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화 〉1부
"아, 아니 잠깐만."
"왜?"
어디 과연 뭐라고 하는 지 들어나 볼까.
"그런 걸 시킬 거였으면 미리 말을 했었어야지."
"말했잖아."
"언제!"
"방금. 그리고 지금도 하고 있네."
뻔뻔스레 내뱉어진 내 말에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일까.
세나가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자 세나 방 시청자들이 좋다고 날뛰기 시작했다.
물론, 내 방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고.
[아 맞긴 맞지 ㅋㅋㅋ]
[말해드렸습니다^^]
['말']
[와! 우마머스마 아시는 구나! 겁나 갓겜입니다]
[그게 뭔데 씹덕아]
[있음 소싸움하는 소들 남캐화 시켜서 만든 겜임]
[우욱;;]
[실례지만 그런 걸 대체 어떻게 알고 계시는 거죠?]
"자자, 아무튼 후딱 설치부터 합시다."
"씨이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리듬게임이 용량이 커봐야 솔직히 얼마나 크겠는가.
뭐, 제목만 보면 리듬게임보다는 차라리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정통 알피지겜 느낌이 확 나긴 하지만 얼음과 불의 춤은 틀림없는 리듬게임이었다.
그저 박자에 맞춰서 특정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그만인 그런 게임 말이다.
'사실 피지컬을 보면 못하는 게 말이 안 되긴 하는데···'
대체 왜 못하는 걸까.
굳이 박자에 맞추려고 할 필요 없이 위에서 떨어지는 걸 눈으로 보고 그에 맞춰서 키보드를 누르기만 해도 될 것같은데 말이다.
'뭐, 그거야···'
지금부터 확인해보면 되겠지.
그래서 깔고 있긴 한 걸까.
"받고 있어?"
"···어."
잠깐 딴 생각좀 하고 있었더니만 잠깐 사이에 목소리가 거의 뭐 다 죽어가고 있었다.
그 정도로 리듬게임이 싫은 걸까.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마. 누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깨래?"
"하···"
"그 대난투인가 거기에서도 한 라운드만 깨면 된다고 했으니까 딱 한 라운드만 깨봅시다."
"···진짜?"
"응, 대신 깰때까지 하는 거다."
"그거야 당연하지. 아무튼 진짜 한 라운드만 깨면 되는 거지?"
그래도 한 라운드 정도면 해볼만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언제 죽상을 하고 있었냐는 듯 금세 또 표정이 밝아지길래 피식 웃으며 긍정했다.
"어."
"진짜지? 나중에 딴 말하지 마라."
"내가 누나도 아니고 설마 그러겠어?"
"···"
할 말이 없었는지 세나가 침묵하는 동안 나는 옆에 띄워놓은 내 방 채팅창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는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
"아, 맞다. 그 혹시 그 게임에서 제일 어려운 라운드가 어디에요?"
한 라운드만 깨면 된다고 그랬지 그 라운드가 쉬운 라운드라고는 말 안 했다 이거야.
종목 자체가 타임어택 방식이었던 걸 보면 틀림없이 더럽게 어려운 맵을 깨라고 할 게 뻔한데 그렇다면 연습도 당연히 거기에 맞춰서 해야하지 않겠는가.
"야! 야! 잠깐만···!"
그제서야 내 의도를 알아차린 세나가 다급한 목소리로 날 만류해왔지만 때는 이미 늦은지 오래였다.
이미 내 채팅창은 물론 세나의 채팅창 위로도 라운드 명이 우수수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개중에 제일 자주 보이는 것을 골라 그걸로 하기로 했다.
덕분에 세나의 표정이 다시금 구겨진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설치하고 있는 거 맞지?"
"아, 하고 있다고!"
"아니, 우승하고 싶다면서. 도와줘도 난리야 진짜."
"아씨이···"
세나가 마른 세수를 거듭하는 동안 세나 방 시청자들은 패배의 아픔은 싹 잊기라도 한듯 히히덕거리기 바빴다.
[그동안 얄미워서 꼬왔었는데 잘 걸렸다 요 뇬 ㅋㅋㅋ]
[천원펀치 딱대!]
[천원펀치! 천원펀치! 천원펀치!]
[음도는 당연히 열어주시겠죠?]
[에이 ㅋㅋㅋ 설마 닫고 할라고 ㅋㅋㅋ]
[ㄹㅇ 세나 클라스가 있지~]
[다 뒤졌다 10만원 충전 간다 ㅋㅋ]
[10만원이면 세나를 백 번이나 팰 수 있다고?]
[개혜자네 ㅋㅋㅋㅋ]
[아 이런 거 할 거면 미리 말하라고 ㅋㅋ 치킨 시키게]
[난 이미 시킴 ㅅㄱ]
이쯤되니 기대가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었다.
