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1부
그런 가영의 반응을 모르는 척 하며 자연스레 말을 이어나갔다.
"저희 오늘 밤에 다같이 술 마시기로 했었잖아요."
가영이 곤혹스러움으로 물들어있던 표정을 고쳐보인 것도 다름아닌 그때였다.
"그런데 그·· 안주를 뭘 만들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한 번 같이 골라봐주실 수 있겠느냐.
조심스레 던진 말에 가영이 눈을 데록데록 굴렸다.
"그, 그래·· 이, 일단 씨, 씻고 나서·· 씻고 나서 도와줄게."
그리고 그게 가영이 고민 끝에 내놓은 대답이었다.
한 번이라도 욕구를 풀어주지 않으면 정말 이상해질 것 같기라도 했던 것일까.
물론, 순순히 물러나주지는 않았다.
"··일단 메뉴부터 정한 다음에 씻으셔도 되잖아요."
"그으·· 저, 정말 얼마 안 걸리니까··"
"그렇게 따지면 메뉴 정하는 게 더 빨리 끝나지 않을까요?"
바로 조금 전까지 고수하고 있던 조심스러운 태도를 집어던진 다음 눈을 가늘게 뜬채 가영을 압박하니 그녀가 차마 날 직시하지 못하고 시선을 푹 내리깔았다.
"아니면 혹시·· 꼭 지금 씻어야하는 이유라도 있으신 거예요?"
그런 그녀를 향해 그리 말하니 가영이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으으··"
차마 네가 애매한 곳에서 끝내버린 바람에 보지가 쑤셔서 미칠 것같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말끝을 흐리며 온몸으로 곤란해하는 반응을 내비치던 가영이 이내 입밖으로 내놓은 것은ㅡ
"그·· 고, 고모가·· 자는 동안 땀을 많이 흘려서··"
얼토당토 않은 변명이었다.
그런 말을 할 거면 땀냄새라도 좀 풍기면서 말을 하던가 아무리 맡아봐도 향기롭고 달콤한 냄새밖에는 안 나는데 땀 핑계라니.
해서 의아하다는 투로 맞받아쳤다.
"땀이요? 냄새 하나도 안 하는데요?"
아예 말로만 그치지 않고 침대 위에 앉아있는 그녀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며 냄새를 맡는 시늉까지 해보이니 그에 흠칫하고 몸을 떤 가영이 자신의 하체를 덮고 있던 이불을 꼬옥하고 움켜쥐었다.
혹시라도 내가 자신한테서 땀 냄새가 아닌 다른 냄새를 맡기라도 할까봐 걱정이라도 되었던 것일까.
손 위치가 하필이면 하복부 쪽이라서 그런 가영의 모습이 내게는 꼭 그곳에서 풀풀 피어오르고 있는 야한 냄새를 어떻게든 숨겨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아, 알겠으니까·· 이, 일단 나가있으렴·· 옷만 갈아입고 나갈테니까··"
"네, 고모."
이윽고 가영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그녀의 방을 빠져나왔다.
옷이라고 갈아입게 해달라고 간청하듯 말한 걸 생각하면 이불로 가려져있던 하체의 상태가 어떨지는 솔직히 안 봐도 뻔했다.
보나마나 실수라도 한 것마냥 흠뻑 젖어있는 상태겠지.
그렇기에 맘 같아서는 가영이 스스로 흘린 것으로 흠뻑 젖은 팬티를 내려다보며 얼굴을 확 붉히는 모습까지 지켜보고 싶었지만 그건 나중을 위한 재미로 남겨두기로 했다.
어차피 곧 있으면 지나가 아침 조깅을 끝내고 등판할텐데 그런 상황에서 뭔가를 좀 더 하기도 그랬으니까.
해서 대신이라고 하기는 뭣하지만ㅡ
똑똑-
"고모? 아직 멀으셨어요?"
문을 두들겨 그 너머에 있을 가영을 재촉했다.
옷만 갈아입겠다고 했으니 전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왕 통제하기로 한 거 확실하게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런 식으로 문을 두들겨 안에 있는 가영을 재촉하니 살짝 떨리는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부터 들려왔다.
"으, 응·· 자, 잠깐만··"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가영이 그 안에서 걸어나왔다.
양쪽 뺨에 진하디 진한 홍조를 매단 채로.
혹시 실제로 확인한 팬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축축하게 젖어있기라도 했던 것일까.
민망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느낌으로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는 가영의 손에는 바로 조금 전까지 그녀가 걸치고 있었던 것들이 공 모양으로 돌돌 말린 채 들려있었다.
흠뻑 젖은 팬티를 저 안에 숨기기라도 한 것일까.
묘하게 허둥지둥하는 느낌으로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빨래바구니 안에다가 투척하고 돌아온 가영을 그대로 내 옆에 앉힌 뒤 오늘 밤에 예정되어 있는 술자리에 올릴 메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음·· 뭐가 좋을까요. 고모."
