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1화 〉1부
그동안 성실하게 산 보답을 드디어 받는 것일까.
마침내 그 날이 도래했다.
그러니까 가영이 일을 쉬는 날이 말이다.
'드디어···'
볼 수 있는 건가?
그 모습을?
사실 맘 같아서는 여신에게 부탁을 받은 즉시 해치워버리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만큼 나도 보고 싶은 광경이었으니까.
허나 그럴 수가 없었다.
가영이 바빠도 너무 바빴으니까.
물론, 그 와중에도 잠깐의 틈 정도는 있어서 보고자 했다면 얼마든지 볼 수 있었겠지만··· 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모처럼 소원권까지 쓰는 건데···'
잠깐 보는 걸로 만족할 생각따위는 없었으니까.
이왕 소원권을 쓰는 거 제대로 뽕을 뽑아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기다렸다.
가영이 일을 쉬기만을.
다만 기다리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가영의 성격 자체가 쉬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다보니 기다림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어졌으니까.
'참··· 좀 더 자주 쉬면 좋을텐데.'
뭐, 그 부분이야 차차 바꿔나가면 되는 것이고 아무튼 드디어 오늘이었다.
드디어 묵히고 묵혀왔던 소원권을 쓸 때였다.
그런데 이게 왠걸?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더니만 지나에게 일이 생겼다.
체육관 홍보도 할겸 운동 쪽으로 유명한 브이튜버하고 촬영인지 뭔지를 한다는데 아침 식사 자리에서 그 말을 들은 순간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더니만 설마 이런 식으로 운동을 제낄 수 있게 될 줄이야.
그게 내 본심이었지만 꾹 눌러 숨기며 지나를 향해 물었다.
"그럼 오늘 운동은 어떻게 해?"
"음, 글쎄 그 전까지 끝날지 모르겠네···"
"오늘은 그냥 나 혼자서 할까?"
그리 말하기 무섭게 지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눈치인데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 걸까.
"···아냐, 오늘은 그냥 집에서 쉬어."
"그래도 돼?"
"응, 혼자 왔다갔다 하기 힘들잖아."
그러니 어쩌겠는가.
트레이너님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치도 못하게 지나라는 장애물을 돌파하고 나니 이번에는 세나 쪽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지만 그마저도 오래 가지는 않았다.
해가 서쪽에서 뜨기라도 했는지 만나야될 사람이 있다며 세나가 본인의 의지로 집을 나섰으니까.
'이게 무슨 일이고···'
세나가 자의로 외출이라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누구 만나는데?"
"아, 저번에 같이 합방했던 언니 알지?"
"그, 리아님인가 그 분?"
"어, 요 근처에 올 일 있다고 잠깐 좀 보자네?"
신발장에 몸을 반쯤 기댄 채 그리 말하던 세나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이크'하는 표정을 얼굴 위로 띄워보였다.
보아하니 시간이 꽤 촉박한 모양.
아니나 다를까 신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던 신발 안으로 쏘옥하고 발뒤꿈치를 집어넣은 세나가 문쪽으로 몸을 홱 돌리며 외쳤다.
"나 갔다 온다!"
"기래요."
호다닥 뛰쳐나간 세나의 뒤를 이어 지나마저 촬영하러 가보겠다며 집을 빠져나갔고, 쉬는 김에 쌓인 빨래나 해결해야겠다며 다용도실 쪽으로 들어갔던 가영이 문을 열고 나온 건 그 직후였다.
"고모."
가영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싱긋 웃으며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유, 유한아?"
갑자기 성큼성큼 다가오는 내 행동에 동요한 걸까.
티셔츠에 핫팬츠라는 편안하기 그지없는 복장에 감싸여있던 육감적인 육체가 흠칫하고 떨렸다.
그런 가영의 몸을 양팔로 꼭 끌어안으며 가영의 입술을 훔쳤다.
쪽···♡
가볍게 입술을 붙였다가 떨어뜨리니 가영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 잠깐만···"
동시에 당황해서 굳어있던 가영이 내 품안에서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가영이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알 것도 같아서 씩 웃으며 그녀를 안심시켜줄 말을 귀에 대고 읊조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나 누나랑 세나 누나는 나갔으니까."
그 말을 들으니 그나마 좀 안심이 되었던 것일까.
버둥거림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 지나하고 세나가 없다는 말을 듣자마자 버둥거림을 멈춘 것이 새삼 부끄럽기라도 했는지 가영의 얼굴이 좀 더 붉어졌다.
