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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1화 〉1부 (171/315)



〈 171화 〉1부

'이건 볼 수밖에 없겠네.'

절대 야하고 꼴린다고 해서 보려고 하는  아니다.

내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계획에 디테일을 더하기 위함이었다.


이왕 하는 거 어설프게 흉내만 내는 것보다는 완벽하게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래서 봤다.

히로앤슬인지 뭔지를.

그리고 자연스럽게 깨우치게 되었다.


대세라고 불리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다수의 남캐와 여자 주인공 체제가 일반적인  세계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남자주인공에다가 다수의 여캐라는 비주류적인 조합을 택하고 있음에도 상당히 재밌더라.


거기에 그··· 꼴림도 또한 상당했고.


스킨십을 하면 상대방의 힘이 회복된다는 설정 자체는 골때리긴 했지만, 그걸 상쇄하고도 남을 꼴림도가 있었다.


덕분에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봐버렸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내 눈에 서 있는 빨간 실핏줄들이었고.


그래도  마냥 넋놓고 보기만 한 건 아니었다.

흥미진진하게 감상하는 와중에도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주의깊게 살폈으니까.

그리고  결과 마침내 결정할  있었다.


어떤 걸로 변장할지를.

그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시청자들은 평소와는 다르게 빨갛게 실핏줄이 서 있는  눈을 확인하고는 혹시 어디 아픈  아니냐고 걱정하기 바빴지만.

[밤 샜음? 눈 빨간데]

[아프면 방송 끄고 쉬어~]

[스윗한 척하는 육수련들 개많네 ㅋㅋㅋ]

[방송 끄고 쉬어 ㅇㅈㄹ ㅋㅋㅋ]

[ㄹㅇ 방송 끈다고 하면 보나마나 나락도배할거면서]

[스포 ㄴ]

[근데 진짜   있었음? 개 피곤해보이는데]


"아, 딱히 별  있었던  아니구요. 그 어제··· 애니메이션 추천해주셨잖아요?"

솔직히 좀 피곤하긴 했다.


허나 지금 느끼고 있는 피곤함은 어제 늦게  영향이라기 보다는 지나의 탓이 컸다.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일어나자마자 방으로 방문한 지나에게 정액을 상납해야만 했으니까.

그래도  늦게 잔 영향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서 눈이 좀 따끔거리긴 했다.

그래서 따끔따끔거리는 눈을 손가락을 이용해 비비적대다가 채팅창을 확인해보니 다들 내게 어젯밤에 뭘 봤는지 추측하기 바쁘더라.


[커칼봤지? 아 ㅋㅋ 커칼은 보다가 밤새도 ㅇㅈ이지~]

[우욱;;]

[아 제발 ㅋㅋㅋ 씹라포밍 멈춰!!!]


[응~ 커칼 엔딩 개똥이야~ 이제 대세는 무적권 마술회전이죠?]


[ㅅㅂ 내 유일한 안식처가 씹덕소굴이 되어버려...]

[오히려 좋아]


[아니 애니 추천해달라고 말하는 남스는 많이 봤는데 ㅋㅋ 진짜로 보다가 밤새는 애는 첨보네 ㅋㅋ]

[그만큼 시청자들한테 진심이시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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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야~ 호~]

[그래서 뭐봤는데!!]

[여기서 선택받는 애니가 진정한 대중의 픽이죠?]


[아 ㅋㅋㅋ 우마 머스마 이제 인싸 애니 되는 거야?]


흥미로운 점은 내가 어제 그렇게 히로앤슬에 관심을 많이 보였는데도 그걸 봤으리라 생각하는 이들은  명도 보이질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보니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이 분기점이라는 걸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는 방송을 하면서 어느 정도 내숭을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런데 그 짓도 이제 슬슬 못해먹겠더라.

입도 근질근질할 뿐더러 내가 세상 조신하고, 점잖은 척을 다하니 시청자들또한 가면을 뒤집어쓰고 몸을 사리기 바빴으니까.

그래서 생각했던 것보다 뭔가  재미가 덜했다.