"그, 글쎄··"
아무래도 본인의 상태가 상태기도 하고, 바로 조금 전까지 내게 당한 게 있다보니 바로 옆에 앉기에는 좀 부담스럽기라도 했던 것일까.
바로 앞에 빈 자리가 있는데 그걸 내버려두고 굳이 맞은 편으로 가서 앉는 가영의 행동에 위장용으로 펼쳐놓았던 요리책을 들고 잽싸게 그녀의 옆으로 따라붙었다.
"그러면 책 보면서 같이 정할까요?"
그러면서 그리 말했더니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라.
당연한 말이지만 일찍 끝낼 생각은 절대 없었기에 계속해서 시간을 끌었다.
물론, 단순히 시간만 끈게 아니라 가끔씩 은근한 스킨십도 곁들여주었다.
이를테면 책을 좀 더 유심히 들여다보는 척 하면서 가영의 어깨에 내 어깨를 밀착시킨다던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음·· 금방 정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째 영 쉽지 않네요."
"그, 그러면 그냥·· 배달시키는 게 낫지 않겠니··?"
그래도 시간이 꽤 지났으니 이쯤되면 좀 진정이 될만도 한데 아무래도 그동안 억지로 쌓아놓은 게 있다보니 진정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더 달아오르기라도 했던 것일까.
뭔가를 살짝 억누르고 있는 듯한 목소리가 가영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에이, 그래도 직접 만들기로 했으면 직접 만들어야죠."
"귀, 귀찮을텐데··"
"저희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술마시는 거 이번이 처음이잖아요. 처음만큼은 그래도 제대로 하고 싶어요."
"그, 그러니··?"
"네, 그리고 뭣보다 배달시키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시간 맞추기가 힘들잖아요?"
네 명이서 먹는 건데 메뉴 하나만 덜렁 놓고 먹기도 좀 그럴테니 틀림없이 여러 곳에다가 시켜야할텐데 자칫 잘못하면 먹다가 계속 음식받으러 나가게 될지도 몰랐다.
"아, 맞다. 고모."
"으, 응?"
이제는 부르는 것만으로도 어깨를 움찔하고 떨어대는 가영의 반응을 모르는 척 하며 평소보다 확연하게 움츠러 들어있는 그녀의 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는 뒤늦게 내 접근을 알아차리고는 황급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 그것에 대고 후우하고 바람을 불어넣는 느낌으로 속삭였다.
"혹시··"
"으, 읏··! 뭐, 뭐하는 거니?!"
안 그래도 잔뜩 달아오른 상태인 몸에 작게나마 자극이 주어지니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일까.
가영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안 그래도 서로 꼭 붙어있던 허벅지가 흠칫하고 튀어올랐다가 파르르 경련하길 반복했다.
'설마..'
방금 그걸로 살짝 가버린 건 아니겠지?
아무튼 갑작스레 터져나온 고성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표정을 얼굴 위로 띄워올렸다.
"네··?"
그러자 바로 조금 전에 내 입김이 닿았던 곳을 양손으로 꼬옥하고 감싸쥔 채 날 찌릿하고 노려보고 있던 가영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아, 죄송해요. 갑자기 그래서 놀라셨죠··?"
"···"
"저, 저는 그냥·· 혹시 따로 드시고 싶은 게 있는지 궁금해서··"
지금 가영이 먹고 싶은 건 음식같은 게 아니라 미친듯이 근질거리는 자신의 안을 박박 긁어줄 굵고 딱딱한 무언가겠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척 하며 어깨를 살짝 늘어뜨린 뒤, 시무룩해하는 표정을 얼굴 위로 띄워올렸다.
"죄송해요·· 그렇게 놀라실 줄은 몰랐어요··"
그렇게까지 말을 하니 더 뭐라 하기도 좀 그랬던 것일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기라도 하듯 얼굴에 대고 손부채질을 해대던 가영이 이내 입을 열었다.
"··고모는 아무 거나 괜찮으니까 세나나 지나한테 물어보렴."
"그래도··"
나한테 중요한 건 그 둘의 의견이 아니라 당신의 의견이다.
라고 말하는 느낌으로 푹 내리깔고 있던 시선을 들어올려 가영을 향해 던지니 순간 눈이 마주쳤던 그녀가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대충 그런 느낌으로 아침 식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계속해서 가영을 물고 늘어졌다.
물론, 식사가 끝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가영이 출근할 때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은 상황.
그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가영이 할 짓이야 뻔했기에 약간의 텀을 두고 식사가 끝나자마자 황급히 자신의 방으로 향했던 가영의 뒤로 따라붙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방 앞에 도착해 굳게 닫혀있는 문을 조심스레 두들겼다.
똑똑-
"고모? 들어가도 돼요?"
"으, 응? 자, 잠시만..!"
가영의 대답을 듣고는 문 너머를 향해 귀를 기울이고 있으니 드륵하고 서랍같은 걸 닫는 듯한 소리가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이것 보라니까.'
