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3화 〉1부 (113/315)



〈 113화 〉1부

뭐든 그렇긴 하지만, 결국 중요한  타이밍이다.


아직 지나가 출근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세나를 내보내버리면?

지나가 출근하기 무섭게 세나가 집으로 복귀해버리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게 될지도 몰랐다.


'그건 좀 아니지.'

그러니 지금 필요한 건 기다림이었다.

그래서 적당히 시간이나 때우고 있으려니ㅡ

웅웅웅ㅡ

휴대폰을 손에 쥐기 무섭게 전화가 왔다.


번호 생겨먹은게 왠지 스팸전화 같지가 않아서 보자마자 딱 감이 왔다.


'이거···'

여신이 전화한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통화버튼 쪽으로 손가락을 가져가  눌러보니 그러기 무섭게 휴대폰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온 건 이제는 퍽 익숙하게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오랜만이다?

허나  안에 담겨있는 내용물이 전과는 살짝 달랐다.

묘하게 만족스러운 목소리라고 해야할까.


왠지 모르게 사냥에 성공해 모처럼 배를 양껏 채우고 그대로 땅바닥에 철퍼덕 드러누운 암사자의 모습이 생각나는 그런 목소리였다.


아니,  부분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또 어쩐 일로 전화를 건 것일까.

'혹시 또 뭐 실수했나?'

순간 그 생각부터 들었지만, 곧바로 부정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없었을 뿐더러 정말 내가 실수같은 걸 했다면 여신의 목소리가 이렇지 않았을테니까.

그럼 대체 뭘까.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그새 또 불퉁하게 변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뭐야? 왜 말이 없어?

"아, 어쩐 일로 전화하셨나 싶어서요."


-아, 뭐야 그런 거였어? 걱정하지마. 이번에는 칭찬해주려고 전화한 거니까.

칭찬이라니?


-그···  치대? 나쁘지 않았어.


놀랍게도 속으로 설마설마했던 게 맞았다.

뜬금없이 칭찬해주겠다고 말하길래 설마 가영하고 '자위'한 거 가지고 그러나 싶었는데 설마 그거였을 줄이야.


그렇다면 아까 느꼈던 만족감은 설마···


-그런데 알지? 완전히 넘어오게 만드려면 아직 한참 멀은 거?


"예."

 부분이야 말 안 해도 알고 있었다.

가영이 진심으로 내게 넘어왔다면 집에 누가 있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방에서든 아니면 여기서든 몰래 떡을, 아니 '자위'를 하고 있었겠지.


-그래그래, 알고 있다니 다행이네. 아, 그런데 있잖아···


역시나 본론은 따로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 그렇지.

무려 여신쯤이나 되는 양반이 고작 이런 걸로 전화를 걸 리가 없지.

"네, 말씀하시죠."


-그··· 내, 내가 개인적으로 좀··· 보고 싶은 장면이 있거든?

그게 대체 뭐길래 이렇게까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는 걸까.

-그, 나중에 기회가 되면 둘이 교복입고 해주면  되나? 밤에 잔뜩 해대서 당분간 여유도 좀 있을텐데.


뭐요?


귀하고 찰싹 붙여놓은 휴대폰에서 흘러나온 여신의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으로 한 번 상상해봤다.


가영이 교복을 입은 모습을 말이다.

지나도, 세나도 아닌 가영의 교복차림이라니.

그건 대체 어떤 모습일까.

워낙 생각치도 못한 조합이라서 내 빈약하기 그지없는 상상력으로는 감히 그 모습을 제대로 그려낼 수가 없었다.

확실한  존나 꼴릴  같다는 점이었다.

그 증거로 이미 내 물건은 빨딱 선채 바지 위로 텐트를 치고 있었으니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런 일이 쉬울 리 없었다.


내가 절절하게 부탁을 한다고 해도 가영이 들어주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영 입장에서는 얼마나 민망하겠는가.


그렇지만 어찌어찌 가영이 오랫동안 손도 대지 않았던 그것을 몸에 걸치게 만드는데 성공한다면?

