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화 〉1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시선을 정면으로 돌파한 끝에 마침내 도착하게된 가영의 미용실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평소처럼 더럽게 바빠보였고, 그 와중에도 직원들은 평소처럼 날 반겨주었다.
다만 딱 하나 평소같지 않고 달라진 게 있다면 그건 바로 날 대하는 가영의 태도였다.
마침 또 무사히 손님 한 명을 쳐내는데 성공했는지 손님으로 보이는 여성을 옆에 대동한채 원장실에서 빠져나오던 가영이 날 발견하고는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다.
"워, 원장님···?"
그것도 모자라 누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까지 닫아버리는데 그러면서 난 쾅소리 때문에 바로 조금 전까지 가영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고 있던 손님의 얼굴에는 어느새 황당함이라는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 일련의 과정을 보며 속으로 쓰게 웃었다.
'또 저러네.'
대체 언제까지 저럴 생각인 걸까.
이쯤되니 진심으로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뭐, 그런 감상과는 별개로 벌어진 상황은 수습해야 했기에 황당한 얼굴을 한채 서 있는 여자를 향해 다가섰다.
"그, 일단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계산부터 해드리겠습니다."
아직 유니폼이나 다름없는 까만 미용앞치마는 몸에 걸치지 않았지만 어지간한 이들은 내가 이곳에서 일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여성은 그 어지간한 이들의 범주에 속하는 듯 했다.
말과 함께 곁들인 미소가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꽤나 미형인 얼굴 가득 떠올라있던 황당함이 스르륵 녹아내리더니 어딘가 살짝 몽롱해 보이는 표정으로 변한 여성이 세상 수줍고 순진한 몸짓을 선보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유한이 얼떨결에 벌어진 사고 수습에 힘쓰고 있을 때 가영은 뭘 하고 있었냐하면··· 말 그대로 아무 것도 못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뭔가를 하기에는 다른 곳에 신경 쓸 정신마저도 없을 정도로 얼굴이 미친듯이 화끈거렸으니까.
그리고 그건 얼떨결에 닫아버린 문을 타고 주르륵 주저앉아버린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얼굴이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으으···"
앓는 소리를 내며 얼굴에다가 손을 가져다댄 것도 사실은 그래서였다.
이 넓은 원장실 안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자신 뿐이었지만 그렇다고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을 게 분명한 얼굴을 훤히 드러내고 있자니 그것만으로도 엄청나게 민망했으니까.
이게 다··· 유한 때문이었다.
이쪽은 이틀 전에 모텔에서 있었던 일을 아직 떨쳐내지 못했는데 자꾸만 그렇게 불쑥불쑥 얼굴을 들이밀어버리니까 기억또한 불쑥불쑥 떠오르지 않나.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금방이라도 팅하고 튕겨져나가기라도 할 것처럼 아슬아슬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던 이쪽과는 다르게 굳게 채워놓은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헤치던 유한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유한의 모습은 차마 부정하기 힘들 정도로 유혹적이었다.
아마 그 자리에다가 어떤 여자를 가져다 놓아도 그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겠지.
동시에 안쓰럽고 애처로웠다.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지만 그 순간 유한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던 자신에게는 전부 보였다.
단추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유한의 손끝이 겁에 질리기라도 한 것처럼 파르르 떨리는 모습이 말이다.
손수 옷까지 벗어가며 상대를 유혹하고 있는 상황.
남자라면 당연히 비참함과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유한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태연한 척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왜?
그야 굳이 안 물어봐도 뻔한 이야기였다.
이쪽이 매번 부담스럽다는 티를 팍팍 냈기 때문이겠지.
그렇기에 계속 가만히 서 있기만 할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한을 이 이상 비참하게 만들지 않겠다고 이미 다짐한 바 있었으니까.
그래서 움직였다.
그렇게 첫 걸음을 떼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쉬웠다.
동시에 어떻게든 직시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유한의 모습이 시야 속으로 박혀들어왔다.
유혹적이면서도 동시에 애처로운 모습, 그렇기에 더 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모습이 시야 속으로 박혀들어온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가 툭 끊어졌다.