대체 얼마나 처참하면 다들 저러나 싶었으니까.
그래서 흐뭇한 표정을 한채 얼른 설치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니 마침내 설치가 끝이 났다.
"그, 있잖아."
"뭐해? 얼른 겜 안 키고? 오늘 밤 샐 거야?"
"꼭··· 그렇게 어려운 맵으로 해야할까?"
"하··· 안 되겠네. 복무신조 2번!"
그리 외치기 무섭게 세나와 채팅창이 동시에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뭐?"
[???]
[?]
[아니 이게 머선... 머선129...]
[오빠 군필남대생이엇서? 헤으응...]
[그만!! 기억폭행 멈춰!!]
[으윽... 머리가...]
"복무신조 2번 복창합니다! 실시!"
"아니, 갑자기 무슨···"
"우리의 결의!"
"아니, 그건 또 어디서 주워 들었···"
황당해하는 세나를 뒤로 한채 기억 속을 뒤져 구석에 쳐박혀있던 것을 꺼내들었다.
"우리는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하는 대한민국 육군이다!"
"아니, 뭐하는데 진짜···"
"하나!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통일의 역군이 된다!"
"그, 일단 진정 좀 하고···"
"둘!"
"···"
"둘···!"
"씨이이··· 우리는··· 실전과 같은 훈련으로 지상전의 승리자가 된다···"
이야 그걸 기억하네.
다른 이도 아니고 세나처럼 미녀의 입에서 복무신조가 흘러나오는 걸 듣고 있자니 뭔가 기분이 살짝 오묘했다.
그렇지만 싹 숨기고는ㅡ
"그치?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해야 승리자가 될 수 있다잖아."
싱글벙긋 웃으며 세나를 몰아붙였다.
"윽···"
"해야겠지? 게임 켜."
반박할 여지가 없는 무적의 논리에 속절없이 밀려버린 세나는 결국 굴복해버리고 말았고, 그렇게 세나의 손길만 기다리고 있던 게임이 실행되었다.
그렇게 아까 미리 지정해둔 라운드를 플레이하기 시작한 세나를 지켜보고 있으니 이내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었다.
세나의 플레이는 단순히 못하는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걸.
이건 정말 '몬가··· 몬가···'였다.
실력이 너무 처참해서 어떤 수식어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걸 표현하면 좋을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달까.
개못한다고 하면 개한테 실례가 될 것같은 수준이라고 해야할까.
물론, 시청자들의 방해도 한몫했다.
짤랑ㅡ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뚝- 딱- 뚜욱- 딱- 뚝- 따악- 뚝딱뚝딱뚝딱-]
"하, 하지마라···"
짤랑ㅡ
[코코볼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만 안 하면 어쩌실 건데요 ㅋㅋ루삥뽕]
"아잇 기본 도네 오천원 맛 좀 볼래···?!"
짤랑ㅡ
[응계속할거야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 넣었다~ 안 넣었다~ 아 넣었다~ 안 넣었다~ 아 넣었다~]
세나가 음성도네를 안 열어주니까 그냥 도네로 비트를 찍어내는데 덕분에 후원이 한 번 들어올 때마다 세나의 손이 꼬이고 있었다.
그러더니 결국에는 픽 죽어버리더라.
"아 하지말라고!!!"
그래도 이번에는 꽤 오래 간다 했더니만 시청자들의 방해로 인해 죽어버리니 꼴이 안 받을래야 안 받을 수가 없었던 것일까.
쾅쾅쾅ㅡ
이런 케이스가 벌써 몇 번째다보니 결국에는 폭발해버리고 만 세나가 주먹을 꽉 말아쥔 채 키보드를 내리쳤다.
덕분에 알게 되었다.
요즘에는 키보드로 팝콘도 만들 수 있다는 걸.
새하얀 자판들이 키보드 위를 떠나 사방으로 비산했다.
"으아아아아!!"
'미친···'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웃기긴 하더라.
시청자들이 리듬게임이라는 말이 나온 순간 왜 그리 빵긋 웃었는지 알 것도 같달까.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키보드를 책상 위에다가 쾅쾅 내리치면서 탈곡을 해대던 세나가 이내 의자 위로 추욱하고 늘어졌다.
"개같은 게임···"
"괜찮아 누나?"
"안 괜찮아··· 뒤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점심 나가서 먹을 것 같아···"
"아니, 그게 아니라 방금 집이 살짝 흔들린 것 같아서."
"···"
"순간 지진이라도 난 줄 알고 재난문자 왔나 확인했잖아."
