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5화 〉1부 (165/315)



〈 165화 〉1부

배도 만족스럽게 채웠겠다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데이트를 즐길 시간이었다.

'즐길 거리가 있을지 모르겠네.'


그래도 뭐 아예 없지는 않을 거다.


여기야 학교가 코앞인지라 이런저런 규제가 많이 걸려있어서 이런 거지 좀만 더 나가면 학생들의 코묻은 돈을 노리고 차려놓은 가게들이 즐비할테니까.


문제는  중에서 뭘 택하냐는 건데··· 잠시 고민하다가 뒤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던 가영의 손을 스리슬쩍 잡아챘다.

"일단 소화나 시킬 겸 좀 걸을까요?"

개인적으로 밥 먹고 바로 움직이는 것만큼 미련한 행동도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오늘은 가영이 함께지 않은가.

그녀와 함께라면 얼마든지 미련해질 용의가 있었다.


"으, 응···"

그래서 제의했던 것인데 가영도 얼른 요 앞을 떠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직 부끄러움하고 민망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가영을 데리고 움직이는 척 하다가 그대로 몸을 홱 틀어 건물 사이에 나 있는 좁은 틈 사이로 파고들어갔다.


"그, 유한아···?"


어쩜 이리도 건물을 딱 붙여서 지어놨는지 잘 하면 창문을 통해  건물로 넘어가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바깥은 햇빛이 쨍쨍한데 지금 들어와있는 이곳은 저녁이라도 되는 것마냥 어두컴컴했다.

그래서 딱 좋았다.

남들 몰래 야한 짓을 하기에는 말이다.

"생각해보니까 움직이기 전에 정산해야할 게 하나 있더라구요."


그리 말하며 벽에 몸을 기대듯 가영을 향해 돌아섰던 것도 사실은 그래서였다.


그에 가영의 얼굴 위로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이 떠오른 순간 그녀로 하여금 보란듯이 배시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기억하세요? 아까 가게에서 제가 '고모'라고 불렀던 거?"

건물 틈 사이로 메아리치듯 울려퍼진 내 말을 듣고 나서야 데이트를 시작하기 전에 정했던 '규칙'에 대해 떠올리게  것일까.


의아함으로 물들어있던 가영의 얼굴이 덜컥하고 굳더니 간신히 가라앉기 시작했던 붉은 기운이 언제 그랬냐는   솟구쳤다.

"최소 20초였죠?"

벌칙을 수행하는 건 난데 어째 표정만 보면 가영이 벌칙 수행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표정 뿐만이 아니라 하는 행동도 그랬다.


"저는 세기 힘들테니까 대신 선배가 잘 세주셔야 해요?"

씨익하고 웃으며 살짝 다가서기 무섭게 가영이 몸을 살짝 움츠리며 뒤로 주춤하고 물러났으니까.

"그, 잠깐만 여기서는···"

어렴풋이나마 자신의 얼굴을 기억하는 이가 바로 근처에 있는데 그런 곳에서 나와 이런 짓을 한다고 생각하니 양심인지 뭔지가 목에 턱 걸리기라도 했던 것일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가영은 뒷걸음질을 쳐댔다.

허나 그렇게 도망치는데에도 한계는 있었다.


결국 반대쪽 벽까지 몰려서 뒤로는 벽에 앞으로는 내게 가로막히게 된 가영이 자신의 등뒤를 가로막은 벽을 손으로 짚으며 눈을 크게 뜬 순간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읍···!"


그렇게 입을 맞춘 순간 당황한 가영이 헛숨을 들이켰다.

덕분에 입 안에 남아있던 공기가 모조리 그녀의  안으로 쏙 빨려들어갔다.

그걸 되찾고자 가영의  안으로 혀를 밀어넣어 부지런히 그 안을 헤집었다.

"후움··· 흡···"

벽에 찰싹 달라붙어 몸을 움찔움찔 떨던 것도 잠시, 벽을 손으로 짚는 것만으로는 안심이 되질 않았던 것일까.


조심스레 손을 뻗어온 가영이 그대로 내 옷깃을 꼬옥하고 움켜쥐었다.

일방적인 키스에 어쩔 줄 몰라하던 가영의 태도가 달라진 것도 그때부터였다.

차라리 빨리 끝내는 편이 나을  같았던 걸까.

내 움직임에 맞춰 조심스레 혀를 휘감아오는 가영의 행동에 속으로 작게 웃으며 슬그머니 입술을 떨어뜨렸다.


기껏 결심하고 내게 맞추기 시작했는데 설마  타이밍에 내가 발을 뗄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걸까.

"아···"

가영을 향해 바짝 들이밀고 있던 고개를 뒤로 물리기 무섭게 짝을 잃어버린 것 사이에서 탄식이 새어나왔다.

그러더니 한 발 늦게 본인이 아쉬움이 듬뿍 담긴 소리를 냈다는 걸 깨닫고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는 가영의 귀에 대고 나긋하게 속삭였다.


"후우··· 숫자, 안 세실 거예요?"