재미있긴 한데 한 2프로 정도 모자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렇다보니 언젠가는 본모습을 오픈해야겠다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설마  기회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이야.


어찌보면 바라마지 않던 상황이긴 했지만, 솔직히 좀 망설여지긴 했다.


밝히는 남자라는 환상종을  세계의 여자들이 과연 받아들일  있을지 확신이 서질 않았으니까.

그래서 망설였지만ㅡ


"네? 뭐 봤냐구요? 히로앤슬인가 그거 봤는데요?"


얼굴을 믿고 일단 질러봤다.


설마 이렇게 생겨먹은 애가 야한 걸 좋아한다는데 질색까지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눈 딱감고 질러봤던 건데··· 놀랍게도 채팅창이 잠시 꺼졌다.


그러니까 쉬지 않고 올라가던 채팅이 딱 2초정도 멈추더라.

그러더니 채팅창 위로 물음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아니 그걸 왜;;]

[그걸 봤다고? 미친 ㅋㅋㅋㅋ]

[스스로 야애니 보면서 밤샜다고 고백하는 남스가 있다?]

[이왜진?]


[ㅅㅂ 히로앤슬인가 뭔가 추천한  누구냐]

[아 빨리 나와서 대가리 박으라고 ㅋㅋㅋ]


[ㄹㅇ 나다 싶으면 튀어나와]

"아니 다들  그래요? 남자는 야한 거 보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요?"


그런 법따위 있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일부러 그리 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당황한 듯한 반응들이 채팅창 위로 쏟아졌다.

[아 ㅋㅋㅋ 코건 야지]


[뭐어... 볼 수도 있긴 한데..]

[아 음... 당황스럽구만]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오픈하는 건 쪼금 그렇달까?]

[달까 ㅇㅈㄹ ㅋㅋㅋ]


"뭐, 개인차가 있기야 하겠지만 남자도 야한 거 보긴 보거든요?"

아마 그렇지 않을까?


성욕이 적다는 거지 무성욕이라고는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니면 말고.


"아, 그리고 엄청 야하고 꼴린다길래 기대하고 봤더니만 그렇게 야하지도 않던데?"

꼴리는 거랑 야한 건 별개니까.

꼴리긴 했는데 엄청 그렇게 야하진 않더라.


물음표가 빗발치는  보니 시청자들의 생각은 좀 다른  했지만.

[?]


[아니 평소에 대체 어떤 걸 보시길래...]

[오빠 나 슬슬 무서워 장난 치지마;;]

[갑자기 방송 매콤해졌네 ㅋㅋㅋ]


[아 달달한 맛 어디갔냐고]

"아니 본방이 없잖아요. 본방이. 맨날 애무만 쳐 하다가 끝나더만."

야하다는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본방이 있어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맨날 주무르기만 하고 끝나더라.

그러니 꼴릴 지언정 야하지는 않았다.

"할 거면 끝까지 하던가. 이제 좀 흥분되려고 하면 맨날 거기서 딱 끊어버리는데 그러면 꼴받기만 하지 그게 무슨 재미냐고요."

뭐, 본격적인 야애니라기 보다는 야한 맛이 첨가된 느낌이다보니 차마 거기까지는  수 없었던 거겠지만 그래도 열 받긴 하더라.


마치 사정하기 직전에 딱 끊긴 느낌이었으니까.


[;;;]


[혹시 술드신 거 아니죠?]


[세나야!!! 유세나!!!]


[뭐해 당장 차단기  내리고!!!!]


[헤으응... 뭐지 이거...?]


[몬가... 몬가 깨는데 꼴려...]

"네에, 술 안 마셨구요. 지극히 제정신입니다. 그냥 좀 답답해서 이러는 거예요."

[아니 뭐가 그렇게 답답하셨길래;;]

[진짜 뭔 일 있었음?]

"그거! 지금 그거! 그거  하지마요. 아니 내가 무슨 아무 것도 모르는 꼬꼬마인가?"


그랬다.

내가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겠다고 결심하게 된 데에는 시청자들의 저런 반응이 한몫했다.