끊어진 것의 이름이 이성이었는지 아니면 인내심이었는지는 지금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다만··· 그것이 끊어진 순간부터 배 안쪽에서부터 그동안 억지로 억눌러왔던 것이 일순간 폭발해버린 것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한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면서도··· 치밀어오르는 욕망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뭔가에 홀린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유한에게 먼저 입을 맞추고, 살짝 당황한 듯 몸을 움찔거리는 유한을 그대로 침대까지 떠밀어 그 위에 눕혔다.
그리고는 잔뜩 흐트러진 차림새를 한채 말똥말똥한 눈으로 이쪽을 올려다보는 유한의 위에 올라타서··· 옷을 벗겼다.
이 두 손으로 직접, 남은 단추를 풀고, 바지의 지퍼를 내려 그 안에 갇혀있던 것을 끄집어냈다.
그 순간 유한이 보여주었던 미소는 정말로··· 지금 생각해봐도 배 안쪽이 제멋대로 꽈악하고 죄어들 정도로 아찔했다.
기쁨과 흥분, 그리고 기대가 뒤섞여있는 그런 미소.
그것이 멈칫했던 몸을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다.
아니,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남자가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데 거기서 멈출 수 있는 여자따위··· 있을 리 없으니까.
옷을 벗는 것조차도 귀찮게 느껴져서 치마만 살짝 젖혀 팬티를 옆으로 젖혔다.
그리고는 잔뜩 흥분해있던 유한의 물건을 보지로 깔아뭉갠 다음 미친듯이 허리를 흔들었다.
'흐으, 흑···♡ 앗, 앗, 아···♡'
'으, 아···'
그렇게 유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앓는 소리를 감상하듯 허리를 흔들다가··· 보지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축축하고 미끌미끌하게 변해버린 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니, 집어삼켰다.
그 순간 아랫배 쪽에서부터 피어나기 시작한 감정을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그래, 그건 환희였다.
불순물따위는 전혀 섞이지 않은, 난생처음 느껴보는 순수한 환희의 결정체가 머릿속을 뒤덮었다.
그걸 더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자신이 느낀 것만큼이나 유한을 기쁘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해버렸다.
참으로 다행히도··· 유한의 자지는 자신의 보지를 마음에 들어하는 듯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넣자마자 당장이라도 사정할 것처럼 크게 부풀어오를 리 없으니까.
그 감촉을, 부풀어오른 것이 안쪽을 벌리는 감각을 더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유한의 상체를 손으로 꾸욱하고 누르듯 짚은 채 허리를 튕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유한의 위에 올라타 스스로의 의지로 허리를 흔들다보니 옛날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야한 생각을 하곤 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헥, 헤엑···♡'
딱딱하고 뜨거우면서 커다란 것이 안쪽을 가득 채우는 게 더 없이 만족스러웠다.
맘 같아서는 평생 느끼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그렇기에 허리를 흔드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흥분한 건 유한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 전까지 교복 입었던 애 따먹으니까 어때요?'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말들을··· 막 그렇게 내뱉을 리가 없으니까.
'좋아요 고모···?'
'읏, 으응···♡ 좋아, 이거 좋아앗···♡'
'저 맛있죠? 제 자지가 제일 맛있죠?'
그때는 정말 미쳤던 게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유한의 물음에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시에 허리도 흔들어댈 이유가 없으니까.
그래도 다행인 점이 하나 있다면 평소처럼 콘돔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용케도 기억해내고 사정만큼은 바깥에다가 하도록 만들었다는 것 정도?
물론, 큰 위안은 되지 않았다.
질내사정만 피했을 뿐이지 유한의 위에 올라타서··· 유한이 몇 번이나 사정할 때까지 허리를 미친듯이 흔들어대고, 잔뜩 입을 맞췄다는 사실이 어디가는 건 아니니까.
그렇기에 이러고 있는 것이었다.
그만큼 유한을 어떤 얼굴로, 어떻게 대하며 좋을 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유한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날 모텔에서 있었던 일들이 자연스레 떠오르면서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심장이 막 뛰는데 어떻게 태연하게 대할 수 있겠는가.
'어쩌지···'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 무엇 하나도 알 수가 없어서 더없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딱 하나 확실한 게 있다면 어느새 유한에 대한 이미지가 '아들'이 아닌 '남자'로 바뀌어버렸다는 것이었다.