틀림없이  수 있겠지.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게 그런 차림이나 하고 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과 민망함을 동시에 느끼며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어쩔  몰라하는 가영의 모습을 말이다.


'시발 뭐야 이거···'


개꼴리잖아···


과연 신은 신이라 이건가.


난 어디까지나 그래서 침묵하고 있었던 것 뿐인데 내 생각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들여다보던 능력은 어디다가 팔아먹기라도 했는지 여신이 내 눈치라도 보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그··· 당연히 그냥 보여달라는  아니야. 후원이라고 해야할까··? 요즘 캐쉬가 없어서 곤란하지 않아?

그리 말한 여신이 잽싸게 덧붙였다.

오래걸려도 상관없으니 이 부탁을 들어주기만 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천만 캐쉬를 상점에다가 그대로 꽂아주시겠단다.

"콜."


그에 즉시 고개를 끄덕여 승낙의 의사를 밝혔다.


절대 천만 캐쉬가 탐나서 그랬던 게 아니었다.

가영과 교복의 조합이라니.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그렇지 볼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보고 싶을 정도인데 거기에 천만 캐쉬까지 꽁으로 얹어준다지 않는가.


미치지 않고서야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솔직히 지금 통화를 하고 있는 상대가 여신이 아니라 꼬추달고 있는 새끼였다면 캐쉬고 뭐고 좆까는 소리하지 말라며 단박에 거절했겠지만··· 여신이니까.

-지, 진짜?! 그럼 그때까지 숨 참고 기다리고 있을게!

"아니, 그래도 숨은 쉬시고···"


가영의 교복차림이 그 정도로 보고 싶었던 걸까.


언제 조심스럽고 그랬냐는 듯 거의 뭐 복권이라도 당첨된 사람처럼 변한 여신의 목소리에 내심 쓰게 웃고 있으니 띠로롱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전화가 끊어졌다.


그에 곧바로 상점창부터 불러와 확인을 해보니 그새 천만 캐쉬가 뿅하고 생겨나 있었다.


'이게 돈복사 버그인가 뭔가하는 그거구마잉···'

생각치도 못하게 꽁돈, 아니 꽁캐쉬도 생겼겠다 여유가 생기면 한 번 구매해보기로 했던 것을 골라 구매했다.

원래 이런 건 들어오자마자 써주는 게 국룰이니까.


물론, 저번처럼  쓰지는 않고 딱 10분의 1만 썼다.

그렇게 저번에 눈여겨 봐두었던 수제 딜도 제작세트를 구매하니 제법 묵직해보이는 상자가  앞으로 쿵하고 떨어짐과 동시에 생전 처음 보는 창이 눈앞으로 떠올랐다.


[현재 구매하신 상품과 연관이 있는 상품이 있습니다.]


[확인해보시겠습니까?]

수제 딜도 제작세트와 연관이 있는 상품이라길래 그러면 뭐 수제 오나홀 만들기 세트라도 되나 싶어서 한 번 클릭해봤더니만 정작 튀어나온 건 악랄하기 그지없는 상술의 집합체였다.

그래, DLC말이다.

알고 보니 내가 구매한 건 말 그대로 기본 세트이고, 이제 거기에 추가 기능을 넣을 수 있는 도구를 따로 파는데 그 가짓수가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다양했다.


진동기능부터 시작해서 여성이 해당 딜도를 이용할 때 절정을 느끼게 되면 그에 맞춰 안에 저장해둔 액체를 촤악하고 사정 비슷한 느낌으로 뿜어내는 기능까지.


솔직히 다른 건 몰라도 사정 기능은  끌리긴 했는데 그냥 사지 않기로 했다.

제대로 완성이 되었을 때의 이야기긴 하지만, 만약 딜도 제작이 끝나게 되면 그걸 가영에게 선물해줄 생각인데 그녀가 그걸로 너무 만족해버려도 곤란하니까.

오히려 쓰면 쓸수록 부족함을 느끼고 적당히 본떠서 만든 가짜따위가 아닌 '진짜'를 갈구해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이었다.