채팅으로 아주 그냥 세상 스윗한 척은 다하는데 그런 채팅을 볼 때마다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듯 했으니까.


이건 노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생리적인 거라서 당연히 극복또한 불가능했다.


"스윗한 척하는 거 볼 때마다 몸에 두드러기 나는 거 같거든요?"


[아 ㅋㅋㅋ 솔직히 역겹긴 했어]


[ㄹㅇ ㅋㅋ]


[스윗한 척 하는 육수련들 쳐내!!]

[세오는 아가야... 아가는 이런 말 못해...]


[네 이놈!!! 세오 몸에서 썩 나가지 못할까!!]

"뭐래, 솔직히 다들  얼굴 보면 꼴리니까 방송보러 오는 거잖아 아니에요?"

이왕 이렇게 된   세계 여성들에게 진짜배기 한남의 매콤한 맛을 제대로 보여주기로 했다.


겸사겸사 그동안 알게 모르게 쌓인 불만도 좀 털어내고.

"아,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말하는 건데 그··· 외국인 시청자 분들?"


시청자들 중 대부분이 세나 방을 거쳐 들어온 이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외국인 시청자가 없는 건 아니었다.

의외로 꽤 많았다.


물론, 그들또한 세나의 방송을 계기로 유입된 이들이긴 했지만.


"SNS 안 하니까 귓말로 SNS 주소 좀 그만 물어봐! 그리고 알몸 사진도 그만 좀  보내고. 아니 뭔 놈의 귓말이 하루에 수백통씩 오냐고!!"


[아니 한국어로 하면 어떻게 알아듣냐고요 ㅋㅋㅋ]

[근데 씹 ㅋㅋㅋ 양키년들 생체토르라고 빠꾸없네]

[토르가 뭐임?]


[토르는 천둥의 신이구연]

[대체 알몸 사진을 얼마나 쳐 보냈으면 애가 이렇게 폭주를 하냐고]


[이건 양년들이 잘못했다]


[맞지맞지~]

"그리고 시발 남의 고추 사이즈는 왜 그렇게 궁금해하는 건데? 어? 알아서 뭐하려고."

이건 과장따위가 아닌 진실이었다.


귓말이 왔다 하면 백이면 백 몇 센티냐고 물어보는 귓말이더라.

"아니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적어도 어? 한국 사람한테 귓말을 보낼 거면 한국어를 쓰는  예의 아닌가? 번역기 뒀다 뭐할건데? 스프라도 끓여먹으려고?"

입을 털면 털수록 채팅창 분위기가 바뀌어가는게 눈에 보였다.

처음에는 당혹스러워하고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수 없어하던 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내게 편승하기 시작한  그 증거였다.

[아 ㅋㅋ 마마고 쓰라고!!]


[근데 솔직히 궁금하긴 함;;]

[어허!! 등기 우편 받고 싶어!!]

[그래서 넌 안 궁금하다고?]

[아니 뭐... 그런  아니구요..]

"왜요? 님들도 궁금해요? 하···"

쯧쯧하고 가볍게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사타구니를 향해 가져가는 척 하다가 그대로 캠을 밑으로 내려 내 모습이 비치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것도 잠시 다시 캠을 올린 다음 그것을 향해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자."


[ㅗㅜㅑ...]

[갬성있는 사이즈..]


[의외로 크네 퍄;;]


[아니 ㅋㅋㅋ 다들 이제 안 사리기로 한 거야?]

[다들 다시 가면 써!!]

[휴대폰 말하는 건데요?]


[사과폰은 ㅇㅈ이지~]


"뭐래,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죠. 이거에 곱하기 2하세요."

[?]


[에이;;]


[구라 ㄴ]


[말이 되냐고 ㅋㅋㅋ]


[말은 안 되는데 저 말이 진짜면 거의 말만하긴 할듯;;]


[펀치라인 뭐야...]


"하··· 궁금하다고 해서 기껏 알려줬더니만 이걸 못 믿네. 뭐, 믿기 싫으면 마시든가."