동시에 아까하고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가영이 몸을 움찔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안절부절 못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어찌보면 뭔가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처음 끌어안았을 때보다 좀 더 따뜻해진 것 같은 가영의 체온을 만끽하며 스르륵 눈을 감고 입술을 내밀었다.
"읏···"
그런 내 행동에 곤란하다는 듯 숨을 들이키던 것도 잠시, 가영이 부르르 떨리는 입술을 내 입술 위에다가 포개왔다.
보드랍고 말캉하면서도 따뜻한 것이 입술 위로 내려앉음과 동시에 꾹 닫고 있던 것을 슬그머니 열어주니 그 사이로 뭔가가 조심스레 밀고 들어왔다.
열어주자마자 밀고 들어올 때는 언제고 그대로 굳어버린 것을 혀로 툭툭 두들겨주니 그제서야 가영의 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움, 츕···♡ 후움···♡"
단둘밖에 없는 집 안에서 즐기는 진득한 키스.
그것은 가영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기 충분했다.
어느새 내게 몸을 꼭 밀착시킨 가영이 그것을 슬며시 떨어대며 날 유혹해댔다.
최근 들어 각이 보이더라도 알아차리지 못한 척 하며 순수하게 데이트만 반복했더니 그새 욕구가 살짝 쌓이기라도 한 것일까.
'늦바람이 무섭다더니만···'
하긴, 요즘에는 아침에도 잘 안 내려갔으니까.
아침, 점심으로 매일같이 쾌락을 맛보는 게 익숙해질 때쯤 갑자기 그게 뚝 끊겨버리니 당연히 쌓일 수밖에 없겠지.
'시발···'
데이트고 뭐고 하루종일 방에 쳐박혀서 섹스만 하고 싶네.
말랑말랑하고 뜨거운 것이 몸을 꾸욱꾸욱 눌러대는 게 아찔할 정도로 유혹적이었다.
그래서 덕분에 발기한 것을 가영의 아랫배에 대고 비비듯 꾹꾹 눌러붙이니 그동안 못한 것을 벌충하겠다는 듯 정신없이 키스에 몰입하고 있던 가영이 작게 숨을 들이키며 몸을 떨었다.
"흐으··· 흐···♡"
저런 상태가 되어서도 먼저 하자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던 것일까.
이번에도 내가 먼저 요구해주길 바라는지 번들번들하게 변해버린 입술을 살짝 벌린 채 물끄러미 날 바라보는 가영의 눈동자 속에는 '기대'라는 감정이 그득하게 담겨있었다.
"다리 벌려주세요. 고모."
귀에 대고 속삭이듯 내뱉어진 내 요구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던 것도 잠시, 가영이 입술을 꾹 깨문채 다리를 살짝 벌렸다.
그렇게 열린 곳 사이로 손을 쭉 미끄러뜨렸다.
가영의 협조 덕분에 닿을 수 있게 된 그녀의 다리 사이는 습하고 뜨거웠다.
손가락을 타고 올라오는 그 느낌을 만끽하며 습기가 느껴지는 부분을 손가락을 이용해 부드럽게 문질렀다.
"아···♡ 으읏···♡"
민감한 곳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건 피했다.
안달이 나 있는 모습을 보니 더 안달이 난 모습을 보고 싶어졌으니까.
그래서 애라도 태우듯 주변에서만 놀았더니 가영이 허벅지를 움찔움찔하고 떨면서 허리를 살짝씩 움직여댔다.
마치 내 손가락에 대고 보지를 문지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움직임이 야해요. 고모."
"읏, 으응···♡"
"저랑 '자위'하고 싶으신 거죠?"
그런 짓까지 해놓고서는 정작 내 물음에는 답을 하지 않더라.
솔직하게 답했다면 데이트 하러 가기 전에 최소 한 번 정도는 '자위'하게 해줬을텐데.
답을 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안달난 채로 데이트하러 가는 수밖에.
"저도 엄청하고 싶지만··· 좀만 참아주세요."
"흐···"
"오늘은 고모랑 데이트가 더 하고 싶거든요."
그리 말한 순간 흐릿하게 변해있던 가영의 눈동자 위로 떠오른 건 '실망'이었다.
물론, 오래가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내가 그 사실을 눈치채기라도 할까봐 바로 눈동자 속에서 치워버렸으니까.
'물론, 다 봤지만.'
정말··· 왜 이렇게 귀여운 걸까.
솔직하지 못한 모습마저도 귀엽다니 이건 반칙이었다.
"그러니까 '자위'는 데이트 끝나고 난 후에 해요."
