···?"
모래라도 한웅큼 씹어삼킨 것마냥 목 안쪽이 버석거렸다.
그 정도로 갈증이 났다.
"누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부탁하기도 좀 그렇고···"
속이 탔다.
그냥 시원하게 나한테 밀어달라고 말하면 될 것을 왜 이렇게 사람의 애를 태우고 그러는 걸까.
"어떻게··· 유한이가 누나 좀 도와줄래?"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기다려 마지 않았던 말이 지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나로서는 차마 거절할 수 없는 색을 띈채로.
"필요한 도구같은 건 누나가 알아서 준비할테니까···"
후우하고 가늘게 숨을 내뱉은 지나가 한자한자 끊어서 내뱉었다.
"유한이 네가 밀어줄래···?"
아니, 실제로 그리 내뱉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들렸다.
"누나 보지털."
그렇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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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지나라고 해야할까.
추진력이 어마어마했다.
필요한 건 자기 쪽에서 알아서 준비하겠다고 하더니만 바로 다음날 아침에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갖춰들고서 날 찾아오더라.
"그럼, 누나 일단 샤워부터 좀 할테니까···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오라고 하면 들어와."
"아, 응."
이미 심장은 곧 맛보게될 낯선 경험에 대한 기대감으로 콩닥콩닥 뛰어대고 있었다.
그래서 얼굴에 열이 오르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이 귀여워 보이기라도 했던 것일까.
작게 웃은 지나가 그대로 몸을 돌리더니 걸치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스윽···
천이 살결을 스치는 소리가 울려퍼질 때마다 미칠 것 같았다.
평소와는 다르게 오늘은 아직 정액을 삥 뜯기지 않은 상태라서 더 그랬다.
압권은 역시 몸에 쫙 달라붙는 스패츠를 벗을 때였다.
잘 보고 있으라고 말하는 것처럼 찰싹 소리가 나도록 때려보고 싶을 정도로 봉긋한 엉덩이를 내쪽을 향해 내민 지나가 그대로 스패츠를 벗기 시작하는데··· 까맣고 얇은 천이 쫀쫀하게 늘어나면서 보기 좋게 그을린 엉덩이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날 때마다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스패츠 아래에 갇혀있던 지나의 보지는··· 살짝이지만 젖어있었다.
그래서 스패츠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릴 때 그 사이로 투명한 실이 끈적하게 늘어졌다.
그 사실을 아는 지 모르는 지 탄력을 점검하기라도 하듯 스스로의 엉덩이를 손으로 꽈악하고 움켜쥔 지나가 그것을 살짝 흔들며 화장실 안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씨발···'
엉덩이 한 번만 때려보고 싶다···
저기서는 대체 어떤 소리가 날까.
유한이 그런 상상을 하고 있을 때 지나는 이미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고 있었다.
일부러 머리는 적시지 않고 몸만 닦았다.
특히 다리 사이에 집중했다.
그럴 리는 없지만 만에 하나라고 이상한 냄새라도 나면 곤란했기에 손가락까지 동원해 안쪽까지 꼼꼼하게 닦았다.
물론,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는 않았다.
이제 곧 유한과 그런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보지가 뜨겁게 달아올라서 잔뜩 민감해져 있었으니까.
가뜩이나 근질거리는 곳을 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러대니 미약한 쾌감과 함께 더 격하게 잔뜩 문지르고 싶다는 욕망이 배 안쪽에서부터 울컥울컥 솟구쳤다.
허나 꾹 참았다.
이왕 문지를 거라면··· 이런 손가락 따위보다는 더 굵고 딱딱하면서 뜨거운 게 좋았으니까.
그래서 떠올렸다.
천천히 옷을 벗는 자신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유한의 모습을.
그리고 유한이 입고 있던 바지 위로 우뚝 솟아있던 손가락보다 더 굵고 딱딱하면서 커다랗기까지 할 것의 모습을 말이다.
'하여간에 정말···'
엄청 밝힌다니까.
얼굴이 빨갛게 변할 정도로 흥분하던 유한의 모습을 상상하니 손이 제멋대로 거칠게 움직이려고 하길래 그대로 아래쪽에서 떼어냈다.
그리고는 샤워기 밑을 빠져나와 몸에 묻은 물기를 꼼꼼히 닦아냈다.
'이제 이걸 아래에 붙이면 된다고 그랬지···'
혼자서 힘들 것 같다고 그랬던 건 거짓말이었다.
이미 몇 번이나 혼자서 해본 적이 있으니까.
그렇지만 유한이 말한 그 캐릭터처럼 한 올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미는 건 이번이 처음이 맞았다.
그렇기에 딱히 양심에 켕긴다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그저··· 묘한 흥분을 느낄 뿐.
'오늘은 꼭···'
유한이 먼저 달려들 수밖에 없도록 만드리라.
굳이 가릴 필요가 없음에도 길이가 넉넉한 수건 하나를 꺼내서 목에다가 걸었던 건 그래서였다.
때로는 대놓고 보이는 것보다 보일 듯 말 듯한 쪽이 더 흥분된다는 점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아랫쪽에 이어 가슴까지 슬쩍 가려준 뒤 욕조 위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유한을 부르려고 하니ㅡ
'뭔가 좀 부끄럽네···'
갑자기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긴장이 될 줄 알았다면 올라오기 전에 미리 좀 더 예쁜 모양으로 깎아뒀을텐데.
순진하게 생겨서는 은근히 변태같은 구석이 있는 유한이니만큼 그랬다면 틀림없이 잔뜩 흥분하지 않았을까.
뒤늦은 후회가 올라왔지만 그렇다고 유한을 더 기다리게 만들 수는 없었기에 큼큼하고 헛기침을 한 뒤 문 너머에서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 못 하고 있을 유한을 호출했다.
"그··· 이제 들어와도 돼."
라는 지나의 목소리는 무사히 유한에게까지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 말이 들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유한은 결코 주저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굳게 닫혀있는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은 다음 닫혀있는 문을 열고 그대로 화장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하여 마침내 지나가 기다리고 있을 화장실 안으로 입성하는데 성공한 순간ㅡ
농담하는 게 아니고 진짜로 이성이라는 게 순간적으로 날아가버리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야했다.
"부끄러우니까···"
부끄러운 듯 시선을 살짝 내리깐채 욕조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날 기다리고 있던 지나의 모습은.
"얼른···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