진실을 알려줬는데도 믿지 못할 줄이야.

이래서야 풀발하면 거기서 더 커진다고 말해도 믿지 않을 게 뻔했다.


"아무튼 알몸 사진 보낼거면 얼굴까지 찍어서 보내세요. 그러면 원하는대로 제대로 품평해줄테니까."


그동안 방송하면서 쌓인 걸 모조리 털어냈기 때문일까.

속이 후련했다.

뭐, 뒷감당이 걱정되긴 했지만··· 세나가 난리치면 컨셉이라고 적당히 둘러대지 뭐.

"아,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노파심으로 말하는 건데··· 제 사진가지고 헛짓거리하다가 걸리면 합의고 뭐고 얄짤없으니까 그런 줄 아십쇼."

이렇게 말해도 할 년들은 하겠지만 그거야 뭐 세나가 알아서 처리할 거다.

"그렇게 음습하게 놀지말고? 어? 답답하면 방송와서 풀란 말이야."


[ㅗㅜㅑ...]


[내가 풀어주겠다 선언 ㄷㄷㄷ]

[보이크러쉬 뭐냐구 진짜...]


[헤으응... 오빠...]


아니나 다를까 그리 말하기 무섭게 거기에 편승한 후원이 들어왔다.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방송와서 풀라는 말이 무슨 의미임?]

"무슨 의미겠어요?"

일부러 캠쪽을 똑바로 응시하며 그것을 향해 의미심장하게 씩 웃어보이니 안 그래도 뜨끈뜨끈하던 채팅창이 단숨에 폭발했다.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시발 놈ㅋㅋㅋ 말하는 뽄새보소 안 그래보이는데 씹 걸레놈이었나 보네]

"응, 걸레라도 너한테는  대줘. 그리고 걸레는  아무한테나 대주는 줄 아냐?"


말하는 김에 중지손가락까지 곧추 세워서 곁들어주었다.


그랬는데 의외로 좋아하더라.

[퍄;;]


[매도 헤으응...]

[전 손가락이라도 괜찮아요 ㅎㅎ;;]

[좀 더.. 좀 더 경멸해주세요..]

[그런데 맞긴 해 ㅋㅋㅋ]


[도네한 년 빠꾸없네 ㅋㅋㅋ 집에 돈 많냐?]

[아니 ㅋㅋㅋ 세나의 그린캠프 시즌 4 준비하는 거야?]

"아, 그리고 그 뭐냐··· 혹시나 제가 나중에 고소할까봐 덜덜 떨고 계실까봐서 말씀드리는데 방금 후원한 걸로 합의금 미리 받았다고 칠게요."

[진짜?]


[너였누 ㅋㅋㅋㅋ]


[함정수사였는데 이걸 걸리네 ㅋㅋㅋ]

[잡았다 요뇬!]

"네, 그러니까 우체국 아줌마가 등기우편 들고 가정방문 하는 상상하면서 너무 그렇게 쫄아계시지 마시고."

[그러면 돈내면 님한테 야한 말 해도 됨?]


[세계최초 합의금 선입금제도 ㄷㄷ]

[퍄퍄퍄퍄;;]


[아 ㅋㅋ 딱대라 충전하러 간다]

[이 분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건가요? 방송 잘 보고 있었는데 솔직히 좀 불편하네요;;]

"아, 그러셨구나. 불편하셨구나아 그러면 자세를 고쳐 앉으세요. 예? 자세가 올바르지 않으니까 불편하신 거 아니에요."


그리 말하고는 캠을 향해 보란듯이 허리를 쭈욱하고 펴보였다.

"말 나온 김에 다들 허리  피시고 방송 봅시다. 여자도 남자도 허리가 중요한 거 아시죠?"


 다음부터는 뭐··· 기다렸다는 듯이 후원이 미친듯이 쏟아졌다.

하도 쏟아져서 결국 최소 도네금액을 오천원으로 올려야만 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찾아온 기회를 덥썩 문 덕분에 무사히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물론,  여파로 인방관련 커뮤니티가 뒤집어진 건 말할 것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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