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0화 〉1부 (90/315)



〈 90화 〉1부

생각치도 못한 상황에 놀란 척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애초에 연기를  필요조차 없었다.


실제로 놀랐으니까.

그만큼 지나의 나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신화 속에서나 나오는 여전사의 몸매가 저러했을까.


꾸준하게 자신의 몸을 단련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탄탄함과 여성 특유의 풍만함이 공존하는 광경을 보고 있으려니 솔직히 감탄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허나 언제까지고 그러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뒤늦게 당황한 척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제서야 지나도 당황이라는 감정으로부터 좀 벗어났던 것일까.


거의 굴러떨어지다시피 해가며 침대 위에서 내려올 때는 언제고 다시 그 위로 후다닥 올라간 지나가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던 이불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미, 미안..!"

그러더니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채 내게 사과을 건넸다.

"아, 아냐.."


덕분에 기분이 뭔가 묘해지는 걸 느끼면서 슬그머니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렇게 짤막하게 끝나버린 대화 뒤로 내려앉은  어색하기 그지없는 침묵이었다.

안 그래도 아침에   때문에 내 얼굴 보기가 민망한데 상황이 이리 되어버리니  침묵을 견디기 힘들었던 것일까.

지나가 입술을 한 차례  깨물더니 다시 한  사과의 말을 건네왔다.


"마, 많이 놀랐지..? 이상한 거 보여줘서 미안.."

문제는 그녀가 사과랍시고 내놓은 말이 정말 말도 안 되는 말이라는 것이었고.

이상한 거라니.

이상한 걸 보여줘서 미안하다니.

진심으로 하는 소리일까.


놀랍게도 그런 듯 했다.


적어도 표정만 보면 그랬다.

그렇기에 이 기회를 빌어 지나에게 알려주기로 했다.


그녀의 몸이 얼마나 꼴리고 아름다운지를.

다만 싹 정색하기는 또 그래서 아직 당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척 횡설수설하며 말을 늘어놓았다.


"아, 아냐.. 하나도 안 이상했어.."


"..으, 음."

"오, 오히려.."


"..."

"조, 조각상 보는  같아서 되게 예쁘ㅡ"


그렇게 횡설수설 말을 늘어놓는 척 하다가 한  늦게 스스로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 지를 깨닫기라도  것처럼 어깨를 살짝 떨어주면서 황급히 손을 들어올려 입을 틀어막는 척을 했다.

유일하게 목소리를 내던 내가 입을 꾹 다물어버리니 방 안으로 내려앉은  전보다 더 어색한 침묵이었다.


허나 단순히 무겁기만 했던 전의 것과는 달리 새로이 내려앉은 것은 무거우면서도 묘하게 근질거리는 느낌이 강했다.


'아, 이때 얼굴까지  빨갛게 물들이고 있으면..'

더할나위 없이 완벽할텐데.


아무리 그래도 얼굴색까지는 어찌할 수 없어서 대신 계속해서 지나 쪽을 힐끔거렸다.

그 짓을  번이나 반복했더니 지나도 내가 자기 쪽을 힐끔거리고 있다는 걸 눈치챈 것일까.

당황한 상태라는 걸 표현하듯 한 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요리조리 배회하던 것이 우뚝하고 멈춰서더니 이내 어딘가를 향해 슬그머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내게 들킬세랴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그것이 이내 내 몸을 쭉 훑었다.


그러더니 이내 원하는 것을 찾기라도 한 것처럼 한 곳에 딱 고정되었다.


그렇게 지나의 시선이 고정된 곳에는ㅡ

바지 안쪽에서부터 솟구친 무언가 때문에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는 내 사타구니가 자리하고 있었다.

꿀꺽하고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그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시선을 던져보니 그 잠깐 사이에 지나의 눈이 살짝 흐릿하게 변해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기이한 열기가 지나의 눈동자 속에서 일렁거렸다.

뭔지 모를 감정을 눈동자 속에 품은 채 살짝 부풀어오른 내 사타구니 쪽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던 지나와 우연을 가장해 시선을 맞추었다.

그렇게 눈이 마주친 순간 지나로 하여금 보란듯이 어깨를 흠칫하고 떨어보였다.

동시에 그녀 쪽을 향해 던졌던 시선을 다른 곳으로 홱 돌리며 허둥지둥 몸을 일으켰다.

그런 내 모습을 보니 지나도 정신이 번쩍 들었던 것일까.


부스럭하는 소리가 나길래 지나 쪽으로 슬쩍 시선을 던져보니 한  달라붙은 뒤로 떨어질 줄 몰랐던 지나의 시선이 내 곁을 떠나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손으로 입고 있던 티셔츠의 끝자락을 쭈욱하고 잡아늘리며 슬그머니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 누, 누나 이거.."


그리고는 바닥에 널브러져있던 지나의 허물들 중 하나를 집어들어 슬쩍 그녀를 향해 내밀었다.

설마 내가 말을 걸어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걸까.


