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9화 〉1부 (159/315)



〈 159화 〉1부
그 왜 사람이 열받으면 뒷목이 뻐근해진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 내가 딱 그랬다.


"사장님들 내가 뭐라고 그랬어!! 믿으라고 했지!!"


[유세나 그녀는 신인가? 유세나 그녀는 신인가? 유세나 그녀는 신인가? 유세나 그녀는 신인가?]


[포인트가 복사가 된다고! 포인트가 복사가 된다고! 포인트가 복사가 된다고!]

[역배야 잘 먹을게~ 역배야 잘 먹을게~ 역배야 잘 먹을게~]

[추억 너무 달아~~]

[그만 좀 잘하라고 유세나!! 역겨우니까!! 그만  잘하라고 유세나!! 역겨우니까!!]

[내가 누구? 정배 배.팅.자]


[세나는 신이고 정배는 무적이다.. 세나는 신이고 정배는 무적이다..]

[우끼끼끼끼끼ㅡ]

[아니 역배들 진짜 침팬치임? 이걸 정배를 안 타네 ㅋㅋㅋ]

[침팬치 무시 ㄴ]

[아 장난 치지 말라고 안 속는다고 ㅋㅋ;;]


[침팬치 가져다 놔도 역배 간 애들보다 배팅 잘할듯 ㅋㅋ]

[포인트를 얻고 싶어? 그럼 정배에 걸어]


[이건거짓말이야이건거짓말이야이건거짓말이야이건거짓말이야]

[와 씹 ㅋㅋㅋ 개얄밉네]


"저런, 너무 강한 말은 쓰지마. 패.배.자처럼 보이니까."

아주 가관도 저런 가관이  없었다.

거만하게 몸을 뒤로 젖힌 채 캠을 향해 검지손가락을 까딱까딱 흔들어보이는데 처음으로 세나의 방송을 켜둔 걸 후회했다.

동시에 중지손가락이 미친듯이 근질거렸다.


맘 같아서는 그걸 곱게 말아가지고 저 새하얀 이마에다가 '빡!'소리가 나도록 꿀밤이라도 놔주고 싶을 정도였다.

"···다음 게임  할거야?"

저대로 가만히 내버려두면 연습이고 뭐고 방송 끝날 때까지 승리의 어깨춤만 춰댈  같아서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끼어들어봤다.

끼어들어봤는데ㅡ


"갈! 어딜 감히 패자 주제에 승자의 행보에 왈가왈부 하는 것이냐! 주제를 알아라 이 패배자 놈···!"

대답이랍시고 돌아온 건 호된 질책이었다.

어찌나 호된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볼쪽에 힘이 바짝 들어가서 그곳이 부르르 떨릴 정도였다.


[앜ㅋㅋㅋ 동생 분  떨리는  봐]

[솔직히 킹받을만함 ㅋㅋㅋ]

[열 받은 얼굴도 커엽누 ㅋㅋㅋ]

[나같았으면 진작에 갱갔다 ㅇㅈ?]


[ㄹㅇ ㅋㅋ]

[진짜 깝죽거리는 거 하나는 월클이긴해~]


"엣헴! 승부가 하고 싶으면 정중하게 청해보도록!"

"···다음 판 가시죠."


"어허! 정중하게라고  분명 말했던 것 같은데!"


"···부탁드리겠습니다."


"에잉! 쯧쯧  마음에 안 드는 구만! 하지만 이럴 때야말로 관용을 베푸는 것이 승자의 도리겠지."

순간 지랄하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소리를 내서 내뱉지는 않고 입모양만으로 내뱉었다.


"그래, 어디  번 다음 종목을 골라보거라."

그렇게 엎치락 뒷치락하는 승부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리하여 마침내 마지막  종목만을 남겨둔 지금 스코어는 10대 9로 세나가 한 발자국 앞선 상태였다.

"내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능.지.차.이."

남은 두  중에 한 판이라도 내어주게 되면 그대로 끝인 나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일까.

승리의 달콤함을 만끽하는 세나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넘쳤다.

그만큼 깝죽거렸고.

"야, 야야. 네 스트리머 명이 뭐라고?"

"하···"

"뭐? 세오? 응, 이제 아니야."

"나 화장실 좀."

"하긴, 이제 한 판이라도 지면 그대로 끝이니까 긴장 많이 되겠다. 천천히 다녀와. 그동안 나는 시청자들이랑 네 닉네임으로 뭐가 좋을지 이야기나 하고 있을게."


진짜 누가보면 이긴  알겠네.


속으로 헛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물론, 책상 앞을 떠나기 전에   시청자들에게 따로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며 말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화장실로 들어왔다.


화장실로 들어와서ㅡ


'그러니까 왜 도발을 하냐고.'

상점을 불러냈다.

원래대로라면 상점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내 힘만으로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할만한 승부였으니까.


순수하게 피지컬만 겨루는 게임들 뿐이었다면 택도 없었겠지만, 운이 크게 작용하는 종목도 꽤 많았으니까.

거기에 저번에 써먹은 그 특별한 클로버의 영향인지 뭔지는 몰라도 운이 크게 작용하는 종목은 전부 내게 유리하게 작용했고.