'미안···'
그렇기에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유한에게도.
'미안해···'
그리고 자신을 믿고 자신에게 유한의 곁을 지켜달라 부탁했던 친구이자 은인이었던 이에게도.
그렇지만···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더는 멈출 수도 막을 수도 없다는 걸, 그리고 이제와서 다시 에전으로 돌아가는 것도 무리라는 걸.
이제는 인정해야만 했다.
설령 이 결정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파국 뿐이라고 해도···
'아니.'
더는 뒤같은 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지금의 유한이니까.
만약 유한이 자신을 바란다면? 그것으로 행복을 느낀다면?
이제와서 태도를 바꾸는 것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노력해볼 것이다.
유한의 마음에 부응해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래야 유한이 조금이라도 덜 상처받고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자신도.
그렇게 가영이 결의를 다지고 있을 때 유한은 카운터를 차지한채 멍하니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지나에게 선물할 코스프레용 복장을 어디서 구매할지 찾아보고 있는 중이었지만.
요즘 대세라고 했던 시청자들의 채팅은 거짓이 아니었던 걸까.
히로앤슬 코스프레라고 치니 이런저런 사이트가 우수수 튀어나왔다.
그래서 하나하나 손수 클릭해서 확인해봤지만 여태까지 확인한 그 어떤 사이트에서도 만족을 느끼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퀄리티가 영 성에 차질 않았으니까.
그나마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면 가격이 정말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비쌌고.
뿐만 아니라 지나에게 입히고 말겠다고 목표로 삼았던 캐릭터의 복장을 파는 곳또한 많지 않았다.
그렇게는 보이지 않았는데 의외로··· 인기가 별로 없는 캐릭터였던 걸까.
설마하는 마음에 검색을 해보고 난 후에야 깨닫게 되었다.
이 세계에서는 여성이 코스프레를 한다는 것 자체가 비주류라는 것을.
'하긴 그렇겠네···'
원래 세계로 치환해서 보면 남자가 코스프레를 하는 꼴이니까.
물론, 그게 이상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원래 세계에서 여기저기에 이름을 알려질 정도로 유명했던 코스플레이어는 대부분 여성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남자 캐릭터를 코스프레할 때도 여성이 동원되는 경우가 많았고.
'시발 어쩐지···'
남캐용 코스프레 복장을 왜 이렇게 쓰잘데기 없이 많이 파나 했더니만 그래서 그런 거였구만.
심지어 남캐용 복장은 대부분 퀄리티가 괜찮았다.
여캐용 복장들이 아무리 퀄리티가 뛰어나도 '으음···'하는 느낌을 벗어나지 못하는 식이라면 남캐용은 조금만 찾아봐도 '오···'하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괜찮은 게 많았으니까.
현실이 이런데 지나는 대체 어떻게 자신의 취미를 즐겨왔던 것일까.
'설마···'
직접 만들기라도 했나?
어쩌면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나가 옷을 만들겠다고 손수 바느질을 하는 모습이 잘 상상이 되질 않았다.
그만큼 안 어울렸으니까.
지나가 바느질이라니.
차라리 비싼 돈을 주고 그녀만 아는 곳에다가 제작을 의뢰한 걸지도 모르겠다는 추측 쪽이 좀 더 현실성이 있어보였다.
그렇기에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일단 코스프레용 복장부터 확보한 다음에 지나에게 짜잔하고 내밀 생각이었는데 파는 것들의 퀄리티가 이래서야 죽도 밥도 안 되겠다 싶었으니까.
혼자서 설치다가 돈은 돈대로 쓰고 망치는 것보다는 차라리 서프라이즈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전문가의 힘을 빌려 완벽하게 목적을 달성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아니지 잠깐만.'
그래서 보고 있던 걸 닫아버리려고 했는데 막상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꼭 포기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말이다.
확 그냥 눈 딱 감고 저질러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좀 민망하기야 하겠지만···'
그만큼 효과적일테지.
그러니까 지나를 자극한다는 측면에서 보면은 말이다.
그래서였다.
나랑은 연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외면했던 것들에게 스리슬쩍 시선을 주기 시작했던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