밥먹는 동안 쉬지않고 허벅지를 꼼질대더니만 출근할 준비는 안 하고 일단 자위부터 하실 생각이셨구만?
보나마나 자위 기구를 숨겨놓은 책상의 마지막 칸을 열어놓고 어떤 걸 써야 이 욱씬거리는 몸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진정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던 거겠지.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직접 보기라도 한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지는 그 풍경에 입꼬리를 한쪽만 말아올린채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드, 들어오렴··"
문 너머에서 들려온 그 말에 문을 열고 가영의 방 안으로 들어섰다.
"··무슨 일이니?"
"아, 그게·· 그러니까··"
안주로 뭘 먹을지야 이미 정해진 상태였기에 또 어떤 핑계를 댈지 잠시 고민하고 있으니 묘하게 어색한 침묵이 나와 가영 사이로 내려앉았다.
그것이 달아오른 몸을 꾸욱하고 누르는 느낌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일까.
침대 끝에 다소곳하게 걸터앉아있던 가영이 자신의 허벅지에 힘을 주어 그것을 꾸욱하고 조였다.
그 모습을 힐끔 훔쳐보다가 이 정도면 그래도 나름 잘 끌었다 싶어서 적당히 지어낸 핑계를 입밖으로 밀어냈다.
"그·· 죄송한데·· 카드 좀··"
"··아."
바로 그 순간 묘하게 경직되어 있던 가영의 어깨에서 힘이 빠지며 안도와 허탈함을 비롯해 이런저런 감정이 뒤섞여있는 표정이 그녀의 얼굴 위로 떠올랐다.
그토록 긴장했던 게 민망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아니면 사랑 고백이라도 할 것처럼 더듬거리다가 내뱉은 말이 카드 좀 달라는 말인게 우습기라도 했던 것일까.
입가에 쓴웃음을 머금고 있던 가영이 이내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잠깐만··"
그리 말하며 방 한쪽에 놓여져있던 가방 안에서 지갑을 꺼내든 가영이 그 안에 꽂혀있던 카드 중 한 장을 뽑아 내쪽으로 내밀었다.
"자, 여기."
"가,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고모가 내는 게 당연한 건데."
그런 식으로 가영을 집요하게 방해한 덕분에 가영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틈을 주지 않고 그녀를 출근시킨다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해낼 수 있었다.
'혹시 직장에서 몰래 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무사히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문득 그런 걱정이 들었지만 거기까지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솔직히 직장에서 몰래 해봐야 얼마나 하겠는가.
가영의 가게를 드나드는 손님의 숫자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고려하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할 거다.
좀 제대로 해보려고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방해가 들어올테니까.
그렇게 따지면 오히려 가영이 그런 시도를 할 수록 내게는 이득이었다.
잔뜩 쌓인 가영에게는 하다가 중간에 끊기는 것만큼이나 괴로운 일이 또 없을테니까.
그렇게 끊겨버리게 되면 그건 또 그것대로 쌓여서 가영의 몸을 더욱 달아오르게 만들테지.
'자, 그러면 일단 첫 단추는 꿰었고··'
이제 남은 건 가영과의 시간을 방해할만한 요소들을 어떻게하는 것뿐이었다.
정확히는 지나와 세나라고 해야할까.
사실 세나는 그리 문제될 게 없긴 했다.
전에 지나나 가영이 했던 말을 떠올려보면 세나도 이 몸 못지 않게 알쓰인 듯 했으니까.
아니, 어쩌면 이 몸보다 더 심할지도 몰랐다.
이 몸은 술이 들어가면 좀 많이 충동적으로 변할 뿐이지 사람을 못 알아보거나 그러진 않으니까.
그러니 세나는 많이 마시길 유도해서 골아떨어지게 만들어버리면 될 터.
문제가 있다면 역시 지나였다.
전에 룸카페 비슷한 곳에서 그녀하고 단둘이 술을 마셨던 때를 떠올려보면 지나는 주량이 상당한 듯 했으니까.
애초에 그때도 다른 사람이라면 진작에 취하고도 남았을 양을 들이켰음에도 취한 티가 거의 안 나지 않았던가.
그 점을 고려하면 내가 집중적으로 견제해야할 쪽은 세나가 아니라 지나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어떤 식으로 골아떨어지게 만드냐는 건데··
어쩌겠는가.
마땅한 방법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때울 수밖에.
그래서ㅡ
"오늘따라 되게 열심히네?"
"허억·· 허어억··"
진짜 몸으로 때웠다.
어떻게 좀 체력이라도 미리 녹여두지 않으면 진짜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멀쩡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지나의 모습을 보게 될 것 같았으니까.
그런 내 속내를 아는 지 모르는 지 오늘따라 잘 따라오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기라도 했는지 지나가 상쾌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머금은 채 바닥에 널브러져있던 날 번쩍 들어서 일으켜세웠다.
"자, 그러면 누나랑 같이 힘내서 한 세트 더 가볼까?"
아니, 진짜 죽을 것 같아··
살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