그러니 더더욱 상점의 힘을 빌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질 때마다 도발을 당하다보니까 생각이 바뀔 수밖에 없더라.


'쓸 거면 지금 써야지.'

마침 또 남은 두 종목에 상당히 도움이 될만한 물건 하나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였다.

다만 60분이라는 시간제한이 있다는 게 살짝 마음에 걸리긴 하는데 이제 남은 종목이라고 해봐야 두 개밖에 없으니 60분이면 그 안에 떡을 치고도 남겠지.

그래서 샀다.

사서 눈에 꼈다.


어디까지나 이 세계 기준이긴 하지만 렌즈를 끼는 건 처음이라서 살짝 껄끄러운 느낌이 없잖아 있긴 했는데 크지는 않아서 그럭저럭 참을만 했다.

문제는 이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냐는 건데ㅡ

'달라지긴 한 건가?'

시험삼아 눈앞으로 손을 가져와서 좌우로 흔들어봤지만 딱히 느려졌다거나 그런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음···'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할 것 같아서 몇 번 더 흔들어보다가 결국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다시 의자 앞에 앉아서 부스럭대는 소리를 내니 그게 마이크를 통해 저쪽으로 흘러들어가기라도 했던 걸까.

"야, 왔냐?"


이어폰을 귀에 끼기 무섭게 세나의 목소리가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방 파놨으니까 초대받아."


"어."

그렇게 내기의 승자를 결정지을, 어쩌면 마지막 판이 될지도 모르는 게임이 시작되었고ㅡ

'이야···'

거기에 임하다보니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다.


특별한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이라고 해봐야 한 시간밖에 되지 않는 이 렌즈를 어째서 100만캐쉬나 받고 팔고 있었던 건지를.

나 혼자서 손을 흔들어댈 때는 체감할 수 없었는데 스스로 그러는 것이 아닌 다른 것을 쳐다보고 있으니 확실히 다르긴 했다.

틀림없이 순식간에  지나가야할 것이 슬로우모션 카메라로 촬영하기라도  것처럼 한결 느리게 보였으니까.

날아오는게 더럽게 빨라서 그렇지 날아오는 걸 '보고' 쳐서 날리기만 하면 그만인 게임에서 날아오는 게 느릿하게 보인다?


'이건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지.'


그래서 이겼다.

"뭐? 피지컬?"


"···"

"똑똑. 그, 혹시 피지컬로 압살해주겠다고 하신 분 어디 가셨나요?"

"아, 그, 그분 방금 퇴근하셨는데요."

"누나."


"···뭐."

"봤지? 이게 '재능'이라는 거야."

정확히는 템빨이지만.

뭐, 약간 양심이 따끔거리긴 했지만 그리 크지는 않았다. 애초에 내가 템빨을 내세우게 된 건 지속적으로 행해진 세나의 도발 탓이 크니까.

이길 때마다 꿀밤이 절로 마려워질 정도로 깝죽거리지만 않았다면?

내가 상점이라는 괴물의 힘을 빌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아무튼 마지막 판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판이 내 차지가 되면서 스코어는 10대 10으로 동률이 되어버린 상황.

고로 마지막판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내기의 승자가 결정되겠지.


'어디···'


한 번 구경이나 하러 가보실까.


세나의 반응과 세나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을 이들의 반응이 궁금해져서 이미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버린 내 방송 채팅창을 뒤로한채 세나의 방송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살짝 넋이 나간  '어? 뭐지? 버근가?'라고 말하는 듯한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는 세나와 난장판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난리가 나 있는 채팅창의 모습을.

"아, 아니 이게 왜···"


[아니 이게 왜? 아니 이게 왜? 아니 이게 왜? 아니 이게 왜?]


[내 추억 돌려내!!!!!!]

[그게 지금 할 말이야? ㅋㅋㅋㅋ]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번만 봐주세요다시는 배팅 안 할게요 제발 한 번만 환불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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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효야~무~효야~무~효야~무~효야~무~효야~]

[무효가 아니라 우효였구연~]

[우효wwww~~~ 포인트가 꿀렁꿀렁 들어오고 있다고~~~]


[아 이게 말이 되냐고 ㅋㅋㅋ 장난치지 말라고 ㅋㅋㅋㅋ]


[장난 적당히 쳐 유세나!!!!]


[정배야 정신이 들어? 정배야 정신이 들어? 정배야 정신이 들어?]

[아빠 미안해... 아빠 미안해... 아빠 미안해...]

[이거 꿈이지? 제발 그렇다고 해줘... 이거 꿈이지? 제발 그렇다고 해줘...]

[무친련... 무친련... 무친련... 무친련...]

[유 사장~   열어봐요~ 안에 있는 거 다 알아요~]


[뭐? 역배가 침팬치? 침팬치는 느그 정배들이었구요~]


[아 추억 너무 달아~~]

[믿으라며 ㅅㅂ!!]


[세나요? 제가 아는 련들 중에서 최고로 얼빠진 련이였어요]

[채팅창 ㅈㄴ 혼란하네 ㅋㅋㅋ]


대차게 꼴아버려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진 이들과 대박이 터져서 신난 이들.