해서 미련없이 그 창을 닫고는 왠지 과학상자를 생각나게 하는 레트로한 비쥬얼을 지닌 딜도 제작세트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제법 요란한 크기와는 다르게 내용물은 딱히 별거 없었다.

정체모를 액체가 들어있는 진공팩 하나하고 물병같이 생겨먹은 물건 하나, 그리고 친절하게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는 설명서가 전부였으니까.

'거참···'


실속이 있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부실하다고 해야할지 알 수가 없는 상자 안의 내용물들을 보며 쓴웃음을 짓고 있던 것도 잠시, 설명서를 집어들어 거기에 적혀있는대로 따르기 시작했다.

'우선, 이걸 열라 이거지.'


설명서가 시킨대로 보온병같이 생겨먹은 것의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로 안은 정체모를 젤리같은 질감의 무언가로 꽉꽉 차 있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면 되나 싶어 다시 설명서를 확인해보니 거기다가 본뜰 물건을 집어넣으란다.

해서 그새 풀이 죽은 물건을 되살리기 위해 다시 한 번 가영이 교복을 입은 채 민망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여신 덕분에 알게된 치트키의 성능은 확실했다.


그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기 무섭게 일상 모드로  늘어져있던 물건이 부활 마법이라도 맞은 것마냥 빨딱 섰으니까.

그렇게 물건을 세워놓고 보니 병의 입구가 아까봤을 때보다 한결 좁아보여서 과연 넣을 수 있기는 할지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ㅡ


'···되긴 되네.'

 아슬아슬하긴 했는데 어찌어찌 되긴 되더라.


그런 식으로 설명서에서 시킨대로 딱딱하게 변한 것을 병 안으로 꾸욱하고 밀어넣으니 살짝 차가운 느낌을 주는 젤리가 물건에 떠밀려 요리조리 밀려나기 시작했다.

 감각이 뭐라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기묘했다.


물건을 뿌리끝까지 다 밀어넣는데 성공하자마자 곧바로 다시 쑤욱하고 빼냈던 것도 그 기묘하기 짝이 없는 느낌 때문이었다.

'이러면 틀 준비는 끝났고···'

이제 진공팩을 뜯어서  안에 든 걸 넣기만 하면 끝이라는데 정말 이런 걸로 딜도가 완성되는 걸까.

내심 머릿속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간단한 제작과정에 솔직히 반신반의하는 마음부터 들었지만 일단 그대로 해봤다.


그렇게 진공팩을 뜯어서 병 안으로 쪼르륵 흘려넣으니 묘하게 살색을 띄고 있던 액체가 병 안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뭉글뭉글하게 변하며 실시간으로 뭉치는 광경을  수 있었다.


'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이 정도면 설명서에서 말한 20분은 충분히 지나고도 남지 않았나 싶어서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다시금 예의  보온병같은 것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뒤집어서 침대 위에 대고 팡팡 소리가 나도록 내리쳐보니ㅡ


'으억···'

그 잠깐 사이에 완전히 굳어 하나의 딜도로 거듭난 것이 병 사이에서 쭈르륵 빠져나왔다.

간단하게 만든 것치고는 제법 본격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침대 위에 우뚝 서서 앞뒤로 꺼떡거리고 있는 꼴을 보고 있으려니 뭐랄까 기분이 아까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묘했다.

'이렇게 보면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세워놓고 세세하게 비교해보면  확실해지겠지만 솔직히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확실한  다른 건 몰라도 사이즈만큼은 제대로 구현이 되어있다는 점이었다.

'존나 크네 진짜···'

살짝 부담스러운 비쥬얼을 자랑하는 그것을 조심스레 집어들어 일단 서랍 안에다가 쑤셔넣었다.


설명서에서 말하기를 인체에 무해한 재료만을 사용한만큼 완성되자마자 바로 써도 상관없긴 하지만 그래도 냄새가 빠지길 기다리는  좋다고 그랬으니 일단 저대로 내버려뒀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기회를 봐서 가영에게 선물을 해주면 되겠지.