놀란 듯 어깨를 움찔거리던 것도 잠시,  손에 들린  확인한 지나가 조심스레 그것을 회수해갔다.

그 순간 나는 지나의 시선이 쭈욱하고 잡아 늘린 티셔츠 자락으로 가려놓은 하체 쪽을 슬쩍 훑고 지나가는  놓치지 않았다.

"그.. 얼른 입고 나와. 식으니까"


"..응."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척 지나를 향해 작게 말하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그녀의 방을 빠져나왔다.

나가면서 다리 사이에 있는 것이 신경쓰여 죽겠다는 것처럼 몇  주춤주춤거렸던 건 덤이었다.

그렇게 지나의 방을 빠져나와 그녀가 앉을 자리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고 있으니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닫혀있던 방문이 열리며 지나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도 어색하기 그지없었던 그녀의 얼굴이 식탁 앞에 서 있던 날 발견하고는 한층 더 어색하게 변했다.


그런 지나의 손 위에는 바로 조금 전까지 그녀의 방바닥 위에 널브러져 있던 것들이 가득 들려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빨래를 끝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새 빨랫감들을 들고 나오는 만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고 있는 지나의 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내 팬티는 저것들 사이에 있을 거라는 걸.

나무를 숨기려거든 숲에다가 숨기라고 빨랫감을 숨기려면 역시 빨랫감 사이가 제격 아니겠는가.


"..왔어?"

"으, 응.."

"얼른 앉아. 식겠다."


"이, 이것만 가져다 놓고.."


그렇게 다용도실로 들어갔던 지나가 앓던 이라도 빠진 듯한 표정을 한채  그곳을 빠져나온 순간이었을 것이다.

2층쪽에서 쿵쿵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ㅡ

"언니! 혹시 이번주 금요일에 약속같은 거 있어?"


이내 모습을 드러낸 세나가 2층 난간 위로 상체를 내민  지나를 향해 물었다.

덕분에 묘하게 어색하던 분위기가 와장창 깨져버린 건 덤이었다.


"..금요일?"

"응."

"그건 왜?"

"저번에 가족끼리  잔 하기로 했잖아."


"아.."

"아무튼 그날 시간 돼?"

"나야 상관없긴 한데.. 엄마는?"


지나의 물음에 세나가 마치 그 말만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씩 웃었다.

"엄마 토요일날 쉰대."

"..그러면 그날로 하든가."

그리 말하며 지나가 은근히 내쪽을 힐끔거렸다.


술자리라고 하니 내가 일전에 잔뜩 취해서 자기한테 엉겨붙었던게 떠오르기라도 했던 것일까.

자꾸만 내쪽을 힐끔대는 지나의 얼굴에는 살짝이지만 붉은기가 맴돌고 있었다.

그렇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일정이 잡혔고, 그렇기에 나도 거기에 맞춰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이 화요일이니까..'

금요일이면 그날 아침까지 친다고 해도 이제 고작  번의 기회밖에는 남지 않은 셈이었다.

   안에 가영의 몸을 최대한 달궈놔야 했다.

그래야 뭐라도 해볼 수 있을테니까.

'할 수 있을까?'

기회가 네 번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다름아닌 그 생각부터 들었지만 바로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한가하게 성공 가능성이나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거기에 들일 시간마저도 아껴서 어떻게든 해내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만한 찬스가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르니까.

아침마다 이루어지는 포상의 시간 때문에 가뜩이나 날 경계하고 있는 가영이다.

그런 그녀에게 가서 한 잔 하지 않겠냐고 제안한들 그녀가 그런 내 제안을 받아들일리 없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번 기회를 빌어 어떻게든 지름길을 터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 전보다 더욱 진득하게 가영의 몸을 탐닉했던 건 다름아닌 그래서였다.

덕분에 얻은 수확도 적지 않았다.


저번에는 그냥 살짝 건드리기만 하고 끝냈던 가영의 겨드랑이가 내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민감한 부위라는 사실도 알아냈고, 그녀가 팔뚝을 간지럽히듯 쓰다듬어주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또한 알게 되었으니까.


그 중에서도 특히 겨드랑이를 살살 자극할 때가 장관이었다.


손톱으로 그곳을 살살 긁어주면 자는 척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조차 잊은  입술을 꾹 깨물고는 몸을 흠칫흠칫 떨어대는데  모습이 정말 아찔할 정도로 유혹적이었으니까.

겨드랑이를 자극당하는 쾌감을 한 번 맛을 보여준 다음에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애태우듯 그 주변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주면 그 때는  애태우지 말라고 항의라도 하듯 입술을 파르르 떨어대는데 그건 그것대로 장관이었고.

그렇게 나름대로 진귀한 모습까지 보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정말 이걸로 충분한가?'

라는 생각이 말이다.


자위라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의 몸을 열심히 개발해둔 덕분에 안 그래도 민감한 편인 가영의 몸이 포상의 시간이 거듭될수록 한층 더 민감하게 변하고 있다는 건 그녀가 아침에 보여주는 반응만으로도 충분히 알  있었다.