그리 말하기 무섭게 세나의 표정이 뭔가를 꾹 참는 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속보)서울 대지진 ㄷㄷㄷ]
[노량진인데 나도 느꼈음]
[본인 성남 사는데 방금 침대 흔들림;;]
[그건 선생님이 무거워서 그런 거 아닐까요?]
[앗..]
[팩폭 멈춰!!]
[세드워드 뉴 게이트 ㄷㄷ 흔들흔들 열매 ㄷㄷ]
[그뭔씹;;]
[그래도 못난 딸들을 사랑하겠다...!]
[오야지...!]
시청자들이 자기들끼리 히히덕대는 동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여태껏 지켜보면서 느낀 감상을 입에 담았다.
"그나저나··· 누나 진짜 못 하는구나."
"조용히 해라··· 안 그래도 머리에서 스팀 나올 것 같으니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한데."
"조용히 흐르그···"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 되네. 그냥 박자에 맞춰서 누르기만 하면 되잖아."
원래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옆에서 깐족거리는 시누이가 더 얄미운 법이라 했다.
아니나 다를까 후원으로 천원펀치를 날려대는 시청자들보다 디코를 하면서 육성으로 살살 긁어대는 내가 더 얄밉게 느껴지기라도 했던 것일까.
순간 뭐가 울컥하고 올라오기라도 했는지 의자 위에 힘없이 축 늘어져있던 세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 그렇게 자신 있으면 니가 직접 해보든가."
"나? 내가 왜?"
"너도 같이 나가기로 했잖아. 그러니까 너도 연습해야지."
"그렇긴 한데. 지금은 누나 차례잖아. 나야 누나 차례 끝나고 하면 되는 거고."
"왜? 못할 것 같으신가 보죠? 쫄? 쫄?"
여기서 물귀신 작전이라.
이왕 고통받는 거 같이 고통 받자는 작전인가 본데···
"깨면 어떡할건데."
"뭐?"
"내가 그 맵 깨면 어떻게 할 거냐고."
"하, 그러세요? 깰 수 있으세요? 그럼 깨보시든가."
"그러니까 내가 지금 내려가서 그 맵 깨면 뭐 해줄건데."
그리 묻기 무섭게 세나가 눈을 데록데록 굴려대기 시작했다.
덕분에 눈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나는 듯 했다.
그것도 잠시 이걸 단시간내에 깨는 건 절대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세나가 헹하고 콧방뀌를 뀌더니 그대로 입을 열었다.
"만약에 네가 이거 10트안에 깨면 내가 그랜절 박는다."
"그랜절만?"
"그럼 뭐."
"게임도 못하는 주제에 까불어서 죄송합니다라는 멘트까지 얹는 건 어때?"
"···10트안에 못깨면 어쩔 건데."
"그러면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는 거지. 안 그래도 꽤 오래 했잖아."
"으음···"
"어때? 콜?"
"···콜."
세나의 말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으니까.
물론, 밑으로 내려가기 전에 내 방 시청자들을 향해 금방 깨고 오겠다는 멘트를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밑으로 내려간 날 반겨준 건 어디 한 번 너도 당해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일찌감치 의자에서 일어나있는 세나의 모습이었다.
"왜 벌써 일어나 있어?"
"네가 해보겠다면서."
"그건 그거고 일단 계속 해봐. 대충 어떻게 하는지 파악 좀 하게."
"아니, 여태까지 실컷 봤으면서···"
"쓰읍! 나 올라간다?"
협박아닌 협박을 하니 세나가 꿍시렁대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렇게 다시 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한 세나를 옆에서 지켜보다보니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천원펀치가 생각보다 훨씬 돈이 된다는 걸.
"누나."
"···뭐, 집중하는데 말 걸지마."
"앞으로 그냥 리듬게임만 하면 안 돼?"
"미쳤냐?"
"아니면 한 한 달 정도만 리듬게임 특집 어때? 그러면 농담아니고 건물 하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한달 가지고는 당연히 택도 없을 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그리 말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계속 죽다보니 조금씩 세나가 적응이라는 걸 해나가기 시작했으니까.
"응, 절대 안 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 해."
"그러지 말고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봐."
"아, 좀! 말 걸지 말라고!! 너 때문에 죽었잖아!"
"그러네? 70퍼센트면 진짜 거의 다 온 건데 까비."
"흐어어어어···"
"그러니까 집중하셨어야죠."
내가 깝죽거리는 세나를 보며 느꼈던 충동을 세나도 느끼기 시작한 걸까.
날 노려보며 꼬옥하고 움켜쥔 손을 부들부들 떨어대길래 히죽히죽 웃으며 물었다.
"왜? 때리게? 때릴 거야?"
당연한 말이지만 세나가 날 때리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서 그리한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 뒤에서 지나의 환영같은 거라도 봤는지 세나가 푸욱하고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플레이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세나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ㅡ
"뚝, 딱, 뚝, 딱, 뚜욱, 딱, 딱, 딱."