일부러 토라진 아이라도 달래는 듯한 목소리로 그리 내뱉었더니 그게 의도한대로 잘 전해졌는지 가영이 헛숨을 크게 들이키며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그러더니 날 유혹하기라도 하듯 꾹꾹 밀어붙이고 있던 몸을 팍 떨어뜨리더라.
그런 그녀를 향해 물었다.
"고모 혹시 기억하세요? 저번에 저한테 소원권 주신 거?"
방금 한 행동때문에 내 얼굴 보기가 민망하긴 해도 내 말마저 못 들은 척 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가영이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더니 그대로 그것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기억하고 있다면 굳이 번거롭게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하나 남은 거 지금 쓸게요."
"그, 소원은···"
"저랑 데이트 해주세요. 물론, 제가 원하는대로."
소원권까지 동원한 것 치고는 너무 소박한 요구라 생각한 것일까.
잠시 망설이던 것도 잠시, 가영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진짜죠?"
"응···"
"그러면 있잖아요···"
싱글벙글 웃으며 가영을 향해 다가섰다.
그리고는 그대로 그녀의 귀에 입술을 가져다붙인채 물었다.
"혹시 고등학생때 입었던 교복 가지고 계세요?"
설마 그런 질문을 받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일까.
"교, 교복···?"
당혹스러워하는 목소리와 함께 가영이 크게 뜬 눈을 깜빡거렸다.
"네, 들어보니까 요즘에 연인끼리 교복입고 데이트를 하는 게 유행이라고 하더라구요."
"그으, 그러니···?"
"네."
어디가 그토록 당혹스러웠던 걸까.
교복을 입어야한다는 부분?
아니면 연인끼리라는 부분?
둘 중에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당혹스러워서 어쩔 줄 몰라하며 설마설마하고 있는 가영을 향해 쐐기를 박아넣었다.
"그래서 말인데··· 고모랑 하고 싶어요. 교복데이트."
"그으···"
"소원이에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는 것처럼 싱글벙글 웃으며 그리 말했더니 거기에 대고 차마 안 된다고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일까.
가영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듯 고개를 푹 숙였다.
푹 숙인채로ㅡ
"그, 어쩌지··· 아마 없을텐데···"
생각치도 못한 맹점을 입에 담았다.
여신이 꼭 보여달라고 후원까지 해가면서 부탁을 하길래 틀림없이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설마 미보유 상태였을 줄이야.
'시발 어쩌지···?'
이건 진짜 생각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뛰어나가서 사와야 하나?
당황한 나머지 그런 생각마저 들었지만, 곧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다.
꼭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걸.
그도 그럴 것이 바로 근처에 조달해올 수 있는 곳이 있었으니까.
"그, 음, 그러면··· 일단 방에서 기다려주실래요?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가영의 등을 떠밀어 방으로 들여보낸 것도 그래서였다.
지금부터 할 행동을 생각하면 가영이 봐서 좋을 게 없었으니까.
다만 걱정되는 점이 하나 있다면 과연 사이즈가 맞을 거냐는 건데··· 그거야 직접 입혀놓고 확인해보면 되겠지.
아무튼 그래서ㅡ
'미안, 누나 하루만 빌릴게.'
조심스레 지나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유한이 지나의 옷장 안을 뒤지기 시작했을 때 유한에게 등떠밀려 방 안으로 들어오게된 가영은 침대 위에 앉아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기 위해 열심히 손부채질을 해대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유한이 하도 기뻐해서 일단 받아들이긴 했는데 방 안으로 들어와서 생각을 해보니 뒤늦게 민망해지기 시작했으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교복을 입고 데이트라니.
'왜 그런 걸···'
다른 커플들이 하는 걸 똑같이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왜 하필 교복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제와서 그런 걸 입어봐야 민망하기만 할 뿐인데···
동시에 궁금해졌다.
교복이 없다고 말을 하니 유한은 본인이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했는데 대체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걸까.
설마 요즘에는 교복같은 것도 빌릴 수 있는 걸까.
하긴, 면접용 정장도 빌려주는 시대니 만만치 않게 비싼 교복을 대여해주는 곳이 있다해도 그리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비싼 건···'
아니겠지.
문득 걱정이 됐다.
눈이 반짝반짝거릴 정도로 기대감에 가득 차 있던 유한의 모습을 떠올리면 빌리는 값이 비싸더라도 눈 딱 감고 질러버릴 것 같았으니까.