키스하고 그녀의 몸을 자극하는걸 굳이 나눠서 하지 않고 같이 시행했더니 불과 삼일 만에 키스만으로도 손으로 꼬옥하고 움켜쥔  몸을 부르르 떨게 되었으니까.


뭐, 가영이 그토록 민감해진데에는 내가 가영이 해피타임을 가지는 걸 필사적으로 방해한 탓도 크긴 했다.


아침에 대한 포상을 빌미로 한계까지 한껏 달궈놓은 다음에 그걸 풀지를 못하게 하니 한껏 달아오른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말 그대로 어쩔  몰라하더라.

그럼에도 안심할 수가 없었다.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으니까.

'좀  어필을 해야하는데..'


성적으로 어필하는 건 솔직히 아침마다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건 다른 쪽으로의 어필이었다.


'..내조같은 거라도 해야하나?'

이 세계로 떨어진지 얼마 안 됐을 때처럼 앞치마 차림으로 마중을 나가서 가방같은 것도 받아주고 그러면서?

그러자니 이미  번 시도한 바 있는 것들이라 영 내키지가 않았다.

'임팩트도 없고.'

지금 내게 필요한  그런 식으로 자잘한게 아니라 강력하기 그지없는 한 방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 친구들의 힘을 빌려보기로 했다.


검색창에다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내조라는 단어만 쳐서 검색을 해봤다.


그랬더니 정말 별의 별 내조방법이  나오더라.


심지어는 책도 있었다.


'무뚝뚝한 부인을 녹이는 101가지 내조법'이라나.


그 외에도 '사랑받는 남편이 되는 법'이라는 책같은 것도 있었고.

아무리 그래도 책까지 살 생각은 없었기에 거기서 눈을 떼어내어  번 시도해봄직한 것들을 하나하나 훑고 있으니  흥미로운  하나가 걸려들었다.

우선 이쪽 커플도 나이차가 상당했다.


나와 가영정도는 아니지만 여자 쪽이 어디가서 도둑년소리 듣기에  좋은 나이차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남자 쪽이 좋다고 따라다녀도 여자 쪽이 마음을 받아주질 않았다는데 여자답지 않게 자꾸만 철벽을 쳐대던 이를 단번에 함락시킨 방법이 바로ㅡ


'도시락 내조라..'

그래, 도시락을 싸서 현 부인이자  여자친구인 여자의 가게에 깜짝 방문했던 게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마침  가영도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


'심지어 손님이 너무 많아서 점심도 제대로 못 챙겨 먹는다고 했었지..'

딱 거기까지 떠올린 순간 이거다 싶더라.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손님들 때문에 점심도 제대로  먹고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 와중에 내가 커다란 도시락과 함께 짠하고 등장한다면?

가영의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이야 그런 날 보며 아들이  착하고 효자라고 칭찬하겠지만 가영은 어떨까.


가영도 그렇게 생각할까.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그대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허둥지둥 옷을 갈아입은 뒤 지갑을 챙겨 1층으로 내려갔다.

"응? 어디가게?"

"어, 마트 좀 다녀오려고."


"올때 메로나."

"메로나말고 엿은 어때? 그건 지금도 줄 수 있는데."

"너나 많이 드세요."

중간에 맞닥뜨린 세나를 가볍게 따돌려준 뒤 저번에 세나와 함께 방문했던 마트까지 그대로 내달렸다.

그리고는 오는 동안 구상한 메뉴에 필요한 재료들을 카트에다가 쓸어담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직원용 도시락에 필요한 재료들은 전부 챙긴 것 같으니 지금부터는 오직 가영만을 생각하며 움직일 시간이었다.

'뭘 만들지..'


메뉴를 어떻게 구성하는 게 좋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히죽하고 웃었다.

문득 좋은 생각이 났으니까.

이왕 따로 싸는 거 평범한 메뉴면 주는 나도 받는 가영도 재미가 없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이럴 때는 역시ㅡ


'보양식으로 가야지.'


마침 적당한 명분도 있었다.

요 며칠들어 세나나 지나에게 어디 아픈  아니냐고 걱정을 받을 정도로 초췌한 안색을 하고 다니던 가영이니만큼 그 점이 신경쓰여서 이렇게 만들었다고 하면 분명 아무 말도 못할테니까.

보양식이라.

'여자한테 좋은 음식이 뭐더라..'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남자한테 좋은 거면 몰라도 여자한테 좋은 걸 내가 알 리 없었고, 그렇기에 이번에도 인터넷 친구들의 힘을 빌렸다.

그렇게 보양식을 검색해서 나온 것들 중에서 도시락에 들어가기 적당한 것들을 골라 메뉴를 구성했다.

그리고는 다시  번 마트 안을 누비며 필요한 재료들을  쓸어담은  그런 식으로 확보한 걸 양팔로 안아든채 집을 향해 내달렸다.

내가 건넨 도시락의 뚜껑을 열어보고는 당황해서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채 어쩔 줄 몰라하는 가영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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