그에 가영의 어깨가 움찔하며 솟구친 순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금 입을 맞추었다.

"흐읍··· 하, 하나···"

전처럼 급하게 탐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영이 얼마든지 숫자를 셀  있도록 그녀에게 여유를 주었다.

"두, 두훌···"

침과 침이 느긋하게 뒤섞이는 소리가 건물 틈 사이로 메아리쳤다.

본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 벽하고 부딪혀서 귀를 통해 다시 흘러들어오는 게 그리도 자극적이었던 것일까.

질척질척한 소리 사이로 숫자를 헤아리는 소리가 뒤섞일 때마다 가영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여, 열··· 흐읏···♡"


작게 헐떡이며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퍽 달콤했다.

그래서 좀 더 진득하게 가영의 입 안을 탐했다.

"츕, 쯉···♡"

핥기보다는 빠는 느낌으로.

갑자기 확 달라져버린 방식에 적응할 수가 없었던 것일까.


옷깃을 틀어쥐고 있던 손에  더 힘이 들어가는  느껴졌다.


"흐···♡ 하아, 하, 열, 열 하나아···♡"


조금씩 기어를 올렸다.

가만히 내버려두고 있던 팔과 다리를 움직여 가영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어느새 뜨끈뜨끈하게 달아오른 얼굴을 지나 목덜미로, 목덜미를 간질이듯 훑다가 그 아래에 자리한 가슴에 닿은 순간 그것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가영이 살짝 구부정하게 하고 있던 몸을 퍼뜩하고 떨며 허리를 바짝 곧추 세운 건 그 직후였다.

"열드후웃···♡"

아마 모르긴 몰라도 20초는 진작에 지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가영은 아직 열둘이었다.

고로 아직 여덟만큼이나 더 즐길  있었다.

그래서 스웨터같은 재질을 한 조끼 아래로 느껴지는 커다란 가슴을 살짝 힘을 주어 주무르면서 다리를 가영의 허벅지 사이로 밀어넣었다.

그런  움직임을 감지한 가영이 다급히 까치발을 들어 내 무릎을 피하려 했지만, 그녀가 도망치는 것보다 내가 그녀에게 닿는 것이 훨씬 빨랐다.

교복 바지 너머로 느껴지는 가영의 팬티는 축축했다.


그리고 뜨거웠다.

 감촉을 만끽하듯 무릎을 이용해 팬티 너머에 자리하고 있을 보지를 꾸욱꾸욱하고 압박하니 이제 막 열 셋에 접어들었던 가영이 다급하게 다음 숫자를 내뱉었다.

아니, 내뱉은 게 아니라 헐떡거렸다.

"열 녜헥···♡"

보지를 무릎으로 꾸욱꾸욱하고 눌릴 때마다 본인의 입에서 터져나오곤 하는 소리가 그토록 신경쓰였던 것일까.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숨을 할딱거리던 것도 잠시, 내 옷깃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 떼어낸 가영이 그것을 이용해 한껏 벌어져있던 것을 틀어막았다.

"열, 다서, 다서엇···♡"


그 와중에 숫자만큼은 착실하게 세려고 하는 것이  가영답긴 했다.


무릎으로 보지를 꾹꾹 눌러줄 때마다 몸을 파드득 떨면서 어쩔 줄 몰라하던 가영이 몸을 딱딱하게 경직시킨 건 약속의 '스물'을 코앞에 두었을 때였다.

이제 하나만 더 세면 벌칙 수행도 끝이 나는 상황.

그토록 기다려왔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가영은 몸을 딱딱하게 굳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설마 이제와서 새삼 아쉬워지기라도 했던 것일까.

아니, 그보다는 차라리 뭔가를 억지로 참고 있는 듯한 모습에 가까웠다.

어느새 안개라도  것마냥 흐릿하게 변해서 좌우로 흔들리고 있는 가영의 눈동자가 그 증거였다.


그렇게 굳어버린 가영의 입 안을 느긋하게 탐하다가 슬그머니 몸을 떨어뜨렸다.


그에 불안하게 흔들리던 가영의 눈동자 속으로 안도라는 감정이 떠오른 순간, 그것과 눈을 똑바로 맞추며  웃었다.


그리고는ㅡ


"스물."


가볍게 읊조리며 가영의 팬티하고 닿을 듯 말 듯한 위치까지 물려놓았던 무릎을 전진시켜 팬티 너머에 자리하고 있을 것을 가볍게 압박했다.


"읍···!"


가영의 고개가 뒤로 넘어간 것도, 새하얗던 허벅지 위로 근육의 모양이 도드라질 정도로 그곳에 힘이 바짝 들어간 것도 바로 그 직후였다.

그녀의 다리 사이로 밀어넣고 있던 무릎을 뒤로 빼내기 무섭게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던 가영의 허벅지에서 힘이 쭉 빠지더니 다리 사이에서 투명한 것이 후두둑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흡···! 흐으윽···♡"

솔직히 말하면 조금 아쉬웠다.

날씨가 조금만 더 쌀쌀했으면 틀림없이 허연 김이 피어올랐을테니까.