세나의 귀에 대고 얼굴을 바짝 들이민채 아까 도네로 왔었던 걸 그대로 흉내내봤다.
"힉?!"
갑작스런 속삭임에 놀란 걸까.
세나가 제자리에서 펄쩍하고 뛰었고, 당연한 말이지만 그 판은 그대로 끝나버렸다.
"뭐, 뭐하는데!"
"아, 슬슬 좀 해볼까 해서."
"그러면 비키라고 말을 하던가!"
"그럼 재미없잖아."
히죽 웃으며 그리 말하고는 주인을 잃고 뒤로 밀려난 의자를 내쪽으로 끌어와 그 위에 앉았다.
"아무튼 이제 얼추 어떻게 하는 지 파악했으니까 내가 어떻게 하는지 보여줄게."
"지랄."
"어허! 집중해서 보기나 하세요. 리개못유씨."
"그건 또 뭐···"
"그거야 당연히 리듬게임 개못하는 유세나라는 뜻이지."
"뒤진다 진짜···"
"아무튼 잘 보고 있어."
그리 말하고는 가볍게 손을 푸는 척을 하다가 스페이스바를 꾹 눌렀다.
그러자 화면이 새로고침되며 모니터 위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그것이 끝나기 무섭게 세나에게서 압수한 이어폰을 통해 음악이 귀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무시했다.
지금 중요한 건 박자같은 게 아니었으니까.
뭐하러 박자에 신경을 쓴단 말인가?
'보인다 보여.'
보이는 대로 스페이스바를 누르기만 하면 자동으로 박자가 맞춰지는 것을.
탁ㅡ 타닥ㅡ 탁탁탁ㅡ
일정한 규칙을 가진 소리가 스튜디오 안으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에 힘입어 어느새 스테이지 진행도는 50퍼센트를 넘어선지 오래였다.
설마 첫트만에 마의 구간인 50퍼센트 존을 돌파해버리라고는 생각 못했던 것일까.
모니터 위로 얼핏 비치는 세나의 모습을 향해 흘깃 시선을 던져보니 어느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죽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거기서 눈을 떼지 못했으니까.
"아, 죽었네."
"휴··· 거봐 어렵지?"
"아니? 별로 안 어려운데?"
"뭐래, 죽었으면서."
"방금이야 살짝 맛만 본 거고."
"아이구, 그러셔요? 그러면 뭐 지금부터는 다르나?"
"당연히 다르지. 지금부터는 '진심 모드'니까."
씩 웃으며 그리 말하기 무섭게 세나의 표정이 괴상하게 변했다.
마치 얘가 뭘 잘못 집어먹었나하는 느낌?
"···너 혹시 요즘 애니메이션같은 거 보냐?"
"아니? 그냥 누나 채널에 올라와있는 영상 따라한 건데?"
"내, 내가 언제 그랬다고···"
"아무튼 옆에서 지켜보기나 하십쇼. 두 번은 안 보여드리니까."
아까 뭐라고 그랬더라?
10트안에 깨면 그랜절 박는다고 했었나?
'그랜절 좋지.'
딱대라 이거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확히 3트만에 클리어했다.
2트째에 마지막 구간에서 살짝 손이 꼬여버리는 바람에 시간이 부족할 뻔 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시간 안에 되긴 되더라.
그렇게 모니터 위로 영어로 클리어라는 문구가 떠오른 순간 세나로 하여금 보란듯이 양팔을 최대한 넓게 벌리며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그녀 쪽으로 돌아섰다.
"짜잔, 3트 클이죠?"
그리고는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는 세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당당하게 요구했다.
"그랜절, 박아야겠지?"
그렇게 내 첫방송은ㅡ
.
.
.
.
.
.
.
.
.
.
.
.
.
"주제도 모르고 깝쳐서 죄송합니다···!"
[그래 다음부터는 조심하고]
[허허 그랜줄을 할 줄 알다니 그래도 요즘 젊은 친구 치고는 경우가 있는 친구구먼]
[아 씹 ㅋㅋㅋ 그랜절 할 거면 배 바지 하고 하라고!!]
[배 보여줄 거면 너 말고 동생 분 걸로 보여줘!!]
[아니 근데 이걸 어케 3트 ㅋㅋㅋㅋ]
[이것이... '재능'?]
[리듬게임에 그랜절까지 오늘 방송 알.찼.다]
[산란기 맞은 꽃게마냥 알이 꽉꽉 차있누]
[산란기...? 헤으응...]
"오늘 처음 방송 켰는데 많이들 놀러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방송때 뵐게요."
세나의 그랜절과 함께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