그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하모니가  환상적, 아니 환장적이었다.


대체 몇 배가 터졌길래 다들  난리를 치고 있는 걸까.

궁금한 마음에 확인해보니 거의 94퍼센트대 6퍼센트였다.


그러니까 세나의 승리에 배팅한 쪽이 94퍼센트였고, 나머지 6퍼센트가 내 승리에 건 이들이었다.


그런만큼 배당이 어마어마했다.

"누나?"

"어, 어···"


"정신이  들어?"

"···아직 마지막 판 남았거든?"


"늬예늬예 알겠으니까 얼른 포인트 정산이나 하십쇼."

그 순간 세나가 지어보인 표정은 말 그대로 뭐라도 씹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걸려있던 포인트들이 새 주인들의 손으로 들어간 순간ㅡ

화려한 불꽃 놀이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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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ㅋㅋㅋ 꼴받네]

[내 추억 돌려줘!!!]

[내 추억을 불태우지 마!!!]

[이제는 제 추억입니다만?]

[어라...? 나 어째서 눈물이..?]

[이 방송 뭔가요? 처음보는 방송인데 왜 팔로우가 되어있나요?]


[그거 해킹임 ㄷㄷ]

채널 포인트를 소모하는 방법은 방마다 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많이 모으면 그에 대한 경품으로 구독권이나 치킨 기프티콘같은 걸로 교환해주는 곳이 태반이었다.

또 어떤 곳은 식사 데이트를 상품으로 걸어둔 곳도 존재했고.

아무튼 그러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건 세나 방도 마찬가지였다.


150만 포인트를 모으면 구독권으로 교환할 수 있었고 500만 포인트면 치킨 기프티콘이 하나였다.


허나 소모처가  그것만 있냐면 그렇지는 않은 법.


상품으로 교환하기에는 모자란 포인트를 소모하기 위한 수단도 얼마든지 존재했다.

지금 채팅창 위로 쏟아지고 있는 보랏빛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었다.


일반적인 채팅과는 다르다는  증명하듯 화려한 보랏빛으로 채팅들.

저거  번 쓰는데 무려 10만포인트더라.

한 번 쓰면 끝이고 그저 메시지를 강조해주기만 할뿐인데도 그 정도였다.


그런만큼 저기에 포인트를 쓰는 것보다 그걸 아끼고 아껴서 구독권이나 치킨으로 바꿔먹는 것이 현명하고 효율적임은 말할 것도 없는 상황.


하지만 살다보면 때때로 의미없는 짓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걸 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는 법이다.

바로 지금처럼 합법적으로 기만질을 할 수 있는 순간같은 것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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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마아아아아아!!!!!!]


[네  죽여버리겠어!!]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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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꺼야!! 돌려줘!! 내 추억 내놔!!!]

[기억이... 기억이 사라지고 있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렷...!]

[ㅗㅜ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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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악!!!!!]

[내 추억 불태우지마!!!]

[아니 씹 ㅋㅋㅋ 역배련들 플렉스 오지게 해버리네 ㅋㅋㅋ]

[남의 추억으로 플렉스 ㅋㅋㅋ]

[꼬우신가요? 꼬우시면 '역배'를 거셨어야죠~]


[배당 넘모 달아~~]

[세나 방 포인트로 세오님방 포인트 구합니다~]

[교환비 얼마임?]


"아, 아니 포인트 그렇게 쓸 거면 모아서 구독권을 바꾸든지 하세요. 왜 그런 데다가···"

쭈르륵 올라오는 강조 메시지에 세나의 얼굴 위로 당황이 떠올랐다.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


안 그래도 역대급 역배가 터져버린 상황인데 딴 사람들이 저렇게 기만질까지 해대니 채팅창이 식을 줄을 몰랐으니까.

결국 이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한시라도 빨리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

그리고 이번의 패배를 만회하는 것.


그래서일까.

"야, 빨리 들어와."

세나는 허둥지둥하며 내게 초대를 날렸고, 그렇게 시작된 마지막 승부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ㅡ

"나, 승리."

"···"


나였다.


전판의 패배가 좀 충격적이었는지 세나는 흐트러진 멘탈을 추스르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했으니까.


10대 11.


그야말로 마지막판까지 꽉꽉 채운 명승부였고, 이제는 접전 끝에 확보한 승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시간이었다.

물론,  전에 좀만 놀리고.


"누나, 누나."


"···뭐."


"게임 너무 못하는 거 아냐?"

"시끄릅고 빤니 블칙이나 믈해라···"

"아, 그랬지? 우리 지금 내기 중이었지?"

지금 세나는 내 방송을 보고 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보고 있다고 가정하며 캠을 향해 히죽하고 웃었다.

웃으면서ㅡ

"그 게임 이름이 얼음과 불의 춤이었나?"


"···!"

"이왕 연습할 거면 그거까지 해야되지 않겠어?"


"아, 아니 잠깐만 그건···"

"자, 당장 게임 설치합니다. 실시!"

세나에게 리듬게임이라는 이름의 절망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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