"이크."


그런 감상과는 별개로 금방이라도 풀썩 엎어질 것처럼 불안한 자태를 하고 있던 가영의 몸을 내쪽으로 끌어당겨 내게 기대게 만들었다.


덕분에 넘어질 걱정도 없어졌겠다 한결 마음이 놓이기라도 했던 것일까.

비구름이라고는 한 점도 보이지 않는데 건물  사이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번이고 울려퍼졌다.


"흐으, 흐우읏···♡"


그렇게 내게 몸을 기댄 채 몸을 부르르 떨며 절정의 여운을 만끽하는 가영의 머리를 살살살살 쓰다듬어주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숨을 훅훅 내뱉던 가영이 정신을 차린 건 그 와중이었다.

"어떻게 기분 좋으셨어요? 선배?"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그리 물으니 잘했다고 칭찬이라도 하듯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내 손길이 민망하기라도 했는지 눈동자를 파르르 떨어대던 가영이 작게 숨을 삼켰다.


동시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는 것이 화를 낼 준비라도 하는  했다.


허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싱긋 웃은 다음 눈을 감고 입을 살짝 벌리니 어쩔  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쉰 가영이 이내 부드럽게 혀를 섞어오기 시작했으니까.

소원권까지 동원한 데이트인만큼 일단은 눈감아 주기로 한 것일까.


그런 식으로 가영과 느긋하게 혀를 섞다가 이만하면 그녀도 얼추 진정이 되었겠다 싶었을 때 그녀를 데리고 건물  사이에서 빠져나왔다.


맘 같아서는 그대로 돌아서게 만든다음 치마를 들어올려 그대로 박아버리고 싶었지만 그러자니 환경이 썩 좋지 못했으니까.

뒷처리도 문제라면 문제였고.


그렇게 건물 틈 사이를 빠져나와서 확인해보니 가영도 나도 꼴이 말이 아니었다.

옷 곳곳에 뽀얗게 먼지 자국이 남은 건 물론이오, 가영은 치마 끝자락이, 나는 오른쪽 무릎 부분이 축축하게 젖어있었으니까.


그 사실이 못내 신경이 쓰였던 것일까.


다른 곳보다 짙은 색을 띄고 있는 곳을 손으로 꼬옥하고 움켜쥐어 숨긴 가영이 자꾸만  무릎 쪽을 힐끔거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돌아다니다 보면 알아서 마르겠죠."

"그, 그래도···"

솔직히 무릎만 젖은  어디인가.


아마 다리를 빼는 게 조금만 늦었다면 이 정도로는  끝났을 거다.

틀림없이 무릎 아래부분까지 축축하게 젖었겠지.

아무튼 복장이 그렇다보니 당초 생각했던대로 무턱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긴  그래서 어느 정도 번화가로 접어들기 무섭게 마침 눈에 띈 오락실로 가영을 이끌었다.


덩달아 눈에 들어온 노래방 쪽도 좀 끌리긴 했지만, 그래도 오락실 쪽을 택했다.


저렇게 간판을 크게 내걸고 장사를 할 정도라면 안에 코인노래방 쯤은 마련해뒀을테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락실을 택한 건 정답이었다.

장소에 걸맞게 조명이 어둑어둑해서 바깥에 있을 때하고는 다르게 젖은 부분이 그리 눈에 띄지 않았으니까.

안에 사람도 별로 없었고.

바깥을 돌아다니다가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은 오락실 안으로 들어오니 그제서야 좀 마음이 놓였던 것일까.


안절부절 못할 때는 언제고 한결 편안해보이는 얼굴을  가영이 현금 좀 뽑아올 겸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렇게 가영이 떠나간 방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켜 오락실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꽤 넓네···'


그런 것치고는 손님이 그닥 많지 않았다.


뭐, 평일 점심이라는 애매하기 짝이 없는 시간대임을 고려하면 이게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마주친 손님이라고 해봐야 구석에서 격투게임 하는 여자  명하고 가게 한켠에 주르륵 늘어서있는 인형뽑기기계 옆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여자까지 해서 두 명뿐이기 때문일까.

마치 가영과의 데이트를 위해 이곳을 전세라도 낸 듯한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코인 노래방 부스는 대체 어딨는 걸까.


분명 화살표가 가리키는대로 잘 따라온  같은데 말이다.


암만 찾아봐도 눈에 보이질 않아서 슬쩍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달칵하고  열리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게임기가 내는 전자음 외에는 고요하던 오락실 내부가 어디선가 새어나온 여성들의 목소리로 한순간에 시끌벅적하게 변했다.


제대로  찾아왔는데도 안 보이길래 어디있나 했더니만 방을 따로 나눠놨던 것일까.

아무튼 그렇게 막 노래방 부스 쪽에서 빠져나온, 옆라인을 따라서 그어진 하얀 줄 세 개가 퍽 인상적인 트레이닝복들로 무장한 일단의 여성들과 딱 맞닥뜨린 순간 깨달았다.


이거 아무래도 귀찮게 된  같다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