이미 예전에 이 두 손으로 직접 내다버렸다는 걸 분명히 기억하고 있음에도 옷장 안을 뒤지기 시작했던 건 그래서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옷장 안에 교복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걸 넣은 적조차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해서 꿩대신 닭이라고 최대한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것들을 골라서 옷장 한쪽에다가 모아놓았다.
그걸로 유한이 만족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애꿏은 돈을 쓰는 것보다는 나을테니까.
그리고는 다시 침대 끝에 걸터앉아 유한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로 그 순간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ㅡ!
"그, 고모 일단 이거 한 번 입어보실래요···?"
그리고 문이 살짝 열리더니 유한이 그 사이로 누가봐도 교복임이 분명한 옷들을 내밀어왔다.
얼떨결에 받아들긴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옷들의 출처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건네받은 것들을 조심스레 살펴봤는데 덕분에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다.
유한이 그것을 어디서 구해왔는지를.
-유지나
새하얀 블라우스 위에 달려있던 익숙한 이름이 새겨진 명찰 덕분이었다.
그렇게 유한으로부터 건네받은 것이 다른 이도 아니고 지나가 고등학생 때 입고 다녔던 교복이라는 걸 깨닫게 된 순간 몸을 타고 올라온 건 뭐라 이루말할 수 없는 민망함이었다.
얼굴이 뜨거웠다.
어찌나 뜨거운지 손마저 살짝 떨릴 정도였다.
나이에 맞지 않게 교복을 입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당혹스럽고 민망한데 하물며 지나가 입었던 교복이라니.
이런 거 입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입어서도 안 되고.
그래서 유한을 설득하려고 했는데ㅡ
"그, 일단 저도 얼른 갈아입고 올게요."
그런 자신의 기색을 눈치채기라도 한듯 문틈 사이로 삐죽하고 튀어나와 있던 유한의 팔이 슉하고 사라져버리더니 누군가 호다닥 도망치는 소리가 문틈 사이로 흘러들어왔다.
그렇게 유한이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간 지나의 교복과 단둘이 방 안에 남겨지게 되었다.
당혹감이라는 것이 다시금 몸을 타고 기어오르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다.
덕분에 간신히 가라앉기 시작한 것이 다시금 뜨겁게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손에 들린 지나의 고등학교 시절 교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민망한 것도 민망한 거지만 애초에 맞을 리가 없었다.
최근 지나와 함께 아침마다 운동을 하고 있긴 하지만 딸인 지나는 자신이 봐도 여성으로서 모범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어느 정도 편하게 생활하고 있는 지금도 그럴진데 하물며 한창 운동에 매진할 때인 고등학생 시절일 때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니 맞을 리 없었다.
맞을 리 없는데··· 자꾸만 궁금해졌다.
맞을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정말 그럴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눈을 질끈 감았던 건 그래서였다.
계속 그걸 바라보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자꾸만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거, 걸쳐보는 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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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의 세심한 지도 하에서 아침마다 했던 운동들이 효과가 없지는 않았던 것일까.
의외로(?) 입을만 했다.
물론, 여기저기에서 살짝 끼는 느낌이 올라와서 그게 좀 민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딸의 교복을 입고 이러고 있다고 생각하니 얼굴은 미친듯이 화끈거리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입꼬리가 쓸데없이 근질거리는 걸 느끼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고모? 다 갈아입으셨어요?"
그새 다 갈아입고 내려온건지 아까 황급히 문 앞을 떠났던 유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당황했다.
당황했는데··· 진짜는 그 다음이었다.
철컥하고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아, 안 돼···!'
이런 민망한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황급히 몸을 돌려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문을 향해 내달렸던 건 그래서였다.
그 탓에 간신히 잠궈놓았던 치마 지퍼가 벌어지며 치마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황급히 손을 뻗어 그새 허벅지까지 내려간 것을 부여잡고는 조심스레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다급히 문고리를 움켜쥐었다.
끼이익하고 소름끼치는 소리를 사방으로 흩뿌리며 열리던 것이 덜컥하고 멈추었다.
"···고모?"
문틈 사이로 의아함이 듬뿍 담긴 목소리가 흘러들어온 건 그 직후였다.
잘만 열리던 것이 갑자기 옴짝달싹도 안하니 짜증이 나기라도 했던 것일까.
유한이 아까보다 좀 더 강하게 문을 떠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급하게 문에 몸을 붙였다.
그리고는 지금 상태에서 더 열리지 못하도록 몸을 이용해 있는 힘껏 막았다.
"그, 자, 잠깐만··· 고모 아직 옷, 갈아입는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