그때쯤이면 냄새고 뭐고 다 빠져있지 않을까?


내 물건을 본따서 만든 거라고 말하며 방금 그걸 손에다가 직접 쥐여주면 가영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부끄러워할까?

아니면 민망해하면서도 자기 서랍 안에 처박혀 있는 것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커다란 것을 보며 크기에 압도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침을 꼴깍하고 삼켜댈까.

'그거야 나중에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면 그만이고···'


그대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분명 금방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시간을 확인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시간이 흘러가 있었으니까.


그러니 이제는 세나를 집밖으로 내보내야할 시간이었다.

세나를 내보내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나도 출근한다며 집을 나설 것이고, 그리 되면 집에는 나와 가영만이 남겨지게 되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하고 물건이 동시에 뻐근해질 정도로 흡족한 그 광경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아까 간신히 생각해내는데 성공했던 핑계거리를 머릿속에다가 넣고 곱씹으며 세나의 방으로 향했다.

그렇게 세나의 방 앞에 도착하자마자 일단 문부터 두들겼다.

똑똑ㅡ

"누나, 나 들어가도 돼?"


"···왜."


"들어간다?"

"그러든가."


 주인이자 동시에 집주인인 세나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세나가 책상에 딸린 게이밍 체어에 앉아 뚱한 표정과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있었다.

컴퓨터 본체에 불이 들어와있는 걸 보면 뭐 게임같은 거라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뭐야, 아직도 삐졌어? 그러니까 가져가라니까."

"···뭐, 뭔소리야 삐지긴 누가 삐졌다고."


"아니면 말고."


"크흠···! 그래서 뭔 일인데."

"아, 누나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좀 있어서."

"부탁?"

매번 사양하기만 하던 내가 모처럼 부탁을 하겠다고 말하니 관심이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었나 보다.


뚱한 표정과는 달리 세나의 귀가 귀엽게 쫑긋거렸다.


"··뭔데."


"그 전에··· 누나 오늘 혹시 뭐 약속같은  없지?"

"약속···?"

"뭐, 회의라던지 그런 거 있잖아."


"···딱히? 그런데 그건 왜."


내 입에서 어디 좀 같이 가줄 수 있냐는 말이 흘러나오는 걸 상상하기라도 한 것일까.


일자를 그리고 있던 입꼬리가 움찔움찔대는 광경을 눈에 담고 있다가 이내 그것 참 잘 됐다는 듯 세나를 향해 씩 웃었다.

"잘 됐네. 그럼  케이크 좀 사다주라."

"엉···?"

어디 좀 같이 가자는 말을 예상했지 설마 심부름을 하게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걸까.


순간적으로 살짝 멍한 표정을 하고 있던 것도 잠시, 세나의 얼굴 위로 뭔가가 울컥하고 올라오려 하길래 잽싸게 덧붙였다.

"그게 오늘의 미션이야."

"아, 아니 케이크야 그냥 시켜먹으면 되지  또 굳이··· 아, 씨··· 귀찮은데···"

"누가 그냥 갔다오랬나? 그리고 거기는 배달같은 거 안 하는 곳이거든?"

장소는 미리 찾아놓았다.

집에서 적당히 멀고, 손님도 적당히 많은 곳으로 말이다.

허나 그것만 가지고는 세나를 바깥에 오래 머물게 하기에는 좀 부족하다고 판단했기에 그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을만한 것도 같이 생각해둔 상태였다.


"모처럼 큰맘 먹고 옷까지 샀으면 응? 좀 입고 돌아다녀봐야 할 거 아니야."


"뭐···?"


"음··· 다섯 번 정도면 충분하려나?"

"뭔 소리야. 다섯 번은  뭔데."


"누나가 남들한테 예쁘다는 말을 들어야하는 횟수."

"무, 뭐···? 아니, 그게 무슨···"


이것이야말로 진짜 목적이었다는 것처럼 씩 웃으며 덧붙인 조건에 세나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